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두부류의 사람이 있다고들 합니다.
연애하기 좋은남자, 결혼하기 좋은 남자.
당신은 어떤 남자인가요?
다들 저는 결혼하기 좋은 남자랍니다.
올해 스물 네 살인 저는 지금까지 세명을 사귀었어요.
첫번째 여자친구는 고등학교때 같은 학급의 평범녀.
아무래도 고등학교때는 외모나 유행, 스타일을 중요시 하는 편이라서요.
그녀와 1년을 사귀는 동안 사람들이 다 그랬습니다.
"너는 뭐가 부족해서 저런 애를 사귀냐, 니가 외모가 딸려, 성격이 병신이야, 아니면 공부를 존나게 못해?
야 나같으면 안사귄다. 깔린게 여잔데 저런 애 만나서 돈쓸시간에 집에서 딸이나 잡지."
그런 말을 들어도 마냥 좋았습니다. 내 여자라고. 이사람이 내 사람이라고.
그렇게 1년을 헤실거리며 만났습니다. 아니 쫓아다녔다는 표현이 맞겠네요. 그냥 원한다는건 다 해주고 먹고싶다는건 어떻게든 다 구해주고, 몸종처럼 살았습니다. 그게 '내 여자'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렇게 만나던 어느날 갑작스런 이별통보를 받게 되었습니다.
"너는 결혼하기엔 참 좋은 사람이야.다정하고 매너있고 나만위해주고.
그런데 그게 다야. 미안해 설레이는 감정이 없었어 처음부터 지금까지."
두번째 여자친구는 소개로 만났습니다.
직업이.. 어차피 신상정보가 있는것도 아니고 익명이니 편하고 솔직하게 쓸게요.
보도녀였습니다. 노래방 도우미. 2차도 나가는.
처음 그 사실을 알게되었을 땐 화를 내기 보다 많이 힘들었지 라고 안아주었습니다.
울면서 말하더라구요. 스무살때 헤프게 쓴 빚이 너무 많아서 시작했다고.
얼마 남았는데?
400만원.
당시 저는 학생이었습니다.
스물 한살에게 400은 큰 돈이었죠, 저는 등록금도 제가 벌어서 내는 처지였거든요.
그러나 '내 여자'를 위하는 저라는 병신은 어이없는 말을 직접 입밖에 내게 됩니다.
"내가 어떻게든 해줄게, 내가 어떻게든 해 볼게. 그것만 갚으면 그만두는거야. 그렇게 약속하자."
울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를 안아주며 밤을 꼬박 세운 뒤 하루에 세시간씩 자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원래 하던 오후 아르바이트를 급여가 적다는 이유로 그만두고 스물 하나에 10시 퇴근하는 맥x날드 아르바이트와 12시부터 시작하는 파트타임 족발집 배달, 쉬는날엔 인력사무소, 배달 끝나면 그녀 노래방 대기실 앞에서 기다렸다가 집에 데려주기까지.
제 등록금 문제도 있고 해서 두어달 쯤 걸려 갚은 100만원.
돈이 아까워 1시간되는 거리는 무조건 걷고 뛰어다녔고 그 싸다는 자판기 커피한잔도 뽑아먹지 않았습니다.
저렇게 일을 하다 보니 자연 여자친구는 만날 수가 없었어요. 학교다 일이다 하다보니 연락도 짬짬히 할 수 밖에없더라구요. 그러다 그녀에게 남자가 생긴걸 알게되었습니다.
근데 저라는 병신은 또 웃고 넘어갔어요. 눈앞에 안보이니까 그랬지, 미안해 내가 더 자주 찾아갈게.
그렇게 세번을 피더군요. 하, 어이없어 하는 웃음을 짓는 저에게 그녀는 첫번째 여자친구와 같은말을 합니다.
"연애엔 밀당이라는게 있어. 너는 너무 당기기만해. 고마운건 아는데 부담도 돼. 너는 정말 좋은여자만나서 행복하게 생활할거같아. 넌 결혼하기엔 최고의 남자야."
그렇게 또 차였습니다. 근데 저는 .. ㅋㅋ 정말 지금 생각해도 웃음만 나오는게
차이는 그 순간까지도 속으로
'아직 70 더 갚아야되는데...'
소설이라고 생각하셔도 제가 인증 할 수 있는 수단이 있는것도 아니고
인증 하고 싶지도않습니다. 어찌됐건 저에겐 분명한 과거니까요. 여러분이 안믿어주시더라도...
올해로 번듯한 직장생활 1년차인 저는
오늘 세번째 여자친구,그러니까 현재의 여자친구에게 이별통보를 받고 오는 길입니다.
알고보니 군대에 사귀던 사람이 있더라구요. ㅎㅎㅎㅎㅎ
가끔가다 한 3일에서 길게는 2주까지 연락이 뜸했던 이유가 그 친구의 휴가였나봅니다. 하하.
의심 할 줄도 모르는 천상 병신이 여기있어요.
여러분 욕좀 해주세요. 이 글 등록 후에 소주 세병 사러 나가렵니다.
여자에게 목매는 스타일이라 주변에 편하게 나와서 소주한잔할 친구도 몇 없네요. 그나마도 오늘은 다들 약속이 있다더군요. 혼자 마셔야지 별다른 도리가 있겠습니까.
이렇게 오늘 이별통보를 받은 저는 내일도 숙취를 이기며 서류뭉치에 휩싸여 마음을 삭히고 있겠죠.
여자친구라는 존재에겐 화도 한번 못내는 상병신이니까요
종이에 베이면 참 아픈데.
내일은 어쩌면 종이에 손을 베일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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