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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starcraft_23526
    작성자 : kidovelist
    추천 : 14
    조회수 : 835
    IP : 163.152.***.26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09/07/22 17:57:44
    http://todayhumor.com/?starcraft_23526 모바일
    스갤문학선 : FA시행, 그 이후...
    출처; 스타크래프트 갤러리
    원작자; ㅁㅁ


    =
    =
    =


    이스트로 숙소 안.

    희승은 혼자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안주도 술친구도 없이 병나발을 불며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에에이.........이 나아뿐 노무 쉑히들............"

    욕을 하고 있었지만 딱히 누군가를 욕하는게 아니라 그냥 한이 맺혀서 하는 말이었다.

    그게 희승의 요즘 일과였다. 연습생들과 다른 선수들은 희승 옆에 다가오지도 못했다.

    얌전했던 희승이 술에 빠진 이후 난폭해졌기 때문이다.

    에결스트로라고 불리던 만년 11위팀 이스트로. 그래도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08-09시즌 4라운드부터 신희승 신대근 신상호 박상우의 라인 업이 살아난 이스트로는

    점점 올라갈 기세를 타고 있었다. 그러나 FA 시행 이후 모든 희망은 사라졌다.

    에이스들의 연봉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이스트로는 가난한 팀이었고 에이스들에게 막대한 연봉을 줄 수 없었다.

    결국 신대근은 저그 에이스를 원했던 티원과 막대한 연봉으로 계약을 맺고 떠나갔다.

    이스트로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결국 신상호는 다른 일을 하겠다며 은퇴를 해버렸다.

    박상우도 이 팀에 계속 있기 싫다며 위메이드 폭스의 재창단 팀인 하나은행 폭스로 이적해버렸다.

    결국 남은건 희승 혼자였다. 다른 팀들이 제안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희승은 차마 떠날 수가 없었다.

    그러나 팀의 붕괴는 막기 힘들었다. 스코어는 항상 3대1 아니면 3대0.

    예전 공군만도 못한 프로리그 성적만을 쌓고 있는 이스트로였다.

    속이 상한 희승은 결국 술에 빠지기 시작했고 부쩍 손떨림이 심해지고 있었다.

    희승은 과거를 회상했다. 아-비록 강팀은 아니었지만 4명이 함께라면 누구도 방심할 수 없었어.

    다 과거일 뿐이었다.

    온게임넷 스튜디오. 프로리그가 막 시작하고 있었다. 삼성 전자 대 KTF.

    삼성 전자 벤치의 허영무는 웃는 것도 우는 것도 아닌 이상한 표정이었다.

    '.........이런 매치업이 나올줄은 아무도 몰랐을거다........'

    1세트 주영달 대 박찬수

    2세트 김동건 대 우정호

    3세트 유준희 대 이영호

    그리고 4세트 허영무 대 송병구.

    삼성 전자는 모기업의 돈은 많았지만 e스포츠에 대해서는 인색하기가 짝이 없었다.

    김가을 감독이 백방으로 뛰며 노력했지만 선수들 처우나 연봉은 발전이 없었다.

    결국 토스 라인을 보강하려던 KTF는 막대한 연봉을 주고 송병구를 영입했다.

    삼성 전자 입장에서는 엎친데 덮친 격으로 티원이 차명환을 영입했다. 저그 라인 보강의 일환이었다.

    원래 노력파가 아니었던 이성은은 팀이 약팀이 되버리자 게임에 흥미를 잃고 은퇴해버렸다.

    그나마 삼성에서 붙잡을 수 있었던 유일한 인물은 허영무였다.

    허영무와 이름값 낮은 다른 선수들이 겨우 팀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프로리그가 시작되었다. 결과는 3대0으로 KTF의 승리였다. 허영무는 출전도 못해보고 팀이 진 것이다.

    영무는 팀의 패배에 이제는 덤덤해져버렸다. 그래서 무심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 때 김가을 감독의 붉어진 눈시울이 보였다. 김가을 감독은 건너편 벤치의 송병구를 보고 있었다.

    같은 시각 엠겜 스튜디오. 역시 프로리그가 진행중이었다. 웅진 대 티원.

    이승원 해설은 티원의 엔트리를 보며 감탄하고 있었다.

    "야 이건 완전 드림팀이네요, 드림팀"

    과장된 표현이 아니었다.

    1세트 김택용 대 김명운

    2세트 차명환 대 윤용태

    3세트 신대근 대 김승현

    4세트 정명훈 대 임진묵

    그 날 엔트리에 포함된 선수만 그 정도였다. 

    엔트리에 참여하지 않은 선수들 중에는 원래 티원 선수인 도재욱 고인규 박재혁 정영철 뿐만 아니라

    엠히에서 영입한 이재호, 스파키즈에서 영입한 신상문, stx에서 영입한 김윤환 등 쟁쟁한 선수가 즐비했다.

    반면 웅진은 모기업이 대기업이었지만 티원처럼 공격적인 투자를 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기존 선수들의 처우 개선에만 투자하는 실정이었다.

    빠져나간 주전 선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티원에 맞서기는 힘들었다.

    결국 결과는 3대0으로 끝났다. 집에서 보던 시청자들은 양대 방송사가 모두 3대0이라서 실망하였다.

    웅진 벤치에 앉아서 팀원들의 경기를 보던 김준영은 씁슬한 기분을 느꼈다.

    그래도 우리 팀 애들이 팀을 안 떠난 것으로 만족하자-그래도 영 기분이 찜찜한 준영이었다.

    CJ 숙소. 조규남 감독이 심각한 표정으로 통화를 하고 있었다.

    "거, 조감독님. 모기업이 확실하게 밀어줄겁니다. 어디 영입할만한 스타 플레이어는 없습니까?"

    "..........영입 생각이 없습니다만."

    "허참 이상하네. 요새 조병세 선수가 부진하잖소. 테란 선수 하나 영입합시다."

    "아닙니다. 전 병세가 다시 잘할 거라고 믿습니다."

    "티원을 보시오. 지금 사람들이 지구방위대다 레알 마드리드다 난리도 아니오. 우리도 대응해야하지 않겠소?"

    "선수를 뺏기지만 않으면 되는 것 같습니다만......"

    "그 사람.....고집은......"

    통화가 끝나고 나서 조 감독은 표정이 어두웠다. 

    조 감독은 영입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서지훈 강민 박태민 전상욱 마재윤 변형태 박영민 조병세 김정우 진영화

    모두 그가 키운 제자들이었다.

    강민, 박태민, 전상욱이 이적했었어도 팀은 괜찮았다.

    그 이후로도 조 감독은 영입에 별 뜻이 없었다. 

    '선수는 육성해서 발전시켜야하는거다. 내가 키우지 않은 선수로는 힘들다.'

    김준영의 영입 실패 이후 그 신념은 더욱 굳어졌다.

    그러나 모 기업의 압박이 심해지고 있었다. 돈은 얼마든 대줄테니 스타플레이어를 영입하라고 강요하고 있었다.

    조 감독은 요즘 부진한 조병세를 생각하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조병세의 부진이 잠깐이라고 믿었지만 모 기업 측도 그렇게 생각할지는 의문이었다.

    "네, 그럼 경기가 끝났으니 팀 순위 보도록 하죠"

    전용준 캐스터의 낭랑한 목소리가 울려퍼지며 팀 순위표가 나타났다.

    1위 티원

    2위 KTF

    3위 화승

    4위 CJ

    5위 STX

    6위 하나은행 폭스

    7위 웅진

    8위 스파키즈

    9위 엠비씨게임

    10위 삼성전자

    11위 공군

    12위 이스트로

    프로리그에서 승리한 티원의 숙소.

    숙소에서 생활하진 않지만 여전히 선수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임요환이 후배들을 격려하기 위해 숙소로 찾아왔다.

    띵동-초인종을 누르자 누구세요 소리와 함께 티원 유니폼을 입은 젊은 남자가 문을 열어주었다.

    어......?누구지? 내가 티원 후배를 몰라볼리가 없는데...........

    요환은 당황했다. 젊은 남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요환에게 공손히 인사했다. 유니폼이 유난히 안 어올려 보였다.

    당황한 요환은 얼떨결에 묻고 말았다.

    ".....누구세요?"

    "아, 저는 차명환이라고 합니다. 임요환 선배님 직접 뵈서 영광입니다."

    아,맞다. 프로리그에서 몇번 봤다 했더니 차명환이었군.

    "그래, 만나서 반갑다."

    FA 이후 티원의 영입은 거칠게 없었다. 얄미울 정도로 각 팀의 에이스들만을 쏙쏙 빼오는 티원이었다.

    티원이 시작할 때부터 있던 요환도 얼떨떨해질 정도였다.

    숙소내에 들어서자 이번에는 어린 얼굴의 선수가 웃으며 붙임성있게 인사했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저는 신상문이라고 합니다."

    "그래, 상문아. 잘 지냈냐." 

    요환은 든든한 후배들이 생겨서 기쁘다고 해야할지 아니면 어처구니가 없다고 해야할지 복잡한 심정이었다.

    물론 티원의 영입은 자주 있던 일이었다.

    GO에서 영입한 박태민, 전상욱. 엠비씨에서 영입한 김택용, 정영철.

    그러나 이렇게 한꺼번에 대량의 선수를 영입한 것은 세계 스포츠 역사상으로도 유래 없는 일인듯 싶었다.

    요환의 머리 속이 복잡할 때 택용이 다가와 인사했다.

    사실 김택용도 이적생이었지만 요환에게는 오랜 동료처럼 느껴질 지경이었다.

    역시 프로리그에서 승리를 거둔 KTF의 숙소.

    송병구가 방에서 인터넷을 하고 있었다. 같은 방의 이영호는 피곤한지 자고 있었다.

    송병구는 이메일을 확인하였다.

    '응..? 이건 뭐지? 송병구 선수는 보세요?"

    이메일을 열어보자 송병구의 삼성전자 시절 사진들이 첨부되어 있었다.

    병구는 광안리 2회 우승과 인크루트 스타리그 우승의 추억에 잠시 잠겼다.

    그러나 그 것이 이메일 내용의 전부는 아니었다. 글이 쓰여 있었다.

    '송병구 선수에게.

    안녕하세요. 저는 송병구 선수 삼성 전자 칸 시절 팬입니다. 송병구 선수의 플레이를 좋아했었고

    항상 삼성 선수들을 응원해왔습니다. 그렇지만 전 이제는 당신의 팬이 아닙니다.

    연봉만이 당신의 프로게이머 인생의 전부는 아닐 것입니다. 전 정말 실망이 큽니다.

    이제 당신의 예전의 좋았던 모습만 기억에 새기도록 하겠습니다.'

    송병구는 씁슬한 기분에 젖어들었다.

    '김가을 감독님, 영무, 성은이, 영달이 형, 동건이..........'

    자신이 두고 온 사람들이 눈에 밟혔다.

    문득 자신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해진 병구는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 들어가 보았다.

    '배신의 상징 송병구 사진이나 봅시다'

    '김가을 감독한테 송병구가 그래도 되는거임?'

    '님들 송병구는 왜 팀을 배신했나요'

    병구는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하는 것을 느꼈다.

    그렇지만 그도 알고 있었다. 그는 이미 배신자일 뿐이었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었다'

    프로게이머계의 냉정함은 병구가 누구보다 잘 알았다.

    어제의 에이스도 내일은 2군이 될 수 있고 언제 은퇴하게될지 모르는 일이었다.

    병구에게는 결혼까지 약속한 여자 친구가 있었다.

    언젠가 가장이 될 자신이 삼성 전자의 인색한 연봉만을 받다가 선수 생활을 끝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 나는 옳은 선택을 한거야. 그렇지만 병구는 자기도 모르게 울고 있었다.

    하나은행 폭스의 숙소. 김양중 감독이 이윤열과 함께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하, 역시 팀은 스폰서가 좋아야되나보다. 그렇지, 윤열아?"

    위메이드가 팀에서 손을 떼면서 해체의 위기까지 갔었지만 전화위복으로 하나은행이 팀을 인수하여

    폭스 팀의 재정은 나름 충실해졌다.

    "비록 요새 은행권이 자금이 없네 어쩌네 해도 망해가는 게임 회사랑 같겠냐."

    윤열도 동감이었다. 어떻게든 계속 스폰서를 바꿔가며 팀을 유지하는게 신기하기까지했다.

    하나은행 폭스는 티원만큼의 자금은 없었지만 나름의 투자를 하고 있었다.

    그 것은 바로 유력 신인 육성이었다. 기존 선수 영입에는 크게 투자하지 않은 반면 잘하는 연습생 영입에는 적극적이었다.

    그 결과 폭스는 현재는 중위권이지만 저력이 강한 팀으로 평가 받고 있었다.

    그렇지만 팀의 시작 때부터 함께한 윤열에게는 모든 것이 잘 되간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폭스 팀의 엔트리를 보면 유력 신인 중심이었고 오히려 기존 에이스들이 버림 받다시피하는 형국이었다.

    윤열이 특히 안타까워한 것은 박성균이었다. 우승 경력까지 있었건만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를 못했다.

    성균은 요즘 엔트리에 끼지도 못했다. 

    역시 출전 기회가 없어진 전태양은 그냥 평범하게 공부를 하겠다며 프로게이머를 그만두어 버렸다.

    박세정, 이영한, 신노열, 임동혁 모두 열심히 하고 있었다. 그러나 팀은 출전 기회도, 연봉도 인색하게 주었다.

    윤열도 팀의 공로자란 이유로 연봉은 많이 받았지만 출전은 없다시피 했다.

    "감독님"

    "왜?"

    "성균이나 세정이, 동혁이도 출전시켜야되지 않을까요?"

    "참나 그 녀석들 성적을 봐라. 차라리 장기적인 안목으로 될만한 신인을 키우는게 나아."

    맞는 말이었다. 맞는 말일 것이다. 윤열은 말을 잃었다.

    스파키즈 숙소. 이명근 감독은 어두운 얼굴로 통화하고 있었다.

    "......네, 알겠습니다. 본인에게도 전하죠."

    통화를 끊은 이명근 감독의 얼굴은 침울하기가 짝이 없었다.

    "..........명수야 이리 와 봐라."

    연습하던 박명수는 갑자기 불려와서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너 팀을 이적하게 됐다."

    ".........네?"

    "네 의사와는 상관없이 진행된 것 같아서 미안하지만 팀이 자금이 없어서 어렵다는구나."

    "............."

    "화승 오즈가 너를 영입하기로 했다. 그렇게 알고 있거라."

    "화승은 제동이도 있는데 굳이 저를 왜...."

    ".....받쳐줄 저그 에이스가 한명 더 필요한 것 같더라. 화승도 이제 영입 경쟁에 본격적으로 끼어들 모양이다."

    ".........그렇지만......."

    "우리 팀이 경영 상태가 안 좋은 건 너도 알거다. 오죽하면 상문이를 이적시켰겠니."

    "............"

    "울지 말고. 좋은 팀에 가서 잘 하거라."

    이명근 감독은 태연하려 애썼다.

    좋은 일이다. 명수는 실력이 있으니까 더 나은 팀으로 가야한다.

    이명근 감독은 신상문, 박명수 없이 팀을 꾸릴 생각에 아득해지고 있었다.

    화승 오즈는 사실 영입에 크게 신경쓰는 팀은 아니었다.

    화승 오즈가 주력했던 것은 기존 에이스, 특히 이제동의 이탈을 막는 일이었다.

    그러나 티원과 KTF에게 순위가 밀리자 구단 운영진의 생각이 달라졌다.

    1,2명이라도 영입을 하기로 결정했고 그 1번째 대상이 돈 없는 스파키즈 팀의 박명수였던 것이다.

    얼마 뒤, 박명수는 화승으로 이적하였다. 그러나 그는 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슬럼프에 빠지고 만다.

    -에필로그

    프로리그 정규 시즌이 끝나고 포스트 시즌이 시작되었다.

    모든 이들의 예상대로 결승은 티원과 KTF의 통신사 라이벌전이었다. 그러나 생각 외로 광안리 결승장은 썰렁했다.

    결과 역시 예상대로 티원의 승리였다. 

    신상문과 이재호가 함께 티원 깃발을 흔들었고 차명환과 신대근은 박수를 쳤다.

    요환은 기뻐서 웃는 것인지 슬퍼서 우는 것인지 모를 표정을 지으며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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