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솔직히 의미 없어요
락이고 힙합이고 겁나게 유서깊은 음악이라고들 생각하는진 몰라도
락은 그냥 로큰롤파티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틀어주던걸 로큰롤이라고 부르다 락된거고
힙합은 그냥
거기 할렘가 애들이 돈이없으니까 옷도 큰거 입고 사회에 불만이 많으니 그걸 표출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벽에 낙서(그래피티)를 하게 되고. 강한 비트에 맞춰서 이래저래 욕지꺼리도 하게되고 들썩들썩 자기들만의 브레이킨을 추게 되고
이러다보니 생겨난게 힙합이죠(그래서 힙합은 음악에만 국한된게 아니고 그 당시의 전반적인 문화 자체를 지칭하는 말이에요)
애초에 태생부터 애매한 것이 음악에 있어서 '장르'인데
지금처럼 여러 장르가 서로 크로스오버되고 융합하고 진화해온 상황에서
어떤 뮤지션의 음악을 힙합이니 락이니 단정지을 수 있을까요
애초에 그럼 락은 뭐냐 락의 조건이 뭐냐 힙합은 뭐고 힙합의 조건은 또 뭐냐. 답할 수가 없죠.
그런데 재밌는게 ... 사람들 머릿속엔 이미지라는건 존재해요
락.하면 일단 거친 기타리프에 장발...장발이 아니라도 뭔가 어두침침한 옷들...
거친 목소리 헤드뱅잉.... 다들 이런 이미지가 있고
힙합..하면 뭔가 썬글라스 블링블링 아이템
건들거리며 걷는 패거리들 흑인, 둠둠거리는 비트에 맞춰 랩하는 사람들...
이런 '이미지'가 있죠..
그런데 그 이미지가 곧 그 장르 전체는 될 수가 없어요
한국에 대해 어떤 이미지가 있다고해서 그 이미지가 한국 전체를 설명해 줄 수 없듯이 말이죠.
그리고 바스코가 보여준 공연에서
그가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린 것은
장르적 정통성이 아니라
어떤 장르에 있어서 사람들이 바라는 이미지... 그 이미지를 깨버린 것 뿐이라고 생각해요.
바스코가 배신한건 힙합이 아니라 힙합 리스너들이 갖는 힙합퍼의 이미지인 것이죠.
록음악을 하는 사람이 랩을한다고 그자리에서 바로 힙합뮤지션으로 전향하겠단 이야기도 아니에요
마찬가지로 힙합하는 사람이 묵직한 기타리프 위에서 랩을 했다고 해서 바로 록뮤지션으로 전향하는 것도 아니구요.
다들 특정 장르에 있어서 어떤 이미지를 기대하고 그 이미지를 벗어나버리면 실망을 해버리는...그런 경향이 있는거 같아요.
이제 듣는 사람들도 어떤 장르적 특성에 집착하는..그런 관념을 버려야 할 떄가 온거라고 생각해요
솔직히 록음악이 엄청 인기있는 음악도 아니고...메탈사운드 빨로 뭐 이득을 얻었다고는 생각안되요..
오히려 그렇게 말해버리면 힙합이 락에게 사운드적으로 밀린다는 말이 되버리니 이상하죠.
힙합음악하는 프로그램에서 락음악을 했기 때문에 비판받는것이다..
이래버리면 그럼 힙합은 뭐고 락은 뭐냐. 그 장르에 있어서 조건같은것이 있는 것이냐....이런 문제가 있겠구요.
물론 클래식이란건 존재해요. 록에도 클래식한 것이 있고 힙합에도 마찬가지.
하지만 클래식과 거리가 멀어졌다고 해서 그것을 록이라고 할 수없고 힙합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일까요
메탈밴드 크래쉬의 보컬 안흥찬씨의 그로울링을 지원받았던 스윙스의 교실이데아는 과연 힙합이 아닌 것인지...
힙합랩퍼보다 더 신랄한 가사와 공격적인 플로우를 자랑하는 RATM 의 잭은 락커인지 힙합퍼인지...
과연 쉽게 단정 지을 수 있을까요..
그래서 저는 어떤 음악이 락이냐 힙합이냐 재즈냐 펑키냐 알앤비냐 하는 것은
온전히 그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의 정체성에 따라 갈린다고 생각해요
본인이 본적을 힙합에 두고 다른 장르와 크로스오버를 시도하는 것인지
아니면 락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인지.. 에 대한 아티스트 스스로의 정체성 말이에요.
그래서 바스코가 그렇게 말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하는게 곧 힙합'
이 말의 뜻은
'내가 락사운드를 채용하건, 재즈사운드를 채용하건, 나는 뿌리를 힙합에 두고 있고 그것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라는 뜻으로 들렸어요 저는..
어떤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한번쯤은 해보는 장르적 고찰
그리고 그 고찰에 대한 나름의 해답으로 저는 들렸어요...
니들이 뭔데 힙합아니라고 하는데 웃기다 난 힙합이다...류의 억지부리기가 아니라요..
음악은 음'학'이 아니죠.
제가 장르의 무의미함을 그 장르의 탄생배경을 통해 설명을 드리긴 했지만
이제 잔잔한 록도 나오고 거친 알앤비도 나오는 마당에 이제 더 이상 어떤 음악을 장르의 테두리 안에 가두는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이번 쇼미더머니에서 중요한건
바스코가 락을했냐 힙합을 했냐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바스코가 보여주고 싶었던 힙합 VS 바비가 보여주고 싶었던 힙합
이 서로 격돌했고
관객은 전자에 표를 더 던져준것.
거기서 끝이라고 생각해요
예전의 바스코를 생각한 팬들은 생각하던 이미지와 다른 음악이 나와서 실망했을 수도 있고
바비가 굉장히 선방했는데 안알아봐준 관객이 야속할 수는 있겠지만.
그게 그 아티스트의 장르정체성 까지 왈가왈부 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쩄거나 바비나 바스코나 최선을 다했고
저는 둘 다 굉장히 재밌게 즐겼고. 또 아이돌이 이렇게 곱지않은 거칠은 음악을 해줄 수 있구나
14년동안 힙합이라는 음악 하나에 바친 사람이 이런 파격 행보를 거칠 수도 있구나...
이런것들을 느꼈던거 같아서 오히려 전 더 재밌었던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