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 세상에 마음을 닫아버린 순이였지만 지태는 예전 순이의 그 말을 한 번도 의심해본 적이 없었다. 자신의 마음속 황폐함을 이제껏 버틸 수 있었던 건 순이가 아직 자기와 친하게 지내고 싶어하고 언제든 다시 웃어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늑대소년 지태에 관한 조성희 감독 인터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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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석이 연기하는 지태가 가장 불쌍한 인물이죠. 아무도 그의 편을 들어주지 않잖아요. 지태에게 죄가 있다면 그건 잘못된 사랑 방식 때문이죠. 저는 지태 캐릭터에 애정이 있어요. 물론 유연석이 이전에 ‘건축학개론’에서도 강남 오빠로 밉상 캐릭터를 했기 때문에 악역 이미지가 심어질 수도 있겠지만 많은 관객들이 지태의 입장을 이해하길 바라고 있어요.”
조성희 감독은 인터뷰에서 지태의 어린 시절을 담은 장면이 있다고 밝혔다. 조 감독은 “지태의 성격 형성에는 불행한 가정사가 큰 영향을 미쳤다. 이 부분도 촬영을 했지만, 분량상 편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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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석은 참 똑똑한 배우예요. 현장에서도 기계적으로 연기하지 않고 준비도 정말 많이 해요. 대본에 가끔 틀린 대사가 있었는데, 연석 씨가 ‘이게 맞지 않나요?’라고 물어오면 영락없이 그게 맞았어요. 제가 놓친 것들을 많이 챙겨갔죠. 실제로도 정말 귀엽고 좋은 사람이예요.”
조성희 감독은 극 중 지태 캐릭터가 자칫 개연성 없는 ‘나쁜 놈’으로만 비춰질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늑대소년’이라는 동화같은 영화의 차별점을 강조했다. 그는 “리얼리티를 추구하기보다 ‘뻥’을 즐기는 영화”라며 “동화 속 악당이 해야 할 일들을 지태가 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지태 나름대로 늑대소년과는 다른 종류의 순애보를 갖고 있다”며 “그렇게 평면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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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석의 실제 모습은 착하고 귀여운 구석이 많다. 겸손한 사람이고. 처음에 오디션을 봤는데 대사 처리가 세련됐더라. 우리 영화는 어차피 리얼리티를 바탕에 둔 영화가 아니고 처음부터 끝까지 말도 안 되는 만화 같고 동화 같은 작품 아닌가. 사실적으로 연기하기보다는 다소 과장된 연기가 필요했다. 마치 만화에서 갓 튀어나온 듯한 악당의 캐릭터가 필요했는데 잘 살려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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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보기에는 껄렁껄렁하고 못되고 비열하고 무례하지만 그 캐릭터의 잘못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것은 서투름에 있다. 태도와 방법의 잘못이다. 누가 자기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다 문전박대하는 여자에게 돈을 주고 찾아가고 심한 질투까지 느끼겠나? 그런 질투심을 가질 정도면 그 여자를 굉장히 사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태도의 문제일 뿐 지태 캐릭터가 지닌 깊숙한 마음은 간절한 진심이다. 하나마나한 이야기지만 삭제된 장면도 있다. 지태는 엄마 없이 아빠 밑에서 자란 캐릭터라 정이 결핍된 인물이다. 어릴 때 안면이 있는 박보영이 할머니, 할아버지 될 때까지 친하게 지내자고 말해서 그때부터 박보영을 사랑하게 된 거다. 외모나 몸매, 재력을 보고 사랑하는 속물적인 인간은 아니다. 다른 장면들도 있었지만 여러 이유로 삭제됐다. 동화적인 느낌이 있어서 모든 인물이 다 입체적인 것보다 악인은 악인으로 보이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생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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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희 감독은 유연석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강조했다. 유연석을 “대성할 배우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외모가 정말 수려하다. 거기에 준비성이 철저하다. 현장에 올 때면 정말 많은 준비를 해 와서 내가 특별히 디렉팅할 부분이 없었다. 인품까지 훌륭한 3박자를 모두 갖춘 사람이다. 평소에 아기 같은 면모도 있어 귀엽기도 하다. 유연석에게 미안하지만 지태의 여린 부분도 많이 있었는데 편집이 많이 됐다. 만약 그 부분을 본다면 절대 미워 보이지 않을 것이다. 순이에게만은 진지하고 순정적인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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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제가 지금까지 ‘늑대소년’을 수 백번 봤는데요. 지태 캐릭터에 이입해서 볼 때가 되게 많아요. 설명하자면 사실 지태가 순이을 그토록 괴롭히는데는 모두 이유가 있었다. 엄마의 부재 속에 아버지로부터 혹독하게 교육받은 지태를 보듬어준 단 한 사람이 순이였던 것. 때문에 지태는 순이에게 집착할 수 밖에 없었단다. 사실 지태가 그렇게 된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죠. 근데 어쩔 수 없이 편집이 됐어요. 불친절하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유연석의 캐릭터가 너무 못됐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조성희 감독은 기회가 된다면 유연석과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춰보고 싶다고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유연석이 조성희 감독의 페르소나가 되는 것은 아니냐고 되물었다. “저요? 저 어디가면 ‘개인적으로 유연석을 좋아한다’고 말하고 다녀요.” (웃음)
늑대소년 지태에 관한 박보영 인터뷰 中
01.
유연석에 대해 물었더니 초롱초롱하던 눈이 안타까운 눈으로 변했다. ‘건축학개론’에 이어 ‘늑대소년’에서도 캐릭터 탓에 관객들에게 미움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니까요. (유)연석 오빠 진~~짜 착해요. 그래서 못된 지태를 연기하려면 안면 근육을 꿈틀되면서 변신해야 할 만큼 착해요. 추울 때 담요도 선물로 주고 오빠가 사진 찍는 거 관심이 많아서 우리 사진도 많이 찍었어요. 신기한 사진기도 있고 보조장치인 노출계도 들고 다녀요.”
박보영은 “영화가 워낙 착해 지태의 못된 점이 더 부각됐다”며 “순이를 향한 지태의 사랑은 아쉽게 편집됐다. 연석오빠가 속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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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영화를 보신 분들이 연석 오빠가 연기한 지태를 안 좋게 보시더라고요. ‘나는 너를 좋아하는데, 너는 왜 나를 안 좋아하냐?’고 하는 장면이 있는데 지태라는 캐릭터는 정말 순이를 좋아하지만 잘못된 사랑을 하는 인물이에요. 안타깝고 속상할 수 밖에 없죠. 그래도 너무 미워는 하지 말아주세요.”(웃음)
늑대소년 지태에 관한 유연석 인터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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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땐 지태 캐릭터에도 동정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 있었어요. 그렇지만 영화의 스토리라인을 위해 정리되는 부분이 생기며 보다 악역다운 역할을 하게 됐죠. 지태가 나쁜 느낌으로 가야 순이와 늑대소년의 사랑이 간절해지기도 하고요. 지태의 이야기가 다 들어가지 않아 순간적으로는 아쉬울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좋았다고 생각해요.”
02.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만든 캐릭터다. 처음에는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 봤지만 역시 지태는 나빠 보여야 된다는 결론을 얻었다. 동정받을만한 신을 넣지 않았다. 지태가 철저히 악한 인물이어야 늑대소년과 소녀의 사랑이 더욱 절실해지고 아름다워질 수 있으니까. 그렇지만 측은한 아이인 건 확실하다. 어머니 없이 아버지 밑에서 홀로 자란 지태는 사랑이 목말랐던 아이다. 즉 애정결핍인 것. 그래서 순이의 사랑이 간절히 필요했던 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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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지태의 감정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있었지만 아쉽게 편집됐다고 한다. 짧은 등장이 서운할 법도 한데 뭐가 좋은지 넉살 좋은 웃음으로 “괜찮다”며 훌훌 털어버린다. 자신의 욕심보다 작품이 우선이라는 뚝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시도는 많이 했어요. 그런데 시도한 만큼 지태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드러났죠. 그런 부분들이 좀 걷어낸 것이지 방향이 틀어진 건 아니에요. 소녀에 대한 사랑이 어긋나 급기야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이 있는데 그러면서도 소녀에게 ‘내가 얼마나 좋아했는데…’라면서 서글프게 말하죠. 딱한 녀석이예요.”
완성본이 나오고 나서야 유연석도 알고 박보영도 알고 너도 알고 나도 알았다고 한다
이렇게 전후사정없는 나쁜놈이 되어있을지는 상상도 못한채ㅋㅋㅋㅋㅋㅋㅋㅋㅋ동정 받을만한 장면은 아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