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동안 사랑에 빠졌다고 믿었던 순간
눈 앞의 그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워 보였던 순간들을 아직도 기억한다
하지만 오늘 와서 돌이켜보니 회의감이 든다
과연 나는 상대방을 온전히 '사랑'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내가 '사랑에 빠졌다'고 믿은 대상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믿은 그 대상의 모습이
사실 진실한 그 사람의 모습이 아니라
내 욕망이 투영된 신기루는 아니었을까
아니나 다를까
그러한 환희와 황홀의 순간이 지나면
대상에 대해 지나치게 엄격해지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했다
그건 상대방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는 내가 지향하는 바, 원하는 바를 상대가 갖추기를 은연중에 바라고 있었고
상대방 역시 크게 다르진 않았다
직접적으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인정하고 싶진 않았지만
나 자신의 욕망을 당신에게 투영한채
당신의 진실한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우리 시대의 관계(비단 연인관계 뿐 아니라)의 상당부분이 이러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이러한 연인관계, 이성관계가 낭만적인 것으로, 달콤한 것으로 포장된 채 우리를 유혹한다
연애와 결혼에 대한 환상으로 인해
남녀구성원들이 각기 다른 사회문화적 조건과 각기 다른 지향점을 가진 독자적인 주체라는 현실은 가려진 채
자기애와 욕망의 투영을 '사랑'으로 포장한다
하지만 적지 않은 남녀들이 그 달콤함에 따르는 씁쓸함을 견디기 어려워한다
달콤함에 가려진 실체를 본 것이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극단적으로 이성혐오자가 되기까지 한다
나도 본질적으로는 이런 사람들보다 더 나을것이 없었다
아직도 나는 사랑을 모르며 타인을 온전히 사랑할 줄 모른다
하지만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성찰하면서 타인을 통해서가 아닌 나 자신을 가꾸고 아낌으로서 나 자신을 사랑하며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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