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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ony_23458
    작성자 : 레리티
    추천 : 4
    조회수 : 692
    IP : 118.219.***.56
    댓글 : 6개
    등록시간 : 2013/01/02 16:43:28
    http://todayhumor.com/?pony_23458 모바일
    팬픽] 굿바이 마이 레리티 (18)

    그 외침을 혜진이도 들었나보다. 혜진이는 수연이를 보더니 손을 한 번 흔들어주었다. 무슨 생각으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수연이에게는 명백한 도발이었다. 그러자 수연이는 당장 버스에서 내릴 것 같은 기세로 소리쳤다. '우리 오빠랑 뭐해!! 당장 내려!! 야!!!!'  하지만 계속 듣고 있지는 않았다. 신호는 바뀌었고 오토바이가 출발했다. 그리고 몇 분 지나지 않아서 도착한 곳은 동물병원이었다. 주변에 큰 건물은 없었고 다니는 사람도 적은 곳이었다. 동물 병원을 옆에 끼고 있는 자동차 대리점과 낡은 목공소 때문에 찾는 사람이 없는 까닭이리라.

    난 서둘러 레리티가 들어있는 가방을 꺼내어 동물병원으로 들어갔다. 오토바이 트렁크를 떼어 들고 혜진이도 내 뒤를 따라왔다. 비를 맞은 우리들은 물에 젖은 생쥐꼴로 병원의 문을 열었다. 그러자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집 냄새가 진하게 풍겼다.

    안경을 쓰고 있던 원장은 강아지에게 물약을 먹이고 있었다. 여자였다. 긴 생머리가 머리 뒤쪽으로 똬리를 틀어 묶여 있었다. 나이는 30대 초반처럼 보였고 무릎까지 내려오는 흰 가운을 입고 있었다. 사람이 왔음을 알리는 벨이 울리자 '어서오세요' 라고 말하며 우리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질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무슨 비를 이렇게 맞고 오셨어요..."

     

    그러면서 진료실 안쪽으로 들어가더니 커다란 수건 두개를 갖다주었다. 혜진이는 '고맙습니다.' 이렇게 말하며 가죽재킷에 묻어 있던 물을 탁탁 털어내듯 닦았다. 나도 '고맙습니다' 하고 받았지만 물기를 닦지는 않았다. 원장이 무슨 용건으로 왔는지 물어보는 식으로 쳐다보았기 때문에 나는 쭈뼛쭈뼛 원장에게 말했다.

     

    "혹시 망아지도 진료 가능 한가요?"

     

    그러자 원장은  잠시 생각해보더니

     

    "망아지요?"

     

    라고 의아한듯 말했다.

     

    "네! 망아지요!"

     

    "그건 좀 큰 동물병원으로 가셔야 할텐데요.... 그런데 이 동네에서 어떻게 망아지를 키우셨어요?"

     

    난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 난 혜진이를 쳐다보았고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마도 큰 동물병원까지는 모르는듯 했다. 하는 수 없이 여기서 치료를 받아야 할 것 같았다.

     

    "지금 망아지 상태가 무척 위독한 것 같아서요.. 어떻게 좀 안될까요?"

     

    "일단... 수건으로 좀 닦으시고요. 음... 상태나 한 번 보죠. 많이 아픈가요?"

     

    "네!"

     

    "이쪽으로."

     

    난 수건으로 머리를 닦으며 원장의 안내에 따라 진료소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피부병에 걸려서 털이 싹 밀린 강아지와 몸을 물어뜯지 못하도록 목에 깔데기를 끼고 있는 고양이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철창 안에 갇혀있는 강아지도 종종 보였는데 사람처럼 링겔을 맞고 있었다.

    난 침대같이 생긴 진료대에 가방을 올려놓았다. 하지만 덜컥 겁이 났다. 과연 레리티를 이 원장에게 보여줘도 괜찮을까? 하지만 이런 생각은 지금 상황에서는 사치였다. 곧장 지퍼를 열고 레리티를 꺼내어 진료대 위에 놓았다. 그러자 원장은 흥미롭다는듯 안경을 한 번 고쳐썼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유니콘이네..."

     

    나는 원장이 그렇게 태연하게 그 망아지의 존재를 말하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레리티를 보면 무척 놀라거나 이상해할 줄 알았기 때문이었다.

     

    "네.. 유니콘이죠."

     

    혜진이는 그렇게 말했다. 

     

    "요즘은 이런 동물이 유행인가... 자주 발견되네."

     

    이렇게 말하며 레리티의 입을 벌리고 그 안을 후레쉬로 비춰 확인해보았다. 감고 있는 눈커풀을 들어서 후레쉬르 비췬 뒤, 동공의 상태도 확인했다.  

     

    "자주 발견된다는 게 무슨 뜻이죠...?"

     

    내가 이렇게 물어보았지만  원장은 대답하지 않았다. 레리티의 입에 온도계를 물리고 이마에 손을 올려 온도를 체크했다. 그런 뒤, 청진기 가슴팍에 데어보았다. 그 때였다. 진료실 안 쪽, 깊숙한 곳에서 사람의 소리가 들렸다.

     

    "레리티!! 레리티!!!!"

     

    갸냘픈 소녀의 목소리가 마치 도움을 요청하는 것처럼 다급했다. 그러자 원장은 화들짝 놀라며 끼고 있던 청진기를 벗고 소리가 난 쪽을 향해 외쳤다.

     

    "거기 누구 있어요?"

     

    "도와줘!! 레리티!!!"

     

    비명에 가까운 그 외침 때문에 원장은 우리의 눈치를 한 번 살펴보더니 곧장 그곳으로 향했다. 그래서 우리들도 뒤따라 갔다. 그리고 우리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노란색 털에 분홍색 갈기. 딱 봐도 포니였지만 레인보우 대쉬처럼 날개가 돋아나 있는 페가수스. 혜진이는 놀란 듯 말했다.

     

    "플러터샤이..."

     

    그 망아지가 개 목줄에 묶인 채, '끠잉..' 하며 구석에 쪼그리고 있었다. 아마도 원장을 무서워하는듯 했다.

     

    "방금 네가 말한거야?!"

     

    원장이 놀란 듯이 묻자, 플러터샤이라 불리는 포니는 공포에 질려서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원장이 말했다.

     

    "세상에.. 맙소사..."

     

    놀란 그녀의 얼굴에서 희미한 미소가 지어지고 있었다. 혜진이는 그 망아지에게 다가갔다. 마치 학대라도 받은 것 마냥 녀석은 혜진이를 두려워하며 몸을 오들오들 떨었다. 혜진이는 플러터샤이의 목줄을 잡더니 원장에게 소리쳤다.

     

    "대체 왜 이 아이를 목줄로 잡아 놓은거죠??"

     

    마치 보란듯이 목줄을 원장에게 들이밀자, 플러터샤이는 '끵..'하며 눈을 찡그렸다. 그리고 혜진이가 당긴 목줄에 반항하듯 뒷걸음질 쳤다. 원장은 안경을 한 번 고쳐쓰며 이렇게 말했다.

     

    "개랑 똑같아요. 목줄을 해놔야 도망을 못가죠."

     

    "이 아이는 개가 아니잖아요!"

     

    신경질적으로 소리치며 플러터샤이의 목줄을 벗기려했다. 그러자 순간, 놀란 원장은 목줄을 풀지 못하도록 혜진이의 손을 잡았다.

     

    "뭐하는 거에요?"

     

    "목줄 풀잖아요!"

     

    "그걸 왜 푸냐고요."

     

    "목줄을 채워 놓으니까 얘가 무서워하잖아요! 얼마나 갑갑하겠어요!"

     

    "그건 주인 마음이잖아요. 당신이 뭔데 참견이에요. 참견은!"

     

    저들의 언성은 갈수록 높아졌다. 저들의 사이에 낀 노란색 망아지는 엎드린 채로 혜진이와 원장의 눈치를 살피며 덜덜덜 떨고 있었다. 나는 혼자 있는 레리티가 마음에 걸렸다. 레리티가 있는 곳을 쳐다보자 진료대 위에 덩그러니 혼자 드러누워 아픈듯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래서 소리쳤다.

     

    "그만해!"

     

    그러자 둘 다 싸움을 멈추고 나를 쳐다보았다.

     

    "원장님, 레리티... 치료를 해주세요... 혜진아. 그 목줄 풀지마. 무턱데고 푸는 것도 좀 아니잖아."

     

    "그치만...!"

     

    혜진이가 조르듯 말했지만 내가 빤히 쳐다보고 있으니 '알았어요..' 이러고서 플러터샤이의 목줄 푸는 것을 포기했다. 원장은 안경을 고쳐쓰고서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제가 좀 듣고 싶은 얘기가 많아졌어요."

     

    하면서 미소 짓길래 나도 미소 지으며 말했다.

     

    "레리티 치료 후에 모든 걸 다 말씀 드릴게요."

     

    원장은 후후.. 미소 지으며 안경을 고쳐썼다. 아무래도 안경을 고쳐 쓰는 것이 저 원장의 버릇인 것 같았다.

    ==========================================================================================================================

    수정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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