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 다른 것이 아닌 사람이었기 때문에 정말 공포스러웠던 경험이 있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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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중학년쯤 되었던 때였습니다.(사실은 국민학교) 당시에는 전력기술이 지금과 달라서였던지 한번씩 온 동네의 전기가 나가는 정전이 자주 있었습니다. 무슨 사고가 나서 정전되는게 아니라 전력량이 많은 여름철에는 정전이 되는 것이 일반적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날 밤 엄마가 저녁에 무슨 일인지는 기억안나지만 볼일이 있어 나가셨고, 유치원생인 동생과 저는 집에서 퇴근하시는 아빠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엄마가 나간지 한 30분쯤 되었을까요, 갑자기 TV와 형광등의 불빛이 꺼졌습니다. 정전이 된 것이지요. 정전이되면 보통 촛불을 가져와 불을 밝히곤 하는데, 저는 초를 찾으려 했지만 어디 있는지 몰랐습니다. 동생과 저는 컴컴한 방에 그냥 앉아 있었지요.
그굘?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저희집은 초인종이 설치된 집이 아니었고, 가게 문 같은 옆으로 열리는 문이 달려있었기 때문에 유리 두드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누구세요?"
집 안에서 물었습니다. 아무 소리도 안났습니다. 한번씩 누가 문을 두드린 것이 아닌데 사람들이 지나가다 건들기도 하고 바람이 세게 불면 문소리가 나기도 해서 이번에도 그런가 보다 하고 들어가려고 하다, 그냥 문을 열고 나가 보았습니다.
아무도 없었습니다.
길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동네가 정전이 되어 캄캄함으로 뒤덮힌채 보여지는 거리의 풍경은 평소의 우리 동네와는 정말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뭔지 모를 음침함과 호기심이 섞인 감정을 느끼면 두어걸음 정도 길가 쪽으로 나가 보았습니다.
왜 그랬는지 모릅니다. 한 30초정도 그렇게 서 있다가(엄마나 아빠가 오는 모습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모릅니다만 그 시간동안 캄캄한 거리에는 어느 누구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방 안에 들어가자 동생이 방 구석 모서리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습니다. 가까이 가보니 덜덜 떨고 있었습니다.
"진돌아, 왜?"
동생은 아무 말도 안했습니다. 그냥 구석에 쪼그리고 가만히 한 곳을 응시하기만 하는 것이었습니다.
동생이 보던 방향을 보았습니다. 부엌이었습니다.
우리 집 구조는 방 옆에 부엌이 있는데 부엌은 실내가 아니라 슬리퍼같은 것을 신고 거기 수도꼭지랑 부뚜막이 있는 그런 구조였습니다.
동생이 아무 말도 못하고 있자 저는 무언가가 이상한 걸 느끼고 부엌가까이 다가갔습니다.
문을 열어야 겠다고 생각하다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잠시 밖으로 나간 사이에 누군가가 들어왔을 수도 있고, 평소답지 않고 아무 말 안하고 앉아서 떨기만 한 동생을 보니 무언가가 있음을 어린 나이지만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생각 납니다. 그것이 차라리 사람이 아니라 다른 어떤 것이었다면....
무언가 무서움을 느끼는 대상이 있는데 그게 사람이기 때문에 공포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했던가요. 동물이라면 차라리 동물의 존재 자체로 무서움을 느낄 것이지만 사람은 무언가를 계획하고 행동할 수 있기 때문에 예상할 수 없는 무서운 일을 꾸밀 수 있고 그래서 오히려 이성없는 동물보다 사람이 더 무서운가 봅니다.
아뭏든 그것은 고양이었고, 그래서 안무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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