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동생이 소개시켜줘서 만나서 2년 가량을 만나고 헤어졌던 사람이 있어요,
남자들끼리 친구고 그 동생과 저도 친해서 커플 데이트도 자주하고 돈독하게 지내다가, 우린 헤어졌지만 그 동생 커플은 결혼을 했죠,
어제 그 동생과 오랜만에 만나서 밥을 먹으며 근황 얘기를 하는데 약간 주저하더니
" 언니.. **오빠 3월 19일에 결혼해요.." 라네요,
작년 봄 쯤 여자친구가 생겼더라는 소식을 들었고, 나이도 서른셋이니 그래 갈때가 되었긴 하네 했다만
1년도 채 되지않아 결혼이라니 어지간히도 좋았나보다? 라고 하니
사고쳐서 애기가 16주라던가..? 벌써 성별이 나왔다고 하더라구요...아들이라고... 허허;
나 만날때도 피임하는걸 그렇게 싫어해서 기어코 내가 약을 먹게 만들더니만....
그사람과 사귀면서 나름의 최선을 다했지만 차였고,
알량하다 하더라도 자존심 정도는 지킨채 우아하게 끝맺음 하고 싶었기에
문자로 이별을 통보한 그를 불러내어 언성 한 번 높히지 않고 잘가라 다독이며 보낸 저였어요.
헤어진 이후에 실수로라도 문자 한통 전화 한번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결혼 소식을 들으니 기분이 묘하네요,
사귈때 그 사람집은 그래도 장가갈때 지방 중소도시에 집 한채 정도 해주실 능력은 있는집 이였고,
우리집은 각자도생이라 집에 손벌릴 여력이 안되는, 뭐.. 소위 서민과 중산층 쯤의 경제적 차이가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동갑이지만 잡초같은 나와 화초같던 그는 가치관이 좀 달랐죠,
한참 좋을땐 뭐 결혼하면 나중에 기저귀가방을 루이비통으로 들게 해주겠다며 큰소리 치더니,
헤어질땐 우리가 결혼할때 본인 집에서 집 사주실텐데 그 집 채울 여력은 되겠느냐고,
집에서 아버지가 고졸 며느리를 탐탁찮아하신다고, 우리집 형편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며 헤어지자더라구요ㅎ
사귀는동안 데이트비용도 데이트통장 써서 항상 반반 냈었고, 현금이 필요할땐 항상 내가 냈었는데,
내차로 다니면서 운전도 내가 하고 기름도 내가 넣었는데, 심지어 월급도 내가 더 많았는데!!
선물도 무조건 백화점에서 사줬고, 옷에 신발에 가방에 내가 해준 선물만해도 수백만원이구만
사귀기 전부터 다 알고 시작했음에도 막판에 저렇게 말하니 제가 뭘 더 어떻게 해볼 마음도 안생겼었어요ㅎ
돈은 없어도 가오는 있는 여자거든요 제가ㅋ
이나이 먹고보니 할만큼 해도 안되면 깔끔하게 끝내야지, 막판에 미련에 신파 떨어봐야 나중엔 후회뿐이더라구요,
그런데 진짜 사람일 어찌될지 모른다더니,
저 만날때 중견기업 임원에서 퇴직하셨던 그사람 아버지는 퇴직후 횡령으로 고소고발? 뭐 그런걸 당해서
부모님이 위장이혼 하신뒤 아버지는 다른 지역에서 칩거중이고,
몇년뒤 신혼집 할 요량으로 그사람 이름으로 대출내서 사놓은 아파트는 전세를 줬는데,
사고쳐서 갑자기 결혼하다보니 전세 계약기간이 한참 남아서, 예비 와이프와는 내년까지 주말부부로 산다네요,
얼마나 돈있는 집안 아가씨 만나서 결혼하나 보자 했었기에 와이프집은 안 도와주시나? 했더니
작년 여름에 부산울산경남 이쪽에 비가 되게 많이 와서 수해가 엄청났거든요?
그때 그사람 예비 와이프 집이 저수지? 둑? 그런데 옆이라 옷가지 하나 못건지고 집자체가 통채로 떠내려 갔다네요.... 허..;;;
이런 와중이라 둘다 여력이 안되고 그사람 집에선 돈 없으니 남은 대출이고 결혼비용이고 알아서 하라고 했다는데
집에서 장가가는데 아무것도 안해준다고 엄청 볼멘 소리를 하더라고 하네요..
나쁜 소식을 들으면 되게 사이다 일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은것 같아요,
씁쓸함이 더 커요, 인간적인 연민도 생기고 좀... 아무튼 기분이 좀 뭐라 말로 표현을 못하겠네요..
가끔 생각도 나고 억울하기도 했는데, 이제 진짜 깨끗히 지워버릴수 있을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