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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239414
    작성자 : 프리지아Ω
    추천 : 9
    조회수 : 980
    IP : 218.152.***.46
    댓글 : 8개
    등록시간 : 2011/11/22 17:06:12
    http://todayhumor.com/?gomin_239414 모바일
    못난 내 남자친구 보아라


    작년 12월에 우리가 연애를 시작했을 적에,
    나는 직장인, 너는 대학생이었어
    2월에 너가 졸업하고
    3~4월에 1개월동안 아버지 회사에서 일했고
    4~7월에는 가출해서 내 자취방에 머물러 있으면서 맨날 집에만 있었었고
    7월에 회사 최종 합격해서 아직까지도 발령대기..
    최근에는 1개월2주정도 아버지 회사에서 일을 도왔지

    오늘 알바 얘기하다가 니가 내말을 듣기싫어하길래 빡쳐서 글쓴다 
    이제 막 다시 노는 중이라 뭘 이렇게 열을 내냐고 생각하겠지만
    니가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를 생각해야지

    정확히 따져보면 작년 12월에 방학과 동시에 백수되면서 
    올해 11월까지 11개월동안 
    너가 무언가 생산적인 활동을 한건 2개월 2주야
    거꾸로 말하면 펑펑 논 게 9개월이라는 소리야

    그 9개월동안은 
    점심때 눈떠서 아침겸 점심먹고 
    컴퓨터만 붙잡고 있는 너가 답답해서
    내가 엄마도 아니고 뭐라고 하기는 또 그렇단 생각에
    '컴퓨터하면서 알바사이트도 들어가서 보구 그래~'
    '발령날까봐 좀 그러면 단기알바라도 구해봐~'
    그럼 항상 '응 알았어' 라고 하는데 이런 대화 진짜 10번은 했을껄? 
    매번 대답은 잘하지
    종종 알바사이트 전부 다 훑어보고 전화라도 해보고 
    동네,시내며 돌아다녀보고 뭐 하나라도 열심히 한거 있어?

    저번에는 내가 너무 열받아서 따져물으니까
    어차피 발령나면 일할텐데 그때까지만이라도 일하기 싫어서 그랬다고.
    진짜 기도 안찬다
    어떻게 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
    일하기 싫은건 나도 똑같고 모든 사람 다 똑같아
    사람은 누구나 놀고 싶어해
    근데 돈을 벌어야 내가 하고싶은 것들을 하며 사니까 사는거야
    그러면서 돈이 없어서 못 만나겠다는 말이나하고
    돈이 없으면 돈을 벌어

    내가 너한테 알바 구하라고 하는게 다 잔소리로 들리고 귀찮은가본데 
    내 여친이 오죽하면 이러겠나 
    왜 여친 입에서 일 알아보라는 말이 나오나 좀 생각해볼래?
    우리 부모님도 암말 안하는데 너가 왜 그렇게 뭐라고 하냐고 했었지
    낼모레 26살인데 부모님이 굳이 뭐라고 말을 해야지 하는거야?
    부모님 입장에서는 나이 먹은 막내 아들래미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고 싶겠어?

    우리 장거리 연애하는데 기차타고 다니잔아
    몇달전엔 너가 차비가 없어서 엄마카드빌려서 표 사는거
    몇번 그렇게 하니까 돈없는데 이렇게 만나는 걸 엄마가 싫어하신다고 
    다음에 돈 있을때 보자고 했었던거는 아직도 생각난다...
    너가 부모님한테 용돈을 받는 것도 아니고 
    가만히 집에서 그러고 있는데 돈이 어디서 생기니????
    아..빨리 돈을 벌어야겠다 라고 생각을 해야되는거 아니냐?
    니가 생각이 짧은거니, 내가 생각을 너무 어렵게 하는거니?

    내가 너라면 여친한테 몇개월씩 노는게 창피해서
    돈없어서 못 만나겠다는 말하기도 창피해서
    데이트 비용 마련하려고 공사장 일용직이라도 뛰겠다
    아님 알바 찾아보는 척이라도 하겠다..

    나는 너한테 이거저거 사달라 조르는 여친도 아니고
    여슬을 질색하는 너가 개념녀라고 칭찬해주는 나야
    나도 돈 많이 버는 사람이 아니니까 내 남자가 돈이 많지 않은 사람이어도 괜찮아
    그저 부지런하고 성실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굳이 돈 버는 얘기 뿐만이 아니라
    뭔가 공부를 하던지, 운동을 하던지, 사람을 만나던지,
    생산적인 하루를 사는 모습을 한번이라도 봤으면 좋겠어
    컴퓨터 앞에서 좀비처럼 모니터만 보고 있지 말고...

    이 글을 보고나면 전처럼 또 헤어지자고 할 지도 모르겠다
    너를 만나기엔 지금은 내 능력이 부족해 헤어지자.. 라고 했었잔아
    그거 진짜 핑계밖에 안되는 거 알지?
    내내 가만히 놀면서 펑펑 놀고 있다가 
    알바 좀 하든지, 규칙적으로 생활하라고 하니까 
    듣기싫어서 그러는 거밖에 더 돼?

    그리고 어제도 너 기분 상할까봐 말 안했는데 ...
    어제 엄마랑 있을때 남자친구는 지금 뭐하고 지내냐는데 
    '전에 말했잔아~ 발령 대기중이야~' 라고 했더니 
    '그건 아는데 지금 뭐하고 지내는데?' 라고 물으시더라..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어...진짜 넌 내 기분 몰라

    내 가족, 내 친구한테 당당히 말할 수 있는 남자 친구가 되어주었으면 좋겠어

    그래도 술담배 안하고 여자문제도 없이 착한 너를 
    많이 믿고 의지하고 사랑하니까 이 문제로 너와 헤어지고 싶진 않아
    우린 아직 젊으니까 지금으로서는 너를 지켜보려고 해

    그리고 내가 글 썼다는 거에 기분 나빠하기 전에 
    여자 입장에서 그런 남자를 1년가까이 계속 지켜봐야하는게 얼마나 힘들었을지
    이런 글을 쓰기까지 맘속에 얼마나 응어리가 있을지 생각을 해봐
    너는 그저 내가 이런 얘기를 하는걸 듣기 싫어하고
    너희 부모님도 암말 안하고 
    친한 친구들도 암말 안하는데
    (친구들은 너가 하루하루 어떻게 사는지를 모르니까 말을 안하는거라고 생각한다ㅡㅡ)
    또 나만 뭐라하는 잔소리쟁이 되는게 싫고
    너가 이 글을 보고 여기 달릴 댓글들을 보고 정신을 좀 차렸으면 해서 올렸어


    정신차려 이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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