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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23593
    작성자 : 끝장
    추천 : 4
    조회수 : 893
    IP : 125.248.***.106
    댓글 : 10개
    등록시간 : 2008/05/22 18:45:57
    http://todayhumor.com/?gomin_23593 모바일
    몸뚱이 하나 100원 간당간당 하는 놈에게 졌다.
    아무한테도 이야기할 수 없다.

    자기 아버지 이름 걸고 맹세하며 동영상 찍으면서 끊겠다고 했는데,
    그래도 들켰지만 끊는다고 했는데,
    내가 자기 화나게 해서 다시 핀다고 했고 또 끊는다고 했는데,
    내가 미운만큼만 피라고, 내가 싫은만큼만 피라고 했는데,
    또 피네...

    남들은 그거 끊기 어려운거라고 했는데, 그래도 나는 우리는 그만큼 사랑하니까, 그 사랑을 걸고 끊겠다 한거니까 끊을 줄 알았는데...

    그깟 담배가 뭐라고...

    아니다 그깟 담배가 아니다. 내 사랑을 이겼으니 그깟 담배가 아니다.

    아니면 한 갑에 2500원자리, 한 개피에 100원 하나?

    그 싸구려에게도 못 이긴 내가 그깟 것보다 못한게 되었다.
     

    내게 있어 이 결혼이 무엇이었지?

    남들처럼 좋은 학벌 보고 한 것도 아니고

    많은 재산을 보고 한 것도 아니고

    뛰어난 능력을 보고 한 것도 아니다.

    그저...사랑 하나로, 평생 서로를 아껴주고 사랑할 것이라는 그 믿음 하나로 결혼했다.

     

    그래서 남들이 아무리 학벌 좋은 사람과 결혼했다 해도,

    3~40평대 신축 아파트에서 신혼 살림을 시작한다 해도,

    남편 연봉이 5천만원이라 해도 괜찮았다.

    내겐 그들과는 다른 특별한 사랑이 있으니...

    그것은 내게 있어 버팀목이었고 신앙이었으며 마지막 보루였다.

     

    그런데 그것이 무너져내렸다.

    지난 4개월 동안 내가 모르는 사이 서서히 무너져 내리다가

    지난 월요일 아침부터 급격히 무너졌으며 급기야 오늘, 무너지고야 말았다.

     

    내가 집에서 할머니 앞에서 억지로 웃으며 7개월 딸이랑 놀 때
    그 사람은 회사 동료와 술을 마시며, 친구와 술을 마시며 울적한 마음을 달래겠지. 미안하기도 하겠다. 오히려 들켰으니 속이 시원하기도 하고. 참...좋겠다. 사치스럽도록... 오히려 미안하답시고 말도 없이 밖으로만 나도니 감히 사치스럽다고 할 수 있지.

     

    나? 차마 내 마지막 자존심은 지키고 싶어서 아무한테도 말도 못한다. 

    잘 살거라고 큰소리 탕탕 치며 나온 친정에도, 

    우리 정말 사랑하니까 괜찮다고 한 친구들에게도, 

    돈은 많지 않아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즐거운 부부인줄 알고 있는 직장 언니들에게도, 

    집에서 눈치 100단으로 이미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고 있는 할머니께도, 

    아무 것도 모르는 딸에게도 아무 말도 못한다. 말해본들 뭐라고들 할지 뻔하니까. 그러길래 왜 말리는 결혼했냐고... 부모가 말리는 결혼 하는게 아니라고 했지 않냐고... 그 말이 상처난 내 가슴에 소금 뿌리는 말임을 모르고 다들 그렇게 말할테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결국 세상은 눈에 보이는게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진리를 다시 한번 인정하게 될테니까...

     

    그 4개월동안 내게 많이 미안했을거다. 처음 그 사실을 알았을 때 좀 화가 났었지만 조금 후면 괜찮아 질 거라고 생각했다. 

    힘들겠지만 그래도 끊을게. 정말 열심히 노력할게.

    그렇게 말 할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무슨...

    뭐 낀 놈이 성낸다고 딱 그짝이다.

    나 정말 자존심 상했지만 월요일 아침에 회사에서 전화했다. 그럼 그날 담배를 몇 개 폈는지, 왜 폈는지라도 이야기 해달라고...그 이후 대화 단절이다.

    이제는 내가 싫다. 더이상 그 사람과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그 사람이 설사 행동은 그렇게 해도 마음은 그렇지 않다고 해도 이제는 싫다.

    참을 인 세 번이면 살인을 면한다고 했다. 살인은 아니지만 세 번 참았다.

    월요일 저녁 한 번, 화요일 저녁 한 번, 수요일 저녁 한 번, 그리고 오늘 문자로 확인사살...

     

    이제는 아기 엄마로만 살련다. 회사에서도 웃고, 할머니 앞에서도 웃고, 그 사람도 눈치가 있으면 할머니 앞에서는 알아서 하겠지.

    올 봄이 마지막 봄일줄은 정말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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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5/22 19:03:26  125.185.***.202  김열정
    [2] 2008/05/22 19:18:00  121.141.***.137  
    [3] 2008/05/22 19:41:02  218.236.***.112  실로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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