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세 젊은 혈기(?)만 믿고 아이디어 제안서 들고 skt본사에 찾아갔습니다.
1주일째 연락이 없길래, 오늘 연락을 해보니 검토 중 이라는군요..
아이디어 채택 되면 skt 패용증 달고 같이 그 아이디어를 추진해 보고싶다고 했는데..
드라마 같은 일이 일어날까요?, 아니면 현실은 그저 시궁창 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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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시 기대반 체념반 무거운 마음을 이끌고 을지로 입구역에 도착했다.
하필이면, 집에 있던 프린터가 고장나는 바람에 제안서를 인쇄 하지못한 상황!!
주위를 둘러보다 본사 건물이 바로 앞에 있단걸 깨닫고는 맨손으로 찾아갈수 없어 근처 PC방을 찾았다.
제길슨 컬러 인쇄도 안되는기 3800원이나 달라고 한다. 뭐라 따지고 싶었지만 뭐 알바가 무슨 잘못이랴 싶어 그냥 내고 왔다. (사실 인쇄비는 알바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이 PC방 업계의 관례인걸 알았지만 본인의 알바시절의 안타까움이 떠올랐던 것이다.)
나름 이쁘게 정리 하고 도표나 통계 자료등을 분석하기도하고 마지막에는 본 제안의 권한소유자를 명확히 적어놓은 제안서였는데 흑백에다 급하게 인쇄를 했더니 좀 맘에 안들었다.
아무튼 인쇄문을 들고 스탬플러로 정리하고 근처 팬시점에 들러 문서 봉투하나를 샀다.
팬시점에는 왠 일본어로 가와이가와이 데스네~ 라고 떠드는 남장여자사람이 보였다.
회색빛의 점원사를 뒤로한채 다시 거리로 나왔다.
이제 본사 앞이다.
옷 정리도 하고 머리도 대충 만져놓고.. 아 왁스라도 바르고 올 껄그랬나...
본사 앞에서 이런저런생각을 하는 동안 날 지나치는 엘리트들이 보였다.
아악 그렇다 엘리트들이다 대한민국 직장인 1%만이 자유로히 드나들수 있다는 본사앞의 엘리트들.. 스타X스 커피한잔과 근처레스토랑에서 식사를 즐기는 그들..,주황색으로 멋을낸 패용증의 스트립줄이 그들만의 멋을 알려주는 듯 했다.
회전문으로된 큰 정문에 다가가자 천천히 돌기 시작한다.
내 코에는 이전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공기가 들어차기 시작했다.
아...이것은 알프스산맥의 외딴 마을에서나 맡을수 있는 최고급 공기가 아닌가.
물론 알프스니 그런곳에 가본적도 그런 향기도 맡아본적도 없었지만 뭔가 거대한 기운이 느껴졌다.
정말 공기도 수입하는 줄 알았다.
이곳은 1층... 용기를내어 둘러보다 관계자가 들어오는 입구는 지하에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경비 아져씨 같은 사람은 없었지만 여고앞의 바바리맨이 된 기분이 들어 얼른 밖으로 나갔다.
초대 받지 않은 여고 앞의 바바리맨..
비참했다. 다시 용기를 불어넣어 준 것은 PC방에서 쓴 3800원.. 지갑 속 현금의 부재였다.
마치 바퀴벌레가 세스코아져씨를 아련한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지하 입구를 통해 다시 도전하기로 하였다.
안내 데스크가 보인다. 그리고 입구 앞에는 말끔히 차려입은 왠 남자가 보인다.
안내데스크 안내...여자사람이다. 이쁘다 .. 어떻게 오셨냐는 질문에 이쁘시네요 라고 대답할 뻔 했다.
애초의 계획으론 사장님이 지나갈때까지 기다리다 사좡사마~ 하고 쫓아가 "꼭보셔야 할 것 이있습니다!!" 라고 하는 것이었지만 그게 그리 말처럼 쉬운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끌려 나가긴 싫었다. ㅡ,.ㅡㅋ
아무튼 떠듬떠듬 망설이다가 아이디어가있어 관련 부서에 제안하러 왔노라!! 라고 대답했다.
안내원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옆에 전화기 있죠 관련부서에 연락한번해보세요" 라고 한다.
있어 보이려 꺼낸 관련부서란말이 날 더 초라하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어찌저찌 하여 대강 통화를 했는데 통화상대방은 잠시만 기다리라고 팀장님이 금방 연락할거라고 했다. 가진자와 가지지못한자의 여유의 차이라고 할까? 자세한 통화속 대화에 대한 기억이 없다 ㅡ,.ㅡ;;(반쯤은 패닉에 빠져든 상태였다.) 연락처를 어떻게 해서 알려주고는 휴대폰을 꼭 끌어안고 로비에서 연락을 디가리는 일이 당시 내가 할수있는 전부였다.
로비에서 지켜보니 말쑥하게 차려입고있는 남자가 다시 눈에 들어왔다. 저 사람은 뭐하는 거지, 경비같긴하지만 특별히 하는일 없이 멀뚱멀뚱 서있기만한 것이 아닌가? 몇번 눈이 마주쳤다. 눈빛에서 고독이 느껴졌다. 마치 벌받고있는 아이처럼..뭐지 오줌쌌나?,
별 생산성없는 생각을 하는 중에 전화가 울렸다.
예 여보세요?
- 에스케이텔레콤 XXX라고 합니다.
아 예 안녕하세요?
- 혹시 아이디어 제안하러 오셨다던분 ?
아 예 맞습니다.(두근 두근)
- 지금 어디에 계시죠?
아..저. 그러니까 본사에..아 로비에 있어요.(아악 나지금 말 더듬고 있어..ㅠ,.ㅠ)
- 거기에 계시지 마시고요 아.. 옆에 안내원 있죠 잠시만 바꿔 주시겠습니까
아.. 예.
전화기를 건네 받은 이쁜안내원여자사람님폐하 만만세께서 TV에서나 봐오던 "접견실"로 날 안내했다.
모든 것이 신기했다. 뭔가 내가 있어서는 안될 곳에 온듯했다. 뭐랄까 잘못알고 여자화장실에 들어간 느낌이랄까?
아무튼 기다리는 동안 준비해 두었던 제안서를 꺼내 대충 훝어보았다.
역시 인쇄도 엉망이고, 인쇄용지도 살짝 둥굴게 말려 올라가 싼티가 나보였다.
아무튼 A4용지 광고하려는 게 아니니 본론으로 돌아가서,
결국, 담당자를 만나게 되었는데 전략팀이나 기획팀장이 아니라 고객커뮤니케이션 팀장이었다.
솔직히 조금 실망했지만, 내가 할말은 다하고 말리라는 열의를 담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시작했다.
뭐, 당연한 것이였지만 제안서 전담부서에 넘겨 검토토록하겠다는 말을 들었다.
명함을 받고 연락을 주겠다는 약속도 받았고, 면담은 그냥 생각보다 시시하게 끝났다.
본사 건물을 나가면서, 다시한번 지하 정문앞의 젊은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 남자는 뭐 하는 사람이었을까?
고민게시판에 탐방기 부분없이 올렸었다가, 덧붙여지면서 성격이 바뀌어 유머게시판으로 다시 올려봅니다.
베오베 가면 후기 올리겠습니다. ㅋ
신이 시기를 늦추는것일뿐.. 그것이 신의 거절을 뜻하진않는다.
아타락쿠스 : 새가 비상하기 위해 몸을 움추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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