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전쟁위기 D-24
전쟁이 날 가능성과 안 날 가능성을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전쟁 발발 가능성이 단 1%라도 있다면 최선을 다해 전쟁을 막아야 한다. 섣부른 비관도 금물이지만 근거없는 낙관은 더 금물이다.
북한과 미국이 충돌할 경우 남한은 즉각 북한의 공격 목표가 되어 전쟁 발발 24시간 안에 100만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생기게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게다가 남북한의 핵 시설이 파괴될 경우의 재앙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미국의 군사문제연구소인 지구안보연구소(http://www.globalsecurity.org)에서 `한반도 전쟁 카운트다운`을 다시 세팅했는데, 24일 남았다고 한다.
9월 9일 저녁 7시에 미국이 북한의 주요 핵시설과 미사일 기지들을 폭격한다는 얘기로, 북한 정권 수립 기념일인 그날 아침 북한이 핵보유 선언을 하고 미국이 즉각 폭격을 결정하고 행동을 개시하면 저녁 7시라는 것이다.
지난 7월 MBC에서 `정전 50주년 특별기획`을 방송할 당시에는 180여일이었는데, 6자회담 성사로 대화 국면으로 접어든 지금 오히려 전쟁 발발 예상일이 당겨졌다는 것은 자못 충격적이었다.
이러한 계산은 얼핏 허무맹랑하게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나름의 논리가 있다. 존 볼튼 발언 문제로 북미가 벌써 신경전을 벌이는 걸 보면 6자회담이 수월하지는 못할 거라는 예감이 든다.
9월 초에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6자회담이 결렬될 경우 한반도 위기가 크게 증폭될 것이라는 예측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세 가지 중요한 변수는 회담 결렬에 따른 경수로사업 중단, 9.9절을 기한 북한의 핵 보유 선언, 그리고 9월 18일부터 시작되는 을지포커스 훈련이다.
개인적으로는 부시가 재선된 뒤인 2005년 4월이 가장 위험한 시기라고 생각해 왔다. 부시 정부의 입장에서 볼 때 내년 12월 대선 전에 북한과 전쟁을 하는 건 너무 위험 부담이 크므로 그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으며, 북한을 겨냥해서 개발 중인 소형 핵무기 벙커버스터가 2005년 초에 완성되며, 그 때까지 DMZ 부근의 미군 병력을 후방 배치할 수 있으며, 2005년 4월 팀스피리트 훈련을 활용하면 전쟁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셀리그 해리슨도 이런 의견이었다.
부시의 재선은 여러모로 재앙이 될 것이다. 부시가 재선되면 백악관 내의 유일한 온건파였던 콜린 파월이 사임할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고, 만약 그 자리를 매파인 콘돌리자 라이스나 폴 월포비츠가 채우게 되면 강경파 일색이 될 터이다.
그러나 백악관이나 펜타곤의 입장에서 보면 어차피 북한의 핵 무장과 핵 확산을 막으려면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기 전에 사태를 해결하는 게 옳다는 판단을 하기 쉽다. 그렇다면 9월 위기설도 일정한 설득력이 있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언론인들은 무엇을 할 것인가? 6자 회담이 잘 되기를 바라며 기도나 하고 있어야 하는 걸까? 모르고 당하는 것보다는 알고 당하는 게 낫다고 그냥 푸념이나 하고 있어야 할까?
이 문제에 대한 청와대의 대응을 보면 답답하기 짝이 없다. 정신 나간 얘기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8.15를 기해 남북한 불가침 선언을 하는 것이 청와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그것조차 못 한다면 그냥 앉아서 수동적으로 당하는 수밖에 없다.
국민의 손으로 뽑은 정부는 국민의 힘으로 바로 세워야 한다. 뜻있는 시민 단체들이 힘을 모아 대규모 반전 집회를 열고 정부의 올바른 대응을 촉구해야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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