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기수 유중보와 바둑을 겨룰 사람이 있으면 검은 바둑돌을 주어 선수를 쓰게 하고, 이기면 은 300냥을 내겠다.'
그러자 신청자가 찾아왔고, 그중 제일가는 바둑 고수가 마지막으로 유중보와 맞붙게 됩니다. 50수를 쓰니 유중보게 죽게 생겼습니다.
그 후로 20수를 더 두다가 형세가 진전되지 못하자 유중보는 바둑판의 바둑돌을 손으로 쓸어 모았습니다.
구경꾼들은 당연히 유중보를 삿대질하며 욕했구요. 유중보는 주위 사람들에게 허리를 굽히며 말합니다.
"여러분, 소인은 강남에 기거하며 어려서부터 바둑놀이를 즐겨 온 사람입니다. 우리 고장 사람들은 제가 이미 국수의 수준은 된다고 제게 국수가 되라고
권했습니다. 소인은 이곳 고수들이 바둑 두는 것을 구경했기에 그들의 바둑 수준을 이미 알아보았습니다."
그런 다음 유중보는 바둑판을 원래 모양대로 다시 놓는데 하나도 어긋난 것이 없었습니다.
"여러분이 보면 검은 바둑돌이 꼭 이길 것 같지요? 그렇지 않습니다. 흰 바둑돌 하나만 중요한 위치에 놓으면 단번에 역전이 되어 흰 바둑돌이 도리어
이기게 됩니다."
그러고선 스무 수를 더 두니 과연 유중보가 역전하여 이기게 됩니다. 마을 사람들은 탄복하여 그에게 후한 돈을 주고는 항주에서 10일을더 묵게 했습니다.
그 후로 유중보는 20년동안 송나라 바둑세계를 좌우했다고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