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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236337
    작성자 : 윙가르디움Ω
    추천 : 22
    조회수 : 2023
    IP : 118.37.***.61
    댓글 : 2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9/06/14 08:40:53
    원글작성시간 : 2009/06/10 00:01:08
    http://todayhumor.com/?humorbest_236337 모바일
    예전에 여기서 봤던이야기
    출처:오유 ㅋ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4호선, 안양에서 서울로 향하는 길.

    오늘따라 유난히 날씨는 더웠고, 온종이 거리에 있으며 피곤에 찌든 나는 지하철 안에서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처럼 앉아있었다.

    MP3에서는 Dark Tranquility의 Edenspring이 흘러나온다.

    안 그래도 시끄러운 노래를 높은 볼륨에 맞춰놓고 들으니, 주변의 사물들은 모두 사라져가고 나는 나의 세계 속으로 침전해갔다.

    그렇게, 현실과 음악의 사이를 오가던 찰나, 나를 여지없이 현실로 끌고 들어오는 무언가가 

    나타났다.



    무엇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고개를 홱 돌려서 옆의 5호 칸에서 들어오는 문이 열리는 것을 보고 있었다.

    철문이 옆으로 끌리는 소리는, 시끄러운 헤비 메탈의 리듬을 꿰뚫고서 나의 귀를 울렸다.

    그리고, 문 건너에 한 여자가 서 있었다.

    '미친년이군.'

    그 여자의 비쥬얼은, 정말로 그런 말이 저절로 나올 정도로 그로테스크했다.

    걸레가 다 된 웨딩 드레스를 입은 채로, 한 번 긁으면 이가 한 웅큼은 쏟아질 것 같은 산발한 머리로 얼굴을 모두 가리고 있었다.

    대소변을 지린 냄새가 순식간에 풍겨와서 나는 무의식중에 손을 들어 코를 막았다.

    그리고 그 여자는, 예식장의 융단 위를 걷는 신부처럼 천천히 앞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씨발.

    당신은 그런 것을 본 적이 있는가?

    사람이 걸어가는데, '미끄러지듯이 걷는다'는 모습이 어떤 것인지, 당신은 상상이 가는가?

    나는 그것을 보았다.

    드레스 안으로 다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나는 분명히 그것이 다리가 없거나 공중부양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인체는 하체가 움직임에 따라 자연스럽게 수반되는 상체의 진동을 보인다.

    그런데, 어째서!!!

    상체가 티끌만큼도 움직이지 않느냔 말이다!!!



    그 때 직감했다.

    씨발, 귀신이구나!

    그 여자는 문을 열고서 천천히 내가 앉아있는 의자쪽으로 다가왔다.

    그 여자가 다가올수록 악취는 점점 더 심해져서 숨조차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악취와 함께 설명할 수 없는 한기가 몰려들었고, 내 피부엔 일제히 닭살이 솟았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모두가, 지하철에 앉아있던 그 모두가, 전혀 그 여자에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당신은 저 미친년이 보이지 않냐고!

    당신은 저 악취가 느껴지지 않냐고!

    당신은 당신의 뼛속을 파고드는 이 한기가 느껴지지 않냐고!

    그렇게 지랄같이 외치고 싶었지만 나는 악취와 한기때문에 도저히 꼼짝할 수가 없었다.

    천천히 그 여자가 걸어가다 (썅 솔직히 이거 걸어간다고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순간 내 앞에서 우뚝 멈췄다.

    그 여자는 여전히 반대편의 문을 보고 있었지만, 나는 왠지 그 여자의 눈빛이 나를 꿰뚫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나는 정말 악취와 한기때문에 정신을 놓을 지경이었다.

    그리고 말한 것처럼 지하철의 그 누구도 그 여자에게, 심지어 공포에 절어 발작하고 있는 나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 여자가 나의 앞에 서 있던 시간은, 정말 처절하리만큼 길었다.



    이윽고 그 여자는 천천히 걸어 나가 3호차로 사라졌다.

    그 여자의 형체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까지, 나는 악취와 한기가 계속 느껴져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그 여자가 사라진 후, 나는 다시 숨을 골랐다.

    지하철 4호차, 그 안의 사람들은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무덤덤하게 앉아있었다.

    그렇게, 그 여자는 내 기억 속에 첫번째 귀신으로 남았다.

    씨발, 그렇게만 끝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열차는 조금씩 환승역인 삼각지를 향해 다가갔다.

    몇십분이 지나 조금씩 그 쇼크를 잊어갔고, 나는 다시금 음악의 세계 속으로 침잠했다.

    몇 곡이 흘러가서 MP3에선 또다른 노래가 흘러나왔고, 나는 조용히 그 음악을 듣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왜, 어째서, 그 지랄같은 상황이 일어난걸까?



    왜 난 그 때 5호차에서 4호차로 통하는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고

    왜 난 그 때 문을 여는 그 여자를 다시 보았고

    왜 난 그 때 그 여자의 악취와 한기를 다시 느낀걸까.



    도대체 왜 그 빌어먹을 귀신은 3호차로 사라진 주제에 다시 5호차에서 나타나는 거냔 말이다!!!



    그리고 예의 아까와 같은 상황이 펼쳐졌다.

    나는 악취와 한기때문에 호흡곤란을 일으켰고

    귀신은 한참동안 내 앞에 서있다가 다시 3호차로 사라졌고

    4호차의, 나를 제외한, 그 어느 누구도, 나와 그 여자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리고 그 여자는 다시 3호차로 유유히 사라졌다.



    범계에서 삼각지까지의 그 짧은 시간이, 나에게는 100년보다 더 길게 느껴졌다.

    나는 그 빌어먹을 귀신이 제발 다시 5호차의 문을 열고 나타나지 않기를 기도하는 것으로 그 긴 시간을 다 보냈다.

    삼각지에 도착해서 도망치듯 그 열차를 빠져나왔을때, 열차 안 어디에도 그 여자는 보이지가 않았다.

    다만, 그 빌어먹을 대소변이 쩔어있는 웨딩드레스의 악취가 진동했을 뿐.



    이것이 내가 어제 겪었던 4호선 귀신 이야기의 전말이다.

    6호선을 타고 안암까지 오는 동안 그 여자는 역시 나타나지 않았다.

    아마도 4호선의 범계와 삼각지 사이의 어느 곳에 살거나

    아니면 그 열차에 붙어 있는 지박령이리라.



    믿겨지지 않는가?

    씨발 나도 꿈이었으면 좋겠다.

    어쨌든, 그녀를 만나보고 싶다면 MP3를 들고 범계에서 4호차를 타 보라.

    운 좋게 나와 같은 열차를 타게 되었다면

    당신은

    MP3를 뚫고 들어오는 철문이 끌리는 소리와

    당신의 뼛속을 파고드는 염병할 한기와

    코가 문드러질 것 같은 악취 속에서



    5호차의 문을 열고 유유히 나타나는 그녀를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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