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10일 인종주의-성차별 공격사건 사실관계
장소와 시간 : 2009.7.10~11 부천
작성: 보노짓 후세인 (Banajit Hussain), 한OO
2009년 7월 10일 21:15시 경 보노짓 후세인과 한OO는 온수역에서 52번 버스를 타고 부천시청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다. 둘은 조용히 심각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어떤 사람이 뒤쪽에서 소리치며 욕을 하는 것을 듣고 놀라서 돌아보았다. 둘이 앉아 있던 뒷 줄의 반대편(2미터 가량 떨어진 곳으로 버스의 가장 뒤) 좌석에 앉아있는 정장차림의 사람(박OO)이 보노짓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더러워, 너. 더러워 이 개새끼야!” 라고 외치고 있었다. 그는 약 1분 간 지속적으로 “너 어디서 왔어, 이 냄새나는 새끼야.” 등의 욕설을 한국어로 반복적으로 외친 후, 영어로 “where are you from?"이라고 했다. 보노짓 후세인은 이에 대답하지 않았고, 그는 곧 ”you Arab, you Arab!"이라고 외쳤다. 조금 후 보노짓 후세인은 영어로 “what is your problem?"이라고 물어보았다. 박OO는 이에 대답하지 않고, 계속 ”Arab!"이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외쳤다.
이때 한OO는 한국말로 “왜 그래요?”라고 물어보았다. 박OO는 한OO에게 “넌 정체가 뭐야? 조선년 맞아?”라고 한 후, 또다시 보노짓을 바라보며 “너 냄새나, 이 더러운 새끼야”라고 반복적으로 외쳤고, “fuck you”라는 말을 했다. 이때 박OO는 앉은 상태에서 더 가까이 다가와 있었고, 계속 비슷한 욕설로 두 사람에게 모욕을 주었다. 여기까지 약 7분가량의 시간이 흘렀고, 버스에 앉아 있던 약 8~10 명의 승객들은 버스 뒤를 돌아보고 있었다.
박OO가 욕설을 멈추지 않자 한OO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양복을 잡고 경찰서로 동행할 것 요구했는데, 그는 “조선년이 새까만 자식이랑 사귀니까 기분 좋으냐?”라고 하며 한OO을 발로 밀었다. 이때 한OO는 버스운전기사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버스운전기사는 조금만 더 가면 경찰서가 있으니 세워주겠다고 했다. 이 와중에 박OO는 보노짓 후세인에게 계속 가운데 손가락을 보이며 “fuck you"를 외쳤고, 아무 말도 하고 있지 않던 보노짓 후세인은 (아무 말 없이) 단 한 번 가운데 손가락을 보여주며 어이가 없어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버스 앞쪽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던 한 여성(승객)은 “아저씨 너무 심하다. 그만 해요.”라고 했다. 한OO와 보노짓 후세인은 “이 새끼들아! 내가 경찰서에 왜 가!”를 외치며 저항하는 박OO를 양팔에 끼고 버스에서 끌어내렸다. 앞서 박OO에게 그만하라고 한 여성도 버스에게 내려 경찰서로 안내해 주겠다고 했다. 박OO의 거센 저항 때문에 움직이기가 어려웠던 두 사람의 상황을 보고, 그 여성은 한OO의 핸드폰을 달라고 하며, 112에 전화를 했으나, 전화가 잘 터지지 않는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박OO는 한OO의 팔을 손톱으로 꼬집어 비틀며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혔을 뿐 아니라 가슴을 눌러 수치심을 주었다. 자꾸 도망가려고 하는 박OO를 끌고 한OO와 보노짓 후세인은 그 여성이 먼저 걸어가며 안내하는 방향으로 약 100미터 가량 이동하여 부천중부경찰서에 도착했다. 그 여성은 한OO에게 증인이 되어 주겠다며, 전화번호를 남기고 떠났다.
21:30시 경 처음 들어간 건물(부천중부경찰서)에서는 한 명의 경찰관만이 있었는데, 한OO와 박OO는 그에게 대략적인 사건 전개를 이야기 했다. 경찰관이 세 사람에게서 눈을 떼고 있을 때 박OO는 갑자기 아무 이야기도 없이 다른 쪽으로 걸어 들어가며 시야에서 벗어나려고 했고, 그의 신원이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가 도주하는 것에 대한 불안을 느낀 한OO는 경찰에게 “저 사람이 도망가지 못하게 지켜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경찰관은 “왜 당신이 그것에 대해 상관하느냐”며 “도망가면 경찰이 해결하면 되는 것이고, 그의 죄가 증명되지도 않았는데, 경찰이 그를 붙잡아 둘 수도 없는 것이 아니냐”며 한OO에게 소리쳤다. 경찰관은 피해자들의 상황에 대한 어떠한 배려나 안전조치도 없었고 방관적 태도를 취했다.
약 5분 후 동일 건물로 다른 경찰관들이 도착하자, 처음부터 건물에 있었던 경찰관은 보노짓 후세인과 한OO에게 조사 절차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없이 박OO의 입장에서 진술된 정황 - 보노짓 후세인과 한OO가 떠들었고, 조용히 하라고 하는 상황에서 일이 커졌다는 입장 - 을 그들에게 요약해 주기 시작했고, 한OO는 공정하지 못한 이야기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다가 “가만히 있으라”는 경찰관 말에 좌절감을 느끼며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자 경찰관들은 “모두의 이야기를 들어볼 것인데 도대체 왜” 그러냐고 했다. 박OO는 경찰 옆에 서서 “저것봐요. 오버한다니까.”라고 덧붙였다.
박OO의 정황 요약이 끝난 후 한OO의 이야기가 이어졌고, 그 후 계남지구대로 이동하기 위해 경찰차에 탑승하라고 안내되었다. 차에 탑승 시 경찰은 뒤에 서서 차에 타라는 말만 했고, 박OO와 합승해야 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느낀 한OO는 박OO가 앞에 타고 보노짓과 한OO가 뒤에 타게 해 줄 것을 요청했다. 피해자들이 직접 이러한 요청을 하지 않는 이상, 또 다른 피해상황이 반복되지 않는 이상, 경찰은 적극적으로 피의자와 피해자를 떨어뜨리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차 안에서 박OO는 보노짓에 대해 “냄새나고 에티켓 없는 놈”이며, 한OO에 대해 “한국여자가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며 모욕적인 말들을 늘어놓았고,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경찰관은 그에게 “멀쩡하고 좋게 생기신 분이 한국에 와서 어렵게 사는 외국인에게 왜 그러”느냐며 선입견으로 가득한 말들을 내뱉었다. 그 경찰관은 차 안에서 계속 서로 화해할 것을 제안했다. 한OO와 보노짓 후세인은 합의할 의사가 없다고 분명히 말했으나, 그는 차에서 내려서도 계속 사람들은 보통 화해하고 끝냄으로써 법적 절차를 밟는 번거로움을 피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에 대해 보노짓 후세인은 “나는 절대적으로 법적 절차를 밟아 모든 일이 기록되는 것을 원한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이것은 명백한 인종차별이기 때문이다. 내가 백인이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 확실하다”며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를 한OO가 통역하자, 그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경찰은 “한국에는 그런 인종차별은 없다”고 하며, 보노의 말을 부인하였다. 그리고 계남지구대에 들어가서도 웬만하면 화해를 하고 끝내는 것이 좋다고 몇 차례 반복하여 말했다.
21:50시 경 도착한 계남지구대 건물 안에서 신분을 확인하는 절차에서 또다른 모욕적인 일들이 벌어졌다. 세 사람은 모두 신분증을 보여주었고, 이는 약 30분이 경과한 후 반환되었는데, 한 경찰관이 와서 “82년생 밖에 안 됐는데 어떻게 교수가 됐냐”는 말을 하며 아직 지갑을 넣지 않은 보노짓 후세인의 외국인등록증을 집어갔다. 이는 계남지구대를 떠날 때에서야 보노짓 후세인에게 반환되었다. 다른 계남지구대 경찰관들도 성공회대에서 발행된 신분증으로 보고도 보노짓 후세인이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를 수차례 물어보았다. 이는 분명히 보노짓 후세인의 법적 신분에 대한 의심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행동이었고, 이는 조사되어야 할 본래 사건 내용과 아무 관련이 없었다. 그뿐 아니라, 본 사건을 담당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경찰관 한 명은 상황을 보고 있다가 “아저씨, 한국에 몇 년 있었어?”라고 반말까지 사용했다. 같은 경찰관이 한OO에게는 존댓말을 사용했다는 점으로 미루어 보아, 반말과 존댓말이 쓰이는 대상에 대한 구분은 인종을 축으로 한다는 것이 명백했다.
계남지구대에서 조서 작성이 시작되기 전과 끝난 후, 대기하는 동안 박OO는 지속적으로 그를 피하는 한OO 및 보노짓 후세인에게 접근하여 “그냥 합의하자”고 했다. 대답을 하지 않자 박OO는 “똘아이”, “4차원”, “상식 없다” 등등의 모욕을 반복하며 자신에게 상해를 입혔으니 고소할 것이라며 위협하며 스트레스를 주었다. 참다못해 한OO가 큰 소리로 “저리좀 가요!”라고 외치고 경찰에게 “이 사람 좀 떼어 주세요!”라고 도움을 요청하기 까지 전원이 남성이었던 경찰관들은 피해자의 상황에 어떠한 관심도 갖지 않았고, 계남지구대에서 벌어지는 2차적인 모욕과 위협을 방관하였다. (보노짓 후세인이 담배를 피러 나가 혼자 있을 때 등) 한OO가 도움을 요청한 후에 때때로 경찰이 취한 조치는 “그러지 마세요”라고 하는 것이 전부였고, 한OO 및 보노는 계속 스스로 그를 피해 계남지구대 사무실 안을 옮겨 다녀야 했다. 한OO가 박OO에게 저리가라고 외치는 상황은 약 3회 반복되었고, 버스 안에서의 모욕적인 상황은 계남지구대 안에서도 지속되고 있었다.
계남지구대에서 다시 차로 이동하여 부천중부경찰서에 도착한 것은 23:10시 경이었다. 여기에서 사건의 당사자인 세 사람은 조사를 받았고, 이는 7월 11일 2:30시에 종료되었다.
정리하자면, 한OO와 보노짓 후세인은 52번 버스 안에서의 박OO의 폭력적 행위를 고발하기 위해 경찰서를 찾은 것이며, 경찰서에서 이루어진 조사는 박OO의 보노짓 후세인에 대한 모욕행위, 보노짓 후세인의 박OO에 대한 모욕혐의, 그리고 박OO가 행한 한OO에 대한 모욕행위에 관한 것이다. 즉, 이 사건에서 분명히 피해자의 입장에 있는 보노짓 후세인은 박OO의 고발로 인해, 현재 “피의자”의 입장에 서게 된 것이며, 모든 손가락에 대한 지문채취를 강요받았다.
이 상황에서 보노짓 후세인과 한OO가 핵심적인 문제라고 인식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박OO의 버스에서의 행위는 정신적인 폭력 외에도 한OO와 보노짓 두 사람 모두에 대한 인종차별의 측면이 강하다. 둘째는, 박OO가 한OO에게 취한 행위는 “모욕죄” 외에도 언어적, 그리고 물리적으로 성적 수치심을 주는 폭력적인 것이었다. 이 상황 하에서 성적 수치심을 주는 행위는 인종이라는 것과 연결되어 ‘불순한 여성’이라는 메시지를 포함한다. 셋째는 사건을 다루는 경찰에 대한 심각한 문제로, 인종차별적이며 몰성적인 처우 뿐 아니라 피해자의 안전에 대한 무관심으로 방관적 태도를 취했음을 지적한다. 넷째는 피해자인 보노짓 후세인이 “피의자”로 고소되었다는 점이다. 다섯째는 현재 한국 법체계가 ‘인종차별’을 ‘범죄’로 인정하지 않아, 이와 같은 사건이 개인차원의 “모욕”으로 다루어진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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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짓 후세인은 현재 성공회대 DaSMI(Democracy and Social Movements Institute; 민주주의연구소) 소속 연구교수 자격으로 한국에 머물고 있으며, 한OO와는 2007년부터 일관계로 알게 되어 현재 가까운 친구이다.
인권보호의 측면에서 한OO의 신분 및 실명을 노출시키지 않는 조건으로만 본 사건에 대한 설명을 담은 글을 사용수 있다. 이것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한OO는 생계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으므로 각별히 당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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