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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2014.5.3
2014.6.15
2014.6.29
2014.8.3
2014.8.3
"태초에, 차가운 수면 아래 어둠만이 자리하고 있던 시절,
'그'는 바다를 떠도는 작은 먼지에 불과했소.
아주 조그마하고 한없이 흩어지기와 모이길 반복하는 흔한 먼지 덩이에 불과했소.
움직임은 물론, 생각조차 없었던 쓸모없는 그 먼지들 사이에
어느 날, 수면 위에서 거대한 불덩이가 거센 파도와 캄캄한 어둠을 뚫고 날아왔소.
뜨거운 그 빛덩이에 고요한 심연은 미친듯 울렁거리기 시작했고, 떠밀려가지 않은 먼지들은
그 빛에 닿는 순간 심연의 차가움과 빛의 뜨거움을 느꼈으며 그 순간 비로소 숨을 쉴 수 있게 되었소.
'그'들은 이제 먼지가 아니었소.
그들에겐 앞을 볼 수 있는 눈과 날카로운 집게다리들과, 거대한 날개, 어떤 것에도 단단히 버틸 수 있는 갑주가 주어졌소.
그들은 자신의 눈 앞의 동족들과 무수히 떠다니는 먼지들을 자비없이 삼켰소.
사실, 그 시절은 자비는 물론이요 우리가 매 시간 느끼는 감정 따위가 존재하지 않았소.
단지 굶주린 속을 채우기 위해 입을 벌리고 보이는 것을 삼킬 뿐이었소.
집게다리를 가진 단단한 '그것'들은 결국 마지막 하나밖에 남지 않았소.
그러나 먹혔던 그것들의 잔해에서 연약하고 조그마한 무언가들이 헤엄쳐 나오기 시작한 게 아니겠소.
연약한 생명체들은 단단한 '그'와 달리 커다란 집게발을 들지도 않았고 단단한 갑주도 입고 있지 않았소.
그 조그마한 생명체들은 기다란 지느러미와 부드러운 비늘을 가지고 있었소.
단단한 '그'는 그것들을 삼키기 시작했소.
이전과 달리 연약한 생명체들은 아무리 삼켜도 그 수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소.
오히려 더욱이 늘어났으며, 그 생김새도 끝없이 늘어나기 시작했소.
연약하던 그것들은 어느새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기도 하고, 단단한 갑옷을 입기도 하였소.
그러나 '그'에 비하면 그건 아무것도 아니었소.
(중략)
어느날, '그'는 이제 굶주림을 느끼지 않게 되었소.
눈 앞에 움직이는 모든 것들을 삼키던 그는 그점을 의아하게 여겼소.
배고픔에서 벗어난 그는 차차 수면 아래의 조그마한 생명체들을 유심히 관찰하게 되었소.
수면 아래의 원시적인 생명체들은 과거의 자신과 같이 굶주림에 의해 행동함을 알게 되었소.
그러나 '그'는 발견하였소, 자신이 당시 느끼던 호기심과 같은 일체의 감정이 없는 대신
그들 사이에는 거대한 '공포'라는 것이 있었던 것을 말이오.
'그'는 공포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소.
그러나 '그'는 그것 때문에 연약한 생명체들이 자신을 피해 도망친다는 것을 이내 깨달았소.
그리고 이내, 자신이 뜨거운 빛에 의해 숨을 쉴 수 있게 되었을 당시 느꼈던 죽음의 공포를 떠올렸소.
그는 잡아먹힘의 공포에서 해방된 지 오래라, 공포가 무엇인지 잊고 말았던 것이오.
그는 그것에 대해 유심히 생각했고
곧, 그는 다른 수만가지의 감정들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느꼈소.
그는 우리가 느끼는 사랑과 슬픔, 기쁨에 대해 무지했소.
그러나 그의 내면의 가득 찬 호기심이 그것들을 향해 다리를 놓아주기 시작했고,
그 호기심 덕분에 지금 우리가 이곳에서 살아 움직일 수 있게 되었소.
가히 만물의 아버지라 불려 마땅하오."
- 동쪽 고산의 야타, 늙은 현자 아르쿰·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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