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점유율 65%, 3~4월 기준 40%대로 추락 오뚜기라면 약진이 주요 원인·내부에선 가격인상정책 비판도 회사 측 "일시적 할인행사에 기인한 것일 뿐"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국내 라면 시장 점유율 1위 업체 농심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2위 오뚜기의 약진으로 최근 몇년간 시장점유율(대형마트 기준)이 65%대에서 50%대 후반까지 꾸준히 하락한데 이어 올해 들어서는 40% 수준까지 추락했다. 내부에선 가격인상 정책과 영업력 한계, 신제품 개발 등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까지는 나오는 상황이다.
19일 아시아경제신문이 단독 입수한 대형마트의 국내 라면 제조사 시장점유율 영업 자료에 따르면 3~4월 기준 국내 대형마트 3사에서 농심의 점유율이 평균 48~49%대로 집계됐다.
A사에서 농심의 점유율은 48%, 오뚜기는 24%가량으로 나타났다. B사에서도 3월까지 50%를 유지했던 농심은 49%으로 내려앉았고 반면 오뚜기는 24~25%에서 26%까지 올랐다. C사도 상황은 마찬가지. 오뚜기의 약진으로 전체 시장점유율 역시 57~58%대로 추락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농심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대형마트 점유율이 40%선까지 무너진 것에 대해 회사 내부에서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농심 관계자는 "대형마트에서 시장점유율이 40% 후반대로 떨어진 것은 그 시기에 대형마트 3사에서 경쟁사들의 할인 행사가 많았던 영향이 크다"며 "농심도 행사를 많이 하긴 했지만, 3~4월의 점유율 하락이 전체 시장을 대변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경쟁사의 할인 행사가 없을 때에는 50%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으며, 편의점 등 전체 유통채널 시장에서 점유율 57%를 유지하고 있다"며 "대형마트에서 신라면이 1위를 유지하고 있고, 전체 면류 점유율도 4월 후반들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업계는 오뚜기의 약진과 농심의 가격인상이 이같은 결과를 초래했다고 보고 있다. 오뚜기는 라면사업에 진출한 지 28년만인 2015년 처음으로 전체 라면시장 점유율 20%를 돌파했다. 2012년 10%대였던 점유율이 3년새 15%포인트 가량 늘어난 것. 진짬뽕과 진라면, 참깨라면 등의 꾸준한 인기에 힘입어 점유율은 지난해 25%까지 증가했다. 지난해 매출 2조원 돌파의 일등공신도 인기라면 덕분이다.
2015년 12월에는 한 대형마트에서 진짬뽕이 17.9%를 차지해 1위에 올라 그간 줄곧 1위였던 신라면에 굴욕을 안기기도 했다. 신라면이 1위 자리를 내준 것은 삼양식품 '나가사끼'에 밀렸던 2011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말 단행한 가격 인상도 주효했다. 농심은 신라면과 너구리, 짜파게티 등에 대한 가격인상을 단행, 평균 5.5%가량 올렸다. 2011년 인상 이후 5년여만이었다. 이에 따라 오뚜기와 삼양라면 까지 가격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지만 현재까지 농심 이후 가격인상을 결정한 곳은 없다.
오뚜기와 삼양라면, 팔도 등은 농심의 가격인상이 오히려 판매감소라는 후폭풍을 맞은 것을 보고, 인상에 대해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오뚜기는 내부적으로 올해 시장점유율 30%를 목표로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가격인상에 대해 고심이 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뚜기가 면류 업체 중 유일하게 시장점유율 확대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라며 "가격 동결에 따른 경쟁사 제품 가격인상의 반사이익으로 시장점유율이 30%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