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신랑은 원래 정치, 경제, 역사. 뭐 이런 얘기를 좋아한다.
남들이 보면 박식하다 생각할지 모르지만.
한창 콩깍지가 덮여져 사랑을 속삭일때.
우리 신랑은 여당, 야당에 대해서 얘기를 했고.
내가 정치 얘기를 지루해 하면 삼국지 얘기를 하곤 했다.
그마저도 싫어 하면 우리 나라 역사 이야기...
우리 신랑이 가장 중점적으로 얘기를 하던 것은
민주주의. 그리고 권력. 그리고 전쟁.-_-;
한번은 수원역에서 영화를 보고 나오다.
'자기야. 제갈공명의 업적이 뭐지?'
라고 얘기를 했다가....
수원역에서 동수원 톨게이트를 지나 우리집으로 올떄까지.
난 삼국지의 대한 설명을 들을수 밖에 없었다.
신랑은 집에 오면 가장 먼저 뉴스를 보았는데.
그때마다 정치면을 가장 많이 봤었다.
한,두시간을 뉴스를 꼼꼼히 다 돌려보고 나선.
늘 정치 얘기를 했었다.
그리곤 어디서 구했는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설 동영상을 보여주며 들어보라고 틀어줄때가 많았다.
난 정치에 관심도 없었을 뿐더러,
우리 엄마는 특히 노 대통령을 좋아하지 않는,
아니, 싫어 하는 경상도 분이셨다.
듣는둥- 마는둥- 하면 신랑은 혼자 진지 하게
백번도 넘게 본 동영상을 보며 칭찬을 하곤 했다.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정말 자기 생에 누가 소원을 꼭 한가지 말하라고 하면
노 대통령과 만나서 악수를 하고 식사를 하는것 이라고 했다.
23일 늦잠을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 컴퓨터를 켜고
뉴스를 보던 신랑은 아무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베란다를 뒤져 창문에 태극기를 달았다.
그리곤 유난히 노 대통령의 동영상을 틀어댔다.
짜증을 한창 부리던 나는 서거 소식을 보고 아무말 하지 않았다.
우리 신랑은 참 마음을 아파 했다.
29일 영결식에 정말 가고 싶어했지만
휴가내기가 쉽지 않아 신랑은 걱정을 했다.
우리 신랑은 군인이다.
군인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므로...
그리고.
조문은 갈수 없다는 통보를 부대에서 받았다.
그리고 그날 저녁.
우리 신랑은 골백번도 더 봐서 연설을 외울것 같은.
동영상을 새벽 내내 틀어서 보았다.
29일 저녁 퇴근 하고 방을 치우고 앉아 있자니
신랑이 퇴근을 했다.
기분을 맞쳐주면서 외식을 하러 나가자고 보챘지만.
신랑은 자꾸만 이런 기분에 나가서 밥 먹을 기분이 아니라고 했다.
억지로 억지로 츄리닝 바지에 티셔츠를 입히고 등을 떠미니
슬리퍼를 직-직- 끌고 차에 탔다.
나는 그길로 집에서 10분도 안걸리는 수원 연화장을 향했다.
11시가 다된 시간이었지만 주차장에는 많은 차가 있었고.
아직 가지 않은 사람들은 곳곳을 정리 하고 있었다.
가는 내내 노란 풍선과 노란 띠가 둘러져 있는 길을 올라갔다.
연화장에 도착해 내려서 인사라도 드리라니
신랑이 차에서 꿈적도 안한다.
츄리닝을 입은 자기가 어떻게 그분 앞에 인사를 드리냐고 했다.
차에 앉아 여기 저기 걸려있는 풍선과 현수막을 둘러보다.
집에 가잔다.
일부러 연화장에서 가장 먼 길로 돌아오는데
연화장에서 분당까지 둘러진 노란 띠를 보던 신랑이.
우직하고 곰 같던 신랑이 내내 울었다.
내내 울면서 그런 사람 다시는 없을거라고 했다.
가슴이 뻥 뚫린것 같고 팔이 떨어져 나간것 같다고 했다.
뭐가 그리 바쁘다고 봉하 한번 내려가지 못했냐고.
자신을 탓하고 있었다.
다 알고 계실 거다.
우리 신랑이 얼마나 존경 했었는지..
우리 신랑이 얼마나 존경 했었는지..
그분은 알고 계실 꺼다.
그렇죠?......
사랑하지만.
사랑만으로 되지 않는것.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지.
좀더 성숙해져야 알수 있다는것.
비가 내려도.
땅이 굳지 않을수도 있다는것.
사랑하지만.
헤어져야만 한다는것.
간절히 원해도.
절대로 안된다는것.
신은 내 편이 아니라는것.
그것을 깨닫기 위해.
나는 얼마나 많은.
눈물을 쏟아내고.
나는 얼마나 깊은.
슬픔에 빠져야 하고.
나는 얼마나 아픈.
상처를 지녀야하는지.
진정한 사랑이라는것은.
얼마나 많은 조건이 부여되는것인지.
아직은 어린 내 사랑이.
더 이상 자랄수 없도록.
싹을 잘라야 하는것.
당신과 함께늙고싶어요...
당신이 슬플때 미소짖게 해주고 싶어요.
관절이 아프면 내가 안고 다닐게요.
당신과 함께 늙고 싶어요
배가 아프면 약을 갖다주고
난로가 망가지면 불을 지펴주고
당신과 함께 늙을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당신의 키스가 그리워요
추울땐 내코트를 입혀주고
당신이 필요해요
리모콘도 당신에게 드릴께요
설거지는 내게 시켜줘요
추울땐 내코트를 입혀주고
술에 취했을땐 내가 북어국 끓여드릴께요
당신과 함께 늙어간 남자가
나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당신과 함께 늙고 싶어라...
-영화 웨딩싱어中-
내가 떠나 버린거면서.
혹시나 내 소식을 궁금해 하지 않을까.
혹시나 내 연락을 기다리지 않을까.
내가 등 돌렸으면서.
혹시나 나를 찾지 않을까.
혹시나 나를 보고싶어 하지 않을까.
오히려 내가 기대 하고 있어.
나 없이도 잘 지내는 그 사람인데.
나 없이도 행복한 그 사람인데.
엇갈린 길을 걸어가면서도
우연히라도 마주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내가 등돌렸지만,
내가 안녕했지만,
내가 이렇게 궁금해 하는데.
내가 이렇게 보고싶어 하는데.
너도 그렇지 않을까..
너도 내가 궁금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면...
나는 너에게 어떤 사람이였을까.
나는 너에게 어떤 사랑이였을까.
바보같지?
벌써 까맣게 잊을때도 됐는데..
이렇게 그리운건..
아마도 오늘이 유난히 외로워서가 아닐까?
그렇게 우린 사랑했었는데
그렇게 우린 행복했었는데
왜 우리가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는걸까?
정말 몰랐었어.
내가 너와 손을 잡지 않을꺼라는 생각.
내가 너와 다른 길을 걸을꺼란 생각.
정말 몰랐었어.
내 마음속에 너가 아닌 사람이 차지 할꺼란 생각.
니 마음속에 내가 아닌 사람이 차지 할꺼란 생각.
바보같이 오늘따라 니가 그립다고 한다면..
이건.. 쓸데없는 미련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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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사고뭉치 개 루피님.
혹시 소원이 있어요?
나는 있는데.
제 소원이 뭔줄 알아요?
이번 크리스마스때 당신과 손잡고 거리를 걷는거에요.
향오씨는 소원 있어요?
- 2003년 12월 13일 중희가 향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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