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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가安保보다 정권안보에 열심인 국방장관
윤광웅 국방장관은 3일 13명의 前전 국방장관들이 전날 戰時전시 작전통제권 환수추진 중단을 촉구한 데 대해 “오래 전에 장관을 한 분들이라 우리 軍군 발전상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해 작전권 환수를 염려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작전권을 거둬들여도 주한미군 주둔은 보장돼 있다. 우리 군의 능력은 우리의 주된 위협인 북한軍군과 비교해야지 미군과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작전통제권은 작전명령이나 작전계획 등 특정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권한이다. 전체 지휘권 중 행정·軍需군수·인사·軍紀군기 등에 대한 권한을 제외한 지휘권한인 것이다. 현재 우리 군에 대한 작전권은 ‘방어준비태세(데프콘) 4’인 平時평시엔 우리 합참의장이, 데프콘 3으로 넘어가는 전시엔 주한미군사령관이 각각 갖도록 돼 있다.
얼마 전 국회에서 윤 장관에게 “작전권을 5~6년 안에 거둬들일 자신이 있느냐”고 걱정했던 조성태 열린우리당 의원은 1999~2001년 당시 국방장관이었다. 윤장관 말은 우리 군의 능력이 지난 5년 사이에 눈부시게 발전해서 5년 전 국방장관은 우리 군의 실정을 모른다는 이야기다. 한마디로 말이 되지 않는 소리를 한 것이다.
윤 장관은 미군 관계자들로부터 “작전권을 이양해도 주한미군 주둔은 보장하겠다”는 말을 듣긴 들은 모양이다.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있다면 윤 장관은 국방장관으로서 失格실격이다. 해외주둔미군을 他國타국의 지휘권 아래 두지 않는다는 것이 미국 행정부·의회의 오랜 전통이다. 强大國강대국이란 그런 것이다.
미 국방부 관계자도 2일 “작전권이 한국군에 넘어가면 한미聯合司연합사의 기능은 없어진다. 부분적인 주한미군의 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한국군의 능력은 미군이 아닌 북한군과 비교해야 한다고 했다. 윤 장관은 그렇다면 국방연구원이 2004년 내놓은 ‘남북한 戰力전력비교’에서 한국군 전력이 북한에 비해 육군은 80%, 해군은 90%로 열세, 공군만 103%로 약간 우세라고 분석한 것을 토대로 해서 국민들에게 “국방에는 염려를 놓으시라”고 설명할 자신이 있는가.
국방장관까지 이 정권의 책상물림 安保通안보통들과 장단을 맞춰 老朽노후한 북한 군장비를 감안하면 실제 전력은 한국군이 더 우세하니 걱정할 게 없다고 하는 것이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전쟁이 벌어지면 南北남북 양쪽이 잿더미가 되더라도 결국은 우리가 이길 것이기 때문에 괜찮다는 말과 한가지이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국방 최고책임자의 사명은 나라가 잿더미가 된 뒤에 그래도 이겼다고 큰소리를 치는 것이 아니라 敵적의 도발을 사전에 抑止억지하는 데 있다는 사실도 모르는 셈이다. 그래서 주한미군과 유사시 증원될 미군의 압도적 戰力전력이 북한의 誤判오판을 막는 대북 抑止力억지력의 핵심이라고 하는 것이다.
윤 장관은 대통령의 ‘自主자주논리’를 경호하는 정권의 ‘정치장관’이 아니라 대한민국 안보를 책임진 국방장관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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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부리는‘된장女’ vs 궁상떠는 ‘고추장男’
‘대학가 新남녀갈등’… 된장 여학생 vs 고추장 남학생 논쟁
취업 준비로 바쁜 연세대 4학년 임선영(23)씨. 모처럼 도서관에서 만난 복학생 선배에게 테이크아웃점 커피 한 잔 사달랬다가 이상한 말을 들었다. “너도 된장녀냐?” 석연치 않은 느낌에 휩싸인 선영씨. 인터넷에서 ‘된-장-녀’를 검색해보곤 깜짝 놀랐다. 한마디로 ‘비호감’ 절정에 달하는 요소를 고루 갖춘 여성형이다.
# “세련되지 않으면 죽음을 달라!” 뉴요커의 라이프 스타일을 보는듯 ‘된장女’
대학생들 사이에 ‘된장녀’ 논쟁이 뜨겁다. 지난 4월 한 포털 사이트 여성 게시판에 익명의 남성 네티즌이 남기고 간 ‘된장녀’라는 말로 불 붙기 시작한 논쟁이 불과 3개월여 만에 온라인을 점령했다. 한 네티즌이 묘사한 ‘된장녀의 하루’는 이렇다. ‘아침 7시30분 휴대폰 알람소리에 기상, 첫 수업이 10시인데도 불구하고 욕실로 향한다. 전지현 같은 멋진 머릿결을 위해 싸구려 샴푸는 거부한다… 화장한다고 아침식사를 못한 된장녀는 학교 앞 던킨도너츠로 향한다. 다이어트를 위해 설탕이 가미되지 않은 아메리카노를 시키고 설탕과 잼이 범벅된 도너츠를 먹는다.… 점심도 마찬가지. 된장녀들은 소중하므로 구내식당, 학생회관 따위에서 밥 먹는 일은 없다. 된장녀 셋이 달라 붙으면 그 누구도 이겨낼 자 없다. 복학생 일주일 밥값이 된장녀 한 끼 식사에 날아가 버리는 순간이다….’ 엔 빈정거림 이상의 분노가 배어 있다. 여학생들은 남학생들이 ‘퍼나르기’ ‘댓글’을 통해 된장녀 논쟁을 확대재생산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조선일보가 서울지역 남녀 대학생 249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서도, ‘된장녀 혹은 된장남이 실제로 캠퍼스에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에 37.4%가 ‘둘 다 많다’, 18%가 ‘여학생들은 대부분 된장녀라고 보면 된다’고 응답했다.
# “궁핍하게 살련다” 300원 아끼려 시내버스 대신 마을버스 타는 ‘고추장男’
분노는 자학으로까지 이어진다. 된장녀에 대응해 탄생한 ‘고추장남’이 그 증거. ‘300원을 아끼려고 시내버스 대신 마을버스를 타고, 구내식당 갈 돈도 아까워 학교 밖 편의점으로 향하는’ 등 된장녀와는 정반대로 묘사된다. 여학생들은 기가 막히다는 입장이다. “허영으로 똘똘 뭉친 된장남들도 많더라. 왜 여자들만 공격하는가” 반문하는 이다혜(22)씨는 “남녀를 불문하고 개성대로 사는 게 대세인 21세기에 신(新)마초(남성우월주의자)가 등장하는 것 아닌가 두렵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3학년 지미란(22)씨는 “과도하게 외모에 집착하거나 부를 과시하는 친구들이 있긴 하지만 소수일 뿐인데, 요즘 여대생들의 단순한 트렌드를 싸잡아 된장녀로 희화시켜 매도하는 것은 건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20대 남성들의 ‘군대 콤플렉스’가 된장녀 논쟁의 진원이라는 주장도 있다. 복학생 김재원(23)씨는 “우리가 군대에서 2년간 고생할 때 여학생들은 어학연수, 배낭여행 등 할 것 다하면서 캠퍼스 생활을 즐겼다는 것에 대한 억울함의 표출 같다”고 말했다. 군가산점제 폐지 논란으로 시작된 남성 역차별 인식과 같은 맥락이라는 것. 설문조사에서도 ‘캠퍼스나 우리 사회에서 남성 역차별이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46.3%의 남학생들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도 ‘군대 갔다 온 뒤 다시 학업에 열중하기가 힘든데 군 가산점도 못 받는 이런 현실이 싫다’ ‘여학생 휴게실은 단과대마다 설치돼 있는데 남학생 휴게실은 없다’ ‘레이디 퍼스트가 왜 당연한가’ 등등 다양하다.
# “군복무·취업난… 20代 불안이 상대性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 만들어”
여성학자 민가영(홍익대 강사)씨는 “‘된장녀’와 ‘고추장남’들이 캠퍼스에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된장녀를 전체 여학생으로 일반화시켜 공격하는 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된장녀 논쟁의 본질은 ‘젠더’(사회적으로 인식되는 성) 문제가 아닌 계급 문제라는 것. 그러나 “군대에 대한 부담, 취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남학생들이 국방부나 노동부가 아닌, (만만한) 상대 이성을 향해 퍼붓고 있다”고 덧붙였다. 명지대학교 여가경영학과 김정운 교수는 청년실업의 현실에서 전혀 행복하지 못한 20대 남성들의 불안과 강박의 결과라고 진단한다. “자신이 행복하지 않으면 가상의 적을 찾기 마련이고, 그 대상이 발견되어 공감대를 이루기 시작하면 분노와 적개심을 집단적으로, 또 비논리적으로 표출하게 된다”는 것이다. 고려대 심리학과 성영신 교수는 “된장녀 논쟁이 ‘멋내는 여성은 머리가 나쁘다’는 구시대적 관념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것 같아 우려된다”면서, “이성에 대한 보다 성숙한 인식을 해야 할 20대의 남녀 학생들이 흑백논리로 상대 성별 집단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을 전파시키는 것은 서로에게 불행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윤덕기자
[email protected] 한종휘 인턴기자=인하대 언론정보학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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