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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story_236392
    작성자 : 리리로로
    추천 : 34
    조회수 : 2980
    IP : 116.123.***.102
    댓글 : 5개
    등록시간 : 2011/06/19 18:34:35
    http://todayhumor.com/?humorstory_236392 모바일
    편의점 누나
    나의 초등학교 6학년때 일기장을 보면
    장래희망이 "세계에서 직업을 제일 많이 갖고있는 사람"이었다.
    디자이너도 꿈이었고, 만화가도, 미스코리아도, 과학자도 꿈꿨었다.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
    미스코리아 빼고는 모두 포기한 꿈이지만,
    직업을 많이 소유하고 있는 것은 어느정도 이룬듯하다.

    지금 현재 나는 4가지의 일을 하고 있다.

    난 신비주의이기때문에 두가지는 말할 수 없지만.
    하나는 아침 편의점 아르바이트고,
    하나는 주말에 때때로 자리가 나면 옷판매를 한다.

    그 중에서 가장 역동적인 일은 편의점 알바인데,
    아침 출근시간 지하철역 안에 있는 곳에서 두시간만 일을하기때문에
    정신없이 바쁘다.
    지하철이 한번 도착하면 사람들이 우루루루 몰려오고
    서로 나의 계산을 갈구하며 애처로운 눈빛을 보내곤 한다.
    출근시간 수많은 직장인들의 구애속에서도 나는 꿋꿋하게 계산만을 하며 잘 버티고 있다.
    난 아이스커피안에 담긴 얼음같은 여자니까.

    그런데 그런 나의 마음을 스르륵 녹이는 한마디가 있었으니.
    바로 "누나"였다.

    아침 바쁜시간 내가 아무리 "안녕하세요"라고 외쳐도 되돌아오는 인사를 받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모두 바쁘고, 피곤하고 예민한 상태이기때문에
    삼각김밥이나, 음료수같은걸 급히 올려놓고 계산하고 사라지기 바쁘기 때문이다.
    물론 나도 새벽일찍 일어나 출근하기때문에 피곤하긴 마찬가지다.
    편의점 일이 끝나면 바로 다른 일을 하러가야하기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편의점 유니폼을 벗어던지면 서둘러 가기 바쁘다.

    그날도 피곤에 절인 배추겉저리처럼 터덜터덜 지하철역을 내려가고있었다.
    그런데 그때...누군가 뒤에서
    "누나!!!!!!!!"라고 큰소리로 외치는 것이었다.

    누나라니.
    내가 누나라니.
    난 남동생도 없고, 더군다나 친하게 지내는 남동생따위는 꿈에서도 있어본적이 없기에..
    난 아니겠지..라며 가던길을 마저 걷고있었다.
    그런데 다시 더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나!!누나!!!!누나 편의점 누나아니야?"

    편의점 누나!!!
    내가 일하는 편의점은 대부분 나와 내년이면 환갑이신 여사장님과 하기때문에
    편의점누나라면..그거슨 내가 99%확실했다!

    난 반갑게 뒤를 돌아보았다.
    그런데 날 누나라고 불러세운 사람은 다름아닌
    지하철역에서 청소부로 일하시는 정신지체 남자분이셨다.
    아침만 되면 편의점에 찾아와서 라면을 사가시곤했는데
    늘 "이거 천원짜리 몇개필요해? 이거 맛있어?"하며 물으셨던 분이었다.
    추측하건데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의 정신연령을 지니고 계신듯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로 쏠렸다.
    왜냐하면 그분의 외형적인 나이는 40대 중반가량 돼보이셨기 때문이다.
    난 순간 당황했다.
    그 분이 내게 직접적으로 말을 건적은 없었기에 날 기억하리라곤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왠지 반가운마음에 인사를 나눴는데
    왜이렇게 일찍퇴근하냐면서 자기는 저녁늦게끝난다고 부럽다고 잘가라고하셨다.
    "누나 잘가1!!!"
    난 조금 민망했지만, 꾸벅 인사를하고 지하철 승강장에 섰다.

    그런데 잠시후..다시 멀리서 날 부르는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나!!!!!!!!!!!!!!!!!!!!"

    고개를 돌려바라보니 그분이 신문하나를 들고 급히 뛰어오고 계셨다.
    그리곤 내 앞에 멈춰서서 크게 숨을 들이쉬더니
    "누나. 이거 지하철에서 심심하니까 이거 읽어. 이거 비싼신문이야."

    그렇게 내게 신문하나를 건네고는 다시 청소를 하러 유유히 사라지셨는데
    펼쳐보니, 아침마다 나눠주는 공짜신문이 아닌 돈을 줘야살수있는 신문이었다.

    순간, 난 조금 감동했다.
    그 아저씨와 친하게 지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아저씨에게 좋은 '누나'이고 싶었다.

    다음날.
    늘 피곤했던 난 한결 가벼운 발걸음으로 편의점에 출근했다.
    그리고 그 아저씨가 오면 내가 좋아하는 컵라면을 추천해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잠시후. 아저씨는 정확히 그 시간에 나타나셨고
    역시나 라면을 갖고오셔서는 천원짜리가 몇개필요하냐고 물어보셨는데..
    "누나 이거 천원짜리 몇개야?"
    난 친절하게 웃으면서
    "천원짜리 한개요."

    그러자 아저씨께서는...

    "아니. 이누나말고 저누나말이야. 누나!이거 맛있어?"
    하며 향하신곳은 내년이면 환갑이신 사장님앞...................

    아저씨 눈에는 나와 사장님이 동년배로 보였던 것일까..
    그 후로 난 다시 피곤한 발걸음으로 출근을한다.

    담배살때 "담배주세요"하지마시고, "00담배 주세요"라고 해주셨으면좋겠다.
    난 소문난 빠가이니까..단골손님 담배도 기억못하는 빠가야로.....
    어쩐지 어릴때 아빠는 내게 빠가사리 매운탕을 자주 끓여주곤 하셨지.

    어디서 들었는데
    옛날부터 우리 조상님들은 하기 어려운일에는 ~질 자를 붙여말했다고했다.
    호미질, 삽질, 괭이질..
    그런데 그중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젓가락질이란다.
    그만큼 먹고사는 것이 젤 힘들다는 얘기다.

    먹고살기 힘들다.
    그래도 먹고살 방법은 있다.
    더운여름 힘내세요.

    (요즘 갱년기라 병맛 마무리가 잘 안됨.)
    리리로로의 꼬릿말입니다
    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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