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거기다가 빨간 볼펜으로 오타쿠새끼라고 써놓은거니
내가 요새 시험도 끝나고 내신점수도 다나오고
수업때 자습하면 자거나 책을 읽어서 차마 확인을 못했는데
하교할때 보니 그렇게 적혀있더구나.
내가 오타쿠인건 진짜 인정하는데
왜 하필 빨간 볼펜으로 쓴거니.
볼펜으로 책상 낙서하면 잘 안지워지는거 너도 잘 알잖아.
니가 나한테 오타쿠새끼라고 한 이유에 대해 여러가지를 추측해볼 수 있을것같아.
너가 나에게 개인적인 악감정을 품고 있거나, 그냥 오타쿠라서 보기 싫어서 그랬거나
아니면 내가 그림도 잘그리는편인데 공부도 잘하는편이니까 눈꼴시려서.
그리고 니가 어떤 사람인지도 대충 나눠볼 수 있겠지.
공부 상위권인 사람, 그럭저럭 중위권인사람, 하위권인 사람, 혹은 일찐
이건 여담인데 난 일찐만 보면 찢어발기고 싶더라. 물론 생각에서 그치지만.
그래도 난 오타쿠니까 가만히 있어야지 ㅎㅎ
너가 어떤 이유로 그런 글귀를 적어줬는지는 모르겠지만,
니가 누구던간에 넌 나에게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니가 상위권이라면 잘하면 특목고에 가겠지.
특목고에 가게 된다면 넌 성적이 좀 떨어지게 될거야.
그리고 내신이 좀 안좋아질지도 몰라.
하지만 니가 전부 잘해서 수능도 잘치고 유명한 대학에 가게 될지도 몰라.
그렇게 된다면 넌 좋은곳에 취직하여 행복하게 먹고 살게 되겠지.
니가 중위권이라면 그럭저럭 인문계에 갈거야.
그리고 1,2학년땐 좀 놀지도 몰라. 공부를 할지도 모르고.
어쨌든 넌 지잡대라도 대학을 가게 될거야. 그리고 졸업하겠지.
니가 졸업후에 취업에 성공할지 실업자가 될지 난 몰라.
하지만 너가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며 살아갈 가능성이 높겠지.
니가 하위권이라면 어쩔 수 없이 특성화고에 갈지도 몰라.
특성화고 분위기 상 공부를 잘 하지 못하게 될지도 몰라.
그래도 넌 취업에 성공할지도 모르겠구나.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직장은 너에게 기쁨을 주지 못할지도 몰라.
니가 일찐이라면 특성화고를 가던 인문계를 가던 확실히 하위권일거야.
중학교 습관이 고등학교때까지 가는 경우가 많잖아.
졸업을 할지도 모르고 퇴학당할지도 몰라.
졸업을 하더라도 넌 대학은 못가겠구나.
그렇게 넌 근근이 알바나 하면서 살아갈지도 몰라.
난 중상위권의 성적으로 특성화고등학교에 갈거야. 하지만 말이 특성화고지 질 안좋은 실업계일지도 몰라.
그리고 난 중상위권의 실력으로 그럭저럭 내신을 쌓을 수 있겠지.
그리고 수시로 대학을 들어갈거야. 4년제던 2년제던 수시로 들어갈거야.
만약 수시가 실패하더라도 수능을 쳐서 정시로 들어갈거야.
그래도 실패하여 재수를 하게 된다면 난 그냥 대학을 가지 않을거야.
학원을 다니거나 문하생으로 들어가서 그림을 배우겠지.
그리고 난 애니메이터로 취직을 할거야.
그렇게 된다면 난 힘든곳에 취직하여 철야작업은 하는데 월급은 쥐꼬리만큼 받으며 살게 되겠지.
하지만 내가 느끼는 성취감, 만족도의 차이는 너희보다 몇배, 아니 몇만배는 높을거라고 생각해.
너의 가치관은 어떨 지 모르겠다만, 나의 가치관으로써는 돈을 잘벌게 될 너보다
하고싶은걸 하면서 배고프게 사는 내가 훨씬 더 가치있다고 생각하거든.
지금은 한낱 볼품없는 오타쿠일지는 몰라.
하지만 그 오타쿠라는 것이 나에게는 확실한 미래를 선물해 주었거든.
아무런 꿈도 없이 막연하게 안정된 직업을 찾아 내 성적으로 무리인게 뻔한 교사라는 직업을 버리게 해준
좋은 취미라고 생각해. 니 눈엔 내가 도를 넘어서 씹덕후로 보였을지도 모르겠지만.
너희처럼 남자만 보면 미쳐가지고 남자다!!남자가 나타났다!!하는것보단
차라리 종이를 섬기는게 더 낫다고 생각도 하고.
얼마나 건전하니. 씨발 나도 이런나는 싫은데 어쨌든 괜히 싼여자로 보이지는 않더라
병신같아 보일 수는 있겠지만......Hㅏ....
여러분 내가 종이를 좋아합니다. 그렇습니다.
물론 이 말을 써준 니가 좋은 꿈을 갖고 있고 성공할수도 있겠지.
하지만 남에게 그런식의 글귀를 적어주는걸로 미루어 보아, 넌 적어도 그런애는 아닌것같아.
나한테 악감정 갖고 있었다면 당당하게 나와서 현피를 뜨던가 하자.
한번 붙어도 난 꿀릴 거 없거든.
너네가 안했다고 잡아떼더라도, 내가 쌓아놓은 이미지가 있는데. 학급위원이잖아. 나.
응. 이래저래 말이 많았다.
사실 넌 오유를 백프로 안할것같긴 해. 오유는 중학생들한텐 잘 안알려졌더라.
하지만 여긴 정말 이런 말을 맘껏 할 수 있는 곳이니까.
어떻게 니가 보게 되더라도 그냥 넘겨주면 좋겠다. 뭐 어쩌겠니 2개월만 있으면 우린 이제 끝인데 ㅎㅎ
나 우리 동네 훨씬 밖의 고등학교로 갈거야. 너랑 만날일은 거의 없을거다.
우선은 내 책상에 적어놓은 오타쿠새끼 라는 좋은 글귀는 지우지 않을게.
내가 오타쿠라는걸 부정하는걸로 보일 수도 있겠다 싶어서.
나는 오타쿠야. 그러니까 내가 오타쿠라는걸 부정하게 되는 순간 난 내가 아닌거야.
는 무리수구나. 어쨌든 난 비겁해보이긴 싫어.
연필로라도 답글을 유머로 달아놓을게.
괜히 니 성미 돋구지 않게 말이야.
진지먹고 달려들면 병림픽밖에 더되겠냐 ㅎㅎ
그래서 책상에 볼펜으로 쓴거 지우개로 지워질까요?
내년 후배들이 날 뭘로 생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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