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아케이드 리듬게임의 중심이었던 EZ2DJ의 온라인 버전인 EZ2ON이 10월 19일 서비스가 종료됩니다.
이유는 역시 재정난과 인력난..
슬프게도 전례가 항상 그래왔듯, 리듬게임이란 장르는 지속적인 컨텐츠 추가가 다른 게임에 비해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특히 EZ2DJ/ON의 경우엔 이미 존재하는 노래, 클래식이나 가요-팝 등의 장르는 배제하고, 순수히 유명 게임음악 작곡가들과 일러스터들의 외주 작업으로 만들어진 Trance 위주의 곡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 추가할 컨텐츠의 범위도 극히 제한적이며, 다분히 매니아적 성향이 짙어 대중성을 얻기가 힘들어 진입장벽이 높고, 난이도가 대체로 높은 편의 캐쥬얼타입 게임이기에 비기너와 익스퍼트의 격차가 극명하여 유저간의 커뮤니티나 게임 밸런싱 조정마저 쉽지 않은 어려운 장르입니다.
수익 구조 또한 굉장히 제한적인데, MMORPG/MORPG 같은 장르는 그 어떤 더러운 수를 써서라도 온갖 돈을 긁어모을 충분한 수익 모델들이 차고 넘치지만, 단순히 음악을 감상하고 연주하는 것이 전부인 리듬게임에선 마땅히 수익을 낼 방도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유저들이 그나마 있는 아이템이라도 구매하여 수익을 많이 내주기라도 해야 하는데, 문제는 리듬게임은 유저가 많지 않으며, 캐쉬 아이템의 구매 매력도도 타 장르에 비해 떨어지는 편이라 가뜩이나 없는 유저들이 캐쉬마저 잘 구매해주지 않습니다. 부분유료만이 가능한 모델임에도 부분유료제조차 맞지 않는 기이한 구조이죠.. 이런 이유로 그 어떤 퍼블리셔도 리듬게임은 취급해주지 않았습니다.(넥슨/한게임/피망/넷마블 등) 그래서 EZ2ON도 마이너한 퍼블리셔와 손을 잡을 수 밖에 없었구요.
여튼 이런 이유로 지금껏 많은 리듬게임들은 하나 둘 스러져 갔었습니다. DJmax도 PC 온라인으로 시작했으나 역시나 재정난으로 서비스를 중단, 결국 더 나은 시장으로 진출하여 그나마 성공한 케이스고,(Portable - 콘솔, Trilogy - PC 패키지, Technica - 아케이드)
그 외 상대적으로 인지도 혹은 퀄리티가 떨어지는 마이너 리듬게임들(팝스테이지, 오투잼, 아스트로레인저 그 외 다수)은 이미 있는 노래나, 대중적인 가요 등을 약간의 라이센스비로 가져오는게 고작이고, 대부분은 듣도 보도 못한 B급 노래나 마이너 작곡가들의 노래로 겨우 곡수만 채워놓아 서비스 중단만 가까스로 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스트로 레인저는 상당한 퀄리티였음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중단)
이런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EZ2ON은 무리를 많이 했었습니다. 그래서 사실 '오래 버티지 못하겠구나' 하는 느낌은 들었었죠..
그도 그럴 것이, 이미 그나마 이쪽 장르에선 인지도가 높은 EZ2DJ를 계승하는 게임이었고, 그렇다보니 기존 아케이드에 있는 노래들을 온라인으로 옮기는 데에만 해도 막대한 라이센스 비용이 들었으며.. (그나마도 완전히 업데이트를 다 하지 못하고 중단되었습니다..) 나름 온라인 버전의 개성을 살리고자 EZ2ON만의 오리지널 곡들의 추가도 꽤 있었습니다. 또 기존 EZ2DJ의 아마추어틱한 저퀄리티의 BGA등도 새로 서비스 할 만한 수준으로 다시 제작하여 내놓아야 했고.. 그러다보니 EZ2ON의 몇 안되는 개발자와 허술한 퍼블리셔, 그리고 적은 수익 속에서 - 곡 하나를 내기 위해 각종 컴포저들과 일러스터들에게 외주 작업을 해야 하다 보니.. 버텨줄 힘이 없었을 겁니다.
(리듬게임계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EZ2DJ/ON/DJmax의 작곡가들이나 일러스터들은 국내에서 상당한 실력과 인지도가 있는 굵직한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다들 열악한 게임 기업 구조 속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이지만..)
여튼 지금껏 제 인생과 항상 함께 해왔던 게임, 그리고 그 중에서도 애착이 있었던 장르인 리듬게임, 그 리듬게임 중에서도 가장 좋아했던 것의 서비스 중단 소식을 들으니 새삼 한국의 게임계와 음악계에 아쉬운 회의감이 들어 이런 글을 써보게 되었습니다.
(그나마 EZ2DJ는 오락실에 가면 만날 수 있어ㅠㅠ)
EZ2ON은 초기엔 전례의 다른 리듬게임들보다도 훨씬 뜨거운 관심과 집중을 받았었던 기대작이었으나,
막상 그 말로는 어쩌면 가장 처참할지도 모를만큼 힘없이 사라져간 리듬게임이었기에 더욱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마지막으로 EZ2ON에서 많은 인기를 끌었던 오리지널 명곡 (EZ2DJ엔 없습니다) Black Industry와
아케이드 EZ2DJ의 노래중 '4대천왕' 이라고 불리우는 노래들 중 한 곡인 Prince of Darkness의
M/V를 올리며 이만 씁니다. (정말 괜찮은 노래들입니다. 한번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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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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