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일본의 인터넷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동영상이 올라와 슬픔에 빠진 한국 네티즌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일본의 유명 UCC 사이트인 ‘니코니코 동화’에는 지난 24일 ‘잘가라 노무현(さらば 盧武鉉)’이라는 제목의 동영상 UCC가 올라와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었다.
노 전 대통령을 RPG(역할 수행 게임)의 캐릭터 중 하나로 설정해 제작한 동영상은 노 전 대통령을 희화화해 노골적으로 폄하하고 있다.
동영상은 노 전 대통령의 캐릭터가 “나는 한국 대통령 노무현”이라고 소개하며 시작된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한 후 부정의혹이 폭로돼 위기에 몰렸다. (지금까지) 나쁜 짓은 전부 일본을 탓했는데 왜 내가 규탄 받아야만 하나. 나는 체포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사망자 처리 접수 창구’로 온 노 전 대통령에게 안내데스크 직원은 “생전에 뭐든지 일본 탓만 하고 자기 멋대로 자살까지 한 너는 천국으로 갈 수 없다”고 면박을 준다.
노 전 대통령이 “그럼 지옥행이냐”고 묻자 안내데스크 직원은 “너는 지옥으로 가면 귀신들에게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이 역시 불허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천국과 지옥을 모두 거절당해 어느 한 쪽이라도 가길 원하는 노 전 대통령의 모습이 시작되며 조롱은 극에 달한다.
교육을 받게 된 노 전 대통령은 일본 여고생 캐릭터에게“환생해서 이번에는 일본을 위해 스스로 ‘속죄의 여행’을 하겠다”, “나는 ‘죄값’을 치르고 싶다”는 등 굴욕적인 자세로 일관한다.
또“노무현 대통령, 당신의 개그는 마지막까지 최고였다”는 해설이 나오며 일국의 대통령을 하나의 웃음거리로 치부해버리기도 한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은 아소 총리에게 면담을 요구해 사죄하고 ‘노 전 대통령의 위대한 승리, 경험치 20 증가’라는 설명이 나오며 동영상은 끝난다. 사후세계로 온 노 전 대통령이 일본에 무조건 사과하도록 해 천국이든 지옥이든 갈 곳을 정하는 것이 이 게임의 목적이었던 셈이다.
현재 이 동영상은 니코니코 동화에서 시작돼 유튜브에도 올라오는 등 전세계 네티즌들에게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동영상에 대해서는 일본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일국의 대통령이 서거했는데 뭐하는 짓이냐”, “고인을 두 번 죽이는 일”, “이런 동영상을 가만히 두는 사이트들도 문제”라는 등 비난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UCC 서비스 업계 한 관계자는 “동영상 등 게시물에 대한 모니터링은 크게 음란·폭력·명예훼손 등 기본적 기준의 사전 공지를 통한 업로드 차단과 사용자들의 사후 신고를 통한 삭제로 나뉜다”며 “이번 동영상같은 경우는 사자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사용자들의 항의·신고가 접수되면 삭제 기준 부합 여부를 따져본 후 삭제될 수 있다. 대부분의 사이트가 비슷한 정책을 취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의 한국 법인(구글코리아) 관계자는“구글의 경우 사용자 신고를 통한 삭제가 원칙”이라며 “특정 동영상이 삭제가 되려면 지역에 상관없이 일정 건수 이상의 신고가 접수돼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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