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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봉(원천봉쇄). 12일 경찰은 서울시청 앞 광장은 이 두 글자의 의미를 완벽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정말 '쥐새끼' 한 마리 얼씬하지도 못할 정도로 경찰은 전경버스 100여대로 광장 주위는 물론 덕수궁 앞과 청계광장 주변을 에워쌌습니다. 경찰은 "왜 인도를 막냐"는 시민들의 항의에 "위에서 지시가 내려왔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프레스센터에서 청계광장으로 이어지는 인도까지 막았습니다.
대한민국의 집회. 결사의 자유는 어디로 간 걸까요.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소득 3만달러를 외쳤지만, 민주정치의 기본요건인 집회, 결사의 자유도 없는 현실에서 3만달러든 747이든 가당키나 할까요. 텅 비어버린 시청과 그 주변은 거센 빗줄기와 전경버스에서 내뿜는 매연이 '접수'했습니다.
나중에 선배들의 사진을 보니 광장 옆으로 구불구불 기차가 지나가는 것 같더라고요. 잔디를 위한 잔디, 경찰을 위한 경찰. 광장의 잔디는 분명히 초록색일텐데, 제 눈에는 잿빛으로 느껴졌습니다. 아무도 없는 그 곳은 유령의 도시였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지상의 '원봉'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지하부터 경찰의 '원봉'은 시작되었더군요. 시청 주변을 살펴보러 청계광장에서 국가인권위 쪽으로 내려가 오른쪽으로 한바퀴 돌아봤습니다. 차도에 서 있는 전경버스 옆으로 행인들이 굳은 표정으로 스쳐갔습니다. 겨우 인도로 들어가 시청 지하철역으로 들어가봤습니다.
비를 피하고 있는 시민들과 우비를 파는 상인들로 매우 혼잡한 출구 계단을 내려가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전경들이 5번 출구 계단을 '원봉'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전경들이 지하철 입구까지 들어와 있는 모습을 처음 보았습니다. 20여명의 전경들이 빼곡히 계단에 들어차 있었습니다. 경찰은 그렇게나 시민들의 집회를 막고 싶었나 봅니다. 전경들은 "왜 입구까지 내려왔냐, 올라가!"라고 외치는 시민들 앞에서 마네킹처럼 버티고 있었습니다.
시민들의 항의가 간간이 이어지는 도중, 방패 든 '마네킹들' 앞에서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던 한 백인남자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관광객처럼 보였습니다. 그는 똑딱이 카메라로 전경들과 시민들을 향해 번갈아 셔터를 눌렀습니다. 영어 울렁증이 있기는 하지만, 심각한 표정으로 사진을 찍고 있길래 용기를 내서 말을 걸어봤습니다. 그의 이름은 고든. 캐나다 토론토에서 한국에 있는 친구를 보러 왔다고 하더군요.
"뭐 하고 계신가요?"
"사진 찍고 있어요. 평소에 보기 힘든 거잖아요,"
"경찰들이요?"
"네, 경찰이 지하철역 입구를 막고 있네요."
"흥미롭나요?"
"믿을 수가 없네요. 정말 최악입니다."
이렇게 번역해 놓고 보니 제대로 되어 보이네요. 뭐, 실제로 제가 한 말은 'what are you donin?' 'is it interesting?' 등 초급 영어였습니다. 사실 백인도 번역한 거 보다는 말을 많이 한 것 같은데 제가 알아 들은 것만 적어두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고 토론도 하고 싶었지만, 그냥 보내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해해 주세요.^^;
그래도 한 부분은 제대로 들었습니다. 'too bad' 외국인이 보기에도 어제 상황은 정상이 아니었습니다. 최악이었습니다. 시민의 자유를 짓밟는 공권력은 최악입니다.
촛불집회 때문에 관광객이 줄었다는 유인촌 장관의 말이 떠오릅니다. 과연 그럴까요. 관광객이 준 것은 집회 때문이 아니라 항공료를 비롯한 숙박, 음식 등 여행비용 상승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촛불집회에 국한해 생각해본다 해도 수많은 시민들이 촛불은 든 장관은 오히려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매력적이었을 것 같습니다. 촛불집회 때문이 아니라 인도와 지하철역까지 막아선 경찰 때문에 관광객이 줄었다는 게 정확한 표현입니다. 평화로운 촛불집회를 불법, 폭력집회로 선전한 정부에 책임이 있다는 게 더 설득력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