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스포츠 한준희 해설위원의 칼럼 '샤우트 풋볼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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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전 노장' 알렉산드로 델 피에로의 재치 있는 프리킥이 유벤투스의 1위 싸움에 결정적 공헌을 했다. AC밀란과 박빙의 우승 경쟁에 돌입해있는 유벤투스는 지난 주 리그 3위 라치오와 벌인 중차대한 한 판에서 델 피에로의 결승골에 힘입어 승리, 밀란을 다시 1점 차로 제치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유벤투스는 올 시즌 세리에A 32경기에서 18승14무를 기록, 역사적인 '무패 우승'의 꿈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지난 시즌 마지막 라운드 나폴리 전 무승부로부터 시작된 리그 무패 가도가 33경기에 이르렀으며 결승에 진출한 코파 이탈리아까지 포함할 경우 37경기 동안 연속 무패를 달려온 유벤투스다. 무승부가 다소 많고 유럽 클럽 대항전을 뛰지 않았다는 측면은 있지만, 시즌 전체를 통틀어 한 차례도 패하지 않고 있는 유벤투스의 기록은 자체로 대단한 것. 그들이 과연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를 지켜보는 일은 틀림없이 시즌 막판 유럽 축구의 커다란 흥밋거리들 가운데 하나다. 유벤투스에게도 여전히 고비가 될 만한 경기는 남아있다.
변수와 의외성이 많을 뿐 아니라 액면가 전력의 차이가 매 경기 승부에 직결되지 않을 수 있는 축구에서 연승이나 연속 무패를 오랜 기간 이어가기란 지극히 힘든 일이다. 그래서 축구사 전체를 고려하더라도 무패 우승, 전승 우승과 같은 기록들은 도대체 흔치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구촌 축구의 역사 속에는 믿기 어려운 연속 기록들에 도달한 사례들도 있다. 그러한 기록의 주인공들을 소개한다.
1. 프레스턴 노스 엔드
세계 축구 연속 기록의 원조다. 프레스턴은 축구종가 잉글랜드의 1부리그 원년인 1888/89시즌 18승4무로써 무패 우승을 차지했다. 뿐만 아니라 그 시즌 프레스턴은 FA컵에서도 5전 전승 무실점 행진으로 우승, '무패 더블'을 이룩했다. 이쯤 되면 명실상부 '원조 무적의 팀'이라 할 만하다.
2. 헝가리
1950년부터 54년 월드컵 결승전 이전까지 32경기 연속 무패(28승4무)를 달리며 축구사에 굵은 족적을 남긴 팀. 이 연속 무패의 과정에서 잉글랜드에 기념비적인 두 차례 대승을 거둔 것을 비롯해 브라질, 우루과이까지 모두 무너뜨렸다. 이 시기의 헝가리는 당대 최강을 넘어 역대 최고의 팀을 논할 적에 언제나 후보로 꼽힌다. 이른바 '가짜 9번(false nine)'을 잘 활용, 전술사적 연구 가치 또한 높은 팀이다. 월드컵에서 논란의 준우승에 그치기는 했으나 '우승했어야 하는 팀이 우승하지 못한' 대표적 사례로서 간주된다.
3. AC밀란
지금의 유벤투스가 밀란의 기록을 따라잡기까지는 갈 길이 매우 멀다. 밀란은 1991년 5월부터 93년 3월까지 세리에A 58경기 연속 무패라는 대기록을 수립했다. 이 과정에서 파비오 카펠로가 지휘봉을 잡은 1991/92시즌 22승12무로 무패 우승도 일궈냈다. 전술사적 중요성과 상징성 면에서는 아리고 사키에 뒤질는지 모르지만 승부와 결과를 내는 솜씨에 있어서만큼은 더욱 대단했던 이가 바로 카펠로다.
4. 레알 마드리드
8년여의 세월 동안 프리메라리가 홈경기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은 '안방불패'의 팀. 1957년부터 65년까지 레알은 가히 엽기적인 리그 121경기 연속 홈 무패를 기록했다.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 페렌치 푸스카스, 프란시스코 헨토와 같은 전설들이 활약했던 시절이다.
5. 토리노
레알의 수치에는 다소 미치지 못하지만 세리에A 역사상 가장 압도적인 강자로 꼽힐 만한 40년대 토리노도 경이적인 안방불패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토리노는 1943년부터 49년까지 이탈리아 내 각종 경기들에서 홈 93경기 연속 무패(83승10무)를 달렸다. 1949년 5월의 '수페르가 비극'만 아니었다면 더 길게 유지됐을지도 모르는 기록이다.
6. 리버풀
'안방불패'에 관해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클럽. 1978년 1월부터 81년 1월까지 리버풀은 잉글랜드 리그와 유러피언컵 등 모든 대회 85경기 동안 연속 홈 무패를 기록했다. 유럽 무대 경기들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밥 페이슬리, 케니 달글리시로 대표되는 '철옹성 앤필드' 시절이다.
7. 아약스
1994/95시즌 루이 반 할이 이끌었던 아약스는 '유러피언 더블'을 무패로써 일궈낸 전무후무한 팀으로 남아있다. 아약스는 네덜란드 리그에서 27승7무 무패로 우승했을 뿐 아니라 챔피언스리그에서도 7승4무 무패로써 유럽 정상에 올랐다. 이 기간을 포함해 아약스는 96년 1월까지 자국리그 52경기 연속 무패도 이어갔다.
8. 벤피카
1971/72시즌부터 72/73시즌에 걸쳐 포르투갈 리그에서 무려 29연승 가도를 달린 팀. 더불어 72/73시즌에는 28승2무 무패로써 포르투갈 리그를 제패했는데, 리그 30경기에서 벤피카의 득점은 101골이었고 이 가운데 40골이 전설적인 에우제비우의 몫이었다.
9. 노팅엄 포리스트
1977년 11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리그 42경기 연속 무패를 달렸다. '괴짜 명장' 브라이언 클러프가 이끄는 포리스트는 그 시즌의 마무리를 유럽 챔피언에 등극하는 것으로 멋지게 장식한다. 2부리그로부터 올라와 곧바로 리그 우승, 그리고 유럽 챔피언 2연패까지 동화 같은 한 시절을 보낸 포리스트의 연속 기록 업적.
10. 아스널
포리스트의 잉글랜드 리그 연속 무패 기록을 갈아치운 주인공이다. 아스널은 2003년 5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리그 49경기를 치르는 동안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더불어 2003/04시즌에는 19세기 프레스턴 이후 처음으로 잉글랜드 리그 무패 우승을 일궈냈다. 다만 포리스트와는 달리 유럽 무대에서는 성공하지 못했다.
11. 함부르크SV
분데스리가의 연속 무패 기록은 당연히 바이에른 뮌헨이 지니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 그 주인공은 함부르크다. 함부르크는 1982년 1월부터 1년여의 기간 동안 리그 36경기 연속 무패를 달렸다. 그리고 노팅엄 포리스트와 마찬가지로 82/83시즌 함부르크의 마무리는 유럽 챔피언이었다. 토어스텐 흐루베쉬, 펠릭스 마가트, 만프레드 칼츠 등이 구성했던 당대의 함부르크는 결코 과소평가될 팀이 아니다.
12. 스페인
1950년대 헝가리 이후 가장 인상적인 연속 기록을 작성한 국가대표 팀임에 틀림없다. 2007년 2월부터 2009년 6월까지 스페인은 35경기 동안 단 한 차례도 패하지 않으면서 90년대 중반 브라질이 수립했던 연속 무패 최고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뿐만 아니라 이 기간 중 스페인은 15연승으로써 A매치 연승 기록 또한 새롭게 썼다.
13. 스테아우아 부쿠레슈티
1986년 8월부터 89년 9월까지 루마니아 리그 104경기 연속 무패를 달렸던 팀. 이 엽기적인 기록은 유럽을 통틀어 자국리그 연속 무패 부문 최고에 해당한다. 세 시즌 내내 한 경기도 패하지 않으면서 계속 우승했다. 이 팀은 독재자 니콜라이 차우세스쿠의 비호와 후원 속에 성장했다는 큰 오점을 안고 있는 것이 틀림없지만, 루마니아 바깥에서도 유러피언컵 우승(1986), 준우승(1989), 4강(1988)에 올랐으리만치 당대의 강호였다. 게오르게 하지, 미오드락 벨로데디치, 마리우스 라카투스, 단 페트레스쿠, 빅토르 피투르카, 슈테판 이오반 등의 이름이 그 강력함을 증명한다.
14. 페루지아
지금의 유벤투스가 결코 닮고 싶지 않은 사례다. 페루지아는 1978년 5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리그 37경기 연속 무패를 기록했고 이 과정에서 78/79시즌 전체를 무패로 마쳤다. 그러나 그 시즌 페루지아의 리그 순위는 2위. 명선수 출신 명감독 닐스 리드홀름이 이끄는 밀란에 승점 3점이 모자랐다. 이는 페루지아의 무패가 11승19무로 무승부가 지나치게 많았다는 것에 기인한다. '무패로도 우승을 거머쥐지 못한' 지극히 희귀한 사례라는 점에서 언급될 만하다. 이 준우승은 페루지아 클럽의 역대 최고 성적이기도 하다.
15. 조세 무리뉴
무리뉴의 언행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의 경우에도 이 기록만큼은 인정해야 한다. 바로 무리뉴가 네 개의 다른 리그에서 9년이 넘도록 쌓아올린 리그 150경기 연속 홈 무패. 2002년 2월 포르투에서 시작됐던 무리뉴의 리그 홈 무패는 첼시, 인터밀란, 레알 마드리드를 거치며 2011년 4월 2일까지 지속된다. 무리뉴는 이 150차례의 자국리그 홈 경기에서 125승25무를 기록했다.
한 준 희 (KBS 축구해설위원 · 아주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