많은 분들이 도움이 되셨다고 하니 다행스럽기 그지 없네요.
역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우리와는 항상 악연이었던 일본이라는 민감한 소재로 글을 쓰면서 걱정도 많이 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사람답게 사는 것이 인생의 목표라고 생각하고, 사람답게 사는 과정에서 여행은 가장 좋은 방법이자 현명한 선택이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와 관계없는 사람들이라고 하더라도 더 인간다운 삶을 사는 데에 도움을 주는 이런 과정이 어떤 면에서는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과정이라고도 생각합니다.
여행을 망설이는 직장 후배에게 여러 차례 여행 얘기를 해 줘서 결국 여행을 갔고, 여자친구가 일본어 공부를 더 열심히 해서 진로를 그 쪽으로 잡는 경우도 있었고,
한 번도 가족들과 해외여행을 가 보지 않았다던 직장 선배에게 일정을 꼼꼼하게 짜 줘서 여행 내내 가족들로부터 아빠 정말 대단하다는 얘기를 듣고 좋아하던 분도 계셨습니다.
다녀와보니 정말 좋았다면서 부모님을 모시고 재차 가게 된 주변 분들도 있었고,
어쨌든 제가 여행에 대해 설레발을 치면서 알게 모르게 삶의 질이 조금은 더 나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많습니다.
전 언제나 물건을 살 때는 지불한 금액 이상의 만족을 얻을 수 있느냐를 생각합니다.
10만원짜리 물건을 살 때 과연 10만원어치의 만족을 얻겠느냐는 거죠.
세상의 모든 쇼핑이 다 만족스럽진 않지만, 제가 다녀왔던 여행들은 단 한 번도 빠짐없이 투자한 무언가 이상의 만족과 추억을 주었습니다.
직장인들이 항상 망설이는 금전적인 문제, 조금은 여유로워지는 직급이 되면 또 망설여지는 시간적 문제, 그리고 자녀의 성장과 함께 용기를 낼 수 없는 부분들..
다소 무리가 되는 상황에서 대부분 여행을 갑니다만, 언제나 여행은 저에게 더 큰 무언가를 주었습니다.
엄마의 환갑을 앞두고 준비했던 온가족 해외여행의 계획이 환갑을 4달 앞두고 엄마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무산됐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의 허망함을 감당할 수 없어서 여행 카페에 일정짜는 걸 도와주는 걸로 허전함을 달랬습니다.
수십 만 명의 일본 여행 카페에서 사람들 일정을 짜 주는 것도 했었고, 북해도 여행 카페에서도 일정을 짜 주면서(이 정도 얘기하면 제가 누군지 알 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동안 시간도 꽤 많이 흘렀습니다.
가끔씩 덕분에 부모님 모시고 잘 다녀왔다던지, 가족들과 좋은 추억 많이 만들고 왔다는 감사 인사를 받으면 그게 그렇게 기쁘더라구요. 누군가의 삶에 조금의 도움이 되었구나 싶었어요.
아이들을 데리고 1년에 1~2번은 해외여행을 합니다만, 아이들이 이렇게 어렵게 짬을 내서라도 여행을 하는 자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삶에서의 평범한 과정이라고만 느껴 준다면 이 자체가 가장 좋은 교육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합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만,
방사능에 대한 우려가 있으신 분들은 색깔이 파랗고 빨갛게 표시된 방사능 지도만 보시지 말고,
지역별로 방사능 수치, 그리고 우리나라는 어느 수준인지를 먼저 객관적으로 확인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식자재 유통에 대해서 우려되는 분들은 식당에서 원산지를 확인하고 드시면 될 일이고,
그래도 못믿겠다면 안 가시면 되는 겁니다.
언제나 선택은 본인이 하는 거니까요.
여기까지 읽고 불편하신 분들은 뒤로가기 눌러주실 것을 부탁 드립니다.
지난 글에서는 항공권 구하기나 일본 렌터카, 숙소, 준비물 등등을 알아 봤습니다.
이제 기초편에서 다룰 내용은 거의 다 다뤘지 싶은데요-
생각나는 대로 이야기하듯이 나머지를 적어 보겠습니다.
중간에 빠진 내용들은 추후 글을 더 작성하게 된다면 추가적으로 더 넣도록 하겠습니다.
6. 대중교통에 대해 알고 가자
대중교통의 체계는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비슷하지만, 일본의 대중교통 체계 역시 한국과 많이 비슷합니다.
다만 대도시의 지하철은 민영화가 진행돼서 노선에 따라 환승 시스템이 불편한 건 있습니다.
같은 이름을 가진 지하철역이라도 노선에 따라 역 자체가 다른 건물이기도 하고, 환승시 새로 티켓을 끊어야 하는 경우도 있어요.
버스의 경우도 우리나라와 이용하는 방법은 비슷하지만, 기본적으로 지하철과 환승 연계 체계는 갖추어져 있지 않습니다.
① 시내버스
일본은 뒤에서 타고 앞으로 내립니다.
뒤에서 타면서 티켓을 하나 뽑아들고 타게 되는데, 그 티켓에는 번호가 찍혀 있습니다.
버스 앞에는 전광판 같은 것이 있는데, 번호마다 요금이 나와 있어요.
운행을 할수록 같은 번호에 찍힌 금액이 계속 오르게 되어 있죠. 많이 가면 많이 내는.. 당연한 겁니다.
만약 내가 뽑은 티켓이 12번이라면, 내리는 곳에서 12번의 요금을 확인하고 버스기사 옆에 있는 돈통에 티켓을 보여주고 돈과 함께 돈통에 넣으면 됩니다. 거스름도 가능합니다.
지역별로 버스 일일패스 같은 것도 있습니다.
여행자 인포메이션 센터나 버스 안에서 직접 구입도 가능하고, 버스 타고 내릴 때는 같은 방식으로 티켓과 일일패스의 날짜를 보여주면 됩니다.
주의해야 할 사항은,
전광판에 이번 정류장에 대한 설명이 나오기 때문에 글자를 알고 있으면 더 도움이 된다는 것과,
버스기사가 직접 마이크로 안내방송을 해 주기 때문에 정확한 정류장명을 익혀서 가야 한다는 겁니다.
여행에서는 기본적으로 정류장이나 역 이름에 대해서 현지어로 쓰여진 글자를 메모라도 해 둬야 헷갈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내리기 전에 벨을 누르고 미리 앞으로 나가지 마세요.
일본사람들을 보면 버스가 완전히 정지한 후에 자리에서 일어나서 계산을 하고 내립니다.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고, 너무너무 당연하게 받아 들입니다.
부러운 사고방식이죠. 이런 건 배워야 합니다.
② 택시
요금이 비싼 편이라 잘 이용하지 않는 수단입니다.
기본요금이 지역에 따라 400~650엔 정도 합니다.
동남아 국가처럼 가는 길을 뱅뱅 돌아서 바가지를 씌운다는 사례는 들어본 적은 없고, 이거 하나만 주의하시면 되겠네요.
택시기사가 문을 열어 줍니다. 자동문이에요.
택시 잡는 폼을 잡고 손을 들면 택시가 앞에 서고, 기사가 단추를 눌러서 뒷문을 열어 줍니다.
내릴 때도 가만히 있으면 단추 눌러서 열어 줘요.
③ 열차
우리나라에서는 지하철과 기차의 구분이 명확하지만, 일본은 딱히 그런 구분 자체는 애매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전 개인적으로 열차라는 단어를 사용하는데요,
지역간을 이동하는 열차도 우리나라 지하철처럼 마주보며 앉는 차량이 있기도 하고, 그런 차량과 일반적인 기차 좌석의 차량이 함께 붙어있기도 합니다.
아무튼..
우리나라 여행자라면 일본의 열차를 이용할 때는 99% 패스를 이용하게 될 겁니다.
패스의 종류가 워낙 다양해서 여행지의 패스에 대해서 잘 알아보고 가는 게 정말 중요해요.
일본은 국영인 JR을 대표로 해서 여러 가지 여행자를 위한 패스를 내놓는데, 가령 예를 들면 패스가 가장 활성화 되어있는 간사이지역의 경우 간사이 쓰루패스가 있고, 주유패스가 대표적으로 있어요.
간사이 쓰루패스는 오사카 시내에서 교토, 고베, 히메지까지 광범위한 지역의 교통을 한 방에 해결할 수 있고,
주유패스는 오사카 시내를 중심으로 몇 스팟의 입장을 프리로 할 수 있는 기능성 티켓인데, 동선에 따라서 난카이 확장판을 구매해서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긴테츠센을 위주로 동선을 짜신 분들은 긴테츠패스를 구매해서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큐슈는 북큐슈레일패스가 대표적으로 여행기간에 맞춰서 3일권이나 5일권을 구매할 수 있고, 해당하는 지역에서는 어떤 열차라도 자유롭게 탈 수 있습니다. 구마모토 - 후쿠오카 노선에서는 신칸센을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남큐슈를 열차로 접근할 때에는 전큐슈패스를 구매하시면 됩니다.
홋카이도는 패스가 한 종류입니다.
다만 기간별로 3일권, 5일권, 7일권.. 이런 식으로 있고, 특정 날짜를 4개 찍어서 이용하는 플렉시블도 있습니다.
전 일본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패스도 있는데, 예전에는 도쿄에서 홋카이도까지 밤새 열차를 이용해 이동하는 분도 더러 계셨습니다.
최근에는 홋카이도 하코다테까지 신칸센이 개통돼서 전 보다 더 편하게 이용할 수도 있겠네요.
다만, 비싸요. ㅋㅋ 주구장창 돌아다닐 일정이 아니라면 아싸리 비행기로 국내선이 더..
JR에서 판매하는 패스는 그린샤(1등석)용 패스도 있으니 목적지와 편의에 맞게 선택하시면 되겠습니다.
패스의 종류는 너무너무 많으니 자세한 설명은 개별적으로 검색을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④ 시외버스
전 개인적으로 지역을 운행하는 시외버스는 패스를 통해서 이용한 적은 있지만, 지역간 장거리 버스는 이용한 적은 없습니다.
가끔 장거리 여행 동선을 짜신 분들은 오사카 - 도쿄 구간을 밤 버스로 이용하시는 경우도 보긴 봤네요.
전 패스만 말씀 드리겠습니다.
시외버스를 패스로 다닐 수 있는 대표적인 지역이 큐슈입니다.
산큐패스라는 건데요, 북큐슈를 순환하는 버스로 가격도 저렴해서 많이들 이용하는 패스입니다.
거의 같은 구간을 열차로 이용할 수 있고, 가격도 비슷해서 레일패스를 더 많이 사용하기는 하는데,
열차로 가기 어려운 구로카와 같은 온천마을을 버스로는 접근이 가능합니다.
물론 구로카와를 더 제대로 즐기려면 렌터카가 좋지만, 버스로 접근은 가능해요.
⑤ 전차 (시덴이라고 합니다)
유럽에서도 많이 이용하는 트램입니다.
삿포로 같은 도시에서는 신형 시덴이 좀 돌아다니기는 하는데, 다른 지역은 오래 된 시덴이 계속 운행하고 있어서 운치가 참 좋아요.
도쿄나 오사카, 후쿠오카 같은 도심에는 없고, 특이하게 삿포로에는 있네요.
하코다테, 구마모토, 히로시마 같은 곳에도 운행을 하고 있구요,
이것도 일일패스가 있으니 하루에 3번 이상 타는 분들은 패스를 이용하시는 게 이롭습니다.
7. 음식
여행을 가서 무엇을 먹을지, 대부분의 경우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그 지역의 유명한 음식이나 특정 식당을 노릴 겁니다.
여행기에 나오는 개인적인 평가를 너무 맹신하지는 말되, 많은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내리는 평가에 대해서만 신뢰한다 생각하시면 됩니다.
일본 음식은 간이 좀 센 편이어서, 짠 음식은 더 짜게 느낄 수도 있고, 단 음식은 더 달게 느낄 수도 있어요.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 있기도 해서, 대세에 따르는 음식이나 먹어보고 싶어하는 궁금한 음식을 위주로 계획을 짜시면 될 것 같습니다.
길거리 음식도 지나가다가 눈에 띄면 왠만하면 드셔 보세요.
돈 몇 천원 아낀다고 지나쳤다가 한국에서 먹어볼 걸.. 하는 것들이 꽤 됩니다.
킹크랩 다리를 연탄불에 구워주는 것도 그렇고, 홋카이도의 유바리메론이나 생옥수수 등도 그렇습니다.
타코야키는 먹어봤으니 패스할래.. 하시지 말고 난바 거리를 걸으면서 길거리 타코야키를 드셔 보세요. 즐겁습니다.
우리나라에 패스트푸드 체인이 많은 것처럼 일본에는 밥집 체인이 많이 있습니다.
요시노야, 스키야는 먹어서 응원하자는 업체라고 지난 글에 댓글에서 확인했습니다. 고려하시구요..
생각보다 밥집 체인에서 판매하는 음식은 정말 저렴합니다.
290엔짜리 규동도 있고, 종류에 따라 여러 금액의 여러 음식이 있습니다만 한국에서 먹는 것과 비교해도 절대 부담이 되지 않는 수준입니다.
이름은 가물가물하지만 스테이크 밥집 체인도 있고, 이런 곳에서는 1천엔 안팎이면 스테이크로 식사가 가능하기도 합니다.
카레 같은 경우는 확실히 우리나라의 카레보다 퀄리티가 좋아서 먹을 만하고, 밥집 체인은 가성비가 워낙 좋아서 진짜 어지간하면 만족스럽게 식사가 가능합니다.
이런 밥집 체인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① 조식으로 활용한다
숙소를 고를 때 많은 분들이 당연히 조식포함 유무를 따질 겁니다.
조식이 포함된 숙소를 고르면 여기엔 조식이 공짜라는 의식을 갖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당연히 조식 비용이 포함된 숙박비이고, 조식이 불포함인 옵션이면 숙박비가 더 저렴해 집니다.
조식 포함 유무에 따라서 가격 차이가 어느 정도 난다고 생각하시면 조식 미포함하시고 숙소 근처의 밥집 체인을 이용해 보세요.
저렴하게 든든한 식사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② 도시락으로 활용한다
열차를 이용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에키벤입니다.
역(에키)에서 판매하는 도시락(벤또)의 퀄리티가 좋아서 열차여행의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데다가 가격도 그렇게 비싸지 않아서 이용하기에도 좋습니다.
무엇보다도 일본사람들의 사고방식이 열차에서 도시락을 먹는 게 너무너무 자연스럽고 당연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먹는 냄새를 풍긴다고 해서 불쾌해하거나 눈치를 주지 않아요.
특정 역에서 판매하는 특정 에키벤이 그 지역의 유명상품이기도 한 경우도 있으니 경험해 보시면 좋을 것 같고,
이런 차원에서 밥집 체인의 저렴하고 든든한 식사를 테이크아웃하면 좋은 대안이 됩니다.
에키벤은 거의 대부분 냉장 보관입니다. 하지만 밥집 체인의 테이크아웃은 따뜻한 식사를 할 수 있어요.
에키벤은 싼 건 정말 형식적이고 먹을 만한 걸 고르려면 800엔 이상 정도이지만, 밥집 체인은 밥이 진짜 저렴해요.
그리고 열차에 오르기 전 시원한 맥주를 사 들고 들어가는 센스..
이 밖에 일본에서 타겟으로 찍어서 먹어야 하는 음식들은 아주아주 많죠.
어쩌면 드시려는 음식에 따라서 여비가 많이 차이가 나기도 할 거에요.
카니(게), 우니(성게알) 등 재료 자체가 비싼 음식들도 있어서 잔뜩 마음먹지 않으면 접하기 영 곤란한 음식도 있지만,
비쿠리동키(스테이크집), 백엔스시 등을 이용해서 저렴하게 양질의 음식을 먹을 수도 있습니다.
오코노미야키도 본토에서 먹으면 다릅니다.
라멘도 왜 기껏해야 면식인 주제에 가격이 만 원 가까이나 하냐고 생각하지 마시고 드셔 보세요. 그 만한 값어치가 있으니까 그 값을 내고 사람들이 먹는 겁니다.
일본에서 유명한 건 또 스위츠가 있죠.
빵이나 쿠키, 요거트나 초콜렛 등등 아기자기하고 정말 맛있는 스위츠들이 많고 유명해요.
어느 지역이든 유명한 스위츠들이 있으니 챙겨 드셔 보시면 좋겠네요.
일본을 다녔던 초기에는 우리나라와 일본의 스위츠 수준이 정말 차이가 많이 났는데,
이젠 그 차이가 거의 없다고 느끼기는 합니다.
백화점 지하에 가 보면 깜짝 놀랄 만한 스위츠들이 우리나라에도 이젠 많이 있습니다.
단, 홋카이도 유제품으로 만든 스위츠는 우리나라에서 만들기 어렵겠다 생각은 합니다. 또 등장하는 홋카이도네요..
그리고 맥주.
짬날 때마다 드세요. 아침이든 저녁이든.. ㅋㅋ
8. 맥주, 알고 먹자
우리나라에도 요 근래에는 맥주 자체의 맛을 강조하는 분위기로 CF가 등장하기는 했습니다만,
일본에는 애시당초 우리나라처럼 더운데 땀 뻘뻘 흘리다가 꼴깍꼴깍 들이키며 캬~ 하는 맥주 광고는 거의 없었습니다.
찬찬히 꼴깍꼴깍 들이키다가 음~ 한다던가, 지친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맥주 한 모금에 활짝 웃는 류의 광고들이 많아요.
맥주 자체의 맛이라는 것은 풍미와 바디감, 목넘김, 부드러움 등의 복합적인 요소가 조화가 되어야 하는데,
그 동안 우리나라의 맥주는 탄산을 살린 목넘김만을 강조한 맥주였죠.
맥주를 알고, 맥주를 잘 만드는 나라에서 맥주를 먹어보면 왜 선구자들이 우리나라의 맥주를 낙타 오줌에 비유했는지 이유를 알게 됩니다.
100% Malt를 이용해서 만드는 맥주는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보편화되었습니다.
하지만 바디감이나 풍미는 아직 멀었다고 생각하는데, 여전히 100% Malt를 이용해서 만들지 않은 맥주가 판매 선두권을 달리고 있습니다.
그 동안 만들어져 왔던 국내 맥주에 익숙해져 있기도 하고, 억지로 익숙하기 위한 소비자들의 눈물어린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맥주는 발효하는 과정에서 당을 첨가하게 됩니다.
이 당의 양에 따라서 맥주의 도수가 결정되고, 탄산의 양이 결정됩니다.
우리나라는 그 동안 당을 많이 첨가해서 의도적으로 도수를 높인 맥주를 생산했고, 여기에 물을 타서 하이브리드공법이니 염병이니 하는 광고로 소비자를 우롱했죠.
여기에 탄산을 인위적으로 주입한 목넘김이 탁월한 맥주를 만들게 됩니다.
풍미나 부드러움, 바디감은 배제된 채 그저 탄산으로 인한 목넘김이 좋은 맥주임을 강조하기 위해서 땀범벅인 CF 모델이 시원하게 들이키는-
맥주의 맛이 밍밍하니 먹은 것 같지도 않아 소주를 타 먹게 됐다는 썰을 전 믿는 편입니다. 진짜 좋은 맥주는 5%의 비슷한 알콜 함량을 가졌더라도 술을 먹는다는 느낌이 딱 들어요. 묵직합니다. 무언가를 더 타지 않아도 됩니다.
(아, 물론 일본에서도 무언가에 타 먹으라고 나온 맥주도 있긴 있어요)
주세법에 따라 Malt의 함량을 조절하면서 만듭니다.
Malt의 공백을 일본은 주로 완두콩을 이용합니다만, 우리나라는 옥수수를 이용합니다.
아예 Malt를 넣지 않고 완두콩으로만 만든 맥주(사실 맥주라기 보다는 맥주맛 술이라고 하는 게 정확합니다)를 제3세계 맥주라고 하고, Malt는 함유되었으나 주로 완두콩으로 만든 맥주를 발포주라고 합니다. (Malt 함유 25% 이하)
100% Malt로 만든 맥주는 발효주라고 합니다.
All Malt, 100%, 발효주라고 써 있는 맥주를 고르면 돼요.
그리고 발포주도 우리나라 맥주 보다는 훨씬 퀄리티가 좋아요.
그럼 다음으로 일본 맥주의 대표 브랜드들을 알아 보겠습니다.
① 삿포로맥주
세계 3대 맥주 산지는 미국의 밀워키, 독일의 뮌헨, 일본의 삿포로입니다.
모두 북위 43도선에 걸쳐 있다는 특징이 있고, 이 지역들이 물이 좋다나 봐요.
벌써 140년이 넘은 회사이고, 프리미엄 브랜드인 에비스를 만든 회사입니다.
도요타에서 프리미엄 브랜드인 렉서스를 만든 것과 비슷해요.
에비스 맥주는 눈에 보이는 대로 사 드셔도 됩니다. 이게 맥주구나.. 싶을 겁니다.
삿포로 맥주 중에서 홋카이도 한정판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삿포로 맥주 중에서 No.1으로 칩니다. (에비스 빼구요 ㅋㅋ)
② 기린맥주
아저씨가 선호하는 브랜드로, 부드러움 보다는 바디감이 좋은 맥주가 많습니다.
최근엔 국내에서도 이치방시보리를 광고하고 있더라구요.
맥주를 맑게 숙성시키면서 깔끔한 맛을 내는 라거가 강세인 회사입니다.
탄레이, 고쿠나마 등 발포주도 경쟁력이 있고, 제3세계 맥주로는 판매량 1위인 노도고시가 있습니다.
③ 아사히맥주
세계 최초로 드라이 맥주를 개발한 회사입니다.
맥주의 부드러움을 잘 살린 맛으로 여성분들이 선호합니다.
에비스처럼 프리미엄 브랜드인 프라임타임이 있고, 홋카이도에서 한정으로 판매하는 맥주도 있습니다.
④ 산토리
위스키를 주종목으로 하는 회사이지만 맥주의 퀄리티도 상당히 좋습니다.
우리나라 마트에 프리미엄 모르츠가 예전부터 판매되고 있는데요,
묵직하고 쌉싸름해서 여성분들 보다는 남성분들이 더 선호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식당에서 접할 수 있는 나마비루(생맥주)도 기회가 될 때마다 드셔 보세요.
가격이 한 잔에 400~600엔선이니 비싼 편이기는 합니다만,
우리나라 생맥주와는 차원이 다르니까요. 돈 아깝지 않습니다.
그리고 지역별로 그 지역에서만 생산하는 맥주가 있습니다.
통상 작은 병에 600엔 정도에 판매하고, 더 비싼 것들도 있어요.
이런 맥주도 경험삼아 드셔볼 만합니다.
간혹 맛없는 지역 맥주도 있긴 합니다만(아바시리 유빙맥주;;) 대체적으로는 믿고 먹을 수 있는 수준입니다.
맥주에 대한 내용은 과거에 나름 공부를 해서 알게 된 것들인데, 잘못된 정보가 있다면 바로 태클 걸어 주세요.
정확한 정보로 다듬고 싶기도 하고, 아직 더 많이 알고 싶기도 합니다.
어쨌든 맥주는 꼭 글라스에 담아서 드시길 바라구요,
맥주 거품의 부드러움과 바디감, 풍미, 목넘김 등을 고루고루 느끼면서 드시길 권합니다.
전 일본에 가면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 꼭 1000cc 이상의 맥주를 복용하고 잡니다. ㅋㅋ
..이제 이 정도면 대략적으로 일본 여행에 대한 기초 개념은 잡아드린 것 같습니다.
지역별로 기본적인 루트에 대한 소개를 쓰려면 내용도 길어지고, 개인마다 취향의 차이가 있어서 망설여지긴 합니다.
이건 요즘 회사 일이 워낙 바쁘니, 나중에 시간이 허락한다면 천천히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무쪼록 여행을 가시게 되면 즐겁고 안전한 여행이 되시길 바라고,
돈을 주고도 사지 못할 추억이라는 소중한 재산을 많이많이 쌓으면서 지내시길 바랍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