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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1. 04.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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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에 대한 진실
요 몇 년간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알아가면서 사람들이 참 많은 모습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단순히 서로 다른 모습이 아니라 매 순간 새로운 모습, 새로운 단면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저에게는 신기하기만 합니다. 어쩔 때는 마시멜로우 마냥 몰캉몰캉 부드럽고 순하기만 하던 사람이 어느 순간이 되면 티타늄마냥 강인해 지기도 하고 어떨 때는 바위같이 강인해 보이던 사람도 어떤 순간엔 파도 맞은 모래성마냥 무너지기도 하는 모습이 무섭고, 신기하고,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 여러 가지 모습을 계속 새롭게 만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인가 봅니다. 그럼 오늘은 변신의 귀재이자, 바다의 공자 문어에 대해 알아 볼까요?
1. 세발낙지도 문어 입니다.
낙지는 낙지낙지
의외로 모르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놀랐습니다. ㅎㅎ 네, 낙지도 문어 입니다. 냠냠 맛있는 세발 낙지도 문어죠. 문어 맞습니다. 다리가 세 개뿐이니까 세발낙지 아니냐고요? 세발 낙지의 세발은 3개의 발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얇은 다리를 의미합니다. 얇을 세(細)자를 씁니다. 그래서 한국에 놀러 온 외국인한테 세발낙지 소개하면서 “This is THREE legged octopus!.”(이게 발 세 개짜리 낙지야) 했더니 “What happened to the other five?”(다른 다리 다섯 개는 어떻게 되었어?)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있죠.
영어로 Octopus에서 Oct는 여덟을 의미합니다. 그니까 다리 세 개 달린 문어라는 말을 직역하면 다리 세 개 달린 다리 여덟 개짜리 생명체? 네, 제가 말하고도 당황스럽습니다. 혹시, 외국인에게 낙지를 설명할 일이 생기신다면 다리 세 개인 문어가 아닌 Long-legged Octopus(롱-레그드-옥토푸스) 라고 하시는 것이 맞습니다. 그리고 산낙지를 촥촥 썰어서 문화충격을 선사해 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수컷의 여덟 개의 다리 중에 하나는 Hectocotylus 입니다. 헥토코티러스, 한국어로 교접완(交接腕) 혹은 생식완이라고 합니다. 그게 뭐냐고요…??? 아, 거 그거 있잖아요. 거 뭐, 응, 그거, 당신이 생각하는 바로 그것! 어떨 때는 그 길이가 1미터까지 될 때도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쇼킹한 것은 암컷이던 수컷이던 짝짓기를 하고 나면 곧 죽는다는 것입니다. 수컷은 짝짓기를 하고 나서 몇 달 못살고 죽고, 암컷은 알을 낳고 나서 밥도 안 먹고 지극 정성으로 보살피다가 새끼들이 부화하면 기운이 빠져서 죽고 맙니다. 문어의 수명은 종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통 일년 내외밖에 살지 못하고, 그나마 오래 사는 문어(영문명: giant pacific octopus 우리나라에 살기 때문에 그냥 문어입니다…ㅎ)는 5년까지 살 수 있지만, 그것도 상황이 받쳐 주고 짝짓기를 안 할 경우만 가능합니다. 오, 영원 하라 쏠로 부대여.
난 쏠로로 오래오래 (혼자) 행복하게 살아야징
(여담이지만 10월인 October은 원래 8월 이었습니다. 율리우스-July, 아우구투스-August 덕에 September-7, October-8, November-9, December-10 다 같이 뒤로 밀림……ㅠㅜ)
2. 문어의 머리는 배, 다리는 머리, 입은 코, X구멍은 입
문어의 머리는 엄청 커 보이지만, 사실 우리가 흔히 머리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문어의 배 입니다. 문어 머리는 다리와 배 사이에 있습니다. 문어의 눈 사이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 법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문어 입! 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먹물을 쏘거나 수영을 할 때 사용합니다. 문어의 입은 다리 가운데 있습니다.
X 구멍 ㄴㄴ 입임
물리면 손가락 빠이빠이 함
문어는 커다란 머리와 먹물, 그리고 똑똑해 보이는 행동 덕에 '문文'어라는 이름을 얻었지만, 실질적인 뇌는 그 다지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똑똑하다는 카이제 소저 급 반전에 더블 반전. 사실 문어의 뉴런은 2/3가 뇌가 아닌 다른 곳에 분배되어 있습니다. 단기 기억력도 있고, 장기 기억력도 있으며, 물건 사용도 하고…여하튼 똑똑합니다.
백문이 불여일견
돌려서 여는 뚜껑 열고 게 잡아 먹는 문어찡
3. 변신!
우리가 보통 보는 시장에서 만나는 문어는 빨간 다라이에서 하후하후 숨쉬고 있는 문어나, 잘 익은 빨간 문어 밖에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사실 문어의 색은 다채롭습니다.
앗, 들켰따..
문어는 색소세포(chromatophore)를 따로 가지고 있습니다. 보통 빨간색, 노란색, 갈색 등의 색을 띈 세포들이 점점이 있는데, 필요한 색을 지닌 세포를 수축 혹은 이완해서 원하는 색으로 몸을 변화시킵니다. 단순히 색깔만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피부의 감촉이나 질감 또한 변화시킵니다. 가끔은 단순히 기분 변화에 따라서 색이 변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울그락 푸르락.
반짝반짝 이쁘죵?
단순히 모습만 주변환경과 동화시킨다면, 카멜레온이 훨씬 더 멋진 변장의 귀재라고 하겠지만, 문어는 그것 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발견된 흉내 문어(mimic octopus)는 그저 주변 환경과 동화되는 것이 아니라, 모양, 행동 변화를 이용해 포식자를 속일 수 있습니다.
가자미, 쏠베감팽, 물뱀 인척 하는 흉내 문어
최근 관찰한 바에 따르면 사람도 흉내낸다고 합니다. ㅎㅎ 생긴 것만 흉내내는 것이 아니라 움직임까지 거의 비슷하게 모방해 낸다고 합니다. 해파리로 변신하면 슉슉, 뱀으로 변신하면 슬금슬금, 쏠벵감팽으로 변신하면 나폴나폴.
놀라면 그냥 하촤!!!
영어를 감수 하실 수 있다면 추천 다큐
4. 독이 있는 문어도 있습니다.
문어들이 다들 그냥 예쁘장하게 색깔 바꾸고 만지면 화들짝 놀라서 “잉잉 너 때문에 먹물 나왔잖아 잉잉.”하고 물속에서 카메라 궁금하다고 와서 빼앗아 도망가고 이런 귀염귀염한 동물이기만 하면 참 좋겠지만…
잉…ㅠㅜ
독이 있는 문어도 있습니다. 바로 푸른 고리 문어(Blue-Ringed Octopus)라고 하는 요 예쁘기 그지 없는 녀석입니다.
예쁘죵?
하지만, 자연계에선 '예쁨=독'이라는 공식이 항상 비슷하게 적용이 되듯, 이 예쁜 푸른 고리 문어에게는 테트로도톡신(tetrodotoxin)이 있습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독 이름이죠? 바로 복어나, 독화살개구리에게 있는 독으로 청산가리의 만 배의 독성을 가진 신경 독입니다. 물리면 듁음… 최근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제주 연안의 수온이 올라가서 제주도에서도 만날 수 있다고 하니 혹시라도 만나시면 후다다다다다다다다닫다다다닥 도망 가시기 바랍니다.
근데 이쁨
5. 내 몸엔 블루 블러드가 흐른다!!! 크하하하핫
우리는 보통 피! 하면 피 뚝뚝 떨어지는 선지 덩어리를 생각하지만, 피가 항상 붉은 색이라는 법은 없죵…킬킬 사람이나 포유류, 조류 등등 척추동물의 피가 붉은 색을 띄는 이유는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Hemoglobin) 때문입니다. 철을 포함한 이 단백질은 산소가 풍부할수록 밝은 붉은 색을 띄죠.
적혈구찡
하지만, 문어를 비롯한 갑각류나 연체동물들은 헤모글로빈을 산소 운반체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철이 아닌 구리를 함유한 단백질인 헤모시아닌(Hemocyanin)을 사용하죠. 그러므로 문어에겐 철도 씹어먹을 나이란 없습니다. 대신 구리를 씹어 먹죠. 헤모시아닌은 평소에는 무색이지만, 산소와 결합하면 엷은 푸른 색을 띠게 됩니다.
문어 피도 요론 느낌?
(과학 목적으로 사용되고 죽지 않을 정도만 뽑고 방생한다고 합니다..는 엄청 뽑은 거 같은데…ㄷㄷㄷ)
6. 문어는 심장이 3개
나이팅게일이 천사의 심장, 박지성이 두 개의 심장이라면 문어는 세 개의 심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온 몸으로 피를 전달하는 심장이 하나 있고 각각의 아가미에 또 심장이 하나씩 달려 있습니다. 그래서 심장이 총 3개죠. 체 심장 1 + 아가미 심장2 = 심장 3
아아 저혈압이여…
문어는 저혈압인 편입니다. (사람으로 치자면…)인간의 1/5의 혈압 정도 밖에 가지고 있지 않죠. 그런데 더구나 헤모글로빈도 없고 비교적 비효율적인 헤모시아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산소포화도가 참 고민스럽죠. 그래서 나온 진화적 대책이 3개의 심장 입니다. 혈압따위…하고는 그냥 쿨 하게 개별 공장을 돌리는 거죠. 순환 시스템용 심장 하나, 왼쪽 호흡용 하나, 오른쪽 호흡용 또 하나.
좁은데 있었더니…내 혈압이!!
별거 없어 보이는 맛있는 문어도 참 여러 모습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마음대로 색깔도 변하고, 모양도 변하고, 그때 그때 상황 봐 가면서 행동양식마저 변화시키고 살아가죠. 사람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살아가기 위해 이런 모습을 보여 주고 저런 모습을 보여주면서 살아가는 거죠.
내가 알던 모습이나 내가 바라던 모습이 아니라고 누군가를 지탄하지 말고 서로서로 잘 이해하면서 살아가면 언젠가는 문어처럼 여덟 개의 팔로 안아주고, 세 개의 심장으로 사랑하며, 생명을 담보로 단 한 번의 진솔한 사랑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오늘도 다들 힘내시고! 좋은 한 주 되세요 :-)
참고자료
http://news.nationalgeographic.com/news/2001/09/0920_octopusmimic_2.html
http://marinebio.org/species.asp?id=260
http://www.mapress.com/mr/content/v26/2006f/n3p140.pdf
http://www.slate.com/articles/health_and_science/science/2008/06/how_smart_is_the_octopus.html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110305&cid=200000000&categoryId=200003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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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보리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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