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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따라 비가 내렸다. 봄비 치곤 빗줄기가 굵어서 창문을 두들기는 빗소리가 꽤 거셌다.
나는 평소와 같이 컴퓨터를 켜고 백수마냥 커뮤니티 사이트 이곳 저곳을 내집 안방드나들듯 했다.
그러다가 xx소방서 사고 라는 게시물을 보고 들어갔다. 동영상 플레이를 누를 것도 없이
소방서 앞을 지나가던 여자가 어디서 날아온 큰 돌에 깔려 그대로 즉사하는 cctv 장면이 자동재생 됐다.
이런 표현은 좀 아니지만, 굉장히 깔끔하게, 신체 조각하나 떨어져 나오지 않고 그대로 깔렸다. 두어번은 다시 본 듯 하다.
밖에 오던비는 보란듯이 더욱 억세지고 있었다.
나는 방금 봤던 사고가 궁금해서 초록창에 검색해 볼 심산으로 인터넷 탭을 하나 더 생성해 네이버로 들어갔다.
그런데 내 수고를 덜어주려고 했던 것인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이미 xx소방서라고 올라와 있었다. 나는 손쉽게 클릭한번으로 검색결과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말문을 잃었다. 갑자기 오만가지 생각이 들면서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왜냐하면 검색결과에는 소방서사진 대신 내 여자친구 사진과 서울 강서구 xx동 이라는 주소, 그리고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문구가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믿을 수 없었고 그 다음에는 여자친구 가족에게 전화해봐야하나 생각했고, 여자친구와 함께 있는 단톡방이 조용해 다시한번 의심했다가
모든게 무너져버린것 같은 좌절감 상실감에 끅끅대며 쓰러져 울었다. 그러다 왠지 모르게 tv를 켜면 사고가 모두 거짓이라는 말을 해줄것 같았다.
리모컨 전원 버튼을 눌렀다. 뉴스에서도 그 사고가 다뤄지고 있었는데, 시뮬레이션 영상 같은걸로 돌이 어떤 원리로 어떻게 날아와서 사고가 났다는 것들을 송출하고
있었다. 그리고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카피를 띄우면서 다시한번 여자친구 사진이 비춰졌다.
남아있던 희망의 끈이 끊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나는 무작정 밖으로 나갔다. 비는 장대처럼 내리고 있었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미친사람처럼 비오는 거리를 휘적휘적 다니며
보는 사람마다 사고에 대해서 물었다. 어떤사람은 모른다는 말을, 또 어떤사람은 신기하다는 투로, 하지만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식으로 내게 답변을 던졌다.
화가났다. 내 소중한 사람이 하루아침에 세상을 떠났는데, 다른 사람들은 무심하게 그저 자기 할 일을 할 뿐이었다.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무작정 서울역으로 갔다. 서울역에 도착하니 비오는 날인데도 불구하고 사람이 꽤 많았다. 열차를 타기위해 분주한 사람들과
그 사람들을 붙잡으려는 상인들이 붐볐다. 나는 그녀가 좋아했던 떡을 샀다. 아마 그대로 그녀가 살던 곳으로 가서 전해주려고 했던것 같다.
그렇게 또 빗속을 헤메다 번뜩 정신이 들었다. 주위사람들은 날 미친 사람처럼 쳐다보고 있었고 나는 떡이 담긴봉지를 든 괴상한 사람이었다.
아직도 믿기지가 않았다. 아니 믿을 수 없었다. 아이러니 하게도 그녀와 함께했던 시간 속에 아름다운 그녀의 미소가 날 더욱 슬프고 비참하게 만들었다.
바닥에 주저앉아 목 놓아 울었다. 빗소리에 묻혀 울음소리는 퍼지지 않았지만, 빗물보다 뜨거웠던 눈물은 내 뺨에 고스란히 느껴졌다.
한참을 상실에 빠져 울고 있는데 어디서 그만 일어나라는 소리가 들렸다. "이렇게 추운데 맨 바닥에서 뭐하고 있어"
팅팅 부은 눈을 뜨니 맨바닥에서 자고 있던 엄마가 날 깨우는 소리였다.
실제로도 눈에 눈물이 고여 있는 걸 보니 정말 생생한 꿈이었나보다.
바로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희주야" 라고 불렀다.
돌아오는건 "아 지금 나 바빠 이따해~" 였다. 시발. 내가 그렇게 슬퍼했는데 이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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