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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238744
    작성자 : 양념치킨
    추천 : 41
    조회수 : 4772
    IP : 218.146.***.66
    댓글 : 13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9/07/07 14:25:34
    원글작성시간 : 2009/07/07 11:57:17
    http://todayhumor.com/?humorbest_238744 모바일
    짧고 기묘한 괴담들 모음 (웃대 펌)
    1.


    남편과 아내, 그리고 부부의 다섯살 짜리 아들이 한 펜션으로 놀러 왔다. 

    아내가 펜션에서 짐을 정리하는 동안 남편과 아들, 두 사람은 펜션에서 좀 떨어진 호수까지 산책하며 구경하고 있었다.

    호수에 도착하자, 아들은 호수가에 뛰어들어 첨벙첨벙 물장구를 쳤다. 

    그런데, 잠깐 한눈을 판 사이에, 그만 아들은 물 속에서 허우적 거리게 되었다. 남편은 수영을 할 줄 몰랐다. 남편은 당황하여 숨이 넘어갈 것 같았다. 남편은 아들에게 조금만 참으라고 소리를 지르고는 미친듯이 펜션으로 뛰어갔다.

    그 길이 그 때는 얼마나 멀게 느껴지는 것인지.

    남편이 아내를 부르자, 아내는 혼비백산하여 호수로 달려갔다. 아내는 발에서 피가나고 신발이 벗겨지도록 달리느라 심장이 터질 것 처럼 뛰는 것도 모른채 호수를 향해 뛰었다. 아내는 곧바로 물속에 뛰어들었다.

    아내가 움직이지 않는 아들을 잡아채고 몸을 돌리기 위해서 물을 휘저으려고 다리를 내렸을 때, 남편은 갑자기 소름끼치는 공포에 사로잡힌 눈으로- 똑같은 공포가 아내의 눈동자에도 나타나 있었다 - 그 모습을 보았다. 너무 늦어 죽어버린 조그마한 시체를 팔에 안은 아내는 깊이가 겨우 허벅지께에서 찰랑거리는 물 속에 서 있었던 것이다.

    +무언가가 아이를 잡아당김











    2.
    어느 중고품 가게 한 켠에는 낡은 바이올린이 하나 있었다. 하루는, 가게에 중학생 정도 되는 남학생이 와서는 그 바이올린을 이리저리 살펴 보았다. 바이올린은 싸구려처럼 보였고, 볼품없어 보이기는 했으나, 소리가 썩 좋았다.

    학생은 주인에게 "이 바이올린은 얼마입니까?" 라고 물어 보았다.

    주인이 가격을 말했다. 그렇게 비싼 가격은 아니었지만, 학생은 "... 많이 부족하구만." 하더니 고개를 숙이고 실망한 모습이 되었다. 이내 학생은 고개를 들어 주인을 보고 웃음 지으면서, "돈을 가지고 꼭 다시 오겠습니다" 라고 말하고는 돌아갔다.

    며칠 후.

    주인은 학생이 신문배달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것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학생은 자기 체구에는 너무 커 보이는 자전거에 신문을 산더미 처럼 가득 쌓고는 비탈길을 오르고 있었다. 학생은 이른 새벽부터 열심히 뛰어다녔고, 주인은 그런 학생의 모습을 말 없이 가만히 보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 흐른 후, 여느 때처럼 주인이 가게를 보고 있을 때, 한 부유해 보이는 신사가 가게를 찾아 왔다. 신사는 이런저런 물건을 보다가, 바이올린을 발견했다. 신사가 물었다. "이것은, 얼마요 주인장?" 하지만, 주인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것은 파는 물건이 아닙니다."

    신사는 고급 바이올린의 가격에 해당할 만한 많은 돈을 꺼내어 주인 앞에 내 놓았다. "어떻소. 무슨 사연이 있는지는 모르겠소만, 나에게 넘기면 안되겠소?" 그러자, 주인은 돈을 가만히 바라 보다가 다시 말했다. "그래도 안되겠습니다. 손님, 죄송합니다." 그러자, 결국 신사도 돌아갔다.

    몇 달이 지난 어느날 아침. 상기된 표정의 학생이 가게 문을 열고 뛰어들어 왔다.

    "그 바이올린 아직 있습니까?"

    학생은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가게 이곳 저곳을 두리번 거렸다. 학생의 눈에 바이올린이 들어왔다. 학생은 얼굴이 환해 졌다.

    "이 바이올린 말이냐?"

    주인은 바이올린을 집어 들고 학생 앞으로 가져 왔다.

    "기다리고 있었단다."

    그러더니, 주인은 갑자기 바이올린을 바닥에 집어던지더니, 밟아 버렸다. 바이올린은 산산조각이 났다.

    망연자실하게 서 있는, 학생을 보면서, 주인은 소리내 웃으며 말했다.

    "이것이 나의 즐거움."











    3.
    고달프고 가난한 삶을 짜증과 고민 속에서 살아오던 부부가 있었다. 그 부부의 누추한 집에, 어느날 검은 옷을 입은 신사가 나타나 문을 두드렸다. 신사는 단추가 달린 조그마한 상자와, 현금 3억원이 든 가방을 내밀었다.

    "이 상자의 단추를 누르시면, 이 돈은 모두 당신 것입니다. 대신, 당신이 평생 한 번도 본적도 없고, 별 상관도 없는 한 사람이 죽어버립니다. 내일 상자를 다시 찾으러 오겠습니다."

    신사는 그리고 다른 어떤 말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 버렸다.

    부부는 고약한 장난이라고 생각했지만, 결코 신사의 태도가 장난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눈이 휘둥그레해질 정도로 많은 돈다발은 모두 진짜였고, 신사의 목소리도 시종일관 진지했다.

    부부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이상한 심리 테스트 설문조사 같은 것이겠거니 싶었다. 하지만, 어쨌거나, 돈을 준다니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사람의 목숨은? 하지만 자신과 상관 없는 사람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항상 질병이나, 사고, 전쟁으로 죽어가고 있기 마련이다. 그런 항상 일어나는 죽음들을 생각해 보면, 별로 문제가 없는 듯 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래도 되는가? 고민은 끝이 없었다.

    밤새 부부는 고민했다. 3억원. 하지만 어쨌거나 죽음과 연결된다는 것은 찝찝하지 않은가. 새벽녁이 되어서야, 에라 모르겠다라는 심정으로 아내가 단추를 눌렀다.

    다음날. 어제 왔던 신사가 다시 찾아왔다. 신사는 단추가 달린 상자를 되가져 갔다.

    "단추를 누르셨군요. 돈은 모두 당신의 것입니다."

    문을 닫고 떠나가는 신사에게, 대체 이게 무슨 짓인지 궁금해 견딜 수 없는 아내가 물었다.

    "잠깐만요, 어디로 가시는 거예요?"

    신사는 아내의 눈동자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했다.

    "단추 상자를 전해줄 다음 차례로 가는 길입니다. 즉, 당신을 평생 한 번도 본 적도 없고, 당신과 별 상관도 없는 다른 어떤 사람에게 가고 있습니다."

    신사는 기분나쁘게 웃으며 덧붙였다.

    "기대하십시오."


    +다음차례는 부부








    4.


    한 남자가 말기암 선고를 받고 좌절하여 병원에서 걸어나오고 있었다. 그 남자 앞에 한 여자가 나타났다. 여자는 공교롭게도 자신도 말기암으로 살날이 몇 달 밖에 남지 않았다고 이야기 했다.

    여자는 남자에게 제안을 한다. 어차피, 몇 달 만에 죽을 목숨. 우리 둘 중 한 사람은 지금 당장 죽어서 다른 한 사람에게 전재산을 넘기면 어떻겠냐고 한다. 그 재산으로 한 사람이나마 마음껏 즐기다가 죽어보자는 것이었다. 여자는 남자에게 권총 한 자루를 주면서 상대방에게 죽임을 당하지 않는 쪽이 살아 남도록 하자고 한다.

    물론 남자는 여자의 광기어린 제안을 거절한다. 하지만, 여자는 이미 죽음을 앞둔 공포에 질려 마음대로 날뛰게 되었다. 여자는 남자를 죽이려고 마음 먹은 것이다. 여자는 남자에게 히죽거리고 웃으면서 죽을 때까지 같이 싸우자고 한다. 갖가지 방법으로 생명을 위협해 오는 여자를 맞아 남자는 몇번이고 죽음의 위기를 넘겼다. 남자는 제발 이따위 짓을 멈추라고 부탁하지만, 여자는 막무가내로 계속 살인을 시도한다.

    전전긍긍 여자의 공격을 피하느라 고생하던 남자에게, 어느날밤 여자의 전화가 걸려 왔다. 여자는 정중한 만남을 청한다. 남자는 긴장한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여자 앞에 나타났다. 여자는 마치 딴 사람과 같은 태도로 말을 한다.

    "정말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여자의 말에 의하면, 여자의 말기암 진단은 사실 오진으로, 여자는 다만 가벼운 결핵증상이 있었을 뿐이라는 것이었다. 여자는 상쾌한 목소리로 몇 번이나 미안하다고 하면서, 남자에게 희망을 갖고 용기를 잃지 말라고 한다. 그러면서, 여자는 앞으로 자신의 인생설계를 즐겁게 떠들어 댄다.

    아무말 없이, 가만히 여자를 쳐다보고 있던 남자는, 조용히 권총을 꺼내서 여자에게 쏜다.










    5.
    남녀 다이버 두 명이 바다 속에 들어가 해저 동굴을 탐사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러던 중, 남자 다이버는 문제가 생긴 것을 깨달았다. 여자 다이버가 동굴 속에서 길을 잃어버려서, 어디 있는지 알 수 없게 된 것이었다. 남자 다이버는 급히 수색대를 부르기 위해 동굴을 빠져 나와 물 위로 돌아갔다.

    여자 다이버는 불빛을 비추며 동굴 이곳저곳을 헤맸지만 도무지 빠져 나갈 곳을 찾아낼 수 없었다. 여자 다이버는 간신히 동굴 한쪽 구석, 바닷물이 차오르지 않은 곳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거기에 고개를 내밀었다. 비좁은 공간이었지만 얼마간의 공기가 있어서, 숨을 쉴 수 있었다. 여자 다이버는 계기와 장비를 점검해 보았다. 산소는 거의 바닥난 상태였고, 전기 장비 배터리는 더욱 위급한 상황이었다. 통신장비나 방향장비는 커녕 해저 동굴에서 앞을 비출 전등 불빛 조차 곧 사라질 상황이었다.

    이내 배터리가 다해 전등이 꺼졌다. 바로 눈앞 조차 보이지 않는 완벽한 암흑이 눈앞에 드리웠다. 깊은 바다속의 동굴 속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 오직 고요 뿐이었다. 여자 다이버는 공포에 질려 울부짖기 시작했는데, 어떠한 소리도, 조금의 빛도 없이, 오직 그 울부짖는 소리만 동굴에 울려 온통 그녀의 귀로 쏟아질 뿐이었다. 그녀는 불안과 공포로 정신이 이상해져 버릴 것 같은 상태였다. 점차 숨이 가빠져오고, 정신이 오락가락 할 때에, 어둠 저편에서 빛이 비추었다. 수색대 다이버들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그렇게 구출 되었다.

    바다에서 돌아온 그녀는 평상시 대로 생활을 시작한다. 그러나 바뀐 것이 하나 있었다. 한 여름이라서 모두 "더워 죽겠다" 라고 하는데 그녀는 더위를 느끼지 않게 되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오히려 으슬으슬 춥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나날이 증상은 심해졌다. 그녀는 한 여름인데도 심한 오한을 느꼈다. 그녀는 보일러를 펑펑 틀어 놓고, 방에서 온몸을 이불로 감싸고 보내게 되었다. 그러나 그런데도 몸은 따뜻해지지 않고, 그녀는 이상한 추위에 견디기 어려울 정도여서 온몸을 덜덜 떨었다. 너무 추위가 심해지기 때문인지, 그녀는 가슴이 답답해지고 머리가 아파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이것은 분명히 무슨 병이 있는게 틀림없다... 내일 병원에 가보자..."

    라고 생각하면서 그녀는 자리에 누워 잠을 청했다. 그런데 자꾸만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몇 번 심호흡을 해 보았지만, 그 이상한 느낌은 조금도 가시지 않았다. 점점 더 가슴이 답답해 지고, 점차 의식이 멀어지면서, 눈앞이 흐릿해져 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무서운 현실을 깨닫는다.

    여기는 아무것도 없고 오직 어둠과 고요함만이 있는 세계. 텅빈 산소통을 짊어진 한 사람의 여자.


    +호홉곤란 상태에서 환각







    6.


    한 여자는 자신이 너무 수수하고 평범한 것이 불만이었다. 특별히 추한 것은 아니었지만, 도무지 눈에 뜨이는 특징이 없어 어떤 경우에도 시선을 끌지 못하였다. 거리를 걷다보면, 자신은 있는지 없는지 아무도 느끼지 조차 못하는 듯 하였다. 여자는 성격도 소심하여, 더 존재감 없는 사람으로 보였다.

    여자는 조금이라도 주목을 받아 보고 싶어, 하루는 자신의 옷에 커다랗게 장미로 수를 놓았다. 장미가 수놓인 옷을 입고 여자는 용기를 내어 거리로 나갔지만, 역시, 거리를 지다다니는 사람들은 아무도 그녀에게 관심을 안가지는 듯 하였다. 비단실로 수놓인 장미는 몹시 아름다웠다. 그러나, 거리의 많은 사람 중 그 누구도 그녀에게 시선을 주지는 않는 것 같았다. 여자는 무척 실망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어느날, 길을 가던 중, 한 중년부인이 그녀 앞을 막아섰다. 부인이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

    "제 남편은 운전하던 중, 당신의 수놓은 장미꽃에 시선이 끌려 쳐다보다가 교통사고를 냈습니다. 지금은 차가운 시체가 되어 있지요."










    7.


    한 베트남 출신 아가씨가 머나먼 시골 집으로 시집을 오게 되었다. 타향살이 자체가 고달프기도 했지만, 그 집은 집안 분위기도 엉망이어서, 도무지 화목함이라든가, 평화로움은 찾아볼 수 없이, 살벌하고 서로 성질부리는 느낌 뿐이었다.

    며느리가 특히 괴로웠던 것은, 시아버지의 반찬 타박이었다. 시아버지는 된장찌게를 맛볼때 마다, 맛이 없다고 타박했다. 시어머니가 만든 맛이 안난다는 것이었다. 그저 가벼운 반찬 투정이라고 볼 수도 있었지만, 시아버지는 진심으로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된장찌게가 나올 때 마다 며느리를 욕했다.

    며느리는 정성을 쏟아 보기도 하고, 갖가지 요리책이며, 다른 사람의 조언을 참조하여 온갖 노력을 다 기울였다. 하지만, 시아버지는 "이 맛이 아니다" 라며 짜증낼 뿐이었다. 도무지 가족간의 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집안에서, 하루 이틀 이런 일이 계속 되다보니, 며느리는 가슴이 답답해져서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며느리는 홧김에 농약을 시아버지가 먹을 된장찌게에 들이부었다. 농약을 넣은 된장찌게가 시아버지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자 순간 며느리는 정신이 번쩍 들어 얼굴표정이 사색이 되었다. 된장찌게를 삼킨 시아버지는 놀란듯 멍한 표정으로 며느리를 바라보았다.

    한참 만에 시아버지가 말했다.

    "오늘은 희한하게도 니 시어머니가 내게 해주던 맛이랑 똑같구나."










    8.


    불쌍한 로즈마린.
    불쌍한 로즈마린.
    로즈마린은 남자를 사랑했지만, 남자는 로즈마린 보다 훨씬 아름다운 다른 여자를 사랑했다.
    로즈마린은 남자의 눈에 뜨이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지만, 남자의 사랑은 변함이 없었다.
    남자는 사랑을 소중히 여겼고,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에게도 항상 진실했다.
    견딜 수 없는 로즈마린은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를 찾아갔다.
    로즈마린은 그 얼굴에 황산을 뿌려버렸다.
    남자는 소식을 듣고 허겁지겁 찾아 왔다.
    남자의 눈에 부상을 당해 누워있는 힘없는 그녀가 눈에 들어왔다.
    남자는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흉측하게 된 얼굴을 보고 슬퍼했다.
    하지만, 남자는 자신은 변함없이 사랑한다고 말하며, 말 없는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그녀는 눈물을 흘린다.
    뜨거운 눈물이 녹아내린 얼굴을 타고 흐른다.
    그녀의 입술이 열렸다.
    나는 실은 로즈마린.
    당신의 사랑이 변함없음을 나는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나는 그 사랑한다고 하는 말을 듣기 위해 나의 얼굴에도 황산을 뿌리고 여기에 누워 있었어요.
    불쌍한 로즈마린.
    불쌍한 로즈마린.


    + 여자친구인 척 하여 사랑한다는 말을 듣기위해 자기 얼굴에 황산을 뿌림







    9.


    한 남자가 고달픈 삶을 살고 있다. 집에서는 새 집을 사야 한다고 들볶는 아내와 매일 같이 칭얼거리는 자식들이 잠시 쉴 틈도 주지 않고 자신을 괴롭게 한다. 직장에 나서면 반복되는 따분한 아무 보람도 없는 일거리와, 사소하고 의미 없는 트집을 잡아 사람을 피곤하게 하는 상사가 자신을 괴롭히고 있다. 매일 같이 지쳐 사는 그에게 웃는 얼굴로 다가오는 사람들은 많지만, 그에게는 이제 진정한 친구 하나 없는 듯 하다.

    남자는 전철을 타고 출퇴근 하면서, 자리에 앉아 꾸벅꾸벅 졸곤 한다. 피곤한 그로서는 따뜻한 전철 구석 자리에 앉으면 쏟아지는 달콤한 졸음을 피할 길이 없었다. 남자는 어느날 꾸벅꾸벅 졸다가, 잠결에 "위락빈" 이라는 동네를 전철이 스쳐지나가는 것을 본다. 남자는 위락빈이라는 동네를 그때까지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서 이상하게 여겼지만, 어쩐지 친근감이 느껴지는 마을이라고 생각했다.

    남자는 항상 비슷한 시각, 비슷한 장소에서 졸다가, 언뜻언뜻 전철 창밖으로 지나가는 위락빈을 꿈처럼 본다. 아무리 지도를 찾아봐도 위락빈이라는 행정구역은 없고, 전철 노선표를 아무리 봐도 위락빈이라는 역도 없었다. 하지만, 남자의 삶이 점점 더 지루하고 답답해질 수록, 남자는 매일 아침, 졸음 속에서 신비하게 스쳐지나가는 위락빈에 호기심을 갖게 된다. 남자는 신비로운 곳인 위락빈을 동경하게 되었다.

    어느날 남자는 문득 잠이 들었다가 전철이 위락빈 역에 도착해 있음을 알게 된다. 남자는 출근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일탈하여 위락빈 역에 내린다. 위락빈에 있는 사람들은 남자에게 항상 따뜻한 얼굴로 인사해 주었고, 남자로서는 더없이 포근하고 편안한 동네처럼 느껴졌다. 위락빈에는 남자가 어린시절 동경했던 장난감이 있었는가 하면, 어릴때 그렇게 맛있게 먹었던 짜장면 맛과 똑같이 맛있는 식당도 있었다. 남자는 위락빈에서 참으로 오랫만에 진심으로 행복한 휴식을 느꼈다. 남자는 위락빈이 너무 좋아서 그날 하루 모든 것을 잊고, 위락빈에서 평화를 만끽했다.

    남자는 위락빈의 한가로운 공원에서 하늘을 보고 드러 누워 눈을 감았다. 바로 그 때, 남자는 꿈에서 깨어났다. 남자는 전철에 앉아 자면서 꿈을 꾸었던 것이다. 모든 것은 괴로운 일상 그대로 였다. 남자가 언뜻 보니, 꼭 전철이 위락빈 을 지나치고 있는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는 위락빈에 가고 싶어 미칠 것 같았다. 남자는 허겁지겁 일어났다.

    "안돼. 안돼."

    남자는 전철에서 강제로 문을 열어젖히고 뛰어내렸다. 달리는 전철에서 뛰어내린 남자는 즉사했다.

    죽은 남자의 유류품과 시체를 수습하기 위해, 경찰과 함께 전철 선로 주변의 장의사 사람들이 남자가 죽은 곳으로 모여들었다. 전철 선로 옆에는 몇달 전에 생겼다는 장의사가 "위락빈 장의사"라는 간판을 크게 내걸고 있었다.







    10.
    이쿠미는 초등학생이 되기도 전에 아버지를 잃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 후 재혼도 하지 않고 열심히 일해서 이쿠미를 고등학교는 물론, 대학교까지 보내주었다.

    그렇지만 너무 무리를 한 나머지 어머니는 중병에 걸렸다. 그런데도 몸이 좋아지면 또 일을 시작하고 또 쓰러지고... 그런 삶을 반복하던 도중 어머니는 끝내 일어날 수 없는 몸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자신의 삶이 더이상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달은 엄마는 부적이 든 작은 주머니 1개를 이쿠미에 쥐어주었다,

    "미안하구나 이쿠미. 이제부터는 혼자니까 열심히 노력해야 돼. 그렇지만, 도저히, 괴롭고 견딜 수 없게 되면 이 주머니를 열어봐."

    얼마 후 엄마는 죽어 버렸다. 이쿠미는 엄마에게 받은 부적을 목욕을 할 때 이외는 절대로 몸에서 떼어 놓지 않고 가지고 다녔다.

    어느 친구들과 풀에 갔을 때 탈의실에서 이쿠미의 부적이 화제가 되어 그 안을 살펴보자고 친구들이 말했다. 처음에는 화를 낸 이쿠미였지만, 사실 누구보다도 제일 궁금했던 것 이 자기였던 터라 곧 집에 돌아온 후에 혼자 부적 안을 들여다 보았다.

    그러자 그 안에는 작게 접힌 종이 한 장이 들어있었다. 뭐야 겨우 이거? 하고 맥 빠진 한숨을 쉰 이쿠미가 그 종이를 꺼내 펴보자 거기에는...

    떨리는 글씨로 "이쿠미, 죽어라"라고 쓰여져 있었다.











    11
    대학을 다니고 있는 한 여학생이 어느날 우편물을 하나 받았다. 우편물에는 아무것도 씌어있지 않았고, 아무 제목도 없는 비디오 테입이 하나 있을 뿐이었다. 무슨 스토커의 장난은 아닌가 싶어서, 여학생은 이상하게 여겼다. 여학생은 비디오 테입을 학교 동아리로 들고 가서, 그곳에 있는 비디오로 동아리 사람들과 함께 테입을 보기 시작했다.

    비디오를 재생하자, 어느 낯선 남자가 한 명 나왔다. 남자는 방을 뛰어나니며 이상한 춤을 미친 듯이 추었다. 워낙 정신나간 모습 같았고, 또 모습이 해괴해서, 보던 사람들은 어이없어하며 킥킥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그런데, 혼자 자취를 하며 살던 그 여학생은 반대로 소리내어 엉엉 울기 시작했다. 그녀는 울면서 말했다.

    "저기는 바로 내 방안이야."









    12

    1997년 서울 방배동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당시 저는 대학 신입생이었는데, 갑자기 숙제와 기말고사 대비가 겹쳐서 밤새도록 자취 방에서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갑자기 방 한쪽 벽에서 쿵, 쿵, 쿵 하고 벽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평소에도 방음이 잘 되지 않는 얇은 벽으로 된 집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저는 크게 개의치 않았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그 소리가 너무나 오래 들려 왔고, 약해졌다 강해졌다하며 끊임없이 계속되었습니다. 저는 공부하던 중에 너무나 신경이 쓰여 참지 못하고, 화가 나서 제 쪽에서 벽을 세게 두들겨버렸습니다. 그리고 간신히 숙제를 끝내고 저는 잠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웅성거리는 소리에 일찍 잠에서 깨게 되었습니다. 듣자하니, 경찰과 형사들이 모여 있고, 옆 방에서 부부싸움 도중에 살인사건이 일어나 남편이 아내를 죽여버렸다고 했습니다. 남편이 경찰에 자수 했기 때문에 경찰이 사실을 알게 되어 현장에 온 것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약간 충격을 받았습니다만, 어제 들었던 소리와 그 시각에 대해서 자세히 말해주었습니다. 제 이야기를 다 들은 한 형사는 어딘가 이해가 안된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말했습니다.

    "그런데, 벽을 두들기는 소리를 들은 시각이 11시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건, 저희가 남편이 자수한 것을 접수한 뒤 거든요. 부검결과 죽은 아내의 사망 추정시각도 10시 이전으로 나오는데..."

    그 말을 듣자, 저는 도대체 무엇이, 그날 밤에 벽을 두드린 것인지 상상이 되어 오싹한 생각에 한동안 멍했습니다.

    후일담입니다만, 군대에서 야간 근무 중에 고참에게 이 이야기를 하자, 이런 말을 해 주었습니다.

    "그 소리 말이다. 차라리 귀신이 낸 소리라고 생각하는 게 낫지 않냐? 혹시라도 부검이 잘못된 거고, 그 아줌마가 그때까지 살아 있어서 살려달라고 벽을 그렇게 필사적으로 두드렸던 거라면... 그 아줌마가, 널 얼마나 원망하면서 죽어갔겠냐......"









    13

    제 친구 누나의 일입니다.

    그 누나가 고3때의 일인데, 누나는 교회를 정말 열심히 다니는 기독교도였고, 학업에도 성실한 착한 학생이었습니다. 어느날 밤 늦게 까지 방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새벽 두 시가 조금 안되어, 목이 말라 물을 마시러 방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시고, 식탁 쪽을 돌아 보자, 식탁에는 처음 보는 여자가 무릎을 꿇은 모습으로 식탁보 위에 앉아 있었습니다. 여자의 표정에 너무 놀래서, 누나는 손을 모아 눈을 감고 주기도문을 외우고, 마음 속으로 찬송가를 몇 곡이며 계속 불렀습니다. 한참이 지난 후에, 누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살며시 눈을 떴습니다.

    그런데 그 여자는 똑같은 모습으로 앉아 있으면서, 누나를 똑바로 쳐다보고는 이렇게 말했답니다.

    "더해봐 미친년아"








    14

    한 택시기사가 어느 음산한 날 도쿄 시내를 돌고 있었다. 그날따라, 손님이 없었는데, 머리를 길게 길러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 한 검은 옷을 입은 여자가 택시를 세웠다. 여자 손님은 의외로 갑자기 먼 거리를 운전해 달라고 했는데, 택시 기사는 돈이 되겠다 싶어 손님이 말하는대로 길을 따라 갔다.

    불길한 손님을 태운 택시기사는 어느새 외딴 숲길에 통과하게 되었다. 오랜 운전 때문에 택시 기사는 졸음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래서 낯선 숲길을 겨우겨우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지나가고 있었다. 택시기사는 그러다가 문득 백밀러로 손님을 보니 손님이 보이지 않아서 흠칫 놀랐다. 그 때문에 놀라서 택시를 세우고 보니, 택시는 운전실수로 낭떨어지에 떨어지기 직전이었다.

    택시 기사는 낭떨어지를 바라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데, 그 때, 손님이 문득 얼굴을 귓가에 들이밀고 속삭인다.

    "죽으면 좋았을텐데."









    15

    한 여자가 어느 폭풍우 몰아치는 밤 혼자 자동차를 운전하여 외딴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여자는 그날 따라 왠지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더욱이 최근에 여자 운전자를 습격하는 연쇄 살인마가 있다는 뉴스가 들려오기도 해서 더욱 찝찝했다. 여자는 혼자서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하고, 애써 다른 생각을 해보려고 했지만, 불길한 느낌을 떨쳐 버리기 어려웠다. 그렇게 길을 가다가 어느 인적없는 길 가에서 여자는 외딴 주유소를 발견했다. 마침 자동차는 연료가 다해가고 있어서 여자는 주유소에 차를 세웠다.

    여자는 차에 기름을 가득 채워 달라고 했다. 주유소 주인은 말없이 차에 기름을 채워 주었는데, 표정과 눈빛이 좀 이상했다. 주유소 주인은 여자를 보면서 주유소 건물 안으로 들어오라고 손짓을 하는 듯 하기도 했다. 그 표정이 너무 어두워서 여자는 더 으스스한 느낌을 받았다. 마침내, 주유소 주인은 여자의 팔목을 덥석 잡더니, 강제로 주유소 건물 안으로 끌고 들어가려고 했다.

    여자는 간신히 주유소 주인의 손을 뿌리치고, 허겁지겁 자동차에 시동을 걸어 도망치듯 주유소를 떠났다. 떠나는 차를 보며, 주유소 주인은 절규하듯 소리를 질렀다.

    "차 뒷자리에 누군가 숨어 있단 말이야"







    16

    깊은 밤. 한 방을 쓰는 두 자매가 있었다. 언니는 과자를 한 봉지 사왔는데, 동생에게 절반만 먹고 나머지는 남겨 놓으라고 했다. 그리고 언니는 공부에 몰두했다. 동생이 과자를 먹는 동안, 언니는 한참 정신없이 문제집을 풀고 있었다. 밤이 깊어가고,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 동생이 말 했다.

    "벌써 절 반 먹었는데. 하나 만 더 먹으면 안돼?"

    언니는 공부하느라 귀찮아서 그냥 건성으로 그러라고 했다. 잠시 후에, 다시 동생이 물었다.

    "나, 하나 더 먹으면 안돼?"

    언니는 좀 귀찮아서 짜증이 났지만, 이번에도 그러라고 했다. 그런데, 잠시 시간이 지나자, 등뒤에서 또 소리가 들려왔다.

    "다 먹고, 두 개 밖에 안남았는데. 어떡해. 나 그냥 다 먹으면 안돼?"

    언니는 짜증이나서, 뒤를 돌아다보며 소리쳤다.

    "그래 너 다 처먹어라."

    그런데, 거기에 동생은 온데간데 없고, 머리를 길게 풀어헤친 귀신이 오직 두 개 남은 동생의 손톱을 아그작 아그작 씹어 먹으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17

    나는 꿈을 꾸다가 그게 꿈인지 깨닫는 일이 종종 있다. 즉 자각몽을 자주 꾼다.

    어느 꿈에서, 나는 유원지와 같은 곳에 있었다. 거기서, 나는 그런 곳에 종종 있는 어린이 들이 타고 도는 장난감 기차 같은 것에 타게 되었다. 거기에는 몇사람의 안색의 나쁜 남녀가 앉아 있다. 기차가 얼마간 달리더니 기묘한 차내 방송이 흐른다.

    "다음은 싱싱한 회 만들기~ 싱싱한 회 만들기~"

    무엇인가 이상스럽다는 생각을 했는데, 갑자기, 기차의 제일 마지막 좌석에 앉아 있던 남자로부터 비명 소리가 들린다. 돌아보면, 조그마한 크기의 사람처럼 생긴 것들이 남자에게 달라붙어서, 남자의 몸을 문자 그대로 싱싱한 회로 만들고 있다. 즉, 산 채로 죽지 않게 해체하고 있다. 그 참극을 다른 승객은 전혀 깨닫는 기색도 없이, 침묵을 지키며 그냥 기차에 가만히 앉아 있다.

    다음 차내 방송은 "도려내기" 였다. 이번에는, 내 바로 뒤에 앉아 있는, 뒤에서부터 2번째 앉아 있던 여자가 참살된다. 죽이는 방법은 역시 방송 대로 "도려내기". 조그마한 사람 같은 것이 달라 붙어, 여자의 눈, 코, 입을 톱니모양의 가위 같은 것으로 도려내 버린다.

    나는 대단한 공포를 느끼지만, 이것을 꿈이라고 알고 있으므로, 나를 지목하는 차내 방송을 들으면 눈을 뜨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마침내 나의 차례. 방송은 "다진 고기" 였다. 나는 눈을 뜨려고 하지만, 이런 때에는 왠지 좀처럼 깨어나지 않는다. 겨우 꿈으로부터 깨어난 것은, 고기 다지는 전동 기구가 곧 몸의 바로 앞까지 다가왔을 때였다.

    그런 꿈을 꾼지 4년 후. 완전히 이 꿈을 잊고 있었을 때, 다시 악몽은 시작되었다. 그 날 밤, 갑작스럽게도 같은 꿈이 "도려내기" 장면으로부터 다시 시작 된다. 그 후의 전개를 알고 있는 나는, 곧바로 눈을 뜨려고 하지만, 좀처럼 눈을 뜰 수 없다. 나의 몸에 고기 가는 기계가 코 앞에 다가 왔을 때, 나는 간신히 눈을 뜰 수 있었다. 하지만,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나 떨고 있는 나의 귀속에, 왠지 꿈속에서와 같은 방송 목소리가 들려왔다.

    "또 도망칩니까~ 다음에 왔을 때는 최후예요~"

    +꿈이 아님








    18

    그림동화집에는 민간 설화를 채집하면서, 음유시인의 노랫말이 그대로 보존되어 기록되면서 기이한 기록, "동화"와는 거리가 먼 기록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음유시인 노래의 추임새가 그대로 이야기에 붙어 있는 것이 있는가 하면, 독일어 언어유희가 들어 있어서 번역판을 보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수수께끼 같은 것도 있습니다.

    이런 영향으로 "그림동화집"의 이상한점 중에 유명한 것은, 요즘에는 충분히 널리 이해되고 있는 잔혹한 묘사들입니다. 예를 들어, 1857년판 그림동화집 9번째 이야기 "열두 왕자"의 끝부분은 이렇습니다.

    "왕은 왕비에게 죄가 없다는 것을 알고 크게 기뻐했습니다. 그리하여 그들은 평생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그리고 심술궂은 마음보를 가진 왕의 어머니는 왕궁마당에서 끓는 기름과 독뱀들로 가득한 통 속에 갇혀 끔찍한 고통을 겪다가 죽었습니다."

    유명한 백설공주의 마지막 부분은:

    "연회장에 들어선 계모는 백설공주를 알아보고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두 발이 얼어 붙어 도무지 떨어지지를 않았습니다. 누군가가 뜨겁게 달군 쇠신발을 부젓가락으로 계모 앞에 가져 왔습니다. 계모는 시뻘건 쇠신발을 신고 죽어 넘어질 때까지 춤을 추어야 했습니다."

    기이한 것으로 따지면, "한스와 그레텔"의 마지막 부분이 단연 이상합니다. "한스와 그레텔은" 이야기 줄거리도 마녀가 아이들 씹어 먹으려고 하는 이야기라서 공포스러운 면이 있습니다만, 마지막 서술은 이야기 본론과는 상관없이 그 자체로 묘합니다:

    "한스도 주머니 속에서 진주와 보석을 계속 끄집어 냈습니다. 이제 그들을 괴롭히던 온갖 근심걱정은 모두 사라지고 그들은 더할 수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야기는 이걸로 끝입니다. 저기 쥐 한마리가 달아나고 있군요. 저 놈을 잡는 사람은 그 털가죽으로 큼직한 모자 하나를 만들 수 있을 테지요."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제가 가장 이상스럽게 생각하는 이야기는 1857년판 그림동화집 150번째 이야기인 다음 이야기입니다. 이야기 전체에 숨겨진 암호가 있는지, 혹은 어떤 사건, 현상을 상징하는 이야기인지, 아니면 그냥 서정적인 노랫말 같은 이야기가 실린 것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습니다. 여기에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써놓겠습니다:

    거지 노파 한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 노파는 동냥을 해서 하루하루를 살아 나갔는데, 동냥을 받을 때마다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복 받으세요."

    이 거지 노파가 오늘은 친절한 개구쟁이가 집안의 난롯가에서 불을 쬐고 있는 어느 집 문 앞에 도착했습니다. 거지 노파가 문 앞에서 떨고 서 있자, 소년이 그녀에게 친절하게 말했습니다.

    "할머니, 들어와서 몸을 좀 녹이세요."

    거지 노파는 집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난로에서 너무 가까이 갔기 때문에 노파의 남루한 누더기가 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지만 거지 노파는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소년은 그대로 서서 지켜 보기만 했습니다. 소년은 당연히 불을 꺼야 하지 않겠습니까? 가까이에 물이 없었다면, 자기 몸 속에 있는 물을 눈물로 짜내기라도 했어야겠지요. 만약 그렇게 했다면 두 줄기 물이 솟아 났을테고, 그 물로 불을 끌 수도 있었을 테니 말입니다. (여기서 끝납니다.)


    + 이해불가 , 기묘한이야기






    19

    "아직이야?"

    나는 아내를 향해 불만을 내뱉었다.
    여자들은 왜 이리 준비가 오래 걸리는 걸까?

    "이제 곧 끝나. 서두르지 마. 미사코야, 왜 이렇게 요란이니!"

    아내가 말하는 것처럼 확실히 난 성격이 급하다.
    기다리다 지쳐 난 담배를 꺼내 붙을 붙였다.
    어느새 딸이 조용해졌다.

    "아버님, 어머님이 갑자기 놀라시지 않으실까?"
    "손녀를 보시자마자, 싱글벙글 하실 거야."

    아내가 내 목 주위를 가지런하게 해 주었다.
    목이 약간 조이는 것 같아.

    "뭐야, 갑자기."
    "왜~ 부부잖아"

    아내는 시선을 내리며, 수줍어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 나도 당신 사랑해."

    이렇게 이야기한 건 정말 몇 년 만일까.
    조금 부끄러웠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다.
    나는 아내의 손을 잡고 말했다.

    "그러면 이제 갈까?"
    "응 여보."

    난 발 밑에 놓인 의자를 찼다. 

    "아직이야?"

    나는 아내를 향해 불만을 내뱉었다.
    여자들은 왜 이리 준비가 오래 걸리는 걸까?

    "이제 곧 끝나. 서두르지 마. 미사코야, 왜 이렇게 요란이니! 미사코야, 왜 이렇게 요란이니! 미사코야, 왜 이렇게 요란이니!"

    아내가 말하는 것처럼 확실히 난 성격이 급하다.
    기다리다 지쳐 난 담배를 꺼내 붙을 붙였다.
    어느새 딸이 조용해졌다. 어느새 딸이 조용해졌다. 어느새 딸이 조용해졌다.

    "아버님, 어머님이 갑자기 놀라시지 않으실까?"
    "손녀를 보시자마자, 싱글벙글 하실 거야."

    아내가 내 목 주위를 가지런하게 해 주었다.
    목이 약간 조이는 것 같아. 목이 약간 조이는 것 같아. 목이 약간 조이는 것 같아.

    "뭐야, 갑자기."
    "왜~ 부부잖아"

    아내는 시선을 내리며, 수줍어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 나도 당신 사랑해."

    이렇게 이야기한 건 정말 몇 년 만일까.
    조금 부끄러웠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다.
    나는 아내의 손을 잡고 말했다.

    "그러면 이제 갈까?"
    "응 여보."

    난 발 밑에 놓인 의자를 찼다.
    난 발 밑에 놓인 의자를 찼다. 
    난 발 밑에 놓인 의자를 찼다. 


    + 가족들 모두 목을 메 동반자살, 아이는 조용해졌고 , 발밑의 의자를 찼다.



    20

    눈을 다쳐 앞이 보이지 않는 소녀는 몸이 약해 항상 방안에만 있었다.
    까마귀 한마리가 찾아와 소리내면 소녀는 그 소리를 듣고 반갑게 즐거워 하였다.
    소녀는 까마귀에게 매일 먹이를 주며 놀아주었다.

    까마귀는 소녀를 위해 길가는 어린이를 덥쳐 두 눈을 쪼았다.
    까마귀는 소녀에게 눈을 물어다 주었다.
    소녀는 눈을 받아 들고 아름다운 구슬이라고 생각한다.
    소녀는 자신의 다친 눈에 구슬을 맞춰 끼워 본다.
    그러자 신비롭게도 소녀는 어린이가 본 것을 본다.
    항구 부근의 아이의 눈으로 부터, 해변에서 즐겁게 노는 풍경.
    변두리의 노파에게 가져온 눈으로 부터, 화단 옆에 앉아 조용히 독서를 하는 모습.
    평범하고 사소한 모습들이지만, 소녀에게는 너무나 아름다운 광경.
    소녀는 그 사람들이 보고 느낀 그 감정들이 그대로 생생하게 느껴졌다.
    소녀는 꿈처럼 기뻐한다.
    소녀는 까마귀가 물어다 주는 눈을 하나 둘 이불안에 모아 놓는다.

    까마귀는 소녀의 기뻐하는 모습에 더 맹렬히 나선다.
    하지만, 희생당한 사람들은 철저히 대비하게 되었고,
    사람들은 총으로 까마귀를 잡으려 하여, 까마귀는 눈을 훔치기 점점 어려워 졌다.
    마침내, 도망치던 까마귀는 탄환에 큰 부상을 입고,
    마지막으로 어느 학교 조용한 그늘에서 잠자고 있는 소녀 또래 한 여학생의 눈을 훔친다.
    까마귀는 죽어가면서 마지막으로 소녀에게 눈을 준다.

    소녀의 방에서는 비명소리가 들리고.
    간호사가 뛰어가보니,
    까마귀가 죽어 있고,
    사방에는 어지럽게 인간의 눈이 뒹굴고 있고,
    소녀도 공포와 괴로움에 미쳐버린 채 죽어 있다.
    까마귀가 마지막으로 전해주었던, 학교의 그늘에서 잠자고 있는 학생의 눈은
    실은 흥분한 선생님에게 맞아 죽어 있는 학생 시체의 눈이었던 것이다.










    21.

    나는 왠지 요즘 아내가 이상하게 쌀쌀 맞다는 것을 깨닫는다.
    내가 계속 캐 묻자, 아내가 엽서 한 장을 던진다.

    "당신이 보낸 엽서가 왔어요."

    엽서를 보면, 아내에게 "곧 돌아갈테니, 며칠만 기다려라"고 하는 내용으로 출장 중에 보내는 관광엽서 였다.
    나는 내가 여기 있는데, 누가 엽서를 보내냐고, 이것은 장난일 뿐이라며 웃는다.
    하지만, 아내는 말한다.

    "당신이, 정말로 우리 당신인가요?"

    나는 "무슨 소리냐고" 껄껄 웃은 뒤에, 아이를 부르려고 하지만, 왠지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내가 언제 부터 있었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22
    내가 요양원에서 소아 환자 담당의사로 일하고 있을 때, 불치병으로 목숨이 얼마남지 않은 소녀가 있었다. 소녀는 치료를 포기하고, 한적한 교외의 요양원에서 죽을 날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요양원을 산책하던 소녀는 어느 버려진 들개를 본다. 개는 소녀가 손에 들고 있던 과자를 바라다 본다. 들개는 추하고 더러운 몰골이며, 잡종으로 볼품 없게 생겼다. 건강하고 힘이 있어 보이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개는 소녀에게 과자를 얻어 먹기 위해 필사적으로 꼬리치며 달려드는 듯 하다.

    죽음을 앞두고 있는 소녀는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이 추한 개가 측은하게 느껴진다. 소녀는 개를 기르기로 하고 방안으로 데리고 들어온다. 나는 개가 비위생적이라고 생각해 반대했다. 하지만, 소녀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소녀는 개가 거리에서 돌아다니면서 추위에 떨면 자신도 거리에서 돌아다니면서 추위에 떨것이라고 한다. 소녀는 개를 끌어안고 절대 놓아주지 않는다. 마침내 의사인 나도 어쩔 수 없이 개를 키우도록 허락해 주었다.

    소녀는 그 볼품 없는 개를 정성을 다해서 기른다. 개는 아무렇게나 거리에서 뒹굴던 들개라서 정성을 들여 보지만 별로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소녀는 개가 몹시 사랑스러운지, 개에게 깊은 정을 쏟는다. 그런 소녀의 모습에 측은함을 느낀 소녀의 부모도, 아낌없이 개를 돌보는 것을 도와 준다. 소녀는 점점 쇠약해 가지만, 개와 함께 개미용실에도 가고, 언제나 좋은 먹이를 골라주며 개가 건강하도록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마침내 소녀는 시간이 다하고 병세가 심해져 움직일 수 없게 된다. 어찌된 일인지, 그렇게 되자, 개도 도통 움직이려 들지 않고 겨우 먹이만 먹을 뿐이었다. 소녀가 누워서 시름시름 앓으며 신음하자, 개도 소리를 지르며 아파하는 듯 하였다. 소녀는 개와 자신을 이상하게 연결된 끈이 있다고 생각하는 듯, 동일시 하게 되었다.

    소녀는 죽음을 앞두고서도 항상 개에 대한 말만 헛소리 처럼 읊조릴 뿐이었다. 소녀는 임종을 앞두고 중환자실로 가게 되었고, 부모는 소녀 옆에서 슬픈 얼굴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 개, 그 개가 보고 싶어요."

    소녀는 죽어가면서 헛소리처럼 읊조렸다. 부모는 소녀의 손을 붙잡고 통곡한다. 나는 마지막으로 소녀의 소원을 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에 개를 찾아 개집이 있는 곳으로 갔다. 하지만, 개는 아무곳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그 순간 나는 소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1개월 후.

    나는 다른 요양원으로 환자를 보러 가게 되었다. 도착할 때 즘 되어 나는 차의 백미러로 개 한마리를 본다. 분명히 그 때 그 개인 것 같았다. 나는 차에서 내려 개에게 걸어갔다.

    그 때 나는 한 어린아이의 목소리를 듣는다. 돌아보니, 7세 정도의 쇠약한 남자아이가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남자아이가 나타나자, 그 때 그 개는 꼬리를 흔들며 아이에게 간다. 남자아이를 보고 개는 불쌍한 모습으로 과자를 달라는 듯한 모습으로 채근한다. 남자아이는 휠체어를 밀고 있는 간호사에게 제발 이 개를 기르면 안되겠냐고 간절히 부탁하고 있다.

    그 추한 개는 시선을 느낀듯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개는 나를 슬쩍 보고는, 다시 간호사를 졸라대는 병자 앞에서 재롱을 부렸다. 나는 그때, 분명히 그 개가 비웃고 있는 표정을 보았다고 생각한다.










    23

    몸이 좋지 않은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느라 긴시간 고달프게 지낸 한 남자가 있었다. 오랜 시간 열심히 일한 결과 남자는 중년이 되어서야 안정된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 고생의 값인지, 남자는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누가 봐도 아름답다고 생각할만한 여자와 결혼해 행복하게 지내게 되었다.

    그런데, 남자는 자신이 정자 숫자가 적어서 자연적인 임신의 확률이 무척 낮다는 진단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 말그대로 남자와 그 아내 사이에는 오랫동안 아이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아내는 임신을 하게 된다. 물론 남자는 처음에는 정말 기뻐했다. 하지만, 차츰 아내가 바람이 난 것이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

    남자는 자신의 집에 종종 놀러오던 직장 상사를 떠올리게 된다. 돌이켜 보니, 나이 많은 상사는 이상하게도 자신의 집에 자주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히 관찰해보면, 평소에도 상사가 자신에게 무엇인가를 숨기고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직장 상사와 아내와의 나이 차이는 10년 이상이어서, 남자의 눈에 상사는 볼품없는 영감일 뿐이었다. 남자는 그저 불륜을 상상만 해도 속이 뒤집혀 버릴 것만 같았다.

    아내가 출산을 하게 되자, 남자는 아기가 상사와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신과 닮은 듯하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상사와 닮았다는 생각을 지워버릴 수 없다. 상사가 부인의 출산을 축하해주는 태도도 어딘지 의심스러웠다. 남자는 점차 생각에 시달리다가, 직장 동료들에게 넌지시 물어보았다. 그런데, 직장 동료들 조차도 사진을 보고 아기와 상사가 닮았다는 이야기를 한다.

    남자는 견딜 수 없어서 직장에 나가지 않아 버린다. 걱정이 된 상사가 남자의 집에 찾아 온다. 남자는 상사의 얼굴을 보자 견딜 수 없다. 그러나 참고 인사치레를 한다. 상사는 아기를 보자, 너무나 사랑스럽게 안아준다. 남자는 이것은 결코 남의 아기에 대한 태도가 아님을 본능적으로 확신한다. 분노에 찬 남자는 순간적으로 부엌칼을 집어 들어 상사를 찌른다. 상사는 난자 당하여 죽어버린다.

    비명소리를 듣고, 방에 있던 남자의 어머니가 나와 그 광경을 보았다. 남자의 어머니는 놀라 털썩 주저 앉는다. 남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저 자식이, 애 아버지였어요."

    그러나, 어머니는 통곡을 하며 고개를 가로 젓는다.

    "아니야. 저 사람은 너의 아버지란다."










    24

    나는 통조림을 뜯었다.
    안에는 처음 본 이상한 고기가 들어있다.
    껍질 같은 것에 포장되어 있다.
    무척 맛있어 보인다.
    나는 손으로 찢어서 맛있게 먹었다.
    맛있다.
    정말 맛있다.
    정신없이 다 먹었다.
    다 먹고 보니 나는 내가 어떤 갑갑한 곳에 갇혀 있는 것을 깨닫는다.
    굳건한 금속으로 봉쇄된 좁고 숨막히는 공간.
    아무래도 여기는
    통조림 속인 듯 하다.
    그리고, 나는 누군가 내가 갇혀 있는 통조림을 뜯는 소리를 듣는다.









    25

    허술한 집에서 자고 있었다.
    옆에 자고 있는 살찐 여자가, 오늘 밤 누군가에게 살해 당하는 것임을 나는 어째서인지 알고 있다.
    살인자가 온 듯하여, 나는 무서워했고, 자는 체 한다.
    옆에 자고 있는 여자가 살해당한 모양이다. 나는 자는 체 하고 있다.
    살인자는 떠나지 않는다.

    어깨에 슬쩍 닿는 무엇인가의 젖은 감촉.
    살해당한 여자의 잘린 목 단면인 듯 하다는 것을 나는 안다.
    얼굴 위에 무엇인가 축축한 것이 칠해지는 감촉.
    여자의 피를 칠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안다.
    "깨어났겠지?" 라고 살인자가 속삭이지만 나는 대답하지 않는다.
    눈꺼풀을 비집어 억지로 눈을 뜨게 하지만, 나는 보지 않는다. 살인자는 떠나지 않는다.










    26

    한 수험생이, 밤마다 정신없이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는 아무리 공부를 해도 시험점수가 오르지 않아서 매우 괴롭고 초조한 기분이 되었다. 그는 그럴 수록 쫓기는 듯한 느낌으로 미친듯이 공부했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몹시 피로하고 지쳐서, 잠시 쉬기 위해 아파트 베란다로 나왔다. 그런데, 그는 갑자기 꿈결처럼 하늘을 스쳐 지나가는 어느 아름다운 여자의 모습을 보았다. 아주 잠시 동안이었지만, 그의 눈에 그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워 보였다.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오묘한 표정으로 살짝 웃는 듯한 그녀의 표정은 잊을 수가 없어서, 마치 천사와 같다고 생각했다. 그는 자신이 꿈을 꾼 것인지 그저 멍할 뿐이었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하늘을 스치며 자신의 앞을 날아갔던 그녀의 모습을 도저히 잊을 수 없었다.

    다음날 아침. 그는 자신의 아파트 바로 위층에서, 수험생활의 중압감을 견디지 못한, 한 여학생이, 간밤에, 바로 그가 베란다에 나와 있던 시각에 뛰어내려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 독신 남자가 고달프게 일을 하며 살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직업이 너무나 따분하고 재미가 없었고, 밤늦게까지 계속 이어지는 긴긴 야근에 매우 피로했다. 그러던 그는 집에 돌아가는 길에, 멀리 한 아파트에서 한 여자의 모습을 보았다. 거리가 멀어서 정확한 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그 자태는 아름다워 보였다. 그녀는 음악에 맞추어 뛰고 왔다갔다하며 춤을 추고 있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정말로 아무 걱정 없이 자연스럽게 음악에 몸을 맡긴 듯 보였다. 지친밤 퇴근길에 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매일 밤 항상 그렇듯 평화롭고 기쁜 모습이었다. 남자는 마침내, 그녀에게 문득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남자는 결국 용기를 내어 휴가를 내고, 낮에 그녀의 아파트를 찾아갔다. 아파트에 아무대답이 없고, 문은 열려 있어 들어가보았다. 남자의 눈앞에 보인 것은, 아파트 천장에 목을 매달고 죽어 있는 여자의 시체였다. 시체는 바람이 불 때 마다 전후좌우로 왔다갔다하며 흔들리고 있었다.










    27

    잘 살고 있던 어느 부모와 딸이 있었다. 그런데, 부유하고 행복한 이 가족의 삶을 시샘하던 이모가, 그만 질투심에 일을 저지르게 되었다. 이모는 보험사기를 치기로 하고, 자기 앞으로 보험을 들어달라고 한 뒤에 부모를 죽여 버렸다. 이모는 보험금을 차지했고, 아직 어린 딸의 재산을 관리해준다는 명목으로, 유산까지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딸은 이모가 범인 인 듯 하다는 심증은 있었지만, 아무런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그녀는 이모를 놀래켜 범죄를 자백하게 하려고 꾀를 내었다. 그녀는 돈을 구해서 마네킹 제작사에 주문 제작을 의뢰했다. 살아있던 당시의 엄마와 매우 흡사한 모양으로 마네킹을 만들어서 집안에 배달해 달라고 한 것이었다.

    학교를 마치고 귀가하던 딸은, 이모에게 보여줄 것이 있다며, 이모를 불렀다. 그리고, 이모와 같이 집에 갔다. 집에 가보니, 벌써 마네킹이 와 있었다. 마네킹은 무척 정교해서 진짜 같았으며, 눈을 부릅뜬 듯한 표정이었다. 마네킹에서 말하는 듯 소리가 나왔다. "네가 여기에 웬일이니?" 그 모습을 보고, 이모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모는 공포에 질려 말조차 잇지 못하고 거품을 물고 쓰러지고 말았다. 딸은 씁쓸한 기분이면서도, 마네킹에 음성장치까지 달려 있다는 사실에 대단히 만족스러워했다.

    그런데, 곧 초인종이 울렸다.

    "조금 늦어서 죄송합니다. 주문하신 마네킹 배달 왔습니다."

    현관문 밖에는 배달원 한명이 그제야 주문한 마네킹을 등에 지고 와 있었다.









    28

    이상한 짙은 화장을 한 여자가 맹독이 든 주사기를 들고 있다. 그녀 앞에는 한 남자가 의자에 묶인 채 앉아 있다. 여자는 주사기를 천천히 남자의 눈앞으로 가져 가고 있다.

    "나를 사랑하고 있다고 하면 멈춰 줄께."

    남자는 몸을 버둥거리며 욕을 퍼붓는다.

    "너를 왜 내가 사랑하는데."

    여자의 주사기는 얼굴 바로 앞까지 다가온다. 마침내, 남자는 울면서 소리친다.

    "알았어. 사랑하니까, 이러지마."
    "그래? 그러면 멈출까."

    하지만, 여자는 멈추지 않고, 주사 바늘을 안구 앞으로 들이민다. 남자의 눈앞에는 온 시야를 덮을 만큼 거대하게 주사 바늘이 보인다. 남자는 미친듯이 울부짖으며 외친다.

    "사랑한다니까. 제발 그만해. 사랑해. 사랑한다고! 사랑해! 사랑해!"

    마침내, 남자는 독이든 주사에 찔려 경련을 일으키다가 죽는다. 축늘어진 남자의 시신을 보고 있던 여자는, 갑자기 털썩 주저 앉아 고개를 가로저으며 눈물을 철철 흘리며,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구슬픈 목소리로 울부짖는다.

    "이렇게나 나를 사랑했는데-"










    29

    한 여고생이 있었다. 그녀의 생모는 정신병원에서 발작을 일으켜 죽어 버렸으므로, 학생의 아버지는 재혼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에 아버지 마저 불의의 사고로 죽어버리고, 집에서는 계모와 학생 둘만이 살아가게 되었다.

    둘은 애초에 사이가 별로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리고 아버지가 죽은 후에 더욱 사이가 멀어지게 되었다. 집안의 분위기는 점점 더 험악하고 불길해져 간다. 그러던 어느날. 학생은 괴로운 표정으로 자신의 제일 친한 친구에게 간밤에 일어난 일을 털어 놓는다.

    그날 밤 학생은 흰 옷을 입고 머리를 풀어헤친 귀신이 서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손짓하는 모습을 봤다는 것이다. 귀신의 얼굴에는 아무 표정도 없고, 어둠속에서 불길하게 맴돌며 그저 손짓을 할 뿐이었다.

    학생은 이 사실을 주위 사람들에게 말하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 같이 살던 계모는 그런 귀신 따위 결코 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것은 헛것을 본 것이라거나, 꿈이라고 한다. 하지만, 학생은 매일밤마다 그 귀신이 나온다고 울부짖는다. 학생은 마침내 점점 정신이 피폐해지고 여위어 가는 것만 같다. 학생은 한층 쇠약해져서 꼭 큰병에 걸린 사람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생모가 정신병원에서 죽은 것을 알고 있는 계모는 학생에게도 정신병이 오고 있는 것은 아닌가 되물을 뿐이다. 계모는 학생을 정신병원에 입원 시키려고 한다. 학생은 마침내 자신에게 호감을 갖고 있던 선생님에게 모든 것을 말하며 상담을 한다.

    선생님은 학생의 집에 온다. 학생을 안심시킨 뒤, 선생님은 혼자 집 이곳저곳을 살펴본다. 그러다가 선생님은 계모의 방, 닫힌 서랍에서, 귀신 복장을 할 때 사용하는 가발과 흰 소복을 발견한다. 선생님은 그제서야 사실을 눈치챈 듯, 학생에게, 다음 번에 또 귀신을 보면, 바로 자신에게 전화하라고 한다. 선생님은 학생이 불쌍해 견딜수가 없다. 경찰에 연락을 해야 할까, 자기가 계모와 이야기를 해볼까 하루종일 고민한다.

    그날밤. 선생님에게 학생이 건 전화가 울린다.

    "선생님... 또 귀신이 나왔어요... 제가 귀신을 죽여버린 것 같아요. 피를 막 흘려요."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 통화를 한 학생. 전화를 끊은 학생은 선생님이 오고 있는 동안 자신이 방금 막 찔러죽인, 곤히 잠자고 있던 계모에게, 자기 손으로 귀신 가발을 씌우고 소복을 입힌다. 정당방위로 위장해 계모를 죽이려고, 이 모든 일을 꾸몄던 학생은, 흉측한 귀신의 가발을 손에 든채, 깔깔거리며 웃는다.






    30

    내가 건설현장 인부로 일하던 시절, 동호대교 보수공사 현장에 있을 때 였다. 나는 시멘트를 
    물에 개기 위해 시멘트 봉투를 열었는데, 그 안에서 편지 하나가 툭 떨어졌다.

    "이 시멘트에는 내가 사랑하는 그이가 들어 있습니다. 공장에서 오랫동안 제가 짝사랑만 해오던 
    그이는 사고로 분쇄기 안에 떨어져, 석회석과 함께 빨려들어가 버렸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이 시멘트를 사용한 장소를 저에게 편지로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벽이나 다리가 된 그이를 
    만나러 갈테니까."







    31

    4월의 어느 화창한 날. 어느 주택가.

    평화롭게 출근을 준비하고 있던 남자는 만삭의 아내가 진통을 느끼는 것을 발견했다. 
    남자는 허둥지둥 서둘러 아내를 차에 태우고 병원으로 향했다. 하지만, 아내는 어딘가 문제가 
    있는 듯 매우 위중해 보였고, 남편은 점점 더 초조해 졌다. 그날 따라 교통체증은 더욱 심해서 
    도저히 차는 속도를 낼 수 없었다. 마침내, 병원 근처에 오자, 남편은 차에서 내려 아내를 들고 
    정신없이 병원으로 뛰었다.

    병원의 의사는 인자한 미소로 그를 맞은 중년 여성이었다. 의사는 사색이 된 부부를 보자, 
    능숙하게 움직여 즉시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수술실 문이 닫히고, 남편은 맥이 풀려 주저 
    앉았다. 긴시간 수술이 진행되는 동안 남편은 초조하게 기다렸다.

    몇 시간이 흘렀을까. 의사가 다시 나왔다.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다행히, 아기와 산모 모두 무사합니다."

    남편은 그제서야 얼굴이 환해져서 수술실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똑바로 쳐다보지 못할 정도의 모습이 되어 움직이지 않는 아기와 차디차게 식어 죽어 있는 아내였다.

    의사는 깔깔거리며 웃으면서 말했다.

    "오늘은 만우절! 하하하하-"

    + 실화라고 함 , 어떻게 보면 제일 무서움





    32

    한 변호사의 아내가 길을 걷다가 갑자기 지나가던 승합차에 납치를 당했다. 아무 영문도 
    모르는 그녀를 승합차에 타고 있던 인신매매범들은 무참히 폭행했다. 인신매매범들은 그녀가 
    심신을 스스로 포기하도록 잔인한 행동을 가하면서 그녀를 해안가로 데려갔다.

    해안가에서 인신매매단 일당은 그녀를 어느 외딴 섬에 팔아 넘겼다. 그 섬 사람들은 그렇게 
    납치된 여자를 항상 한 사람씩 섬에 가둬 두고, 모두들 모른채 했다. 인신매매되어 섬에 갖힌 
    그녀는 차마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비참한 일을 당해야 했고, 결국 그녀는 미쳐버려서, 
    말하는 것도 잊었고, 다른 사람의 말을 알아듣지도 못하게 되었다. 그녀는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른채 항상 히죽히죽 웃고 다니게 되었다.

    아내가 실종되자, 남편인 변호사는 직장일까지 멈추고 백방으로 아내를 찾아 다녔다. 전국을 
    떠돌며 아내를 찾아다니던 그는 4년만에 아내가 갖혀 있던 섬을 찾아냈다. 경찰과 함께 섬으로 
    들어가 아내를 구한 남편은 기가 막혔다. 아내는 말도 하지 못했고, 남편이 누구인지, 거기가 
    어디인지, 자신이 누구인지 아무것도 몰랐다. 그저 멍한 표정으로 있다가, 가끔 허공을 향해 
    공허하게 웃을 뿐이었다. 남편은, 아내가 정신이 나가, 폐인이된 것을 보고 억장이 무너져
    하염없이 울었다.

    아내를 깊이 사랑하던 남편은 그녀를 성심으로 돌보며, 계속 정신과 치료를 받도록 하였다. 
    남편의 지성이 워낙 깊었는지, 아내는 차차 회복되기 시작했다. 아내는 한두마디 간단한 단어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비정상적으로 오락가락하던 감정도 점차 안정되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부부는 자식을 낳았고, 아내는 여전히 서툴렀지만 최소한의 사리판단과 기초적인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아내와 자식을 뒷바라지 하기 위해, 남편은 개미처럼 열심히 일했다. 아내도 계속 더 상태가 
    좋아졌다. 그렇게 서서히 가정은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이제야, 악몽이 서서히 걷히고, 다시 행복한 생활의 싹이 조금씩 보이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남편이 직장에서 돌아왔을 때. 주방에 주저 앉아 있는 아내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목이 쉬도록 
    마구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기억이 돌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33

    한 젊은 학생은 어느 아름다운 아가씨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는 너무나 깊은 사랑에 빠져 잠시도 
    그녀의 모습을 잊을 수 없었다. 그는 언젠가 그녀에게 붉은 장미 한 송이를 선물하며 고백하는 것이 
    소원이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장미를 살 돈이 없었다. 그는 항상 꽃가게에서 장미의 값이 얼마인지 
    물어 볼 뿐이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마침 꽃가게의 아가씨는 그 학생을 사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나 가난한 
    그녀는 감히 그에게 자신의 사랑을 고백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녀는 학생이 항상 장미의 값을 
    물어 보는 것을 보고, 그를 기쁘게 하기 위해 장미를 만들기로 했다. 그녀는 조금씩 가게의 
    자투리 종이를 모아서 세상 어느 꽃보다 아름다운 조화를 만들었다.

    그러나, 종이를 물들일 붉은 염료를 구하지 못한 꽃가게의 아가씨는 몇날 며칠을 고민하게 되었다. 
    하루하루 끼니조차 어려운 그녀로서는 아무래도 붉은색 염료를 살 방법을 찾지 못했다. 
    절망에 빠져 있던 그녀는, 결국 자신의 동맥을 절개하여 피로 꽃송이를 붉게 물들였다. 
    그녀는 정신이 희미해지면서도 그 꽃을 짝사랑하던 학생에게 전해 주었다.

    어찌된 사연인지는 모르지만, 붉은 장미 한송이를 선물로 얻게된, 학생은 뛸듯 기뻤다. 
    그는 그 길로 평소 사랑하던 그 아름다운 아가씨에게 달려가 장미를 바치며, 사랑을 고백했다. 
    하지만, 그 아가씨는 어줍잖은 장미 한 송이로 세상에서 가장 낭만적인 시인인척 하는 학생이 
    유치하고 한심해 보일 뿐이었다. 아가씨는 비웃더니, 짜증스럽다는 듯 거절하고 말았다.

    학생은 온통 그 여자 생각 밖에 하지 못하고 간절하게 여기던 자신이 한심스러워져서, 화가 
    치밀어 올라, 들고 있던 장미를 내던졌다. 장미는 지나가던 마차에 짓밟혀 더러운 가루가 되어 버렸다.





    34

    저녁 무렵, 공원에서 흙장난을 하고 있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아이의 어머니는 늙은 
    홀아비와 재혼한 젊고 예쁜 계모였지만, 항상 친절하고 밝은 웃음이 아름다워서, 아이는 
    어머니를 잘 따랐습니다. 

    어머니는 저녁 식사 준비도 해야 했고, 여러가지로 바쁘기 때문에 빨리 집에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이제 돌아가요."
    "네-! 그런데, 계속 흙장난 하고 싶어-!"
    "바쁘기 때문에 안돼요. 빨리 끝내세요.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잖아요? 이제 곧 어두워져요."
    "에이, 엄마도, 아빠가 없어진 날 밤에는, 늦게까지 흙장난 했잖아?"
    "어머나, 봤어요? 그러면, 나는 오늘 밤도 흙장난 하지 않으면 안되겠네."

    +재혼한 어머니가 아버지를 죽인후 흙으로 덮어 매장, 목격한 아이




    35

    여느 때처럼, 그이와 둘이서 거리를 걷고 있었습니다. 요즘 그이가 나에게 좀 무심한 듯 
    한 것이 서운해서 조금 떨어져 걷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반대쪽에 좀 이상한 여자가 서 있었습니다.

    그 여자는 매우 더웠는데도, 두꺼운 스웨터를 입고 있었습니다. 그 여자는 안색이 무척 
    나빴고, 무표정한 얼굴이었는데도 왜인지 몹시 기괴해 보였습니다. 그 여자는 허연 
    얼굴로 계속 나를 빤히 보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이에게 다른 길로 돌아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이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신호가 파란색이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걷기 시작했습니다.
    나를 보고 있던 여자도 반대쪽에서 걸어 왔습니다.
    나는 그이의 팔에 바짝 붙었습니다.

    여자는 나와 엇갈릴 때 내 귀에 대고 속삭였습니다.

    "너 역시 죽은 사람이야."

    + '나'는 죽은 상태, 인간들 (남자) 는 '나'를 볼 수 없음 (무심한 듯), 



    36

    교통사고를 당한 일은 기억이 나지만, 다시 깨어났을 때 나는 도무지 다른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한참 더듬더듬 생각해 보니, 내 학창시절과, 결혼, 아내, 자식등의 
    모습은 어렴풋 기억이 나는 듯도 했지만, 정확한 것은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나는 겁에 질려, 허겁지겁 내가 내 집이라고 생각하는 곳으로 달려가게 되었다. 
    집에 들어가니, 왠 젊은 여자가 나를 맞이해 주었다.

    "어디에 갔다가 이제 들어오는 거예요?"

    나는 그 젊은 여자가 내 아내가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나는 
    왠 낯선 여자가 내 집에서 내 아내 행세를 하는 것을 보니 혼란스러워져서 겁이 
    덜컥 났다. 나는 그 젊은 여자에게 아내가 아니라고 했다. 그러자, 그 여자는 
    얼굴이 파랗게 질릴 듯 짜증을 내면서, 자기가 내 아내가 맞다고 했다.

    "그럴리가 없다. 내 아내는 너와는 전혀 다르단 말이다."

    한참을 실랑이하다 내가 소리를 지르자, 그 여자는 무섭게 나를 쏘아 보더니, 
    갑자기 망치로 집의 벽을 내리치기 시작했다. 벽의 시멘트가 부서져 내리니, 
    거기에는 인간의 해골이 드러나 있었다. 여자가 소리질렀다.

    "그 망할 여자는, 당신이 지난 봄에 여기 묻어버렸잖아요."






    37

    한 여자 대학생이 교외로 놀러 나갔다가 어느 중년 남자를 만나게 되었다. 그는 
    쓸쓸해 보였지만, 미남이었고, 재산도 많은 멋진 사람이어서, 금새 대학생은 호감을 
    느끼게 되었다. 알고보니, 그 남자는 아내를 잃은지 얼마 되지 않았고, 외로움과 
    쓸쓸함에 괴로워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우울한 모습이 더 매력이었는지, 대학생은 남자와 점점더 가까워지게 되었다. 
    마침내,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게 되었고, 둘은 결혼하게 되었다. 대학생은 남자의 
    집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하게 되는데, 어딘가 자꾸만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 듯 했다. 
    이 조용한 교외의 별장자리 같은 곳에, 왠 쇳덩이를 들고다니며 고성방가를 하는 
    바보 청년이 있는가 하면, 갑자기 여자의 물건이 망쳐져 있거나, 여자에게 사고가 
    일어날 듯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가장 이상한 것은, 새로 들어온 가정부 였다. 가정부는 지나치게 여자에게 살갑게 굴고, 
    너무 친절한 것이 오히려 괴이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여자는 자신과 남편을 해코지 하는 
    이상한 일들이 결국 가정부가 몰래 꾸민 음모임을 알게 되었다.

    실은 그 가정부는 남편 전처의 생모였던 것이다. 가정부는 정신질환이 심해 자식을 
    버린 사람이었는데, 뒤늦게 자식을 찾아보니, 부자 남편을 만나 잘 살고 있어서 
    안심하고 있었다. 그랬는데, 자식이 죽고, 그 자리에 왠 대학생이 새댁으로 들어온 
    것을 알게 되자, 그만 정신이 다시 이상해져버려서 죽이려고 든 것이었다. 여자의 
    신고로 가정부는 경찰에 잡혀 갔다. 이로써, 모든 소동은 끝이났다.

    한가로운 어느날, 이제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여자는 근처 호젓한 호수가에서 남편과 
    함께 낚시를 하며 소일하고 있었다. 그런데, 잠시 남편이 자리를 비웠을 때, 동네를 
    돌아다니던 바보 청년이 나타났다. 바보 청년은 여전히 왠 쇳덩이를 들고 다니고 있었다. 
    여자는 바보 청년에게 그 쇳덩이가 뭐냐고 물었다. 바보 청년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히히힛. 옛날에 사장님이 그걸로 부인을 때렸어요." 






    38

    나는 아름답고, 똑똑하고, 좋은 부모를 만나 즐거운 어린시절을 보내며 밝게 자라났다. 
    그리고, 지금은 남부럽지 않은 멋진 직장을 얻었고, 근사한 남자친구를 만나 사랑스러운 
    결혼 생활을 계획하고 있다. 장난스럽지만 나를 좋아해 주는 친구들, 거리를 거닐 때면 
    나를 부러워하는 듯한 사람들의 시선. 나는 정말 누구보다 행복하다. 
    이렇게 행복한 삶이 있을까? 정말 꿈만 같다.

    그제서야 나는 깨달았다. 눈을 뜬 내 앞에는, 거리낌 없이 쥐 한 마리가 천장을 조르르 
    달려 지나갔다. 그 모든 것은, 누구 하나 찾지 않는, 다쓰러져가는 골방에서, 당뇨 
    합병증으로 죽어가고 있는 내가 희미한 정신 속에서 마지막으로 꾼 꿈이었다.







    39

    그 남자의 형편이야 항상 궁색했지만, 무슨 일이 그렇게 괴로웠는지, 그날은 정말 
    미친 듯이 술을 퍼마셨다. 필름이 끊길 정도로 술을 마신 남자는 대충 비틀거리다가, 
    그만 도랑으로 굴러떨어져 하수구 옆에서 잠시 잠이든 것 같았다.

    잠이 깼을 때, 남자는 그만 깜짝 놀랐다. 하수구에는 놀랍게도 아름다운 인어가 있었던 것이다. 
    하수구의 구정물 때문에 몸은 좀 더러워져 있었고, 아무 말도 없이 그저 가만히 갸냘픈 
    몸으로 누워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분명히 남자가 본 것은 그 무엇보다 아름다운 인어였다. 
    남자는 그 인어의 사랑스러운 얼굴에서 도무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남자는 허겁지겁 인어를 
    짊어지고 집으로 들어왔다.

    남자는 커다란 수조에 물을 받아 인어를 집어 넣었다. 인어는 수조의 물이 출렁이는 것에 
    따라서 부드럽게 몸을 움직이며 헤엄쳤다. 인어는 항상 슬픈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보았다. 
    남자는 자신이 인어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남자는 그날로 직장도 잊고 
    - 어차피 변변한 직장이 있지도 않았지만 - 식음도 전폐한 채, 오직 수조 속의 인어만을 
    하염없이 바라 보았다.

    남자는 사랑하는 인어가 잘못될까봐 걱정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인어가 있는 것을 알면, 
    언론과 구경꾼들이 몰려들어 시끄러워질 것이고, 과학자들이 인어를 잡아가 실험을 하거나 
    해부를 하려 할지도 몰랐다. 남자는 상상만해도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남자의 
    눈에 그 연약해 보이는 인어는 세상 그 무엇보다도 자신이 나서서 보호해 주어야만 하는 것으로 보였다.
    남자는 아름다운 인어를 보면서 하루에도 몇번씩 아무도 해를 끼치지 못하게 하겠다고 맹세했다.

    하지만, 남자는 점점 초조해져 갔다. 자꾸만 누군가 자기 집 주변을 맴돌며 인어를 노리고 
    있는 듯 했기 때문이다. 남자는 점점 불안해져서 잠도 자지 못하게 되었다. 인어가 누군가에게 
    해코지 당하는 것을 생각하면 겁이나 미칠 것만 같았다. 그러는 가운데, 인어의 다리 
    한켠에 왜인지 조그마한 상처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 상처는 퍼런 멍처럼 변했고, 
    조금씩 커져가면서 점점 심해지기 시작했다.

    남자는 온갖 수단을 다해서 상쳐를 치료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인어의 상처는 점점 깊어만 갔다. 
    인어는 언제나 아무 변화 없이 항상 슬픈 표정 그대로 묵묵히 남자를 바라 보며 수조 
    안을 헤엄칠 뿐이었다. 그러나, 마침내, 상처는 겉잡을 수 없이 커지고, 상처에서는 
    부스럼 같은 것이나, 벌레가 생기는 것 같기도 하였다. 상처가 심해질 수록, 남자가 
    보기에는 점점 더 집 주변에서 인어를 노리는 사람들은 많아지는 것 같았다. 
    남자는 수조 속의 인어가 안타까워 견딜 수가 없었다.

    내가 남자를 발견한 것은 사건이 발생한지 8일째 되던 날이었다. 동료 형사들과 함께 
    남자의 집에 들이닥쳤을 때, 남자는 몹시 쇠약해진 수척한 모습으로, 정신이 나간듯 오직 
    수조만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수조 속에는 남자 아내의 시체가 둥둥떠다니고 있었다. 
    자신의 아내를 살해해 하수도에 버렸던 남자는 그렇게 체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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