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하여>
다소 긴 글이 되겠지만, 3년차 대한민국 역사교사로서 소회를 밝히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어떤 의미에서 참 역대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어코 7년만에 중고등학교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여 학생들이 이른바 '올바른 역사'를 배우게 하겠다고 선언하였습니다.
역사 교과서를 왜 국정화시킬까요? 그 이면에는 무엇보다 '역사 교사'에 대한 불신이 깊다고 생각합니다. 이 나라 역사 교육을 직접적으로 담당하는 가장 핵심적인 주체는 무엇보다 저와 같은 현직 역사 교사들입니다. 즉, 정부는 그들이 가르치는 역사가 '좌편향'되었으니 고쳐야한다는 입장인 듯 합니다. 그러니 정부의 논점에 맞는 텍스트를 주어 버르장머리를 고쳐보겠다는 의도가 아닐까 추측합니다.
그러나 우리 민족의 역사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국가가, 정부가 나서서 역사 서술에 간섭하려던 시도는 늘 그리고 꽤나 자주 있어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일제강점기 일본이 조선사에 대하여 서술하면서 그릇된 역사를 가르치도록 강요했지만, 그렇다고 우리 역사의 떳떳함을 감출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또 다시 일제의 그런 시도 자체를 '역사화'시켜 가르치고 있습니다.
현장에 있는 역사 교사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역사라는 학문을 가르치기 위해서 중고등학교 때부터 관심을 기울여 왔으며, 대학 시절 내내 그리고 임용고시를 준비하면서 역사를 공부하는 방법, 역사를 접근하는 방법, 역사의 체계, 무엇이 역사화 되는지에 대하여 깊게 공부해온 주체들입니다.
우리는 객체가 아닙니다. 국정교과서 논란의 대상이 되는 부분은 현 정부의 콤플렉스라고 할 수 있는 근현대사 서술입니다. '친일파 문제' '정부 수립' '독재' '산업화' 등입니다. 역사 교사로서의 양심을 걸고 어떤 교과서가 주어지든 철저히 사실에 입각해 떳떳하게 가르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