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에 올라온 패키지시장 몰락에 대한 글 잘봤습니다.
저도 그 시절을 살아온 게임유저로서 그 글에 약간 생각이 다른 의견도 있지만 대다수는 동의합니다.
헌데 리플에서는 여전히 같은 소리를 하시는 분들이 계시네요.
그분들이 하시는 말을 요약하면 두가지인듯 하더군요.
1. 온라인으로 간 이유 자체가 복돌이들때문이다.
2. 게임성때문에 망한거면 왜 한국게임만이 아니라 한국 패키지 시장 자체가 망했냐?
제 생각에는 아래글에서 이 두가지 다 설명이 된것같은데 계속 똑같은 소릴 하시니
좀더 자세하게 이 부분에 대해서 말하는게 좋을것같더군요.
우선 온라인으로 간 이유가 복돌이 때문이다.
일단 이건 어느정도는 사실이라고 할수 있죠. 근데 결정적이라고 보진 않습니다.
왜냐하면 한번 생각해보세요. 건너간 이유가 복돌이 때문이라고 말은 역으로 생각하면 복돌이가 없었으면 건너가지 않았을거란 말이잖아요?
복돌이가 없었어도 건너갔을거라면 건너간 이유가 복돌이들 때문이라고 하기는 힘들죠.
그럼 온라인으로 넘어가던 99-01년 시절의 상황을 한번 봅시다.
99년부터 패키지 시장은 스타크래프트가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당시 막 태동하던 PC방 문화와 결합해 흥행을 폭발시키고 있었습니다.
또한 온라인 게임도 이시기에 자리잡기 시작할 때였죠.
이 해에 리니지가 기록한 매출액이 66억원입니다. 이 액수가 어느정도냐 하면 당시 국내 패키지시장 유통업체 매출액 순위중 3위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게임이 아닙니다. 업체 매출액 이에요.
당시 1위는 누구나 짐작하실 스타를 유통한 한빛소프트로 약150억인데, 이거 대부분이 스타와 브루드워로 인한 매출액이었죠.
2위는 EA코리아로 대략 120억정도인데 이 해에 EA가 내논 게임의 숫자가 33편입니다.
그러니까 99년 당시 리니지는 혼자서 패키지시장 탑급의 매출액을 보이고 있었단 얘깁니다.
다시 한해가 지난 2000년, 이 해에는 스타의 인기를 유지하면서 디아2까지 발매되어 블리자드 신드롬을 이어가고 있었죠.
이 해의 한빛소프트의 매출액은 430억 정도였습니다. 그럼 이때 리니지의 매출액은 얼마였을까요?
혼자서 559억 찍었습니다.
그럼 여기서 한번 생각을 해 봅시다. 오늘 하루종일 올라왔던 개발자들의 글을 보면 자기들도 하고싶어서 하는게 아니다,
투자자들과 경영진들이 돈벌려고 시키는 일이다라고 그랬었죠?
원래 투자자들이건 경영진들이건 돈벌려고 이 일을 하는거지 좋은게임, 만들고싶은 게임 만들려고 하는 투자자,경영진은 거의 없어요.
그런 투자자들과 경영진들의 입장에서 한번 님들이 생각할때,
그들이 저 매출액 추이를 보고 과연 패키지를 만들라고 시킬까요, 아니면 온라인게임 만들라고 시킬까요?
이미 게임시장의 태동기 시절부터 히트작 하나 나오면 그거 주구장창 배끼던 한국게임계였습니다.
90년대 중반에 C&C가 터지니까 죄다 RTS에 C&C 짝퉁 내놓던거 기억하세요? 어스토니시아 한번 히트치니까 RPG 주구장창 만들던거 기억하세요?
90년대 후반에서 00년대초까지 한국 패키지게임은 RPG랑 RTS가 8~90%를 차지했었습니다.
원래 한국시장은 히트작 하나를 배끼는데 여념이 없는 시장이에요. 패키지시장부터 그랬었는데 그게 온라인시장엔 적용 안될리가 없잖아요.
심지어 신드롬을 일으키던 스타와 디아2 둘의 매출액을 합쳐도 리니지 하나에도 못미칩니다. 복돌이가 없었으면 한국에서 패키지 게임이
기본적으로 스타 디아2급으로 팔렸을까요? 저정도 판매량이면 그 복돌이 없다는 일본에서도 역대급 판매량에 들어가는데요?
게다가 스타 디아급으로 팔아치워봐야 리니지에 한참이나 딸리는데 돈을 버는게 목적인 사람들이 어느쪽을 선택할지는 자명하지 않나요?
하물며 00년이면 리니지 혼자만 성공한게 아니라 다른 온라인 게임들도 대히트를 치던 시절입니다. 패키지 시장에서 역대급 히트를 쳐봐야
온라인에선 평작정도로도 벌수 있는 금액이라면 어느쪽을 선택하겠습니까?
그리고 많이들 착각을 하시는데, 패키지시절 한국의 게이머 숫자 그리 안많았어요. 지금 게임이 이렇게 퍼진건 순전히 스타+디아+온라인+pc방 붐때문이지 패키지 시절엔 복돌이를 포함 시켜도 애초에 숫자 자체가 적었습니다. 복돌이가 없었다고 전세가 확 바뀌거나 그럴수가 없어요. 복돌이고 나발이고 패키지 하는 사람 자체가 별로 없는데요.
여기에 더해서, 02년부터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패키지시장이 전부 몰락하기 시작합니다. 미국이고 일본이고 할거없이 전부요.
이게 불법복제와 와레즈 때문이라면 초고속 통신망 보급율에 따라 국가별로 차등을 보여야 할텐데 전부 다 동시기에 박살이 납니다.
원인으로는 대체적으로 복사보다는 PS2와 엑스박스같은 차세대 게임기의 등장을 꼽더군요. 사실 이미 99년쯤부터 PC게임은 차세대기 나오면 축소세로 들어갈거라고 분석하는 글들이 보입니다. 단지 그렇게 빨리 몰락할줄 몰랐었던거죠.
뭐 어쨌든 이로 인해 미국 게임으로 시장을 꾸려가던 한국 패키지시장(당시 한국시장의 6~70%는 미국게임이 차지했습니다. 한국게임은 20%정도고요.)은 이 대폭락에 직격탄을 맞고 시장 자체가 붕괴되죠. 복돌이고 자시고 낼 게임 자체가 없는데 시장을 어떻게 유지하나요? 미국애들 다 게임기로 넘어갔는데.
쓸데없이 글이 길어진것 같은데 결국 결론은 이겁니다.
1. 온라인으로 간 이유 자체가 복돌이들때문이다?
→복돌과 상관없이 그냥 온라인의 수익성이 월등히 높아서 그쪽으로 간거다.
2. 게임성때문에 망한거면 왜 한국게임만이 아니라 한국 패키지 시장 자체가 망했냐?
→콘솔땜에 전세계 트랜드가 변해서 게임이 안나온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