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퇴근해? 나 띰띰해 빨랑 들어와"
아내가 혀 짧은소릴 내며 전화를 한다. 이틀 연속 퇴근 시간에 이런 전화를 받았다.
내가 신혼인가? 아니다. 13년차다
아내가 집에서 노나? 아니다. 직장 다닌다.
애가 없나? 아니다. 5학년 3학년 남매다.
나이가 어린가? 아니다. 나하고 동갑 30대 후반이다.
집에 사람이 없나? 아니다. 부모님 모시고 산다.
요즘 아내가 스스로 집안에서 왕따란 느낌이 드나 보다.
그래서 내가 대상과의 관계와 해결책을 내려 주었다.
아들-요즘 아내와 가장 갈등구조에 노인 인물이다. 한마디로 뺀질이가 돼버렸다.
어렸을 때 그렇게 엄마만 쫓아 다니던 놈이 언제부턴가 뒤지게 말도 안 듣고 능글능글
해졌다. 해결책은 아내에게 있다. 아내가 먼저 아들 손을 놓고 옆에서 지켜봐라.
흔히 말하는 방목을 좀 해라. 그래야 형우가 사람 된다. ㅎㅎ
딸-형우에 가려서 무난한 관계 같지만 사실 송이가 더 무섭다. 모녀 지간 이란 게 언제
터질지 모른다. 하지만, 해결책은 없다. 내 어머니와 누나들의 관계를 옆에서 지켜본
결과 누구 하나 죽을 때 까지 애증의 관계가 지속 될 거 같다.
어머니-허허실실하시지만 앞에서 말한 누나들과의 관계에 비춰볼 때 여자들과의 관계에서는
까칠한 성격이시다. 요즘 미묘한 고부간의 갈등이 있는 거 같다. 여기서 해결책은 나에게
비중이 크다. 하지만 난 절대 개입을 하지 않는다. 경험에서 나오는 최선책이다. 섣불리 중간에
개입해서 해결하려는 자충수를 두지 말아야한다. 자연정화 능력을 믿어야 한다. 그렇다고
방관하지는 않고 두 사람 얘기 들어주기만 하면 된다.
아버지-여름 날씨에 두 사람의 숨박꼭질이 한창이다. 두 사람 다 옷이 간편하다 보니 한 사람이
거실에 있으면 다른 한 사람은 늘 방에 있어야 한다. 해결책이야 두말 할 것 없이 날이 쌀쌀해
지면 해결된다.
나- 바로 해결책이 나온다. 8일만 참으면 된다. 올림픽 끝나면 밤에 같이 놀아 줄 수 있다.
이런 해결책을 내 놨는데도 아내가 심드렁하다. 내가 잘못 짚었나 보다 ㅎㅎ
심심해서가 아니라 요즘 기분이 우울해서 날 찾았단다.
인생무상 삶의회의부터 시작해서 옆에 친구들도 다 떠나고 세상에 혼자 남겨진것 같고...등등
가끔 듣는 레퍼토리다. 동해물과로 시작해서 길이 보전하세로 끝나는 것도 아니고 4절까지
이기상과 이맘으로까지 이어진다.
난 아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감 잡았다. 그래도 끝까지 들어주고 한마디 했다.
"너 또 뭔 사고 쳤냐?"
아내가 배시시 웃는다.
"얼마짜리냐?"
예전 같으면 돌려서 말도 하더니 이젠 바로 터트린다.
"동네 아줌마에 꼬임에 휩싸여서 형우 기타 학원에 등록했어 12만원'
"그게 다야?"
"음...저번에 핸드폰 가방에 넣었다가 인터넷 연결 버튼이 잘못 눌려 있었는지 무선데이타 요금이
8만원 넘게 나왔네.."
학원비야 그렇다고 쳐도 생돈 8만원은 가슴이 찢어졌다. 하지만 참고 신속하게 해결책을 내 놓아
야한다. 삶의 경험이다.
난 지갑을 열고 십만원짜리 하나를 아내에게 건네며
"반띵하자... 보태라"
한 달 용돈 얼마 된다고 모으고 모았고 집안에 뒹굴어 다니는 천원짜리 500원짜리 눈치 봐가면서
그러모아서 만든 나에게는 피 같은 비상금이다.
반응은 즉각 온다. 오늘 "띰띰해"란 전화 안 왔다. 이런 혀 짧은소리 안 듣는건만 해도 10만원
어치 값어치 있다.
집에 들어갔더니 아내가 양심은 있는지 내 반바지 하나를 사왔다. 힙합 청바지 그것도 칠부다.....
금천구에서 얼굴 40대에 힙합 칠부 반바지 입고 다니는 놈이.....나다. ㅠㅠ
저 여자 언제 철드나 싶다 ㅎㅎ
-출처-다음아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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