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진정이 안돼서 숨 헐떡 거리고 있네요.
결혼하고서 처음 맞는 남편생일인데
둘이 보낼까하다가 시어머님은 본인 사위 첫 생일 때 직접 생일상 봐주셨다길래
친정엄마한테도 부탁했어요.
일본서 오셔서 그런지 한국문화고 뭐고 본인맘에 안드는거 있으면 일단 난색부터 표하는 사람이라 이번에도 번거롭다고, 늬들끼리하면되지 뭐 그런 문화가 있냐시길래
저도 짜증나서 관두라고 하고 말았어요.
뭐 아버지랑 큰집도 내려가야된대서 바쁘다고도 하고...
요즘 컨디션 굉장히 안좋은데 아침에 일찍부터 일어나서 남편 생일상봐주고 출근보냈는데
엄마한테 전화 오더니 시골큰집 안가게 됐으니 생일상 차려주겠다더라고요.
그러면서도 싫은 소리 계속 궁시렁...뭐 생각지도 상상치도 못한 일이라나..
남편 퇴근 좀 전에 케이크사서 친정가야겠다 싶어서 아픈 몸 좀 누이고 밀린 잠 자고 있었는데
오후쯤되니 도와주러 왜 안오냐 전화오네요.
글서 그 길로 준비하고 나와서 케이크사고
친정왔더니 내 얼굴 보자마자 비아냥거리는 엄마.
니 남편 생일상을 내가 차리는데 뻔뻔스럽게 이제야 온다고... 아주 하기 싫은 티 팍팍 내면서 요리하시네요. 보는 앞에서 제 욕은 덤이고요.
그럴거면 하지말라고 그냥 집에 가겠다고,
남편한테도 오지말라한다고 했더니 그러래요.
너는 엄마한테 이딴거 시키면서 미안함도 안 느끼냐는데
사위 첫생일상 봐주는게 미안해야 할 일이냐고,
해주는 게 그렇게 싫냐고 했더니
갑자기 또 그게 아니라 제 태도가 맘에 안 든다는 둥, 말투가 싸가지없다는 둥...
임신 7개월이라 제 감정도 아기한테 그대로 다 전달되고 외부소리도 고스란히 들리는데
나한테 이러고 싶을까.
사위한테 잘 해주고 싶은 맘은 추호도 없는 걸까 하는 생각에 너무 화나고 슬퍼서 소리지르면서 울었어요.
나 스트레스 많이 받아서 애기 잘못되기라도 하면 엄마가 책임질 거냐했더니 니탓을 왜 또 본인한테 돌리냐고.
그러면서 더 비아냥거리길래 진짜 미친듯이 화나고 감정컨트롤이 안돼서 물건 집어던지고 앞에 있는 상 발로 차면서 집 떠나라고 소리질렀네요.
임신하면 엄마를 좀더 이해하고 엄마한테도 이해받을 수 있을 줄 알았어요.
근데 아니더라고요...
입덧을 미친듯이 해도 본인은 안 겪어봤으니
제 생활습관과 성격탓을 하면서 정신력과 의지가 안되는거라며 잔소리해대기 일수였고...
산후조리원 2주, 나머지 2주는 전업주부인 엄마한테 좀 부탁해볼랬더니 본인때는 그런거 하나도 없었다며 얘기돌리길래 남편도, 저도 절레절레하고 말았거든요.
아무튼...
남편한테도 울며불며 전화해서 오지말랬고
타지에 계신 우리 아빠...
몇개월만에 오늘 친정집에 올라오시는데 아빠얼굴 못 보고 집으로 가야할것같다 전화해서 말씀드리니
일단 가지말고 있으라고 하셔서
동생방에 틀어박혀 엉엉대고 있습니다.
이 순간 떠오른 얼굴이 아이러니하게도 시어머님이네요...
본인딸처럼 예뻐해주시고 뭐든 다 좋게 봐주시는 분이라 더 비교되어서 그런가 싶기도 해요.
생일날 기분 엉망됐을 남편과...
아들 생일이 엉망돼서 속상하실 시부모님과...
뱃 속에 우리 애기한테 이런 상황에 처하게 해서 너무 미안하고 면목이 없어요.
혹시라도 애기 잘못되는거 아닐까 너무 불안합니다...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