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제 한달 반 뒤면 서른에 접어드는 남자입니다
이런 고민은...솔로 부대를 지향하는 오유의 성격과는 조금 맞지 않겠지만
제 입장에선 꽤나 심각하며...어디가서 함부로 얘기하기 힘든 찌질한 고민이기에
화끈한 리플들로 고민을 잘 해결해주는 오유님들께 조언을 구걸해 봅니다...
저와 동갑내기인 여자친구는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때 만나서
지금까지 별 문제 없이 사귀어 왔었는데요
사귄 기간도 그렇고 나이도 나이인 만큼
여자친구 집쪽에서 결혼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여자친구는 직장 생활을 한지 오래 되었고 모아둔 돈도 있기에
결혼을 위한 모든 준비가 되어있지만
문제는 제 쪽에 있습니다...
지금 제 타이틀은 유학준비생...다른말로 백수이기 때문이지요....
아무리 오래 사귀었어도 어떻게 백수와의 결혼을 추진할 수 있나...하시는 생각이 드실 수도 있습니다만...
사실 여자친구는 초등학교 동창생...알고 지낸 기간까지 합치면 20년 가까이 됩니다...
부모님들께서도 서로 친하시고...제가 S대에서 석사 학위까지 들고 나왔기에
앞으로의 비전을 믿고 계신 것일 수도 있습니다
요 몇년 동안 계속 결혼 얘기가 나왔었지만
제 입장에선 미룰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여건도 여건이지만 결혼할때만큼은 그럴싸한 타이틀을 달고 싶거든요...
제가 학부 3학년일때 여자친구 입에서 처음 결혼 얘기가 나왔었습니다
또래의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 결혼하니 자기도 하고 싶었었나 봐요...
그땐 결혼하기엔 제가 너무 어리다는 생각도 들었고
아무리 S대라지만 학생 타이틀로 결혼하는 것은 병신같다는 생각이 들어
졸업하고 취직하고 나서 하는게 맞지 않나...하는 식으로 설득했었습니다
졸업할때 쯤이 되어 결혼 얘기가 또 나왔는데
당시엔 대학원을 진학할 마음을 굳혔었기에
석사 진학하고 1년쯤 지나 익숙해지면 하자...라고 미뤘었습니다
그리고 석사 1년차가 끝나갈때 쯤...그러니까 작년 이맘때
본격적으로 결혼을 재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자기가 부모님이나 주변사람들에게 설레발을 쳐놓은 것들이
압박으로 다가왔나 보더군요....
보는 사람들 마다 '결혼 도대체 언제 할꺼니' 하는 질문에 시달리는 것도 이제 지친다고....
하지만 저는 또 미룰수 밖에 없었습니다
여자 친구 입장은 충분히 이해했지만
대학원 생활이 너무 정신없었거든요....
"정말 미안한데...요즘 내 모습 보면 알겠지만...아직은 너무 바빠서 결혼하기 힘들것 같아...
박사 과정 진학하고 나서 하면 안될까??"
이런 제 말을 듣고 너무 실망하던 여자친구 모습...정말 미안했었습니다
올해 8월에 졸업하여 11월까지 필요한 영어 성적들을 만들고
내년 2월까지 ADMISSION을 받아 결혼을 하면
제가 생각했던것만큼의 훌륭한 타이틀은 아니지만
그래도 좀 남들한테 내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생각만큼 영어 성적이 빨리 만들어지지 않더군요...
지금 이맘때면 모든 준비가 되어 지원할 대학들을 찔러보고 있어야 하는데
아직 영어책 붙잡고 있는 실정입니다...제 자신을 너무 과신했었습니다...
결국 계획을 조금 수정하여 내년 3월까지 천천히 만들고
1년 정도 계약직 연구원으로 취직하여 돈과 경력을 좀더 쌓은 후 나가야 겠다....하고 생각하고
그저께 제 계획을 여자친구에게 말해주니...
"내년 초에 결혼안하면 다시는 너랑 결혼 안할꺼야"
라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던집니다
그동안 여자 친구는 차근차근 결혼 계획을 세우고 있었나 보더군요
사실 결혼식장은 어디가 좋겠다...결혼 날짜는 언제가 적당할 것 같다...하며
저에게 결혼 계획을 계속 물어왔었거든요...
내년 초까지 필요한 성적들을 모두 만들고 결혼을 한다 하더라도...
제 타이틀은 백수 인채로 결혼을 하게 됩니다
왜이렇게 병신같이 타이틀에 집착하느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네요...
결혼은 서로 다른 집안간의 결합을 의미하는 큰 행사라고 생각합니다
저나 제 여자친구의 지인들 뿐만 아니라 부모님들의 지인들께서도 참석하시는 장소인데
"백수" 라는 타이틀을 단채로 결혼을 하게 되면
제 여자친구뿐만 아니라 그동안 절 믿고 지지해 주셨던 저희 부모님께도
형편없는 아들이 되진 않을까하는 걱정 떄문에 제 입장에선 타이틀이 중요합니다....
S대 합격 했다고 고등학교 정문에 제이름이 인쇄된 플래카드가 걸렸을 때부터
큰 자랑거리가 되어왔던 아들이었는데...
이렇게 볼품없는 모습을 부모님 지인들께 보여드리고 싶지 않았거든요....
게다가 남들 결혼할떄 보면 친구들부터 시작해서 회사 동료들 까지
정말 많은 지인들이 참석해서 축하해주던데...전 인간관계가 너무 좁았던 탓에
결혼식장에 부를 친구들도 몇명 없습니다...이대로라면 정말 초라한 결혼식이 될까 너무 두렵네요...
지금 분위기라면 내년 초에 결혼은 미룰 수 없을 듯 합니다
다만 제가 현명하신 오유님들께 여쭙고자 하는 것은
혹시나 저와 비슷한 결혼을 하신분들이 계신지...
그분들은 결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셨으며 어떤 마음가짐으로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너무 옹졸하고 이기적인 제 모습이 많이 들어있는 고민인지라
어디가서 함부로 물어보기 힘들어 이곳을 찾게 되었습니다
다른 분들의 고민에 비하면 너무 보잘것없고 찌질한 고민이지만
좋은 말씀 던져 주신다면 큰 힘이 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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