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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_23429
    작성자 : 아로곰
    추천 : 13
    조회수 : 4427
    IP : 175.203.***.195
    댓글 : 47개
    등록시간 : 2017/02/24 23:19:19
    http://todayhumor.com/?love_23429 모바일
    군대에 간 남자친구를 기다리기가 힘든 이유(긴글주의)
    옵션
    • 외부펌금지
     
    이 글은 몇 년 전 일기장용 블로그에 써둔 글을 옮기면서 조금 고친 것입니다.(지금은 폭파된 블로그이므로 별 문제 없겠지요)
    요새는 고무신이라는 단어를 잘 쓰지 않기 때문에 어색하기도 하고 좀 낡은 느낌이 나기도 하지만 사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 단어는 따로 바꾸지 않았습니다.
     
     
     
    부제 - 고무신을 힘들게 하는 것들
    서.
    글을 쓰기에 앞서 전제를 두어야 겠다.
    하나. 내가 고무신 노릇을 한 것은 2005년부터 2007년까지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군대나 고무신 카페의 분위기와는 다를 수 있으며 당시 남자친구의 전역 이후로 군대 혹은 고무신과 관련된 그 어떤 것에도 관심을 두지 않았으므로 그 뒤의 일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둘. 확실히 해 두어야 할 것 중의 하나는 나는 당시 남자친구가 군대에서 어떤 고생을 했고 얼마만큼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었는지에 대해 다 알고 이해하지는 못한다는 사실이다. 누구나 자신이 겪은 일이 아니면 그것에 대해 결코 알 수 없다. 다만 그가 내게 말해줬던 것들을 통해 최대한 이해하고자 노력했을 뿐이다.
    셋. 그렇기에 이 글은 고무신인, 고무신이었던, 고무신일 여자분들과 나누고 싶었던 이야기다.
     
     
     
    본.
    고무신 혹은 곰신
    소위 남자사람친구들이 전역을 하다못해 이제 예비역조차 다 끝나버린 이 시점에 저 지긋지긋한 단어를 또 떠올리게 될 것이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일이 없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20대 초반 꼬꼬마 시절, 남자친구가 군대를 간 후 내가 겪은 2년이라는 시간은 이후 미필은 만나지 않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가 되었으며, 사실 이제 내 나이로 주변에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남자는 찾아보기 힘들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미한 기억을 떠올려 철저히 내 경험을 바탕에 둔 '군대에 간 남자친구를 기다리기가 힘든 이유'를 정리해 보고 싶었다.
     
     
    1. 모든 것이 그대로인데 너만 내 곁에 없어
    아.. 오그라든다. 처음부터 너무 오그라드는 문장을 쓰려니 힘들다.
    아무튼 그렇다. 남자친구가 군대를 간 직후부터 여자친구가 느끼는 가장 큰 감정이리라 생각한다.
    나는 CC, 캠퍼스 커플이었고 심지어 징글징글한 과CC였다. 월화수목금 내내 같이 수업듣고, 밥먹고, 공부는 안했지만 도서관도 다니던 흔해빠진 커플 중 하나였다. 사실 이런 커플이 남자친구가 군대에 가버린 후 제일 빨리 깨지는 유형이기도 하다.
    어쨌든 남자친구 입대날, 그의 부모님과 함께 102보충대로 향했다.
    외동아들의 입대에 부모님 심정은 오죽이나 착잡했을까. 그렇게 다들 입맛이 없어 깨작거리던 점심을 나 혼자만 신명나게 흡입했다. 통곡의 바다였던 신교대에서 남자친구가 눈시울이 붉어진 채 돌아서 갈 때에도 나 혼자만 웃으면서 그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래야 할 것 같았다. 그의 공백을 크게 느낄수록, 그것에 슬퍼하고 우울해 할수록 기다리지 못할 것만 같다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다.
    마인드컨트롤은 성공했고 의외로 담담한 심정으로 그를 보냈다.
     
    하지만,
    남자친구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문득 문자를 보내면 답장이 올 것만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의 핸드폰은 내 호주머니 속에 있었는데 말이다. 집에 돌아와서 전화를 하면 그가 받을 것 같았고 다음 날이면 변함없이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게 참 사람 기분을 불편하게 만든다.
    과장을 보태자면 모든 생활을 공유하던 사람이 하루 아침에 사라져버린 것이다. 여기서 느끼는 허탈감은 꽤 크다.
    둘이 하던 것을 혼자하려니 외롭고, 내 얘기를 들어주던 가장 가까운 사람이 없어서 외롭다.
    모든 것은 완벽히 그대로인데 딱 내 남자친구만 없다.
    앞서 매일 붙어다니며 알콩달콩 지내던 커플일수록 빨리 깨지게 된다는 말을 한 것도 이런 까닭이다. 너무 의지하다보니 빈자리를 견딜 수가 없고, 외로움이 너무 커서 그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지거나, 또다른 의지처를 찾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수의 초보고무신들은 분연히 이 외로움을 버틴다. 고무신 카페에 가입해서 가입인사도 하고, 같은 처지인 고무신들과 수다도 떨면서. 선배고무신의 행적을 살피고, 군대라는 생소한 곳에 대한 정보를 모으기 시작한다.
    그렇게 첫 고비는 넘어간다.
     
     
    2.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그녀의 목소리
    첫고비만 넘기면 꽤 버틸만 하다. 훈련소에서 한 번, 운이 좋으면 두어 번 잠깐이나마 통화를 할 수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호국이(육군 마스코트. 의외로 잘생김)가 그려진 편지봉투가 하나 도착한다. 시간이 더 지나면 이등병이 된 남자친구가 불규칙적으로 전화를 한다. 자주 걸려오는 것도 아니고 언제 걸려올 지 몰라서 폰은 손 안에서 늘 대기상태. 곰신카페에서 상주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진다. 남자친구 목소리가 반가워서 눈물이 다 난다. 까칠해진 목소리에 애달프고 더 그립다. 그런데 상큼하게 울리는 웬 아가씨의 목소리.
    "콜렉트콜입니다~" (받은 지 너무 오래되어서 정확한 대사가 기억이 안난다)
     
    처음에는 콜렉트콜이 다 무어냐 끊어야 하는 순간이 아쉽기만 했다. 그렇게 한두달에서 석달쯤 지나다보면 남자친구에게서 걸려오는 전화 빈도도 조금은 늘고, 통화시간도 조금은 길어진다. 그 때쯤 되니 슬슬 전화요금 고지서가 눈에 들어온다. 콜렉트콜 비용만 한달에 10만원쯤? 3-4만원 내던 전화요금이 갑자기 10만원이 더 붙어서 13-14만원이 되었다. 그게 두달이 넘어가면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기 시작한다. 깨알같이 곰신카페를 뒤져보니 3,40만원씩 나온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덜컥 겁이 났다.
    폭풍검색으로 선불 전화카드라는 게 있다는 걸 알았다. 10만원쯤 충전해서 남자친구에게 보냈다. 속이 좀 쓰리지만 같은 값에 더 오래 통화할 수 있다는 데에서 위안을 얻었다. 돈을 좀 쓰더라도 목소리를 못듣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지금부터 한달에 10만원은 꼬박꼬박 전화카드 비용으로 나가게 된다.
    (앞서 말했지만 이 부분은 지금으로부터 약 10년은 더 전 상황이므로 지금은 많이 다를 거라고 생각합니다.)
     
     
    3. 너의 빈자리만큼 지갑에도 빈자리가
    이것은 2에서 이어지는 내용이지만 남자친구가 군대에 있는 여친이 챙길 거 다 챙기려면 돈이 제법 든다. 곰신카페에 가보면 세상에 정성도 그런 정성이 없다. 남자친구 잘 봐달라며 소분포장한 과자세트를 부대원 전체에게 돌리는 것은 기본이란다. 면회를 가더라도 절대 남자친구 몫만 챙겨서는 안된다. 못해도 그의 가까운 선임몫도 챙겨야 한다. 치킨 대여섯마리, 피자 서너판을 사는 경우도 종종 보았다. 폭탄편지라고 해서 편지 100통을 한꺼번에 보내거나 전지 한 장 가득히 편지를 쓰기도 한다. 편지야 그렇다쳐도 간식이나 음식값은 한 번에 10만원은 우습게 깨진다. 20대 초반 고무신에게는 전화카드값도 부담스러운데 자질구레한 것들을 다 챙기자니 슬슬 힘들어진다.
    사실 나는 그걸 못했다. 다행스럽게도 남자친구 부대는 음식물반입이 철저히 금지되어 있었다. 부대에 간식소포가 도착하면 오히려 갈굼당하니까 절대 보내지 말라고 그는 신신당부를 했다. 그렇다고 해도 편지지와 편지봉투, 우표값은 빠지지 않는다. 남자친구가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밝은 노란색 편지지와 편지봉투를 샀고, 규격봉투가 아니니까 우표값이 조금 더 들었다.
    일주일에 3-4통씩 일년 넘게 보냈으니 적은 양은 아니다. 그래도 이건 껌값이었다. 면회나 휴가에 비하면.
    면회도 종류가 있다.
    부대 안 만남의 장소에서 얌전히 밥(혹은 치킨이나 혹은 피자를) 먹고 얘기만 하는 면회
    외출허가를 받아서 부대 근처에서 떠돌며 밥(혹은 고기나 혹은 고기를) 먹는 면회
    외박허가를 받아서 부대 근처 모텔(이라고는 하지만 여인숙급의 여관)에서 하루 보내고 돌아오는 면회
    함께 있는 시간이 길수록 행복하지만 그에 비례하여 지갑사정이 어려워진다.
    군인들 월급은 그냥 부대에서 간식사먹기도 빠듯하기 때문에 여자친구가 부담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외박면회라면 차비 제외하고도 10만원은 우습게 깨졌고, 외출면회라도 5만원은 가뿐히 넘어갔다. 부대 밖 동네 물가가 정말 비싸다. 한달에 한두번쯤 면회를 갔었는데 만남의 장소에 간 것은 처음 한 번 뿐이었고 그 이후로는 거의 외출면회를 갔다. 남자친구는 잠깐이라도 부대를 벗어나고 싶어했다. 차비까지 합치면 한 번 면회갈 때 7~10만원 정도 들었다.(10년 전 기준)
    휴가도 만만치 않다. 물론 100일만에 함께하는 데이트는 정말 꿈만 같다. 하지만 돈없는 학생에서 돈없는 군인이 된 남자친구가 짠해서 이것저것 사먹이다보면 허리가 휘청한다. 내 경우에는 당시 지방 집에 가 있었기 때문에 왕복 KTX비용과 2박 3일치 데이트 비용이 들었다. 그에 더해 남자친구에게 주려고 전날 밤새 빵이며 쿠키며 10종류를 10세트 정도 만들었기 때문에 그 재료값만 해도 만만치 않았다. 다 합치면 30만원 썼던 것 같다. 물론 남자친구가 돈을 안쓴 건 아니지만 군인월급은 그야말로 쥐꼬리만하고 부모님이 보내주시는 용돈도 한계가 있었다. 남자친구가 군대에 가 있는 동안 나는 세 곳의 학원에서 선생노릇을 했다. 월급의 4분의 1정도가 남자친구에게 들어갔다.
     
    자꾸 이렇게 돈돈돈 하는 것은, 정말 그게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돈으로 애정의 크기를 가늠할 수는 없겠지만 한참을 못보다 어렵사리 만난 내 애인에게 기왕이면 맛있는 걸 먹이고 싶고, 더 좋은 것을 해 주고 싶으니까. 같이 있을 때는 이성을 잃은 상태로 지내다가 남자친구가 부대에 복귀하고 나면 그제서야 깨닫는 것이다. 아, 너무 많이 썼구나. 하지만 함께 있을 때 아끼는 것은 꼭 남자친구를 향한 정성이 부족한 것처럼 느껴져서 결국 그걸 반복하게 된다. 정말 잘해주기만 하고 싶었거든.
    나만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고무신카페에도 금전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글들이 꽤 많이 올라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4. 군인의 적은 예비역?
    어떤 심린지 이해못하는 바는 아니나 남자친구가 군대에 갔다고 할 때 예비역에게서 돌아오는 반응은 크게 두가지다.
    비웃거나, 비웃거나.
    전자는 '니가 어디까지 기다릴 수 있나 보자'며 비웃는 것이고, 후자는 '그래봤자 전역하면 니가 차인다'며 비웃는 것이다. 왜냐면 자기네들이 군대에 있을 때 지겹도록 봤거든. 선임, 동기, 후임할 거 없이 여자친구에게서 이별통보 받는 현장을. 그렇기 때문에 믿지 못한다. 어차피 헤어질 거라 생각하나보다. 주변에 이런 반응은 꽤 지긋지긋하고 힘들었다. 가뜩이나 외로움+이런저런 이유로 힘든데 상처에 소금뿌리는 소리를 누가 반길까.
    게다가 후자의 경우, 고무신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을 찌르는 말이다.
    '헌신하다 헌신짝된다.', '2년동안 기다렸더니 전역하고 다른 여자 만나더라.' 고무신 카페에서 흔히 듣는 말이다. 불안감이 점점 자라서 아직 까마득한 그의 전역이 벌써부터 걱정된다. 열 커플 중에 여덟 커플이 헤어지고 두 커플이 남는다면, 그 중 한 커플은 꼭 고무신이 차이는 경우가 보였다. 헤어지지 않을 확률은 10분의 1보다 더 적다.
    물론, 남자친구 전역 후 행복하게 잘 사는 커플이 더 많을 거라 생각한다. 단지 그들은 고무신카페에 돌아가지 않으며, 그 행복한 후일담을 쓰지 않기 때문에 알려지지 않은 것 뿐이다. 그걸 알고 있고, 믿고 싶으면서도 자꾸 안좋은 이야기만 눈에 들어온다.
    이러다 배신당하면 어쩌지? 자꾸 불안해진다. 이 불안감은 거의 끝까지 가져가게 된다. 왠만해서는 벗어나기 힘들더라. 정성을 쏟은만큼 더 그렇다.
    자, 여기까지만 해도 비록 힘들지언정 고무신 폐업의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정말 고비는 여기서부터였다.
     
     
    5. 네 시계와 내 시계는 가는 속도가 다르다
    이 얘기를 쓰고 싶었다. 앞의 이야기가 너무 길어져서 이제 슬슬 지겨우니까 빨리 해야지.
     
    가장 힘들었던 것, 너와 내 시간은 다르게 흘러간다는 것.
    남자친구는 이제 상병 중반쯤 됐다. 군대에 익숙해져서 말투가 바뀐지 오래고 예전처럼 힘들어하는 기색도 크게 없다. 나도 고무신 생활에 익숙해진지 오래다. 대충 언제쯤 전화가 올 지 안다. 고무신 짬밥도 헛먹은 것은 아니라서 남자친구 일과도 외우고 있다. 남자친구가 의식하지 못한 채 군대 용어를 써도 이제 더이상 '그게 뭐냐'고 물어볼 필요가 없다. 다 알고 있다. 가끔 나도 쓴다. 왠만한 미필보다 군생활에 대해 더 잘 안다.
    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자. 다 헛소리였다.
    그 무렵의 나는 하루하루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었다. 학교를 다니고 수업을 듣고, 앞으로 뭘 할지 고민하는 게 일상이었다. 여느 이십대가 모두 그렇게 성장하듯이 나 또한 그러했다. 내 시간은 너무나 빠르게 흘러갔다.
    그랬기에 아무것도 몰랐다. 그가 얼마나 힘든지, 어떤 스트레스를 받는지, 그의 일과가 얼마나 변화가 없는지, 같은 일상이 얼마나 지겹게 반복되는지. 그가 변해가는 나를 보며 얼마나 불안해 했는지.
    이제 그와 나의 시간은 점점 벌어져간다. 내 주변은 너무 빨리 변하기 때문에 '아! 이거 나중에 남자친구한테 얘기해줘야지' 했던 것들도 그와 통화할 때 즈음엔 벌써 예전 일이 되어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난다고 하더라도 그 때 그 기분으로 말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러다보니 별로 할 말이 없어졌다. 그의 얘기는 늘 똑같다. 흥미가 떨어진다. 그 역시 할 말이 점점 없어진다.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으니까.
     
    주변 모든 사람이 앞을 향해 쭉쭉 나아가고 있는데 내 남자친구만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나 역시 앞서 나간 지 오래라 그와 말이 통하질 않는다. 다들 취업걱정에 이런 저런 공부며 시험이며 노력하고 있는데, 남자친구는 전역하면 여행을 가고싶네, 무슨 게임을 하고싶네, 하고싶은 거 다 하고 놀고싶은 거 다 놀고 졸업은 늦게 늦게 할 거란다. 놀 궁리만 하는 것 같다. 나는 이제 졸업반이다.
    우리 사이에 공통점은 사라진지 오래다. 만나는 사람, 지내는 공간, 먹는 밥, 하는 일, 모두가 다르다. 공유할 이야깃거리도 떨어졌다. 내가 아는 걸 그는 알지 못하고, 그가 아는 것에 나는 관심이 없다. 그리고 나의 고민에 그도 관심이 없다.
     
    이건 단순히 여자가 마음이 변했다고 일축할만큼 간단하지 않다. 앞날에 대해 막막한 심정, 취업에서 오는 고민과 스트레스, 친구들과 나를 비교하고 느끼는 열등감, 혼자 있는 외로움. 이런 것들을 '남자친구'와 공유할 수 없다. 내가 군대에 있는 그의 생활에 대해 온전히 알거나 이해할 수 없듯이, 그 또한 나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런 고민에 대해 배부른 소리라며 잘 들어주지 않는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시간을 함께 공유하지 못했으니까. 또 이런 것들을 이해하고 배려하기에는 서로 너무 어리고 미성숙했다. 각자 서로에게 '말이 안통한다'고 느꼈다.
     
     
    결.
    마무리를 하자.
    다분히 개인적인 경험에 따르면 군대 간 남자친구를 기다리기 힘든 이유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1.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로 인한 외로움+허탈함
    2. 상당한 금전적 부담
    3. 주변의 부정적인 반응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
    4. 시간이 지날수록 노력으로 해결하기 힘든 소통의 부재
    이것들은 순차적으로 들이닥치면서 한꺼번에 몰려들기도 한다. 버티기가 어렵다. 내 경우에는 2번과 4번이 힘들었지만, 누군가는 1번이 가장 힘들었을 것이다. 3번으로 고민하는 사람도 굉장히 많다. 각자 서로 다른 이유가 제각기 다른 무게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FAQ처럼 이럴 때는 이러세요 정답을 제시할 수도 없고 조언하기도 힘들다. 다만 힘들 때는 '내가 왜 힘든가'를 곰곰히 생각하고 이유를 찾아나가는 것이 꽤나 도움이 된다. 내가 제시한 이유는 가장 조악한 수준의 것들이고 아마 다들 자신만의 이유가 있겠지. 해결방법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게 함정이지만.
     
     
     
    아참, 그 때 군대 간 남자친구와 어떻게 됐냐하면,
    전역하기 두달 전 그러니까 군대 간지 1년 10개월만에 결국 내가 먼저 헤어지자고 했다.
    2년을 꼬박 기다리지는 못했으므로 고무신으로서 불합격일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정말 지극정성을 다했기 때문에 미안함이나 찝찝함 없이 그와 헤어졌다. 그런가 하면 내 주변에는 군대 간 남자친구를 꼬박 기다리고 그 후로도 오래오래 잘 사귀다가 결혼한 커플도 제법 된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보자. 굳이 군대에 가지 않더라도 이십대 초중반에 2년 동안 안헤어지고 잘 만나기 쉽지 않다. 비록 연애 사정은 케바케지만.
    첨언하자면,
    내가(그녀가) 기다려주었으니까, 라는 생각은 어느 쪽에게든 좋지 않은 감정을 몰고 올 수 있다는 걸 생각해뒀으면 한다.
    보상심리라던가 지나친 부담감 같은 것들.
     
    연애는 원래 둘이 서로 좋아서 함께하는 것일뿐 어느 한 쪽이 다른 한 쪽에게 빚지는 게 아니다.
    좋아하니까 만나는 거고, 만나는 동안 시간이 지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기다려'준다'는 표현이 참 별로였다.
    그러니 혹시나 고무신인, 고무신일 아가씨가 이 글을 본다면 이런 점을 잘 염두해두고 슬기롭게 극복해낼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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