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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0. 28.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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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10월일 뿐인데 벌써 많이 추워졌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는 벌써 첫눈이 오고 심심하면 한번씩 함박눈을 쏟아 주고 있어요. 아직 쌓이진 않지만, 겨울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 같습니다. 이제 2013년과 곧 헤어질 때가 된 것 같아 벌써 마음이 싱숭생숭합니다. 이제 11월이 되고 12월이 되면 눈이 펑펑 오고, 그럼 세상이 전부 하얗게 변하겠죠? 그럼 첫눈 왔으니까! 북극곰!
1. 북극곰은 사실 흰색이 아닙니다.
북극곰이 흰색이 아니라고 하셔서 많이 당황하셨나요? 저도 많이 당황했는데요. 북극곰의 털은 사실 흰색이 아니라 투명합니다. 더군다나 가운데가 비어 있죠. 햇볕이 투명한 털을 통과하여 검은 피부(?!?!)에 닿아서 열을 발산하면 다시 촘촘한 털이 열을 안쪽으로 가둬서 온실 효과를 냅니다. 그렇게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지요. 이런 북극곰의 자체 온실 시스템 효과는 아주 뛰어나기 때문에 밖으로 새는 열이 거의 없습니다.
사실은 투명한 털에 검은 피부 긔
적외선 카메라로 찍어 보면 그야말로 다른 의미의 투명한 곰이 됩니다. 얼굴과 발 끝 정도를 제외하고는 거의 보이지 않죠. 말하자면 우리가 흔히 흰곰 혹은 백곰이라고 부르는 북극곰은 사실 투명한 털과 검은 피부를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투명 드래곤 투명 곰이라고 부르시면 되시겠습니다.
털이 적은 얼굴을 제외하곤 거의 열 발산이 없습니다.
북극곰의 털은 아주 추운 날씨에 적응하기 위해 진화된 것으로 북극의 날씨에 특화되어 있기 때문에 덥고 습기가 많은 날씨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투명하고 속이 비어 있는 털에 검은 피부를 가진 겨울의 동물인 북극곰은 눈에서 태어나 얼음 위와 얼음 물속에서 살다가 눈 위에서 죽는 삶을 살기 위해 진화된 동물이죠. 그렇기 때문에 적합하지 않은 환경에 가둬 두면
털 안쪽 빈 공간에 이끼가 자라서 이렇게 초록색 곰이 되기도 합니다.
북극곰은 하얀색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주변 환경을 비추는 거울 같은 색인 것 같습니다. 우리 마음 속에는 모두들 북극곰이 한 마리씩 있는…것…같..스..ㅂ…(필자의 손이 파괴되었습니다.)
2. 북극곰은 거의 유일하게 사지 멀쩡한(?!) 해양 포유류입니다.
지상 최고의 육식동물!!!! 이라고 하고 싶지만, 북극곰의 주 무대는 바다기 때문에 북극곰은 해양 동물입니다. 바다에서 나고 자라고 먹고 자고 싸고(?) 하기 때문입니다. 육지와 바다를 오고 가는 해양 동물은 많지만, 해변에서 평균 155km까지 헤엄쳐 나갈 수 있으면서 사지 멀쩡하게 육지에서 달릴(평균 40km/h) 수 있는 동물은 북극곰뿐입니다.
오빠, 나 이번에 손톱 잘 안 나온 것 같아…ㅠ^ㅠ
이 멀쩡한 네 다리를 이용해서 북극곰은 웬만한 동물은 다 잡아 먹습니다.(범고래 빼고, 범고래는 킹왕짱임)
뭔가…아…아녜요.
주식은 이 고리무늬물범입니다. 고리무늬물범을 사냥할 때에는 넓은 얼음 위에 물범이 숨쉬러 올라올 만한 숨구멍 옆에 얌전히 앉아서 기다리는데 물범도 나름 방어책으로 숨구멍 위로 올라가기 전에 공기 방울을 몇 개 올려 보내서 위에 있는 적의 동태를 살핀다고 합니다. (생태는 안 살피….죄송합니다)
대박, 다 내꺼 대박
북극곰은 몸무게 350-700kg까지 나가는 무시무시한 포식자기 때문에 새, 사향소, 바다새알, 바다코끼리, 일각뿔고래 등 기회만 되면 다 사냥하고 다 잡아 먹습니다. 바닷가의 사체도 다 먹죠. 그래서 북극곰 다큐멘터리는 보통 먹방입니다. 배우 하ㅇ우님 보다 훨씬 더 잘 먹습니다.
핫! 으랏차! 으갸갸갸갸갸갸갸갸! 컥!
바다에서 사는 해양 동물이지만, 또한 지상 동물이기 때문에 바다를 헤엄쳐 다닐 수 있는 거리나 시간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항상 다시 얼음 위나 땅으로 올라와서 쉬어야만 하죠. 하지만 최근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북극권 얼음이 많이 줄어 들어서 사냥이나 이동을 위해 바다로 나갔던 북극곰들이 올라갈 얼음을 찾지 못하고 바다에 빠져 죽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흐헝…
3. 오로지 임신한 암컷만이 여름에 겨울잠인 것 같지만 여름잠(?!)을 잡니다.
동면(冬眠)이라는 단어가 이 상황에서는 잘 안 어울림으로 그냥 hibernation이라고 하겠습니다.
북극곰은 겨울에 사냥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다른 동물들처럼 겨울에 동면을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얼음이 확연히 줄어들어 사냥을 할 수 없는 여름이나 가을이 북극곰에게는 더 힘든 계절이지요.
보기엔 예쁘지만, 북극곰 시점에선 카메라맨이 햄버거로 보이는 상황
일단 꿩 대신 렌즈를 잡긴 했는데 맛은 없응
오로지 임신한 암컷들 만이 새끼를 낳고 키우는 동안 hibernation을 합니다. 암컷들은 임신을 하면 최대한 많이 먹고 얼음이나 일 년 이상 된 두툼한 눈 안쪽에 굴을 파고 들어가서 새끼들을 낳습니다. 새끼들이 태어난 후에는 새끼가 10-15kg정도 자랄 때까지 굴 밖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먹이를 사냥할 수 있는 겨울이 되고 새끼들이 어느 정도 크면 입구를 뚫고 나와 굴 근처에서 또 10-15일 가량을 지내며 새끼들이 바깥 세상에 적응할 때까지 이동하지 않습니다.
얌전히 좀 쳐 자라고 이노마
북극곰은 수컷이 암컷에 비해 두 배 가량 크고 자신의 새끼가 아니면 죽이려는 성향이 강해서 새끼들이 어느 정도 커야지만, 생존 확률이 높아집니다. 또한 새끼들이 젖을 떼기 전에 어미가 잘 먹어야 영양분이 충분한 젖이 많이 나오고 그래야만 새끼들이 잘 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해 새끼들은 늘 어미를 따라 이동을 해야 합니다.
그런 혹독한 환경 때문에 이런 귀여운 상황이 연출됩니다.
'다른 녀석들은 걸어 다니면서 동면합니다'라고 말하지만, 북극곰은 잠을 잔다기 보다는 얼음이 없어 거의 사냥을 할 수 없는 여름/가을을 이겨내기 위해 몸의 전체적인 신진대사를 극도로 줄입니다. Walking Hibernation(워킹 하이벌네이션)이라고 하는데, 체온을 낮추고, 근육과 골수는 유지하되 겨울 동안 꽁쳐 놨던 지방만 태워서 버텨 냅니다.(그러다가도 아무것도 못 먹으면 그때는 몸이 근육을 소화시키기 시작합니다.) 이때는 북극곰에게 정말 힘든 시기기 때문에 주변에 눈에 띄는 것들을 전부 입에 넣습니다.
아즈씨 내가 진짜 거짓말 안 하고 진짜 딱 한 입만 먹을게
4. 눈이나 얼음 위를 이동할 때 걷지 않고 미끄러지며 이동하기도 합니다.
북극곰은 앞에서 말했듯이 겨울 동물입니다. 몸의 모든 것이 겨울을 견뎌 내고 살기 위해서 특화 되었죠. 앞발도 그렇기 때문에 몸에 비해 아주 거대하고, 손톱도 다른 곰들에 비해서 상당히 짧은 편입니다. 하지만, 역시나 거대한 생물이고 가끔은 얇은 얼음 위를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나름의 이동 방식을 가지고 생활 합니다.
아들! 일어나봐 – 으어어어엉
이리 와서 엄마 심부름 좀 해 – 으으으으으
가서 된장국 끓이게 가서 두부 한 모만 사와 – 네에…ㅠ
5. 북극곰과 사람이 함께 살고 있는 지역들이 있습니다.
“여기 걸어가면 님 먹힘”
북극곰은 이름에 걸맞게 북극 주변을 서식지로 삼고 살아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들은 지구 전체에 다 퍼져 있기 때문에 북극곰과 서식지가 겹칩니다. 캐나다 마니토바의 처칠이라는 마을은 인구의 약 70%가 캐나다 원주민들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북극곰과 역사를 함께해 온 지역 중 하나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처칠에서는 길 가다가 혹여라도 북극곰을 만날 행인을 위해서 차나, 집 대문을 일부러 잠그지 않고 열어 둔다고 합니다.
형제님, 제가 잠시 우리의 자애로우신 구원자 남극곰 님에 대해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문 좀…
북극곰을 사냥하는 것이 지역 원주민들의 삶의 방식이자 방법이었지만, 현재 북극곰의 개체 수 보호와 정부 프로그램으로 북극곰 관광이 부 수입이 되면서 사냥 -> 관광으로 전향하는 추세라고 합니다. 또한 북극곰이 최상위 포식자기 때문에 환경오염으로 북극곰 고기가 더 이상 식용 수단으로 쓰이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북극곰의 중금속 중독률은 지구상에 거의 모든 동물들 중 최고 수준이라고 합니다.
저기요 님하 통행료는 내고 가셔야죠
여담이지만, 북극곰의 주 식단은 보통 지방질이 아주 풍부한 동물들이기 때문에 북극곰의 쓸개는 거의 아이 주먹 만한 크기입니다. 엄청난 양의 담즙산으로 지방을 소화시키기 때문에 간에 무지막지한 양의 비타민 A를 저장합니다. 몸에 좋을 것 같지만, 사람이 먹으면 비타민 A 섭취 과다로 죽습니다. 티스푼 한 숟갈이면 복통 두퉁 생리토…ㅇ…이게 아니고 복통, 두통, 현기증, 무기력증 등을 느끼고 그 이상 먹으면 죽는다고 합니다.
6. 북극곰은 현재 지구의 생태계 상태를 보여주는 환경지표입니다.
생태계 먹이사슬 최상위 층에 위치한 북극곰은 현재 지구의 환경변화나 오염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환경지표 입니다. 예를 들어 전 세계에 모든 생명체가 A라는 물질에 대한 1의 오염도를 나눠 가지게 되면 먹이 사슬 최하위층 동물들부터 먹이 사슬 위쪽으로 갈수록 서서히 더해지고, 최상위 층인 북극곰은 수천 배의 오염도를 지니게 됩니다. 우리가 현재 피부로 느낄 수 없다고 해도 먹이사슬 최상위층인 인간이 곧 겪게 될 수도 있는 일들을 북극곰이 미리 겪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이고매..
우리에게 북극곰은 동물원 시멘트 바닥에 널부러져서 자고, 묘기 부리고, 가끔 코카콜라 광고에 나왔었던 그저 귀엽고 신기방기한 동물이지만, 지금 북극곰은 인간에 의한 환경오염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습니다. 환경호르몬으로 인해 면역체계저하, 호르몬 불균형, 성장 패턴 변화, 양성화 등의 신체적 변화를 보이고 있고,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길어진 여름을 이겨내지 못하고 굶어 죽는 북극곰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여름이 끝난 후에도 북극권 얼음이 줄어 들어 사냥터를 잃어 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조금 더 편하게! 조금 더 간편하게!”를 제창할 때, 북극곰은 조금씩 죽어가고 있습니다. 훗날 우리의 자손들이 인간을 제외한 아무런 생명체도 살지 못하는 불모지에 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구는 우리만 살아가는 곳이 아니니까요.
우리네 삶이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우리의 행동이 나 자신에게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 다는 것을 늘 기억하며 이번 한 주도 여러분 파이팅!
참고자료
http://www.channel4.com/programmes/inside-natures-giants/4od
http://www.polarbearsinternational.org/
http://pubs.aina.ucalgary.ca/arctic/Arctic35-3-422.pdf
http://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1257872/pdf/biochemj00974-0009.pdf
http://www.ncbi.nlm.nih.gov/pubmed/19863991
견인차
편집 : 보리삼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