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파 아주 어릴적
신파가 아주 어렸을 때..
형과 누나는 조금 덜 어렸다. (이걸 말이라고;;;)
당시는 소금으로 이를 닦던 시절이었다.
칫솔의 수명은 2년쯤 되었다.
칫솔모가 눕다못해 뒤집어지고 그야말로 닳아서
몇 털 안남을 때까지 쓰곤했다.
그 닳아빠진 칫솔위에 거므스레한 왕소금을 몇알 뿌려서
치카치카 하면 입안이 어떻게 되겠는가?
디게 짜다....;
▶ 1
삼촌은 미군부대에서 근무했다.
우리는 삼촌이 가끔 집에오는 날을 생일보다 좋아했는데
이유는 물론 삼촌이 들고오는 짐 보따리 때문이었다.
주로 우리완 무관한 술과 담배가 주종이었지만
조카들을 생각해서 사탕이나 쵸코렛등도 가져오곤 했기 때문이었다
보관이 용이해서였을까?
간혹 튜브안에 들어있는 짜먹는 쵸코렛을 가져오기도 했는데
우리 삼남매에겐 최고의 인기였다.
맛도있을 뿐 아니라 먹을 때의 과정이 상당히 에로틱해서였다.*-_-*
좁은 출구를 통해 찌익 빠져나오는 암갈색을 띈 젤형태의 그것을
혀로 받아서 후룹 춥춥 먹어치우는
그에로틱한 모습을 상상해 보라.... <- 에로틱한거 맞나? ^^;
어느 날 엄마가 일나간 사이에 삼촌이 왔다.
삼촌의 유일한 존재가치인 과자 보따리를 풀면서
삼촌이 무슨 얘기를 하는 것 같았지만 귀담아 듣는 사람은 없었다.
나름대로 무척 바빴기 때문에.......
의좋은 남매들 답게 우리는 사탕과 쵸코렛을 나누었고
형과 누나의 얼굴에는 의문의 상처가 남았다.....
이 번엔 비교적 사이좋게 나누었는데..-_-a
과자들을 나누는 도중에..
우리는 평소와다른 화이트쵸코렛을 하나 발견했고,
다른 무엇보다도 먼저 그걸 해치우기로 했다.
자~ 돌려먹어요.
형: 찌익~
누나:찌익~
나:찌익~찌익~
"퍽.퍽....으앙~"
↑겁없이 두번 짜먹으면 이런 상황이 발생됐다..ㅡㅡ;
몇바퀴 순서가 돌아가자
평소와는 다르게 약간 싸한 느낌을 주는 쵸코렛은 바닥났고
우리는 그 느낌의 여운을 즐기고 있었다.
[형]: 하얀 쵸코렛 디따 맛있다.
[누나]: 무쟈게 맛있는데...
[나]:누나...근데....나 배아프다....-_-;
[형]:배아퍼?..어 나두......-_-;
[누나]: 어,,나두 아픈데....-_-;
[형,누나]: ⊙_⊙!
[형]: 우리가 먹은게 쵸코렛이 아니다!
[누나]:우리가 먹은게 쵸코렛이 아닌가봐!
[나]: ↑중복이므로 비츄..는 아니고 그럼 머야?...으앙~,, -o-;;
▶2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이 숙제는 비록 조그만 머리통이었지만
동네에서 신동남매라 불리던 형과 누나에의해 풀렸다.
놀랍게도 그들은 이미 삼단논법을 알고 있었다.
1단: 우리가 먹은 것은 쵸코렛이 아니다.
2단: 그러므로 우리는 못 먹을걸 먹은 것이다.
3단: 따라서 우리는 죽는다.................................끝
우리는 그 것이 쥐약일거라고 단정지었다.
신동 남매는 천재는 요절한다는 운명을 저주했다.
'근데 왜 어리버리해서 줏어온 아이라 불리는 나까지 요절해야하는거야..?'
아무튼 우리의 배는 살살 아파왔고
그효과가 느린 극약은 우리에게 죽음을 준비하는 시간을 할애하였다.
[형]: 안방에서 죽을까?
[누나]:건넌방에서 죽는게.,..
[나]: 방 어지럽히면 엄만테 혼날걸!!
[형,누나]:.........맞다!!...-_-;;
나가서 죽기로 했다.-ㅁ-;
▶ 3
셋은 뒷동산으로 올라갔다.
죽음을 기다리며 삼남매가 어떤 대화를 나누며
짧은 삶을 반추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아직 어렸던 그들이기에 그들의 대화를 상상하는건 어렵지 않을것이다.
[형]: 삶은 참 덧없군....한 잔 받어~
[누나]: 파란 만장했어..머 여한은 없군.. 카~..안주는 없나?
[나]: 보험처리 될라나? 남은 사람이라도 살아야지..
고의성이 없단걸 입증하기가 쉽진 않을텐데..후~ -_ㅡ)y~~oo00
이런 대화를 나누었으리라......^^;
어둠과 함께 죽음이 다가오고있었다.
고통은 점점 심해져갔다.
고통이 거의 막바지에 이르자 때 내가 말했다.
어저면 이승에서의 마지막 말이 될지도 모르는 한 마디.....
[나]: 누나........졸라 춥다!
[형]: 씨발...나두!
[누나] 사내시키들이 춥기는....춥네 머..-_-))))
그랬다 사월의 초저녁은 무척 쌀쌀했으며 우리가 입고 나간 옷은
천둥오리(출연약속 지킴)털 파카 따위는 아니었다.
내일 아침이면 어른들은 우리 삼남매의 죽음을 발견하고 이렇게 말할 것이다.
"엥? 산에 웬 동태 세마리???"
▶ 4
우리는 산을 내려오기로 했다.
애당초 얼어죽기 위해 산에 오른건 아니었고
시간이 지나자 배에 아까와는 다른 통증이 있었는데
그 것은 우리의 할일을 소리로 전달해주었기 때문이었다.
쪼르르~~ <- 밥들 먹지그래?
춥고 배고픈 사월의 밤이었다.
집에오니 엄마는 반갑게 우리를 맞아주었다.
그날 밤 우리 삼남매는
우리가 먹어치운 화이트 쵸코렛의 돌출된 머리부분으로
몇대씩을 맞았는지 머리통에 난 혹의 숫자를 세며 잠들었다.
별 대신 혹을 헤는 밤이었다.
그랬다.
싸하며 달콤한 그 화이트 쵸코렛은 치약이었다.
알미늄으로 만들어진 튜브의 몸체에는
[dentifrice]<- 이런 영문이 씌여져 있었지만
그게 [치약] 이란걸 알기엔 형과 누나는 너무어렸고
나는 졸라 어렸다..;
물론 당시엔 네이버도 라이코스도 없었다.
그 후로도 오랫동안 우리 가족은 수돗가에 왕소금 대접을 놓고 살았다.
럭키치약이 나오고 삼촌이 몇번다녀간 후에도.....;;
거기엔 명쾌한 이유가 있었다.
소금은 치약보다 무쟈게 싸다.............끝 ^^;
◆글쓴이: 신파
http://cafe.daum.net/1gul1sarang 제 까페는 아니지만 죽치다시피하는 곳이니 놀러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