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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말아야 할 것이 왔다. 일어나선 안 될 일이 일어났다.
안철수 후보 측에서 단일화 협상을 잠정 중단했다. 세 가지 이유인 것 같다. 첫째, 안철수 후보가 양보하기로 했다(또는 양보할 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들)가 기자들에게 얘기했고, 이것이 일부 주요 언론에 보도되면서, 이런 근거 없는 악소문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단일화 협상 실무자에 문재인 후보 선거 캠프에서 손을 떼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했던 관계자가 배석자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 민주당이 전국 지역구 조직을 총 동원하다시피 하는 세몰이에 나서는 것은 함께 「국민 연대」를 결성하기로 한 공동 합의 정신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일언이폐지하고, 상당히 근거있는 협상 중단 이유라고 나는 판단한다. 일찍이 이 같은 최악 상황을 우려했던 사람으로서 나는 다음 세 가지를 긴급히 제안한다.
첫째, 문재인 후보가 직접 설득력 있게 사과해야 한다. 이 사과에는 몇몇 지목받고 있는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에 대한 문책이 함께 이루어져야 진정성 있는 사과가 될 거라고 본다.
둘째, 문재인 후보는 11월 4일 “저에게 유리한 (단일화) 시기와 방법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했던 자신의 발언과 약속대로 단일화 방식을 안철수 후보가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수용해야 한다.
셋째, 그런 이후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가 즉각 (내일이라도) 만나야 하고, 그런 뒤 (내일이라도) ‘단일 동선’과 ‘공동 캠프’를 구성해서 함께 움직여야 한다.
나는 아래에 싣는 11월 8일에 작성해둔 「초선 일지」에서 오늘의 이 불행한 일(단일화 협상 중단)을 예견하고, 그 우려의 글을 작성한 바 있었다. 그러다 그걸 게재하기 직전 고민 고민했고, 결국 ‘에이, 좋은 게 좋지, 뭐… 괜히 또 눈총만 살 것 같고…’라는 조심스럽고 소극적인 보신주의 염려로 이 글을 싣지 않고 차일피일 묵혀 놨었다.(그때 용기있게 싣지 못했던 걸 지금 후회한다.) 그러다 오늘 협상 중단 소식을 접하고 부랴부랴 다시 이 글을 꺼내 내 블로그에 올리고 언론사 이메일로 발송하려 한다.
우선, 내가 볼 때, 안 후보 측에서 제기한 문제들은 민주당 소속인 나조차도 이미 느꼈던 일들일 정도로 정도를 다소 벗어난 과잉이었던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이다. “안철수 후보가 양보할 거다”, 하는 얘기를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가 언론에 보도될 것을 예상하고 했다는 것은 결코 가볍지 않은 ‘파울’이다. 국민들 앞에 선대위의 모든 직책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던 9인의 노무현 청와대 비서관들 중 한 사람이 단일화 협상의 실무 담당자로 버젓이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은, 솔직히 나로서도 충격적이고 경악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민주당에서 안철수 후보에 대한 사실상의 네거티브가 담겨 있는 홍보자료를 지역으로 내려 보내고, 민주당의 각 시·도당 조직과 지역구 조직에게 사실상 총 동원령이 내려지고 있는 것도 조직이 없는 안 후보 측으로서는 여간 불쾌한 사실이 아닐 게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적대 관계가 아니라, 포용적 관계를 유지해야 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 내 지역구에서조차 오늘 아침 문재인 후보에 대한 조직적 선거운동을 했다는 지역 군의회 의장의 전화 보고를 받기도 했다. 그러니 그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국민 연대’를 함께 만들기로 합의했고 약속했던 사람들이다. 단일화 이후에도 함께 손 잡고 같은 정치 조직(또는 같은 정당)을 결성하기로 뜻을 함께 한 것이다. 그렇다면 두 후보와 두 후보 진영은 이미 한 배를 탄 거다. 이미 동지이고 동반자가 되기로 한 거다. 이미 된 거다. 문재인과 안철수는 적대적 섬멸의 관계가 아니라 평화적 공존의 관계인 거다.
그런데 일부 문 후보 주변 과잉 충성주의자들은 반드시 문재인 후보가 승리해야 하고, 그러려면 반드시 안철수 후보를 무찔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 같은 생각과 행동에 반대한다. 오늘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일어난 것은, 그들 과잉 충성주의자들의 맹목적 적대주의가 필연적으로 불러들일 수밖에 없는 결과였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후보는, 본인이 단일화 후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경우 안철수 후보를 적극 밀어주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안철수 후보 역시 그와 똑같은 생각을 갖고 임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단일화의 의미가 없고, 그렇게 이룬 단일화로는 강고한 박근혜의 벽을 넘어설 수 없다.
문재인 후보 자신 역시 생각과 행동이 보다 투명하고 정정당당해질 필요가 크다. 문 후보는 11월 4일 스스로 “단일화 방식을 안 후보에게 양보할 수 있다”는 언급을 분명히 했었다. 그런데도 문 후보 측근은 문 후보가 임석한 자리에서 안 후보 측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경선’이라는 것을 ‘단일화 원칙’으로 주장하고 나왔고, 그 뒤로 이 단일화 원칙은 민주당에 의해 계속 고수되고 있다.
11월 4일과 11월 7일 이후의 언행을 보면, 문 후보 자신이 겉 다르고 속 다르다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게 되어 보인다. 문재인 후보는 11월 7일 “우리는 128명의 국회의원이 있는 전통 있고 힘이 있는 정당이기 때문에 국민은 우리가 더 강자이고, 저쪽(안철수)을 약자로 보는 것 같다”고 얘기한 바 있다. 매우 기교 넘치는 전형적인 ‘네거티브’다. 본인을 힘 있고 안정감 있는 후보로 과시하면서 상대 후보를 빈약한 후보로 보이게 하는 의젓하지 못한 진술이었다. 이어서 이 날 문 후보는 “실제로 우리가 새 정치의 실천방안을 만들어 나가면서 (안 후보측을) 리드해가야 할 입장이기 때문에 어른스럽게 포용하고 같이 할 상대로 봐달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본인은 이끌어가야 할 맏형이고, 안 후보는 지도받아야 할 초년생이라는 도식을 기정사실화하는, 형으로서의 너그러움을 베풀어야 한다는 식으로 얇게 위장한 채, 사실상의 아주 정교하고 치명적인 네거티브(비방)를 하고 나섰던 것이다.
또 문 후보는 11월 8일엔 “어쨌든 우리 쪽이 정당이라는 거대 조직을 갖고 있고, 국회 내에 큰 기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좀 더 포용하고 어른스러운 자세로 앞으로 함께 할 상대로 대해 달라”고 당부하는 듯한 모양새를 보였다. 나는 이같은 문재인 후보의 발언이 상대인 안철수 후보 측을 극도로 자극하는, 참으로 어른스럽지 못한 네거티브라고 확정하는 까닭은, 그 이후 문 후보 측 선대위 관계자들이 전혀 그런(문 후보가 당부하는 듯했던) 모습을 보이지 않고, 더 나아가서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안 후보 측을 자극하고 폄하해왔다는 사실을 볼 때, 문 후보 말의 진정성이 극히 의심스럽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영어에 ‘British Umpire’라는 말이 있다. ‘영국 심판’이라는 말이다. 가장 공정한 심판관을 일컫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지금 민주당 내에 ‘영국 심판’이 부재하다. 범야권에도 이 영국 심판이 존재하고 있지 못하다. 나는 이 현실을 지금 개탄한다. 두 후보 사이에 심판도 ‘어른’도 없이 둘이서 티격태격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야권과 시민사회의 견제와 균형 수준이 이처럼 허술하고 부재하다는 사실 앞에 심한 우려와 동요를 금할 수 없다. 이 상황이 불안하고 불길하다. 이 사실이 개탄스럽다. 그래서 오늘과 같은 불미스러운 불상사가 일어나고 말았다. 이것은, MB정권 5년을 심판하고 야권으로의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절대 다수 국민 여론에 찬물을 끼얹는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부족하지만 이 영국 심판의 역할을 스스로 자임하려 한다. 내 입장은 간단하고 뚜렷하다. 아래와 같다. 문재인 후보는 소중하다. 그러나 안철수 후보 역시 소중하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잔꾀에서 잔꾀로 이어지는 ‘수 싸움’을 벌이는 것은 국민과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다. 결국 박근혜 후보에게 정권 교체를 헌납하는 어리석고 못난 짓이다.
[출처] 한 초선 일지(제28호) 2011.11.14|작성자 황주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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