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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sisa_236971
    작성자 : 가리봉왕자
    추천 : 0
    조회수 : 380
    IP : 59.14.***.87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12/10/17 15:19:50
    http://todayhumor.com/?sisa_236971 모바일
    [펌] [안철수 '반정치 콤플렉스' 비판]

    안철수가 변했다

    그 동안 많은 국민들이 안철수 후보에게 큰 기대를 걸어왔다. 그런데 출마선언 이후 안철수가 달라졌다. 그는 더 이상 이전의 안철수가 아니다. 『안철수의 생각』의 안철수와 지금의 안철수는 180도 다른 사람이다. 『안철수의 생각』에서 '정의로운 복지국가'를 내세웠던 안철수가 지금은 '새 정치, 정치혁신'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에 대해 많은 국민들, 특히 안 후보에게서 정권교체와 새로운 리더십의 희망을 보았던 국민들은 당황하고 있다. 내가 보았던 안철수의 희망은 신기루였던가, 현실 정치의 답답함 때문에 내가 신기루에 홀렸던 것일까 답답해하고 있다.

    그런데도 지금 민주당도, 학자들도, 평론가도, 논객들도 안철수 비판을 삼가고 있다. 단일화를 위해 비판을 피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지 비판을 참고 있다. 그러나 이는 옳지 못하다. 대통령 후보, 특히 높은 지지도의 후보는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검증에서 중요한 것은 시시콜콜한 과거 이력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정책과 정치노선에 대한 검증이다. 그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주권자인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다.

    언론은 최근 안 후보의 정치혁신 행보에 대해 단일화를 위한 기싸움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과연 그것 뿐일까? 그러나 9월 19일 출마선언문을 읽어보면 최근의 '새 정치' 행보의 핵심내용이 이미 담겨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당시 언론은 출마선언 그 자체, 야권 단일화 문제, 그리고 이헌재의 참석에 관심을 가졌다. 그러나 출마선언문의 핵심은 오히려 다음의 3가지였다.

    첫째, "국민의 반을 적으로 돌리면서 통합을 외치는 것은 위선"이며, 분열과 증오의 정치를 넘어 통합을 정치를 하겠다.
    둘째, 자신은 "정치경험뿐 아니라 조직도 없고, 세력도 없지만 그만큼 빚진 게 없는 만큼 공직을 전리품으로 배분하는 일만큼은 결코 하지 않겠다."
    셋째, 자신은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진심이라고 생각하며, 진심의 정치를 하겠으며, 사람의 선의가 가장 강력한 힘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겠다."


    언뜻 보면 공자님 말씀처럼 당연한 주장 같지만, 깊이 생각해보면 모두 '반정치주의'에 기반하고 있는 말이다. '반정치주의'야 말로 출마선언 이후 안철수 후보를 규정하는 핵심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다. (이번에는 첫 번째에 집중해서 살펴보고, 두 번째와 세 번째는 다음에 이어서 살펴보겠다.)

    무소속 대통령 : 실패한 정부 넘어 국가시스템 붕괴 가져올 것

    출마선언 이후 안철수 후보의 핵심주장을 하나만 뽑으라면, 분열과 증오의 정치를 넘어 통합의 새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민주당과 논쟁이 되고 있는 무소속 대통령도 이런 맥락에서 주장되고 있다.

    안 후보는 "여당이 대통령이 되면 밀어붙이기로 세월이 지나갈 것 같고, 야당이 되면 여소야대로 임기 내내 끌려 다니고 시끄러울 것 같다. 그럴 바엔 차라리 무소속 대통령이 돼서 국회를 존중하고 양쪽을 설득해 나가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며 "무소속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양당이 서로 반대와 대립만 하고 있는 상황에서 분열과 증오의 양측에 속하지 않고 중립의 무소속으로 양측을 설득해나가면, 어느 당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이것이 국정 운영에 낫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안철수 무소속 대통령이 당선되면 현실은 어떻게 될까? 국회는 야당(제1야당 새누리당, 제2야당 민주통합당)만 있게 되어, 정치적 대립구도는 '여당 대 야당'에서 '대통령 대 국회'로 바뀔 것이다. 안철수 대통령은 자기 뜻대로 예산도, 법률도 국회를 통과시키지 못할 것이며, 국정은 대통령 당선과 함께 마비될 것이다. 예산의 기반 없이, 법률적 근거 없이 무소속 대통령은 과연 어떻게 국정을 운영할 수 있을까? 그것은 무능한 정부, 실패한 정부를 넘어서 국가 시스템의 붕괴라는 심각한 재앙을 가져올 것이다.

    ▲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대선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갈등의 대변 없이 통합의 실현은 불가능하다

    안철수 후보의 무소속 대통령론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그 정치철학적 기반에 있다. 왜 안철수 후보는 모든 정치학자들이 반대하고, 세계사의 유례가 없는 무소속 대통령을 주장할까? 그 답은 갈등을 바라보는 안 후보의 시각에서 기인한다. 그는 기본적으로 사회ㆍ정치적 갈등을 싫어한다. 다음은 이를 잘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나는 노동자라는 말이 편안하지 않다. 물론 이 단어에 담겨진 역사적ㆍ사회적인 의미와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이 말에서는 상하간의 계층구분, 분리의식이 느껴진다." (안철수. 『영혼이 있는 승부』 김영사. 115쪽)

    최근 행보는 그가 '노동자'라는 말보다 '정치적 갈등'에 더 불편해함을 보여준다. 그는 한국 정치의 갈등이 기존 정당의 구태 때문에 발생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자신이 무소속의 중립적 통합정치로 극복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렇게 정치적 갈등이 해소 가능할까? 나아가 정치적 갈등은 본질적으로 나쁜 것일까? 이에 대해 미국과 한국의 대표적인 정치학자 샤츠슈나이더와 최장집은 이렇게 말한다.

    "갈등은 사람들을 분열시키는 동시에 통합한다.…통합 과정은 분열 과정만큼이나 갈등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갈등이 완연하게 발전하면 할수록 갈등은 좀 더 격렬해지며, 갈등이 격렬해지면 격렬해질수록 상호 적대적인 양 진영의 내적 통합은 더욱 강화된다.…정치에 대한 몇 가지 잘못된 생각은 통합과 분열이 동일한 과정의 일부임을 이해하지 못한데서 비롯되었다." (샤츠슈나이더. 『절반의 인민주권』 후마니타스. 118쪽)

    "정치의 최종 목표가 사회 통합일 수는 있지만 그것이 시작은 아니다. 통합이 정치의 시작이 되는 경우 차이, 갈등, 소외, 균열은 억압되고 이들이 표출되거나 대변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은 약화될 것이다." (최장집.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후마니타스. 86쪽)


    샤츠슈나이더는 사회적 갈등이 민주주의의 엔진이고, 갈등을 키우고 사회화하는 것이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길이라고 말한다. 민주주의란 갈등 때문에 불러들여진 정치체제이고, 갈등이 없다면 민주주의가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갈등을 사회화하여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갈등에 관여하게 할수록 하층계급에 유리하고, 갈등을 민영화 내지 사사화(privatization)할수록 상층계급에 유리하고 말한다.

    민주주의가 이처럼 갈등에 기반을 둔 정치체제인 만큼, 민주주의 정치에서 갈등의 한 축을 대변하지 않고서는 통합을 이뤄낼 수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갈등 없이 통합이 없는 것처럼, 갈등의 대변 없이 통합을 실현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역사는 이를 증명하고 있다. 스웨덴의 사민당 정부나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처럼 국민적 통합을 이뤄내 복지국가로 나아갔던 정부는 결코 중립의 정부가 아니었다. 그 정부는 갈등의 한 축, 특히 하층계급을 강력히 대변했던 정부였다. 갈등을 대변할 때만 사회적 통합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양보를 설득해낼 수 있다.

    중립의 위치에서 갈등의 당사자들을 모아 조정하면 통합이 이뤄질 수 있다는 생각은 언뜻 들으면 그럴 듯 해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그렇게 이뤄졌던 역사적 사례도 없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이런 사고의 바탕이 플라톤이 꿈꿨던 철인 정치적 사고와 비슷하다는 점이다. 플라톤의 철인 정치의 정치적 귀결은 군주정이다. 플라톤은 민주정을 심각할 정도로 혐오했다.

    무소속 대통령은 국민을 무시하고, 국민 위에 군림하게 된다

    안철수 후보는 우리나라 헌법이 국민, 국회, 대통령의 순서라며, 대통령 위에 국회가 있고, 국회 위에 국민이 있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현실정치에서 대통령과 국회가 국민의 뜻에 따르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이 국회와 대통령 앞에 기술되어 있기는 유신 헌법도, 제5공화국 헌법도 마찬가지였는데, 왜 그 때는 권력이 국민을 무시했고, 지금은 그나마 국민을 무서워하게 되었을까?

    그 답은 너무도 쉽다. 선거 때문이다. 국민이 선거로 권력을 심판할 수 있기 때문에 정권은 권력을 잃기 싫어서 국민의 말을 듣는 것이다.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던 이명박 정부조차 보궐선거와 지방선거에서 패배로 인해 조심스러워졌다. 그래서 권력은 선거를 싫어하고, 모든 선거는 본질적으로 정권에 대한 평가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무소속 대통령이 등장하면 선거를 통해 국민의 뜻이 반영될 통로가 완전히 차단된다. 만일 국민들이 안철수 무소속 대통령이 정치를 잘못한다고 생각하게 된다면, 집권 5년 동안 이어질 여러 선거(보궐선거, 지방선거, 총선)에서 어느 정당을 찍어야 할까? 어떻게 투표해야 국민은 안철수 정부가 국민의 말을 듣도록 할 수 있을까? 선거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대통령에게 국민이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대통령 개인의 선의 밖에 없다. 그러나 국민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대통령은 쉽게 국민 위에 군림하거나 국민에 대해 무책임해질 수밖에 없다.

    신계륜 민주당 의원은 11일 안철수의 무소속 대통령 주장에 대해 "이상에 가까운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무소속 대통령은 결코 이상이 아니다. 그것은 민주주의의 원칙을 부정하는 것일 뿐이다.

    안철수의 '새 정치'는 '반정치 콤플렉스'의 발로

    물론, 한국 정치가 갈등과 대립이 심한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그것을 완화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 있다. 그것은 독일네덜란드, 스웨덴과 같은 전면적인 비례대표제와 프랑스와 같은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제의 도입하는 것이다. 한국의 선거제도는 미국, 영국, 일본과 같은 단순다수제(소선거구제, 결선투표 없는 대통령선거)다. 이는 양당제로 귀결되며 양당 간의 정치적 대립을 강화시키는 특징이 있다. 반면, 비례대표제는 다당제로 귀결되며 대화와 타협, 합의의 정치가 발전하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안철수 후보가 통합의 정치를 실현하고자 한다면, 비례대표제와 결선투표제를 공약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안 후보는 무소속 대통령, 대통령 인사권 10분의 1로 축소, 청와대 이전 등 '반정치주의'적인 공약만 발표하고 있다. 그는 정치를 '국민 대 정치'의 프레임으로 바라본다. 국민이 살기 위해서는 정치를 최소화해야 하고, 정치가 커지면 국민이 죽는다고 본다.

    이러한 주장의 바탕에는 아주 심각한 수준의 '반정치주의', 즉 정치는 나쁜 것이요, 가능하면 줄어들어야 한다는 사고가 깔려 있다. 안철수에게 있어 '반정치주의'는 거의 '반정치 콤플렉스' 수준이다. 그러나 정치가 죽거나 줄어들면, 누가 이득을 보는가? 그러면 시장이 커지고, 시장의 지배자인 재벌이 이득을 보며, 한국에서 재벌의 대변자인 관료들이 국정을 좌지우지하게 될 뿐이다. '반정치주의'는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자들의 정치철학이었음을 명심해야 한다.
     

     

    안철수 '새 정치'의 지향점은 '엘리트주의'?

    [안철수의 '반정치 콤플렉스' 비판②] '전문가 정치'='관료 정치'?

    유창오 새시대전략연구소 소장    필자의 다른 기사

     

     청와대 인사권 축소는 민주주의에 어긋난 일

    나는 앞의 글에서 안철수 후보의 '새 정치'가 사실은 '민주주의의 부정'임을 살펴보았다. 이번 글에서는 그의 '새 정치'가 지향하는 바가 '민중에 의한 지배'인 민주주의가 아니라 엘리트주의임을 말하고자 한다.

    안철수 후보는 출마선언에서 자신은 "정치경험뿐 아니라 조직도 없고, 세력도 없지만 그만큼 빚진 게 없는 만큼 공직을 전리품으로 배분하는 일만큼은 결코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고, 이후 비슷한 공약을 내놓고 있다. 10월 7일 '정책비전 선언'에서는 청와대 인사권을 10분의 1로 줄이고, 청와대를 이전하겠다고 공약했다. 또한 8일에는 공천권 때문에 후보들은 국민은 보지 않고, 정당과 공천권자만 바라본다며, "공천권을 국민에게 되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인사권이 10분의 1로 줄어들면 나머지 10분의 9는 관료들 마음대로 인사가 이뤄질 것이다. 과연 이게 옳은 일일까? 물론 대통령과 친하다고 무능력한 사람을 임명하거나 이명박 정부처럼 법의 테두리를 넘는 방식의 인사는 안 된다. 그러나 민주주의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요, 국민은 선거를 통해 국정과제를 대통령에게 부여하는 만큼 대통령은 그러한 국민을 뜻을 국정으로 실현해야 한다. 그리고 인사는 그를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따라서 진보적인 정당이 진보적 공약으로 선거에 임해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면, 진보적 인사를 공직에 임명해서 공약을 실천하는 것은 국민의 뜻을 실현하는 것이다. 이는 반대로 보수정당인 경우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미국은 선거결과에 따라 주요공직이 교체되는 '교체 임용주의(doctrine of rotation), 즉 '엽관제도(spoils system)'를 채택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은 직업공무원제의 성격이 강해 선거로 인한 공직 교체가 적다. 미국의 대통령은 군대를 포함하여 7만 5천 명을 넘는 공직자의 임명권을 보유한다. 미국의 교체임용주의는 1829년 잭슨 대통령 이후 정착되었는데, 이는 공직을 널리 국민들에게 개방함으로써 진정한 국민의 의사를 국정에 반영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관료에게 정치가의 역할을 담당하게 해서는 안 돼

    안철수 후보에게 정치ㆍ정당ㆍ정치인은 나쁘고 줄여야 하는 존재인 반면, 관료ㆍ엘리트ㆍ전문가는 좋고 늘려야 하는 사람들이다. 이는 안 후보가 정치ㆍ정당ㆍ민중에 대해서는 불신을, 관료ㆍ엘리트ㆍ전문가에 대해서는 신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과연 한국 관료는 믿을 만한가? 전문가들은 항상 객관적이고 옳은가? 

    그렇지 않다. 한국의 관료들은 스스로를 목민관(牧民官)이라고 부른다. 국민을 기르고 다스리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 뜻대로 하면 우리나라의 주인은 국민이 아니다. 주인은 관료다. 국민은 단지 다스려지고 길러지는 대상이다. 지난 10년간의 민주정부가 기대에 못 미친 가장 큰 이유도바로 이들 관료에게 국정이 장악되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의 한미FTA, 이라크 파병 등은 모두 관료들의 작품이었다. 이명박 정부조차 초기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관료들에 의해 포획되고 말았다. 우리나라 관료들은 그들 간의 강한 인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정권을 넘나들며 강한 생존력과 자기보호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민주주의 하에서도 관료가 광범위한 국가 자율성을 향유하면서 정책의 결정과 집행에 커다란 재량권을 갖는다면, 도대체 선거를 통한 민중의 지배라는 민주주의가 권위주의와 다른 점이 무엇인가? 막스 베버는 『소명으로서의 정치』에서 행정적 관료에게 정치가의 역할을 담당하게 해서는 안 된다며 이렇게 지적했다. 

    "타고난 관료인 사람, 도덕적으로 높은 수준의 관료적 품성을 타고난 사람이야말로 나쁜 정치가일 수밖에 없으며, (책임 개념이 가진 정치적 의미를 기준으로 볼 때는) 무책임한 사람이고 그런 의미에서 도덕적으로 저열한 정치가들이다." (막스 베버. 『소명으로서의 정치』 폴리테이아. 151쪽)

    안철수의 전문가주의, 엘리트주의는 심각한 수준

    안철수 후보의 전문가 사랑, 엘리트 사랑은 대단하다. 그 사례가 곳곳에서 나타난다. 10월 7일 안철수 후보는 야권단일화의 방법으로 세 가지, 즉 ①현장의 국민 목소리, ②전문가 평가, ③여론조사를 들었다. 주목할 점은 안 후보가 지금까지 듣도 보도 못한 경선 방식인 전문가 평가를 거론했다는 점이다. 참고로, 정치권에서 일반적으로 시행되는 경선방법은 3가지다. 당원 경선(일반당원 경선, 대의원 경선), 국민 참여 경선(현장투표, 모바일투표), 여론조사가 그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전문가 평가 경선이 민주주의 투표의 4대 원칙 중 그 첫 번째인 보통선거 원칙에 어긋난다는 점이다. 보통선거란 사회적 신분ㆍ교육ㆍ재산ㆍ인종ㆍ신앙ㆍ성별 등의 제한 없이 일정 연령이상이면 모두 선거권을 주는 것이다. 도대체 안 후보가 생각하는 전문가의 기준은 무엇일까? 정치에서 왜 전문가가 국민과 달리 더 특별한 대접을 받아야 할까? 

    안 후보는 출마선언문에서도, 이후 발표문에서도 전문가라는 표현은 반복된다. 그리고 그 모두에서 전문가는 잘못된 정치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요, 해답이다. 안 후보는 출마선언문에서 잘못된 정치를 극복하기 위해 "현명한 국민들과 전문가들 속에서 답을 구하고, 지혜를 모으겠다"고 말한다. 이와 관련 한 언론은 안 후보의 말이 다른 정치인들과 달리 외래어와 전문용어를 습관처럼 남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박상훈 후머니타스 대표는 안철수 후보의 엘리트주의에 대해 이렇게 비판했다. 

    "지금 안철수 캠프에 법률가, 전문가, 엘리트는 보이는데 그가 대표하는 사람들이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되면 시민들이 안철수 후보를 견제할 방법이 없다. 정당은 당원이 있고, 지지하는 노조가 있고, 자영업자들의 요구가 있다. 그 안에서 경쟁이 이루어지는데 안철수 후보는 다르다. 기반이 없고 기대할 수 있는 건 '개인의 선의'뿐이다. 통치자의 선의에 의존하는 체제가 군주정이다. 아직까지 안 후보는 군주정과 엘리트 중심의 귀족정 원리가 결합해 있는 형태로 밖에 안 보인다." (2012. 10. 1 미디어오늘 인터뷰) 
    ▲ 안철수 후보는 정치를 선악의 문제로 보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프레시안(최형락)



    정치를 선악의 문제로 보는 것은 아닌지 우려돼

    지금 안철수 후보는 여러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그런데 그 공약에는 정당의 기반이 없는 무소속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과 대통령 인사권의 10분의 9를 관료에게 넘겨주겠다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그러고 나면 도대체 무슨 힘으로 공약을 실천할 수 있을까? 도대체 무슨 힘으로 대한민국의 실질적 지배자인 재벌을 상대로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 그리고 복지국가를 실현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안철수 후보가 주는 답은 후보 개인의 '선의'와 '진심'이다. 

    안철수 후보는 출마선언문에서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진심"이고, "진심의 정치를 하겠"으며, "사람의 선의가 가장 강력한 힘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안철수 캠프의 명칭을 '진심캠프'로 정했다. 보통 국정철학을 내세우는 것이 일반적인데, 후보 개인의 '진심'을 내세우는 독특한 캠프 명칭이다. 

    안 후보가 자신의 '진심'을 
    특화하는 것이야 그럴 수도 있는 일이다. 다만, 그가 정치를 선악의 문제로 보는 것은 아닌지 우려될 뿐이다. '반정치주의'는 정치를 쉽게 선악의 문제로 보기 때문이다. 안 후보는 최근 한국 정치가 국민을 분열시켜서 자기 세력의 이득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도덕적으로 나쁘다고 비판했다. 

    "정치가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고 탄식하는 국민들의 한숨이 들리지 않습니까? 자신들의 주의 주장이 아무리 소중하다고 해도 국민의 눈물과 고통 앞에 하찮은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자기 세력의 이익이 그렇게 소중하다면, 정치가 아니라 차라리 이익이 남는 장사를 하거나 사업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10월 7일 『안철수 후보 정책비전 선언문』 중에서)

    그러나 과연 정당이 자기의 노선과 주장으로 정권을 획득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도덕적으로 나쁘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거꾸로 노선과 주장도 없고, 정권 장악 의지도 없는 정당이 존재가치가 없는 것 아닌가? 안철수 후보는 정당정치 자체를 악으로 보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오히려 나는 진심이고, 상대는 진심이 아니라고 접근하는 것이 더 위험하다. 정치인은 나도 틀릴 수 있다고 전제해야 한다. 샤츠슈나이더의 말대로 "민주주의란 스스로가 옳다고 확신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치체제"다. 그렇지 않으면 정당한 비판조차 악의적인 네가티브 공격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더구나 
    교과서에 실릴 만큼 살아있는 위인으로 대접 받아 왔던 안철수 후보이기에, 앞으로 그에게 제기될 여러 비판은 그로서는 참으로 견디기 힘든 일이 될 수 있다. 

    안철수 정치의 지향점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엘리트주의

    앞에서 여러 측면에서 살펴본 것처럼 안철수 후보가 내세우는 '새 정치'는 정치의 본질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본질도 부정하고 있다. 안 후보의 '새 정치'가 실현된다면 한국정치는 붕괴되고, 민주주의적 국가시스템은 마비되고 말 것이다. 종합적으로 볼 때, 안철수 후보가 지향하는 정치는 제도와 시스템에 의한 정치체제, 즉 민중에 의한 지배인 민주주의가 아니라 통치자의 선의에 의존하는 정치체제, 즉 관료ㆍ전문가ㆍ엘리트에 의한 지배인 엘리트주의의 측면이 강하다. 

    그리고 안 후보의 이러한 주장의 바탕에는 아주 심각한 수준의 '반정치주의', 즉 정치는 나쁜 것이요, 가능하면 줄어들어야 한다는 사고가 깔려 있다. 그는 정치를 '국민 대 정치'의 프레임으로 바라본다. 국민이 살기 위해서는 정치를 최소화해야 하고, 정치가 커지면 국민이 죽는다고 본다. 안철수 후보에게 있어 '반정치주의'는 거의 '반정치 콤플렉스' 수준이다.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 대통령의 첫째 조건은 민주주의 신봉과 민주주의에 대한 폭넓은 이해다. 그러나 최근 안철수 후보의 주장을 보면, 안 후보는 민주주의에 대한 훈련은 물론이고 민주주의에 대한 
    고민도 없었고, 심지어는 민주주의를 신봉하지도 않는 듯 보인다. 그는 인류가 역사적으로 얼마나 많은 피나는 투쟁을 통해 '민중에 의한 지배'인 민주주의를 실현해 왔고, 그 과정에서 군주정과 귀족정, 독재와 엘리트주의에 맞서 힘겹게 싸워왔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 

    이제 많은 이들이 안철수 후보에 대해 우려했던 바, 정치적 경험의 부재가 가지는 위험성이 현실로 드러났다. 그는 민주주의의 원리, 시스템, 작동 방식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정치의 최고봉인 대통령에 출마하고 있다. 비유하자면, 정치적 덧셈ㆍ뺄셈도 모르면서, 미분ㆍ적분을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더욱 위험한 것은 그런 그가 '정치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정당과 정치를 악으로 공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그는 자신의 정치적 무능력을 감추고, 자신의 정치적 무경험을 '새 정치'로 포장하고 있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적극적 정치로 국정을 책임지고, 국민의 삶을 책임져야 할 대선후보가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그야말로 '반정치 콤플렉스'의 발로일 뿐이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20121014152205&section=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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