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시혁의 외줄위에서] 경찰의 기가 막힌 장자연 사건 발표


고 장자연 사건 수사가 많은 이들의 예상대로 "부실수사"라는 비난을 받으며 끝났다. 

유력인사들의 이름이 거론된 수사가 언제나 그랬기에 이번 수사 결과도 놀랄 바는 아니지만 

수사를 마무리하며 남긴 경찰 발표는 기가 막힌다.

"감독과의 술자리는 김씨가 (고인에게) "여기로 오라"고 했다 하더라도 

고인도 강요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성접대라면 고인도 거부했겠지만 술접대 정도라면 고인도 당연히 갔을 것이라고 상식적으로 판단했다."

이게 정의의 집행자가 되어야 할 경찰이 할 얘기인가? 

감독과 신인 여배우의 관계에서 강자와 약자는 명확하다. 

그렇다면 약자가 강자에게 바치는 술접대가 무언의 강요 때문이라는 게 오히려 상식 아닌가?

게다가 엄밀히 얘기하면 여배우는 접대를 해야 할 당사자도 아니다.

아무리 사회의 상식을 넓게 봐도 접대는 회사의 업무이다. 

배우는 연기할 기회를 얻기 위해 회사와 계약을 통해 일정 권리를 위탁하기에 

접대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여배우에게 감독과의 술자리에 나오라고 했다면 이는 이미 "강요"이며 "성접대"인 것이다.

그런데 경찰은 어떻게 이런 말을 당당하게 할 수 있을까? 

경찰이 바보일 리는 없고 경찰이 바라볼 때 국민의 상식은 이 정도라고 생각해서일 것 같다. 

즉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조금 치욕스럽거나 기분이 나쁘더라도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술접대 자리엔 나갈 거라는 거다.

안타깝게도 써놓고 보니 경찰의 발언이 맞는 것 같다. 

사실 꽃다운 여배우의 비극적인 죽음이 엮인 사건이기에 

모두 사회 구조니 권력이니 분노할 뿐이지 내 주변의 일이라면 어떨까?

당장 거래처 술자리 접대에 불려나갔다고 투덜대는 친구나 누나, 여동생에게 

너무 어린애 같이 군다고 타박하지나 않으면 다행일지 모른다.

고 장자연 사건을 계기로 높으신 어른들께서는 "장자연법"까지 만들겠다고 열심이시지만 

결국 문제는 법도 구조도 아닌 자기 자신이다. 

그것도 약자일 때가 아닌 강자일 때의 자기 단속이다. 

약자에게 강요된 접대를 받아들이지 말라는 것은 

이미 강약구도가 짜여진 이 사회에서 죽으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강자의 위치에 섰을 때 부끄러움을 알고 끊임 없는 자기 반성을 통해서 

권력을 올바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만이 이 사회의 상식이 바꾸는 지름길이며 정의가 바로 서는 길일 것이다.

물론 자기 단속이 중요하다고 해서 지금 강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잘못에 대해 

손을 놓자는 말은 아니다.

자 기 단속 만큼이나 권력에 대한 끊임 없는 감시와 비판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 전에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나는 정말 고 장자연의 죽음에 아무 책임이 없는걸까? 

나는 정말 강자일 때 불합리하게 그 권위를 사용해서 약자를 짓누르지 않았는가?

아마 모두는 힘들지라도 사회 대다수 사람들의 상식이 

오늘 경찰의 "상식"처럼 부끄럽지 않을 때 사회악이 근절되고 

이런 비극적 죽음이 반복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한다.

■ 작곡가 방시혁은?

1972 년 서울 출생. 경기고· 서울대 미학과 졸업. 대학 3년 때까지 교수를 꿈꿨으나 
중학교 때 배운 기타가 인생을 꼬이게 해 작곡의 길로 들어섰다. 
제 6회 유재하 가요제에서 동상 수상, 박진영의 스카우트로 JYP엔터테인먼트의 원년 멤버가 됐다. 
박진영·god·박지윤·비 등의 앨범 작업에 참여했고 2005년 빅히트엔터테인먼트를 설립, 
임정희·바나나걸·에이트 등을 배출했다. 
백지영의 "총맞은 것처럼"이 최고 빅히트작. 영원히 행복한 작곡가로 남기를 꿈꾼다.

http://isplus.joins.com/article/article.html?aid=11859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