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주에 주문해서 일주일 넘게 기다리던 괴물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
생각보다 포장에서는 화려함을 찾기 어렵네요. 거무튀튀한 색이 타이탄님의 무자비한 성능을 대변해주는 것 같기도 하군요.
뒷면입니다. 자세히 보니 12G-P4-2990-KR이라고 적혀있네요. 아마 칩셋 이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인터넷에서 뒤져보니 2992도 있고 3990도 있네요.
이 제품은 2990인 것을 보니 아마 오버클럭이 안 되어 있다든가, 클락이 좀 딸린다든가 그런 차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내용물입니다. 한 가지를 제외하면 평범한 구성입니다. 이상하게도 포스터 같은 것이 하나 있었는데 아무도 방에 걸어놓고 싶지 않은 퀄리티였습니다.
회사라서 눈치가 보여서 포스터를 들고 사진을 찍지는 못 했습니다.
인물 포스터도 아니었고 그냥 "타이탄과 함께 하늘 끝까지 달리자" 이런 의미의 문구가 적힌 괴상한 그림이었습니다.
새가 알을 깨고 나오듯이, 괴물님께서 정전기 방지 포장을 뚫고 빛을 보시는군요. 태어나서 이런 무시무시한 그래픽 카드는 처음 봅니다.
옆의 마우스는 크기 비교를 위해서 갖다 놨습니다.
그래픽카드 한 가운데 위치한 어마어마한 팬이 인상적이네요.
기존에 원래 달려있던 AMD FirePro V5900과의 비교샷입니다.
사실 파이어프로는 저렇게 길지는 않은데, 제가 쓰는 컴이 HP 워크스테이션이라 저런 커스텀 그래픽카드가 장착된 것 같더군요.
저 길다란 부착물은 그래픽카드가 케이스 안에 안정적으로 위치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타이탄은 새로 주문한 것이니 저런 부착물이 붙어 있지 않습니다.
타이탄님과 파이어프로놈의 나란한 샷입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파이어프로에 달린 부착물이 케이스 우측의 슬롯같은 곳에 끼워지도록 되어 있습니다.
타이탄님은 끼우기만 해도 무게감이 남다르셔서 굳이 저런 부착물은 필요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타이탄이 흔들리느니 케이스가 차라리 흔들릴 것 같습니다.
장착한 타이탄님을 이용해서 위쳐3이라도 돌려봤으면 참 좋겠지만, 사실 타이탄을 구매한 이유는 병렬 컴퓨팅을 하기 위해서인지라....
구매 주체도 제가 아닌 회사입니다. 그래서 업무 시간에는 조용히 조립만 했습니다.
모두가 퇴근한 후에는 한 번 돌려볼 법도 하지만, 사실 남들 퇴근하는 모습을 보면 저도 퇴근하고 싶어지더군요.
관심 있으신 분들을 위해서 첨언하자면, CUDA 6.0과 WinPython 64비트, Visual C++ 2008을 이용해서 병렬처리 테스팅을 해봤습니다.
지수 연산(exp())을 2억번 정도 무자비하게 돌리는 단순무식한 테스팅인데,
순전히 cpu(Xeon E5-2630 V2)로만 돌릴 때와 비교해서 타이탄님으로 돌릴 때가 무려 40배가 넘게 빨랐습니다.
이론적으로 이틀 걸려서 돌아갈 연산이 한 시간으로 줄어드는 셈입니다.
전에 학교 서버에 달린 Tesla M2090는 같은 테스팅을 했을 때 cpu(Xeon X5650)보다 10배 정도만 빨랐는데, 타이탄님의 성능에 감탄할 뿐입니다.
실제 실험을 돌릴 때 더 큰 차원의 행렬을 이용한 연산 시에는 효율이 더 증가하리라 봅니다.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이런 걸 제 돈으로 구입해서 원하는 게임을 마음대로 즐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소망하면서 타이탄님의 개봉기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