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얼마나 지독하게 (이슬람 문화권을 수탈)했나 하면, 이번에 일어난 말리 테러를 예로 들어 생각해 보도록 하죠. 보통 사람들이 질문을 안 던지는데요, 말리 공용어가 프랑스어입니다. 인구의 90%는 이슬람입니다. 1960년 독립해서 독립한 지 두 세대, 세 세대가 지났는데 아직도 프랑스어가 공용어라는 사실은, 프랑스가 얼마나 지독하게 민족과 언어 말살 정책을 폈는지 상징하는 거죠.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독립해서 한참이 됐는데 아직도 공용어가 일본어라고 생각해보십시오. 똑같은 논리를 다른 민족에게 적용할 생각을 보통 안 하잖아요.
그처럼 잃어버린 민족 자긍심과 정체성과 언어를 되찾고자 하는 세력이 있겠죠. 그 사람들이 그런 투쟁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이겠죠. 계속 프랑스 군대가 주둔해서 그런 노력을 압박하니까 결국 급진화하고, 그런 세력이 테러 조직으로 돌변하게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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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눈으로 중동을 이해하자
독서통 : 여태 우리가 큰 줄기만 잡고 쫓아왔는데도 숨이 벅찹니다. 책에 나온 이슬람과 기독교의 관계를 참 인상 깊게 읽어서 그것도 여쭤보면 좋을 텐데 시간이 없어 건너뛰기로 하고요, 왜 중동에서 <대장금> 열풍이 불까요?
이희수 : 이란에서 시청률이 80%를 넘었죠. "도대체 <대장금>이 뭐기에 그렇게 좋아하느냐"고 물어보면 이 사람들은 영어로 이렇게 대답해요.
"디스 이스 마이 스토리(This is my story)!"
독서통 : 문화가 완전히 다르잖아요.
이희수 : 이란이 시아파 국가여서 이슬람 문화 내에서도 오랫동안 박해당하고 차별당했죠. 지금도 미국의 경제 제재 속에 있죠. 그런데 <대장금>과 같은 우리 사극은 스토리가 분명하죠. 권선징악입니다. 주인공이 고생하다가 결국 승리하잖아요. 이게 자기 민족의 스토리와 운명적으로 닮은 겁니다. 지금은 고통스럽지만, 이 고통을 이기면 틀림없이 밝은 날이 올 것이다.
두 번째로 우리 사극은 섹스신, 키스신 없이 미풍양속을 지키죠. 그리고 목숨을 걸고 오아시스를 찾아다니던 데 익숙한 사람들이 한국 사계절의 아름다움이나 풍족한 자연환경에 매료되죠. 그들에게는 말 그대로 '유토피아'인 겁니다.
만약 <대장금>이 서구 드라마였다면 그 자체가 아름다워도 트라우마 때문에 받아들일 국민 정서가 안 되었을 겁니다. 그런데 한국은 이란과 역사적으로 아무런 응어리가 없거든요. 과거에는 못 살아서 한국 사람이 중동에 돈 벌러 갔지만, 지금은 훨씬 앞섰잖아요. 한국이 그들에게는 따라가고 싶은 롤 모델이 되는 겁니다. 한국 대중문화에 적개심이 없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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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 인해 사우디에 미국 군사 기지가 가동됩니다. 오사마 빈 라덴과 알카에다가 발칵 뒤집히죠. 그 사람 표현에 의하면 "미군이 성지를 지키는 건 아랍 전통과 이슬람 가치에 대한 모멸이고 모욕"이라는 거죠. 알카에다는 소련을 막아낸 자신들이 있으니 미국 요청을 물리치라고 사우디 왕정에 요청합니다. 그러나 사우디 왕정이 거절하죠. 그러자 알카에다가 리야드의 미 해군 구축함을 폭파하고, 그때부터 미국과 원수 관계가 되죠.
알카에다는 미국의 그린베레에게 교육받은 특공대입니다. 그냥 테러리스트 조직이 아니었죠.
독서통 : 사우디 왕정과 알카에다가 걸프전으로 인해 갈라지게 된 거군요.
이희수 : 그렇죠. 그렇다고 사우디 왕정이 알카에다를 잡아서 처형할 수는 없습니다. 원래 같은 통속이었고, 왕정의 모든 비밀을 다 알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오사마 빈 라덴 국적 박탈만 하고 추방합니다.
오사마 빈 라덴이 수단에 쫓겨 있다가 이때부터 미국에 대한 본격적 공격을 시작하죠. 우간다, 탄자니아의 미국 대사관을 폭파하고, 예멘 앞바다의 구축함을 폭파하고, 결국 9.11 테러까지 이어집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1998년까지 미국 국무부 테러리스트 명단에 알카에다는 없었어요. 자기들이 지원해준 조직이니까요. 참 재미있습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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