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물려받아 더 키울 수 있는 상황이라면 능력을 철저히 검증한 후 실력을 발휘할 기회를 줘야 한다. 지나치게 높은 세율도 이제는 선진국 수준으로 조정할 때가 왔다."
'한국형 국민기업' 탄생을 가로막는 낡은 패러다임 전반을 손볼 시기가 왔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매일경제가 기획한 '한국형 국민기업 키우자' 시리즈의 핵심은 한국에서 세금을 납부하면서도 고용을 일으켜 국부를 늘리는 국민기업을 더 많이 만들기 위한 복안을 찾는 데 있다.
매일경제는 '한국형 국민기업 탄생'을 위한 전문가들의 대안을 제도 개편(Adjust law), 이사회(Board) 내실화, 주주 소통(Communication) 강화, 경영능력 입증(Demonstration)의 ABCD 공식으로 정리했다.
가장 시급한 대안은 '제도를 손보는 것(Adjust law)'이다. 기업의 존속과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을 제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근호 KEB하나은행 상속증여센터장은 "창업주가 만든 회사를 역량 있는 2세가 이어받아 더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방점을 찍고 기존 중소기업 위주의 지원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0년 이상 경영한 연매출 3000억원 미만 중소기업에만 적용되는 가업 상속 특례 제도를 과감히 대기업으로까지 넓히고, 더 나아가 기업을 물려받는 경우 상속세 등 세금 부담이 거의 없는 독일식 시스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최대주주 주식에 대한 할증까지 더하면 최고 65%에 달한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최고세율(26.3%)의 2배 이상이다. 상속세율이 최고 40%인 미국 역시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상속세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의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바 있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는 "상속세가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에 불과하다"며 "중장기적으로 사망 시점에 과세를 확정하는 상속세 대신 물려받은 자산을 처분할 때 세금을 내는 자본이득세로 과세하는 게 논리적으로 합당하다"고 설명했다.
후계자가 기업을 물려받을 때 세금을 물리지 않고 주식을 팔아 현금화할 때 이익에 대해 과세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야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제2의 삼성전자나 네이버가 탄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 기업경영 투명성 제고를 위해서는 지주사 전환이 필요한데 이를 가로막는 규제도 개선 대상이다. 최근 지주사 전환을 발표한 롯데그룹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비롯한 대선 후보들은 지주사가 보유해야 할 자회사 지분을 올려 지주회사 전환을 더 어렵게 하는 공약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갈릿 배시(Galit Bash) 이스라엘 시라크리에이티브솔루션 대표변호사는 "최근 강력한 대기업 규제 카드를 내밀었던 이스라엘에서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지주사 체제를 잘 정비하는 방향으로 제도 골자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내년 말까지 효력을 발휘하는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제38조의 일몰을 연장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조특법 제38조는 대주주가 주식을 현물출자하며 지주사로 전환할 때 여기서 나오는 양도차익에 대해 지주사 주식을 처분하기 전까지는 양도소득세와 법인세를 이연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효력이 2018년 12월에 종료되기 때문에 준비되지 않은 기업들이 서둘러 지주사로 전환하면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명무실화한 이사회(Board) 기능을 내실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특히 국민연금 기금운영위원회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수준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기관으로 독립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기금운용공사로 독립하면서 기금운용위원회를 공사 내 이사회로 만들면 운용에 대한 책임 소재가 더욱 명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려면 정부가 채를 잡고 나서야 한다. 일본은 2014년 2월 스튜어드십코드를 제정한 후 현재 기관투자가 214개가 가입했다. 세계 최대 연기금인 일본 GPIF도 2015년 3월 스튜어드십코드를 채택했다. 지난해 말 스튜어드십코드를 제정했으나 국민연금을 비롯해 아직 채택한 금융사가 한 곳도 없는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스튜어드십코드를 채택한 주주들이 기업에 자사주 매입과 배당 같은 주주환원정책을 이끌어내며 일본 증시는 재평가받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15년 닛케이 주가지수는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임유석 MSCI 이사는 "한국 정부도 기관들이 스튜어드십코드 채택에 적극 나서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주주와 적극적인 소통(Communication)에 힘써야 한다. 주주 소통은 회사에 대한 신뢰를 높여 기관의 장기 투자를 유치하는 방책이 될 수 있다. KB금융이 작년 말 사상 최초로 해외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개최한 '라운드 테이블' 행사는 주주친화정책의 모범적 사례로 호평받고 있다. 한 기관투자가는 "회장이 직접 몇 시간에 걸쳐 세계 각지에서 온 투자자의 날카로운 질문에 대해 자세히 답해 주더라"며 "회사에 대한 신뢰가 두터워졌다"고 말했다.
기업은 경영 능력에 대한 '입증(Demonstrate)'을 최우선 과제로 하는 '능력 우선주의'를 표방해야 한다. 최근 삼성전자가 54조원에 달하는 자사주 소각 내용이 담긴 주주친화정책을 내세운 것은 이와 관련이 깊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불리한 지분율을 '실적 랠리'와 '주주친화정책'을 내세워 능력으로 승부하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ps 부의대물림으로 해자를 쌓은 축성을 하겠다는 의미로 보이는데 제가이상한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