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몇 마디 끄적여보려고 합니다. 일단, 확률 공개에 찬성하고 패키지는 복돌탓이 아니다란 생각을 가지고 있음을 밝힙니다.
1. 개인적인 생각으론 패키지가 사양길에 접어든 건 게임 개발사의 거품과 때맞춰 터진 온라인의 득세라고 생각합니다. 당시 국내 게임 개발사로 양대라면 소맥과 손노리가 있었을텐데... 지금 서른 넷인 제가 재수할 2000년 무렵..창세기전 파트 1인가 2인가가 나왔었으니 아마 패키지 시장의 끝물이었을 겁니다. 그때는 이미 디아블로가 세상에 나왔고 리니지가 존재하던 시기입니다. 물론 스타크래프트의 열풍이 시작되던 시기이구요. 한마디로 게임 시장이 패키지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당시 패키지 시장의 양대라 불리던 소맥과 손노리는 그 변화에 편승하지 못합니다. 대표적으로 4leap을 접을 걸 보면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요? 세계적으로 mmorpg가 각광을 받게 되고 디아블로2가 액션rpg의 정석처럼 불리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니 거기에 어느정도 대비하고 대책을 강구해야하는데 패키지 시장을 이끈다는 두 회사가 보여준 행로는 초라하기 그지없었죠. 마그나카르타 사태를 생각해보십시오...그냥 내주면 사줄 것이다라는 안일한 생각의 결정체였죠.. (당시 창세기전 파트2는 원래 창세기전4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나올 예정이었지만 마그나카르타 런칭을 위해 파트2라는 이름으로 빠르게 시장에 나왔고 그 후광을 업고 팔아보기 위해 만들던 마그나카르타를 거의 만들다만 수준으로 시장에 내놓았죠. 그리고 철저히 외면당했죠.)
그러면 왜 외국에서는 온라인의 열풍에도 패키지 개발이 가능했느냐... 지금 외국에 나가계신 분 혹시 계신가요? 여행이 아닌 주거나 취업의 목적으로 외국에 나가보신 분 혹시 계신가요? 제 후배가 지금 캐나다에서 사는데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면 인터넷속도가 아주 저질이라고 합니다. 이런 외국의 특성상 그들은 콘솔이나 패키지 게임을 즐기는 문화가 지속될 수 있었고 또한 게임 개발의 역사 역시 우리보단 훨씬 길었고 규모도 컷기에 패키지 개발이 천대 받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린 다르죠. 우리에게 온라인 게임은 패키지가 발전한 형태가 아니라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진 형태의 게임이었습니다. 간단히 예를 들면 우리나라 게임은 네안데르탈인에서 호모 사피엔스로 바뀌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호모 사피엔스는 현생인류입니다. 네안데르탈인은 멸종했구요. 서로 다른 인종입니다. 진화한게 아니죠.) 이런 상황을 보면 단순히 복돌 때문에 국내 패키지 시장이 망했다라고 보기엔 조금 어렵단 생각이 듭니다.
2. 확률 공개는 아래 현업 개발자분이 쓰신대로 개발자들 사이에선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 그냥 "공개하면 공개하지 뭐"하는 상황입니다. 확률 공개를 꺼리는 것은 투자회사와 퍼블리셔들입니다. 개발자와 이들을 혼동하시며 같이 싸잡아 욕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이는 다릅니다. 같은 개발자니까 물론 개발자 쉴드 치는 거 아니냐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저도 올해 5년차 프로그래머입니다.)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투자회사나 퍼블리셔들은 연예계로 따지면 대형 기획사들입니다. 개발자들은 소속 연예인들이구요. 게임의 만듦새가 모자라 버그가 많고 허술한 건 마치 연기자가 발연기를 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건 당연히 욕을 먹어야하는 거지요. 하지만 수익구조의 대부분은 투자회사와 퍼블리셔가 쥐고 있습니다. 소속 가수에게 요즘 잘나가는 작곡가의 곡이라며 후크송을 부르게 하는 건 가수가 아닌 기획사의 의지인 겁니다. 그러니 돈줄을 쥔 그들은 확률 공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고 실제 개발자들은 그냥 무덤덤하거나 올게 왔구나하는 생각인겁니다.
어차피 그들 밑에서 그런 수익구조를 구현하고 만든 건 개발자들 아니냐고 하시면...전 이렇게 말하고 싶네요. 그럼 그런 수익구조는 옳지 않다고 말하고 회사에서 짤려서 당장 내야할 방세를 걱정하며 살면 당신께선 제게 월급을 주실 건가요? 저희에게도 일입니다. 위에서 시키면 해야하고 최대한 반대도 거부도 해보지만 그런 저항들이 계속 묵살되고 그런 저항하는 사람들이 밀려나는 것을 보면 수그러들기 마련입니다. 예쩐에 20대 개X끼론이 있었습니다. 나라가 이모양인데 20대들은 거리로 나오지도 않고 그저 자신들 스펙 쌓으려 공부만 하고 있다고... 그게 맞는 말이었나요? 그렇게 지낼 수 밖에 없는 20대에 대한 동정이 지금 사회의 정서입니다. 제가 짧지만 5년동안 이 업계에서 일하면서 만난 개발자들은 "어떻게 하면 유저에게서 돈을 더 뜯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보단 "지금 만들고 있는 게임이 재미있을까", "기왕이면 엄청난 게임을 만들어 유명개발자가 되고 싶다"라는 꿈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꿈을 가지고 낸 기획서들은 위의 사장이나 다른 퍼블리셔들에게서 바뀌고 고쳐져서 처음의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내려오는 경우가 허다했구요. 개발자 쉴드라구요? 그럼 쉴드 치겠습니다. 단언컨데 확률공개되면 우린 다 망한다라고 호들갑떠는 개발자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요약 1. 패키지 게임의 몰락은 복돌탓보단 당시 온라인으로 변화되는 게임 시장에 대한 패키지 게임 개발사들의 안일함이 더 컸다. 2. 확률 공개에 정작 개발자들은 별 신경 안 쓴다. 그거에 게거품 무는 건 수익구조를 쥐고 흔드는 투자회사와 퍼블리셔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