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주차 때 이슬이 비쳐서 조산 되는 거 아닌가 걱정했었는데, 6주 뒤에 이런 글을 쓰고 있을 줄이야...
출산은 그 누구도 알 수가 없는거네요.
아기 추정 몸무게는 36주차 때 3kg을 넘겼습니다.
제가 가는 병원은 36주차 때 초음파로 아이 크기를 재는 것을 마지막으로, 그 37주차 이후로는 초음파 화면을 보지 않습니다.
심박검사와 자궁 수축, 내진 검사만 해요.
그래서 대체 36주차 때 3kg이었던 이 아이가 지금은 얼마나 더 커졌을 지 알 수가 없어요.
아직 3kg대일 수도, 4kg대를 훌쩍 넘겼을 수도 있겠죠.
간호사 선생님께 왜 37주 이후에는 초음파로 아기크기 안재냐고 물어봤습니다.
"어차피 원래 초음파로 추정하는 건 오차가 있고, 아기가 커지면 화면에서 삐져나와서 더 부정확해진다.
자연분만은 아기 크기이외에도 중요한 요소가 많으니, 일단 진통오는 거 보고 정한다"라고 하시네요.
아니 그래도 참고라도 되는 거 아닌가 싶긴 한데, 그래도 봐달라고 하기도 그렇고 해서 지금도 모르는 상태입니다.
의사샘도 아기가 상당히 큰편이라고 하셨어요.
남편이 미국사람이라고 말씀 드렸더니 납득이 간다고 하셨는데, 선생님의 납득여부는 제겐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말 나온 김에 "선생님, 제 남편은 태어날 때 5.5kg이었구요, 전 3.85kg이었거든요... 그래서 아기가 너무 클까봐 걱정이에요"라고 했더니
"후후훗. 그건 낳아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지요~"라고 하십니다.
슨생님... 그걸 알아보려고 초음파같은 것도 보는 거 아닌가요....
칸막이 뒷편에서 간호사 선생님의 "5.5kg.... 나는 못낳아..."하는 혼잣말같은 속삭임이 들려옵니다.
저도 못낳아요...
34주차에 이슬이 비친 이후로 생리통 수준의 가진통이 시작되고, 38주 지나면서부터 '어... 이건 좀 아픈데...'싶은 통증도 종종 오다가
두 주 전 부터는 밤에서 새벽 사이에 배가 아파 눈이 뜨이는 일이 서너번 일어나는 정도로 발전했습니다.
문제는 상쾌한 아침과 함께 통증도 사라져버린다는 것이구요.
심지어 어제밤에는 그 가진통조차 없었어요...
가진통아!!! 가지마!!! 아니, 갔다가 진진통 좀 데리고 와줘!!!
아기 머리는 35주차때부터 상당히 아래쪽으로 내려와 있었고, 자궁문은 2센티 정도열린 상태가 2주 지났는데,
어제 내진 결과 산도가 아직 단단하다고 합니다.
41주 1일차인 다음주 월요일까지 자연 분만 안하면 입원한 후 촉진제나 제왕절개를 선택하기로 했어요.
일본 적십자 병원 가이드라인이 그렇다고 하네요.
40주차까지는 산모나 아기가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면 무조건 기다린대요.
혹시나 해서 "운동을 열심히 하면 도움이 될까요?"라고 물었더니
"운동은 아기가 아래쪽으로 내려오고 자궁경부를 부드럽게 하는데 도움은 되지만, 결국 분만은 모두 호르몬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니 무리해서 운동할 필요는 없다"고 하십니다.
그래도 운동이라도 해야 마음이 편하니 걷기, 계단오르기, 쪼그려 앉기, 스쿼트, 방바닥 닦기, 짐볼운동도 합니다.
사실 배가 너무 무거워서 그런지, 평소보다 조금만 더 운동하고 나면 다음날 허벅지에 근육통이 와요. 자연 웨이트트레이닝이랄까...
일본 인터넷에서 징크스처럼 퍼져있는 "소고기 먹고 오로나민씨를 마셨더니 진통이 왔다"는 것도 혹시나 해서 시도해봤구요.
미국 인터넷에서 추천하는 라즈베리 잎차는 36주차부터 물대신 마시고 있고, 카레나 할라페뇨처럼 매운 음식도 먹고 있어요.
어제는 자궁 수축에 도움을 준다는 라벤더 오일을 사서 목욕도 했어요.
할 수 있는 건 다해본 것 같습니다.
이젠 뭘 해도 어차피 안될 것 같아서 담주 입원하는 걸 기준으로 각종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유도 분만을 시도할 지, 그냥 바로 제왕절개를 할 지는 입원한 후 의사샘들과 얘기해봐야 하는데, 가장 큰 건 아기 크기죠...
분만 경험이 있는 친구들은 그래도 자연분만 하는 게 최고라고 일단 시도해보라고 합니다.
제왕절개 했던 친구도 회복속도가 비교도 안된다며 "넌 할 수 있어!!"라는데, 나 믿지마.... 믿어주지마....
반면에, 저를 낳으며 엄청난 난산으로 죽다 살아나신 친정 어머니는 조금이라도 위험하다 싶으면 진통 겪지말고 제왕하라고 하시네요.
남편은 무조건 저와 아기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지만,
"진통을 하나도 안겪고 제왕을 하면, 나중에 자연분만부심 부리는 아줌마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있으니 진통촉진제로 진통만 겪고 낳기는 수술로 낳는 것도 방법"이란 말을 농담이랍시고 지껄입니다.
너 이 자쉭, 마취없이 고래잡아줄까.
(실없는 농담을 해서 그렇지, 남편은 저랑 출산교실도 잘 다니고, 유튜브로 "진통이 올 때 남편이 해 줄 수 있는 일들" 영상도 함께 보면서 같이 연습도 많이 한 준비된 진통도우미입니다)
5.5kg의 거대신생아를 낳으신 시어머님은 "어차피 무통 맞아서 하나도 안아팠어"라고 하셨는데
"제가 가는 일본 병원은 무통 안놔줘요...ㅠ.ㅠ 선택이 아니라, 무통이라는 옵션 자체가 없어요."했더니
스카이프 너머로도 여실히 보이는 동공지진을 선사하셨습니다.
하긴... 이런 글을 쓰는 게 다 무슨 소용이겠어요...
진진통이 오려면 10분 뒤에라도 올 수도 있는거고, 유도든 제왕이든 입원한 후에야 정하는건데요...
그냥 글 쓰면서 스스로의 마음을 정리한다는 의미가 있을 뿐...
2월 11일 예정일 받고, 그래도 설날 전이니 한국나이로도 마흔이 되기 전에 아기를 낳는다며 좋아했던 과거의 나에게 미안할 따름이네요.
괜찮아.. 아직 만으로는38살인걸... 한국나이 따위 개나 주라지...
그리고, 애기야... 엄마가 자꾸 "손님, 체크아웃 시간 지나셨습니다~~~ 퇴실해주세요~~ 짐싸세요~~"해서 서운했니?
괜찮아... 엄마 자궁 시설이 너무 좋아서 더 있고 싶었겠지...
대신 나오면 연장 요금 받을거야... 세상에 공짜는 없단다...