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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247697
    작성자 : 미안해Ω
    추천 : 1
    조회수 : 668
    IP : 119.197.***.111
    댓글 : 5개
    등록시간 : 2011/12/09 16:38:41
    http://todayhumor.com/?gomin_247697 모바일
    아빠한테 사과 할 수 있을까요
    나는 이제 열여섯살, 중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는 학생이다.

    우리 부모님은 축복속에 결혼식을 올릴 수 없었다.
    엄마가 대학생이던 시절 아빠를 만나서 어쩌다보니 언니가 생겼고,
    그렇게해서 그냥 결혼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나도 알고있다.

    또한 아빠는 어머니가 계시지 않은 힘든 상황에서 커서
    힘들고 가난한 삶을 살아왔기때문에
    엄마의 부모님은 아빠와 결혼하는걸 반대했다는 것도 알고있다.

    하지만 두분은 반대에도 무릅쓰고 결혼하셨고, 언니와 나를 낳으셨다.
    그래서 부유하지는 않지만 화목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아빠는 안해본 일이 없다고 했다.
    트럭에 야채를 싣어 팔아보고, 학원의 선생님 일도 해보고,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바나나빵도 구워서 팔아봤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렇게 결국엔 사업까지 일으키신, 자수성가하신 우리 아빠였다.

    그렇다고 객관적으로 우리집이 여유있는 집안은 아니었다.
    그러나 매일 돈걱정을 하며 살 정도는 아니었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중산층, 그 자체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얼마전부터 조금씩 상황은 변했다.
    언니가 대학에 들어가고, 아빠 사업이 잘 안되기 시작하고,
    엄마가 이곳저곳 전화를 하기 시작하면서
    우리집은 뭔가 좀 삭막하게 변해갔다.

    그 때는 내가 중학교에 입학하던 무렵이었고,
    계속해서 집안 사정은 나빠져만갔다.
    2002년의 어느 날, 드디어 내집을 장만했다고 기뻐했던 우리가족은
    그 집을 팔고 다시 전세로 이사하게되었다.

    나도 학원을 하나 둘 끊게 되었고,
    언니도 휴학을 하고 아르바이트를 하게되었다.
    엄마도 일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나 상황은 쉽게 좋아지지 않았다.
    결국 우리집은 올해 초, 지방쪽으로 이사오게 되었다.

    중학교 마지막 학년에 갑작스러운 이사였고
    집도 전에 살던 곳 보다 좋지 않아 나는 불평이었다.

    점점 부모님과 대화하는 시간이나 횟수도 줄기 시작했고,
    툭하면 화를 내고, 짜증을 내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특히 그 짜증은 아빠에게로 향했는데,
    우리집이 이렇게 된 것은 모두 아빠탓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오면 집에 있는 아빠가 싫었다.
    밖에 나가서 무엇이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집은 이렇게 됐는데,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아빠가 야속했다.

    처음엔 이러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모든 일이 아빠탓은 아니고, 내가 그동안 풍족하게 살았던건
    모두 아빠 덕분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와 아빠의 사이는 소원해지고 말았다.

    그리고 얼마전, 나태해진 학교 생활에 대해, 떨어진 성적에 대해 지적한 아빠에게
    태어나서 처음으로 욕을 해봤다.

    하고나서 정말 처음으로 미친듯이 맞아봤다.
    정말 이러다 죽겠다, 싶을 정도로.

    물론 내가 심했었다. 내가 나쁜거였다. 맞아도 싼거였다.
    그러나 그 당시에 나는 화가 나있었고,
    내게 재정적 지원도 안해주면서 부모라고 할 자격이 있느냐고 소리쳤다.
    학원이나 보내주면서 성적에대해 혼내라고 말했다.

    아빠는 나를 몇 대 더 때리더니 집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 거실에 있는 빈술병을 볼 수 있었다.

    어렸을 때는 아빠랑 너무 붙어다녀 엄마가 서운하다고 말할정도였다.
    우리 부녀처럼 닮은 부녀는 없을거라고 친척들은 말했었다.

    그러나 이미 너무 깊은 골이 생겨버렸다고 생각했다.

    학원을 끊은 뒤로 아무래도 공부를 덜하게 되었다.
    다른 과목은 혼자 노력해서 전교권안에 든다는 성적을 유지 할 수 있었지만,
    유난히도 수학은 어려웠다.
    그래서 수학성적때문에 성적은 항상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평소에 목표로 하던 국립 특목고에 입학결정이 난 뒤에,
    수학이 너무 뒤쳐져 힘들 것 같으니 과외를 시켜달라 말했다.

    언니도 고등학교 입학전에 과외 했었잖아,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엄마는 미안하다며 학원에 다니는건 어떻겠냐고 했다.

    나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화가났다.
    우리집 사정은 생각치도 않고 그냥 언니와 같은 대우를 해주지 않는다는 것에 불만이었는지
    다른애들은 다들 비싼 과외를 받고, 어떤어떤 지원을 부모가 해준다더라,
    라고 외치며 어제도 그냥 방문을 닫아버렸다.


    아침에 일어나 방문을 열기가 두려운 요즘.
    아침에 일어나 안녕히주무셨어요, 라고 말해본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않는다.


    ... 그리고, 내일은 아빠에게 사과해볼까 한다.
    과연 할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내가 생각하고 느낀걸 확실히 전달하고
    정말 제대로 사과하고 싶다.

    이미 늦어버린 것 아닐까 싶지만
    부디 너무늦지만은 않았길 바랄 뿐이다.

    그렇지만 과연 내가 사과할 수 있을까...
    다시 예전처럼 돌아 갈 수 있을까...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11/12/09 16:42:18  128.61.***.63  MaSs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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