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에는 공고·상고 학생이 더 많아요"
[인터뷰] 핀란드 직업학교 '옴니아' 사리넨 교장
"공책은 커녕 교과서도 갖고 있지 않은 학생들이 눈에 띄고, 어떤 경우는 볼펜조차 준비돼 있지 않다. 시간에 관계없이 잠만 자는 학생, 시간 내내 얘기하고 딴짓을 하는 학생, 멍하니 허공만 응시하는 학생…. 수업시간에 그래도 제대로 공부하려는 학생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이것이 날마다 시간마다 반복되는 전문계 고등학교 수업시간의 일상적인 모습이다." (인천여자상업고교 하인호 교사)
우리나라에는 702개의 전문계 고등학교가 있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전문계고가 차지하는 위상이나 그 안에서 이뤄지는 교육에 대한 관심은 '투명'에 가깝다.
1주일에 한 번씩 대대적으로 교육 이슈에 지면을 할애하는 주요 일간지도 실업 교육에는 무관심 그 자체다. 늘상 언론에 오르내리는 입시교육의 병폐 또한 대개 인문계고의 이야기다.
전문계고 교육에 대한 무관심은 설립 목적을 벗어난 교육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졸업 후 현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노동 인력을 양성한다는 목적은 퇴색된 지 오래다. 하인호 교사는 "전문계고 고등학교 교실에 아직도 '대학 가서 미팅 할래, 공장 가서 미싱 돌릴래'라는 급훈이 게시된다"고 지적한다. 한국 사회 전반에 걸친 학벌주의가 전문계고의 교육마저 입시 교육으로 변질시키는 현실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입시 교육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보다 실질적인 문제도 있다. 남성의 경우, 대학에 가지 않으면 곧바로 입대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전문계고 교사들은 이 때문이라도 학생에게 취업보다 대학을 권하는 현실이다. 결국 전문계고 역시 취업은 대학 진학에 실패하거나 진학이 불가능한 학생들이 '선택 당할 수밖에 없는' 그 무엇이 된다.
공고한 학벌 사회 속, 제대로 된 실업 교육은 요원해 보이는 전문계고 문제를 풀 해법은 없을까. 여기 소개되는 핀란드의 사례는 정답까지는 아니지만 힌트가 될 순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핀란드 에스푸(Espoo)와 키르코누미(Kirkkonummi) 지역에 자리잡은 옴니아(Omnia) 직업 전문학교. 핀란드에서 가장 큰 직업학교 중 하나인 이 곳은 다른 국가에서 종종 견학을 올 정도로 모범적인 직업 교육을 이끌고 있다. 지난 2일, 서울청소년창의서밋에 참가하러 한국을 방문한 유하-페카 사리넨 교장(56)을 서울 영등포 하자센터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가장 인기 많은 학교는 아니지만 자랑스러운 학교"
"가장 인기 많은 학교? 그렇게 말할 순 없다. 가장 좋은 학교라고 할 수도 없겠다. 다만 나는 우리 학교가 매우 자랑스럽다."
사리넨 교장은 "핀란드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학교로 알고 있다"는 기자의 인사에 한사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의 반응에서 '경쟁'과 '순위 매기기'에 익숙치 않은 핀란드의 문화가 자연스레 드러났다. 다만 '자랑스럽다'는 그의 말에 학교에 대한 자부심이 담겨 있었다.
옴니아 직업학교는 통칭 '옴니아 학교'로 불리는 옴니아 직업학교, 성인교육센터, 도제훈련센터, 청소년 워크숍 등 4개 기관 중 하나다. '옴니아 학교'에 다니는 총 7000명 중 4500여 명이 이 학교 학생이다.
9년제 초등학교를 마친 16살의 핀란드 학생이 진학할 때에는 일반학교(인문계 고교)와 직업학교 중 선택을 하게 된다. 핀란드에서는 이때 약 50% 이상이 직업학교로 진학한다. 사리넨 교장은 "올해에는 사상 최초로 기초 교육을 마친 학생들 중 직업 학교를 선택한 학생의 수가 일반 고등학교에 진학한 수보다 많았다"고 말했다.
특히 1990년대 이후부터는 직업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일반 대학에 진학할 수 있게 되어 직업학교를 선호하는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기업 역시 경험을 중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직업학교 출신을 선호한다고 한다. 직업학교 과정은 3년인데, 인문계 고교로 진학했던 학생들도 다시 직업학교로 올 수 있고, 실제로 20% 가량 학생이 인문계 고교에서 온 학생이라고 했다.
실습에서 시연까지…탄탄한 재정 지원도 뒷받침
그렇다면 어떤 교육이 이뤄질까? 라틴어로 '모두'라는 뜻의 학교 이름인 '옴니아'는 모든 사람이 질 높고 평등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농업을 제외한 모든 종류의 직업이 포함돼 있는데, 목재, 건축, 제빵, 관광, 요리, 간호, 가사 서비스, 이발, 소비자 어드바이저, 기술과 수송, 경영과 관리 등 다양하다.
옴니아 직업학교의 목표는 '졸업자가 취업해서 노동현장에 투입됐을 때 가장 우수한 능력과 실력을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빠르게 변하는 직업 환경에 맞춘 교육이 이뤄진다. 10명 이상의 학생이 원하면 과목이 개설되는 학교의 운영은 이 같은 특징을 잘 보여준다.
건축과의 경우 1학년 과정에서는 실내와 야외 등 다양한 환경에서 건축을 하는 실습이 학교에서 이뤄진다. 또 2학년이 되면 실제 학교에서 떨어진 부지에 직접 건축물을 짓는다. 이 건축물은 시가로 분양하거나 팔기도 하는데, 부지는 학교에서 마련하고 지어진 뒤 10년 간 학교와 학생이 보증을 한다. 3학년이 되면 건축회사에서 수습 직원으로 일을 배운다.
평가 역시 시연을 거쳐 이뤄진다. 학생들은 현장에서 기술을 시연하면서 스스로 능력과 기술을 평가하는 동시에 교사의 평가 과정을 거친다. 일방적이거나 숫자로 이뤄진 평가가 아닌 함께 관찰하고 토론하면서 평가를 하는 것이다.
학교를 졸업하면 두 종류의 자격증을 얻게 된다. 이론 강의 수료 자격증과 기술 자격증이다. 그러나 20% 정도가 중도 탈락하는 것은 옴니아의 또 다른 고민이다.
한편, 옴니아 직업학교의 탄탄한 교육 뒤에는 든든한 국가의 지원이 자리잡고 있다. 무상 교육이 핀란드에서는 직업학교 학생 1명에게 국가에서 8000유로의 돈을 학교에 지급한다. 지급된 돈은 교사와 교직원 월급을 비롯해 기자재 구입, 급식 등 학교 운영에 사용된다.
"36살 박사와 20살 취업자의 생활 수준이 다르지 않더라"
그러나 아무리 좋은 교육이 이뤄진다 해도 인문계 고교보다 직업 학교를 선호한다는 핀란드의 현실을 우리나라 문화에서는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사리넨 교장은 "많은 젊은이들이 옴니아에 오고 싶어하는 이유는 역시 직업을 잘 가질 수 있기 때문"이라며 "젊은이들은 이제 박사 학위를 따고 나서도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다는 걸 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핀란드에서 직업에 대한 사회 인식의 차이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며 "20살에 직업학교을 졸업하고 취업한 사람과 36살에 박사 학위를 딴 사람의 소득을 비교했을 때 차이가 없다는 등의 연구 결과도 속속 발표됐다"고 말했다. 그는 "굳이 연구를 하지 않더라도 취업 이후 좋은 집과 좋은 차, 그리고 안락한 생활을 누리는 이들의 모습을 우리는 주변에서 볼 수 있다"며 "1960년대에는 핀란드에도 취업보다 대학 진학을 선호하는 풍토가 있었지만 점점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그는 직업 교육이 단순히 '노동'만을 가르친다는 인식도 오해라고 지적했다. 사리넨 교장은 "기업가정신 또한 옴니아의 핵심 중 하나"라며 "모든 학생은 기업가 정신을 배우고 운영과 관리 기술을 배운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장이라도 스스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어야 하며 다른 사람의 기업에서 일한다고 해도 기업가 정신을 가지고 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학교가 아닌 삶을 위해 배운다"
이처럼 옴니아 직업학교에서 내세우는 교육은 '아무도 배제되지 않는 교육'을 지향하는 핀란드의 교육 정책과도 일치한다. 어쩌면 옴니아 학교의 성공은 단순히 훌륭한 학교 프로그램만이 아닌 모든 이의 교육을 뒷받침하는 핀란드 사회 문화에 따른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사리넨 교장은 "청년들은 훗날 자신의 삶을 스스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필요한 기술과 능력을 익혀야 한다"며 "새로운 것에 적응할 줄 알아야 하며, 스스로를 업그레이드 하려는 의지를 가져야 하고,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하며, 창의적이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동시에 학교들은 이런 청년들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인터뷰, 그리고 토론회에서 보여준 사진에서 묘사된 옴니아 학교는 밝았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학교를 다니는 학생도, 그를 가르치는 교사도, 이를 바라보는 사회도 직업 교육에 무관심한 채 대학 진학 숫자에 더 신경쓰는 대다수 한국 전문계 고교는 더욱 '암담'하게 느껴졌다. 이명박 정부는 '마이스터고'를 100개를 만들어 전문계 고교의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하지만, 현재와 같은 한국 교육의 현실 속에서 마이스터고는 전문계 고교 '서열화'에만 기여할 뿐이다.
사리넨 교장은 그 고민에 작은 힌트라도 주듯 그의 교육 철학을 라틴어 속담을 빌려 이렇게 밝혔다. "우리는 학교가 아닌 우리의 삶을 위해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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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서 펌
문---대한민국은 어떤 나라인가?
답---대한민국이 아니라 대학민국이다. 고졸은 대졸도 하기 힘든 사시패스를 하고서도 사시패스 못한 대졸보다 못한 취급을 받으며, 고졸은 대졸도 되기 힘든 대통령이 되고서도 대통령 못된 대졸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 나라이다. 노통이 그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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