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의 기준, 다시 찾은 헤어스토리에서
몇 주 전 처음으로 술자리를 가진 분과 대화를 하다 비판적인 시각으로 현시대의 어두운 면들에 관해 얘기를 했는데 그분은 저를 염세주의자 같다고 하더군요.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것인데 정반대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눈은 항상 아름다운 것 예쁜 것만을 보려 한다.
극과 극이 통한다는 것을 깨닫고 나니, 왜 눈이 두 개인지도 알 것 같다.
-지구에 온 지 31년 두눈 생각-
지난 월요일에 미용실 원장인 친구와 벼르고 있던 흰 술도 할 겸 가을맞이 머리를 자르러 묶고다녔던 머리를 풀어헤치고 헤어스토리에 갔습니다. (이 친구는 온라인상에서 알게 되었고 제 작업을 보고 손톱을 모은다 했는데 1년 전 머리를 하면서 대화를 하니 저와 같은 결을 지닌 친구였습니다. 함께 일하는 분에게도 참여를 권해 2년간 모아둔 손톱을 작년에 기부해 주었지요. 다시 찾고 싶은 헤어스토리 ☜) 미리 언제 가면 될지 물으니 학원가는 날만 빼고 8시쯤 오면 된다 해서 갔는데 기다리는 손님도 한 분 있었고 함께 일하는 분도 펌을 하기로 한 날 이였습니다. 집에서 한 시간 반 정도 걸려 간 곳이라 기다렸습니다.
머리만 자르려 했는데 친구가 염색을 해주겠다 했습니다. 넘 늦은 시간이라 사양했지만 친구는 괜찮다며 추천해 준 색으로 염색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1년 전에 주었던 두눈 프로젝트 알림장이 거울과 선반에 끼워져 벽에 삐딱하게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반갑고 더욱 고마웠습니다. 반가움을 표현하니 여전히 함께 모으고 있다 했습니다.
동내 손님 그리고 함께 일하시는 분과 술자리를 같이하기로 하고 손님은 원장님을 거들어주어 펌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고 한 분은 펌약을, 저는 염색약을 바른 체 11시쯤 술자리가 시작되었고 흰 술을 먹다 머리를 완성하고 본격적으로 술잔을 부딪치며 대화를 이어 갔습니다. 다들 할 얘기들이 참 많았습니다. 원장인 친구가 학원에 다닌다 했는데 기타를 배우기 위함 이였습니다. 유럽(프랑스)의 중산층 기준에 악기 하나쯤은 다룰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떠올라 말해 주었습니다. 우리나라는 물질적인 것으로 기준 삶는데 다른 나라는 그렇지 않더군요. 악기를 다룰 수 있다는 것은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줄 수 있겠지요. (조선시대의 중산층 기준에는 서적, 거문고가 포함되어 있고 특히 “의리를 지키고 도의를 어기지 않으며 나라의 어려운 일에 바른말을 하고 사는 것” 이라고 합니다. 다시 이런 기준이 회복되고 예술품도 포함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는 좋아하는 색 말고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색이 무엇인지를 물어보았고 함께 일하는 헤어디자이너 김현지님은 이런 질문을 처음 받아 본다며 흥겹게 얘기해 주었습니다. 모두다 색깔 다른 잔으로 술을 먹은 거와 같이 모두 각자의 색깔이 달랐습니다. 왜 그 색인지를 얘기하면서 서로에 대해 좀 더 알아갈 수 있었습니다. 넘 늦은 시간이라 한 분 한 분 집으로 돌아가고 원장인 친구는 모아둔 손톱을 봉투에 담아 주었습니다.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면 피곤함도 잊게 합니다. (술기운일 수도 있지만^^) 새 아침이 밝은 후에야 해어졌네요. 중곡 헤어스토리에서 10시간을 머물었는데 그때 기록한 것으로 영상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각자의 빛깔로 살아가며 삶을 나눌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세상을 다 함께 누릴 수 있는 세상을 소망 봅니다.
추석연휴 잘 보내시고요^^
재미 이상의 그 무엇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