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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친우의 죽음
"한 눈 팔고 있을 여유가 있습니까."
옆에서 들리는 소리에 반사적으로 검을 들어 올렸다.
서걱
전혀 다른 곳에서 검에 무엇인가 베이는 소리가 들렸다.
옆에있던 기사의 머리가 천천히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자신의 부하도 보호하지 못하는 사람이 뭘 하겠다는 겁니까."
비아냥 거리는 말이 분명하지만 여느때 듣던 것 처럼 실베린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검을 빼어들고 사방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거친 숨소리와 갑옷의 이음새가 부딪혀 덜그럭 거리는 소리 병장기가 부딪히는 소리가 가득했다. 정작 중요한 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질적인 소리 하나를 들었다.
서걱
또 다른 기사가 죽었다. 이때서야 깨달았다.
"전원 정면의 다른 문을 부수고 나가라!"
"예?"
"당장 나가!"
"예!"
이상한 명령에 어리둥절하던 이들을 다시 한번 다그치자 그제서야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때 실베린이 반대편 문 앞에서 모습을 들어 내며 문을 막아섰다.
"그 누구도 이 문을 넘어 설 수 없습니다."
실베린이 문을 막아서자 찰나의 침묵이 찾아왔다. 그때 더욱 선명하게 들렸다.
-카가각 카각 카가각카각-
분명 돌을 깎아내는 소리다.
"실베린. 당신의 상대는 저 입니다."
그의 앞에 마주서 칼을 겨눴다.
"당신만 특별 취급 해 줄 여유 없습니다. 여기있는 모두가 적 일뿐."
사무적인 어투로 그가 말했다. 그리고 문을 막아선 두 발은 더욱 굳건해져갔다.
"아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당신의 병사들은 모두 어디간거지? 오르텔 성의 병사들이 상관을 버리고 도망칠리가 없어."
"당신이 알 바 아닙니다."
"그리고 아까부터 조용하게 들리는 돌을 깎는 소리. 이 연회장을 통째로 무너뜨릴 생각이군"
"그걸 알아냈다고 해도 결과는 바뀌지 않습니다."
분명 실베린은 잉켈스님의 부관으로서 손색이 없을 정도로 뛰어난 무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아까부터 그는 그저 시간을 끌기 위한 행동만을 보이고 있었다. 몸을 숨긴채 기사하나 하나식 처리하고 다시 숨고 평소의 그의 전투방식이 아니었다.
"전원 실베린은 무시하고 문을 뚫고 나간다. 그동안 나는 실베린을 막겠다."
"예!"
"그렇게 놔두지는 않겠습니다!"
또 다시 실베린의 모습이 사라졌다. 나는 문과 가장 가까이 다가서 있는 기사의 앞으로 달려가 검을 휘둘렀다.
챙!
청명한 금속음이 들리며 검을 들고있는 실베린의 모습이 들어났다.
"너의 상대는 나야."
"그렇다면 당신부터 죽이고 모두를 죽이겠습니다."
실베린이 검을 휘돌러 나의 머리를 베려고 했다. 한 손에 들고있던 다른 검을 역수로 쥐며 그 검을 막았다. 그리고 다른쪽의 검을 휘둘러 상대의 복부를 베려고 했다.
그의 몸이 뒤로 돌며 멀어졌다. 복부를 향하던 검을 그대로 휘두르며 역수를 쥐고 있던 검을 다른 검의 손잡이 끝 부분에 강하게 부딪혔다 찰칵 소리와 함께 검이 이어지고 몸이 돌던 원심력을 이용해 그대로 이어진 검을 앞으로 휘두르며 돌았다.
실베린이 뒤로 멀리 물러났다. 실베린을 문과 떨어진 연회장 구석까지 몰았다. 그동안 병사들이 문을 뚫고 있었다.
"역시 당신은 쉽게 죽어주지 않을 줄 알았습니다."
말을 하며 그는 품에서 블러디 셰이드를 꺼내 들었다. 바로 그 식물을 입가로 가져가 물어뜯었다.
"크윽.."
그가 몸을 웅크렸다. 그리고 탁한 기운이 피어올랐다.
"크아아악!"
눈 앞에서 그의 마족화를 지켜보았다. 피부가 벗겨지며 검은 피부가 생기고 눈가에서는 붉은 안광이 번쩍였다.
"크으으으.."
그가 몸을 다시 일으켰다. 덩치도 커져서 갑옷이 거슬리는듯 갑옷을 손으로 붙잡고 뜯어내었다.
"어째서.."
"크르르..."
"이러면.. 죽일 수 밖에 없잖아.."
허탈한 말이 입에서 흘러나왔다. 눈 앞에서 그가 마족화 되어갔는것을 보면서도 막지 못했다.
"크아아아!"
실베린이 달려들었다. 전 처럼 눈 앞에서 사라지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더욱 위협적이었다.
쾅! 콰앙!
내가 서 있던 자리로 그가 휘두른 검이 바닥에 박혀들어갔다. 그렇게 여러번 나는 피하고 이성을 잃은 그는 마구잡이로 휘두르던 도중 그의 검이 부서졌다.
휙
손잡이만 남은 검을 보고 아무 미련없이 그것을 집어던진 그는 맨손으로 나에게 달려들었다.
오른 손의 검을 그의 어깨쪽으로 휘둘렀다.
팅!
보통 사람의 몸에서는 나지 않는 소리가 나며 검이 튕겨나왔다.
개의치 않고 그는 그대로 달려들었다. 검을 그대로 손에서 놓은 채로 뒤로 빠졌다.
바닥에 닿은 두 발을 구부려 스프링튀듯 벽으로 뛰어 올라 벽을 박차고 그의 뒤로 넘어갔다.
넘어서며 검으로 연결 부를 건드린 상들리에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악!"
완전히 이성을 잃은 그가 나에게 다가오려고 했다. 아까 손에서 놓은 검을 들고 그의 발등으로 던졌다. 상대적으로 상체에 비해 하체로 갈수록 본연의 피부색과 비슷했다. 일종의 도박인셈
"크악! 크아아악!"
날아간 검은 그대로 발등을 통과해서 땅에 박혔다. 그리고 상당한 무게의 상들리에가 떨어지며 그의 몸을 내리 눌렀다. 그의 몸이 바닥에 쓰러졌다. 나머지 검을 손에 들고 뛰어 들었다.
쓰러진 그의 몸을 누르고 있던 상드리에를 발로 차고 그의 등쪽에 올라서서 심장이 있는 위치에 양손으로 쥔 검을 찔러 넣었다.
픽
박혀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큰 생채기가 났다. 연달아서 검을 들어 박아 넣기를 반복했다.
"크아아악!"
실베린이 몸을 크게 흔들었다. 그의 몸을 발로 밟은 채로 계속해서 검을 들어 찍어 내렸다.
이윽고 검의 몸을 관통하고 저항이 뚝 끊겼다. 박아 넣은 검을 손에서 놓고 천천히 몸을 일으켜 걸었다.
친하던 사람의 피가 발에 밟히며 찰박 찰박 소리를 냈다.
갑자기 발목을 무언가가 잡았다.
뒤를 돌며 다른 검을 손에 집었다.
"왜...쿨럭..큭....당신은..크윽.."
손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당신이라면... 잉켈스님을 이해...하실줄..알았...쿨럭..습니다.."
그가 피를 토해냈다.
"당신만은..커헉.. 믿었습니다..당신은..."
내 발목을 쥐고있던 손아귀에서 힘이 빠져나가는게 느껴졌다.
"교황청의..개가 되지..마십시오.."
"교황청을..믿지..마십..."
그는 더이상 말 하지 못했다.
손에서 검이 떨어졌다.
나와 웃고 떠들고 함께 어울리던 이의 심장에 칼을 박아넣었다.
한명이 아니라 이 복도를 걸으며 수 없이 베고 지나왔다.
쿠르릉...
"기사님! 어서 나오십시오!"
쿠르르르르르...
"기사님!"
천장에서 돌조각이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대로 아무 생각 없이 여신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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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모자란 글이지만 즐겁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D...
그동안 써본적도 없었던 전투(?)씬을 써봣는데 역시 익숙하지가 않아서 그런지 어색하기도 하고 표현이 많이 부족하네요.. 그래서 그런지 싱겁게 싸움을 끝낸 느낌..
다음 편도 기대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오탈자 , 어색한표현등에 대한 모든 지적은 환영합니다. )
-덧글을 먹고 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