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전보다야 오덕에 대한 인식이나 편견 면에서 나아진 면들이 많지만
여전히 오덕이라는 이름의 안여돼 이미지가 개그소재로 이용되거나 숨덕들의 일코가 당연시되는 등 차별받는 부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런 게 부당하다는 것 보다는, 왜 그런 것일까?에 대해 초점을 맞춰 짧게 생각해보았습니다.
세상에는 많은 오덕이 있습니다. 애니덕, 연예인덕, 밀덕, 찍덕 등등...
이 중 대중들에게 가장 일반화된 덕후라면 연예인덕이 대표적이겠죠. 이들은 덕후면서도 일반인들의 눈총을 받는 경우가 드뭅니다.
애초의 대중과 연덕의 규모가 비슷하기도 하죠. 미디어에서 계속 연예인들만 내보내주니까요.
왜일까요? 연덕과 애니덕의 차이가 뭐길래?
일단 덕후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짚고 넘어갑시다.
전 여기서 덕후를 단순히 "어떤 분야나 그 분야의 어떤 대상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말하겠습니다.
정도의 차이에 따라 단순한 덕후에서 매니아로 스펙트럼이 나뉘겠죠!
그럼 연예인덕후(이하 연덕)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
연덕들은 연예인을 좋아하나요? 네, 라고 말하기 쉽겠지만,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정말로 어떤 연예인을 사람으로서 좋아한다면 그 사람의 단점까지도 인정하고 그런 면들 역시 수용할 수 있어야겠죠. 가족처럼요.
하지만 팬들은 다릅니다. 연예인의 보고싶은 면만 보려고 하죠. 예를 들어볼까요?
모 연예인이 음주운전을 하거나 마약을 했을 때, 팬들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뉩니다. "그럴줄 몰랐다"타입과 "그럴리가 없다"타입으로요.
먼저 그럴줄 몰랐다 타입은 "그에게 실망했다"는 말을 자주 하며, 탈덕도 꽤 발생합니다.
그럴리가 없다 타입은 소위 말하는 빠순이로써, "오..오해다! 우리 ㅇㅇ이는 그럴리가 없다!"라며 귀를 막아버리죠.
이 둘의 공통점은 자기가 보고싶은 연예인의 일면, 즉 자신이 만든 가상의 이미지만을 고집한다는 것입니다.
그럴줄 몰랐다 타입은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가 일그러지자 그 이미지를 직접 포기해버리는 식이고,
그럴리가 없다 타입은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가 일그러지는 것을 처음부터 부정하려 드는 거죠.
결국 연덕을 자세히 살펴보면 연덕은 어떤 연예인에 대해 '사람, 자연인으로써의 연예인'을 좋아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만든(사실상 미디어가 주입한) '연예인으로써의 연예인'이라는 어떤 이미지를 좋아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연예인이라는 '사람'은 그 본질적 이미지를 연덕들과 이어주는 제사장같은 존재죠.
그리고 여기서 연덕의 특징이 드러납니다. 연덕들의 제사장은 현실에 존재합니다.
여러 고대사회에서 제사장이나 왕이 곧 신과 동일시되었던 것처럼, 연예인은 그 이미지와 동일시됩니다.
그 때문에 연덕들은 자신이 어떤 이미지가 아닌 그 연예인 개인을 좋아하는 것이라 혼동하게 되는거죠.
실존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처럼 여겨진다는 것입니다.
그럼 애니덕을 살펴봅시다.
애니덕들은 애니캐릭터를 좋아하나요? 네 그렇습니다. 애니캐릭터는 그 외양마저도 그 캐릭터가 가지는 본질 중 하나입니다.
게다가 결점도 없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단점은 위에 말한 음주운전이나 마약처럼 그 정도가 심한 반인륜적 행위들을 저질렀는가를 말하는 겁니다.
그렇게 말하자면 결점이 있을수가 없죠. 이는 당연합니다. 실존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실존하지 않는다. 이것이 연덕과 애니덕의 가장 큰 차이입니다.
그들의 좋아하는 본질적 이미지의 우상이 현실에 존재하는가!
연덕들은 존재합니다. 그래서 혼동이 일어나죠. 하지만 애니덕은 없습니다. 피규어가 더러워졌다고 캐릭터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나요?
없죠. 그건 애니덕들이 피규어 자체가 아닌 피규어를 통해 캐릭터를 보기 때문입니다. 혼동하지 않는거죠.
지금까지 연덕과 애니덕의 차이를 짚어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왜 애니덕은 차별받는 걸까요?
단순합니다. 수가 적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왜 애니덕은 그 수가 적느냐?라 한다면, 과거의 만화탄압등을 들 수 있겠죠.
그렇다면 왜 만화는 탄압받았는가? 여러 정치적 이유가 있었겠죠.
하지만 결과적으로 만화가 탄압받았다는 사실은 당시의 대중들이 그것을 묵인했다는 의미입니다.
왜 당시의 대중들은 그것을 묵인했을까요? 왜 만화는 탄압받아도 될만한 대상이었을까요?
제 짧은 의견으로는, 만화는 실존하는 우상이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목표가 있을 때 의욕이 생깁니다.
연예인은 가시적인 우상이 존재합니다. 다시 말해, 핥기 쉽습니다. 핥아야 할 목표가 딱 자리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만화캐릭터는 그렇지 않죠. 연예인들의 일상 하나하나가 핥을만한 목표가 될 때, 애니덕들은 원작 만화 말고는 딱히 핥을 대상이 없습니다.
애니덕들 중 그림쟁이들이 많은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그들은 보기 쉬운 우상을 만들만한 힘을 가집니다.
다시말해 미술 등의 가시적인 창작 능력이 없거나 개발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만화라는 가상의 세계는 너무나도 파기 힘든 장르인 것입니다!
그래서 애니덕은 그 수가 연덕에 비해 적게 된 것입니다. 파기 어려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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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자마치고 와서 샤워하다가 갑자기 떠오른 주제로 글을 써서 부족한 점도 많습니다.
나름의 분석글인데... 제 트위터에 한 트윗 7개 정도로 썼던 글이 이렇게 늘어나네뇨냐냐니뇨
태클은 달게 받습니다. 저도 이 생각을 좀 더 발전시켜보고 싶어요.
그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